배인혁의 열정
이제 막 불이 붙었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마지막 촬영이 언제였나요?
첫 방송 전날이요. 그래서 첫 방송하 는 날 쫑파티하면서 1화를 다 같이 봤어요.
감회가 남달랐겠어요.
거의 200명이 함께 보니까 창피하기도 하고.
나올 때마다 소리 지르고 호응해주셔서 세영 누나랑 술 한잔했어요.(웃음)
화보 촬영하러 오기 전 시간은 어떻게 보냈어요?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되나. 제 차를 수리 센터에 맡기고 임시로 쓸 렌터카를 받아 주차한 뒤 씻고 나왔어요.
그동안 학생 역을 주로 맡아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했죠.
이번에는 바람대로 기업 부대표를 연기했어요. 어른스러운(?) 캐릭터를 맡아보니 어땠나요?
‘강태하’는 캐릭터 특성상 세상과 동떨어진 면이 있고, 사람들과도 벽을 쌓고 사는 독특한 인물이에요.
그래서 특별히 성숙한 캐릭터를 연기했다기보다는 환경적인 면에서 큰 차이를 느꼈어요. 이 전에는 주로 학교를 배경으로 촬영했는데, 이번에는 호텔이나 사무실 신이 많았거든요.
화보 콘셉트도 지금까지 보여주던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담고자 했는데, 마음에 드는지.
되게 재밌었어요.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은 옷도 입어보고, 머리도 해보고. 요즘 고착화 된 이미지를 깨려고
노력 중인데, 좋은 시기에 이런 기회가 왔네요. 결과물을 모니터링 하며 ‘예쁘게 잘 나오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열려 있는 편인 듯해요. 뭔가 요구했을 때 주저 없이 척척 해내고요. 노력하는 편이에요.
예전엔 겁이 많았는데, 해보고 아니면 다시 하면 되니까. 그래봤자 전부 잠깐인데 망설이다 못 하고 후회하기보다 해보자는 주의로 바뀌었어요.
왜 겁이 많았어요?
경험에 비해 비중 있는 역할을 빨리 맡았어요. 오랜 시간 경험을 쌓고 노력하는 분이 많잖아요. 계단이 있다면 저는 올라서는 중간 지점을 점프해 갑자기 도달한 셈이에요. 그래서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죠. 한때는 매번 행동이나 뭔가를 결정할 때마다 ‘괜찮을까, 결과가 나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많았어요. 그러다 되레 내게 독이 된다는 걸 깨달았고, 지금은 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계단을 점프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어요. 어떻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해요?
운이 좋았던 거죠.
그동안 했던 인터뷰를 보면서 “단시간에 다작을 하고 주연을 맡으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뭐든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고 하길래 묻고 싶었어요. 최근에 과감하게 도전한 일이 있다면?
제가 쉬는 걸 잘 못 해요.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전에도 3개월 정도 쉬었는데, 뭔가 계속 해야 할 것 같고 불안했어요. 근데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그래야 일할 때도 그만큼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으니까. 바보처럼 그걸 몰랐던 거죠.
쉬고 나니 에너지가 채워지던가요?
많이 회복했어요. 안정감이 들더라고요. 쉼이 충족되어선지 마음에 여유도 생겼고요. 왠지 조급하거나 불안한 부분은 늘 있지만. 최근 작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제가 하기 나름이라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은 욕심에 그런 것 같아요.
네크리스 모두 The Part Of.
노력하는 편이에요.
예전엔 겁이 많았는데, 해보고 아니면 다시 하면 되니까.
그래 봤자 전부 잠깐인데 망설이다 못 하고 후회하기보다 해보자는 주의로 바뀌었어요.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웹 소설 원작에 웹툰으로도 나온 작품이에요. ‘원작을 잘 살린 드라마다’,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한다’고 호평이 자자했어요. 웹 소설이나 웹툰도 봤나요?
둘 다 봤어요. 대본, 웹 소설, 웹툰 순서로요. 원작이 있을 경우 대본을 먼저 보려고 해요. 웹툰처럼 그림으로
된 원작을 보면 선입견이 생길 수 있겠더라고요.
세 작품이 어떻게 다르던가요?
대본은 드라마화하기 위한 시나리오고, 소설은 글을 보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게 되잖아요.
웹툰을 볼 때는 상상만 하던 게 그림으로 보여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특히 대본은 배역이 정해져 있어 대입하면서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죠.
이번 작품이 정통 사극은 아니지만, 사극 장면이 종종 나오긴 해요. <슈룹> 이후 두 번째 사극인데, 어땠어요?
<슈룹>때는 잠깐 나왔는데도 큰 사랑을 받았어요. 거의 누워만 있고, 한 게 없거든요.(웃음)
<열녀박씨 계약결혼뎐>도 12부 중 1회, 12회만 사극이니까 사극 드라마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긴해요. 과거 한 시대에 쭉 사는 설정으로 갔을 때 내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사극은 세트장에서 찍기도 하지만,
실제 궁 같은 역사적 장소에도 가잖아요. 그때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공부하는 재미도 있어요.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는 설정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이세영 배우가 맡은 ‘박연우’는 조선시대에서 그대로 온 거고, 저는 그 시대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는 상태로 시작하거든요. 1인 2역을 맡은 느낌은 있었지만, 워낙 캐릭터가 달라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정말 두 사람을 연기한 느낌이었겠네요. 그런 설정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도 있나요?
조선시대에서 온 연우는 모든게 생경한 것처럼 표현해야 하는데, 어느 날 촬영하다 누나가 자연스럽게 자동문 버튼을 누르고 건물로 들어가는 거예요.(웃음) 그때 다들 “연우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면서 웃었어요.
활활 타오르든 은은한 불이든, 불은 언젠가 꺼지잖아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바람이 불어올 수도, 산소가 없어질 수도 있고.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내공을 잘 쌓아서 외부 환경으로 인해 꺼지지 않게.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은 다양한 삶을 경험해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매번 새로운 옷을 입고 표현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지금까지 맡은 역 중 가장 잘 맞는 역할은 뭐였나요?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웃음) 그나마 <치얼 업>에서 했던 응원 단장. 단체 생활이나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 제가 입은 옷 중 고른다면 ‘박정우’가 아닐까요.
<치얼업>에서는 ‘정우 선배’, <슈룹>에서는 ‘믿음직한 세자’ 역으로 분했어요.
주로 신뢰감 있는 역을 맡는 듯해요. 이유가 뭘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제가 차분한 성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사실 장난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이거든요. 저는 장남이자 장손이기도 해요. 동생도 지금 서울에 올라와 있죠. 자연스럽게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나 애정 때문에 그런 성격이 됐나 싶어요.
형제가 자주 만나는 편인가요?
자주 봐요. 동생도 연기를 하고 싶어 하죠. 군대 가기 전 웹 드라마 두 개 찍고, 전역하고 혼자 살면서 구직 중이에요. 근데 제가 도와주지 않고 있어요. 정말 힘들면 도와주겠지만, 조금 더 열심히 하면서 성장하라고.
계속 배우로 활동할 생각도 있는 건가요? 혹시 동생 이름이 뭘까요?
우혁이에요. 배우혁. 이 직업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예 시작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죠. 다른 일은 했다가 안 되면 잘 그만두면서 연기는 이상하게 과감히 놓지를 못해요. 그만큼 매력이 있으니까 미련이 생기나 봐요.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본인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후회보다는 무서웠던 적이 많았어요. 큰 역할을 맡을수록 책임감도 커지더라고요. 마냥 연기가 좋아 하는 일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구나, 내 말이나 행동이 좋든 나쁘든 의도치 않게 영향력이 있겠구나. 선배님들이랑 대화하면서도 그런 걸 많이 배워요.
턴테이블 듣는 취미가 있죠?
LP는 다 처분했어요. 기계는 망가져서 이번에 이사할 때 서재에 뒀어요. 결국엔 스피커가 최고더라고요.(웃음)
턴테이블에 입문한 계기가 있나요?
옛날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 감성이 좋았어요. 대학 다닐 때 자주 가던 작은 술집이 있었는데, 노래를 항상 LP로 틀어줬어요. 신청곡도 틀어주고. 그래서 취미로 시작해봤는데, 관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축구도 즐겨 하던데, 풋살은 누구랑 자주 하나요?
다양해요. 배우 친구들, 가수나 아이돌, 모델 등. 시간 맞춰 모이기 쉽지 않으니까 항상 저녁에 해요.
시간 되는 친구들 부르고, 서로 데려오고 모이면 하는 거예요. 이틀 전에도 했어요.
그때는 누구누구 있었어요?
<슈룹>이랑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서 함께한 유선호 배우도 있었어요.
다른 분들은 노코멘트할게요. 선호는 뭐라 하면 그냥 욕 좀 먹죠 뭐.(웃음)
2022년 이맘때 한 인터뷰에서 “성장한 것 같냐”고 묻는 질문에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년엔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죠. 그사이 성장했나요?
사실 성장한 줄을 그 순간에는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대답했나 봐요. 지나고 봤을 때 ‘내가 이땐 이게 부족했는데, 지금은 좀 낫네?’ 할 때 느끼는 듯해요. 시간이 지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서 어렴풋이 체감하는 것 같아요. “은은하지만 오래가는 촛불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목표대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 그게 사실 지금 소속사 대표님이 말씀해주신건데요. 순간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것도 좋지만,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요. 그래서 지금은질문에 답변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한지 4년밖에 안 됐고요. 활활 타오르든 은은한 불이든, 불은 언젠가 꺼지잖아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바람이 불어올 수도, 산소가 없어질 수도 있고.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내공을 잘 쌓아서 외부 환경으로 인해 꺼지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