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서인국
서인국이 들려주는, 스스로를 만들어온 시간.


셔츠와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제 부산에 다녀왔다고요. 스케줄 끝나자마자 제일 좋아하는 불고깃집으로 달려가 스태프들과 함께 밥 먹고 간단히 한잔했어요. 돌아오는 길에는 쿨쿨 자고.(웃음)
작품 촬영을 마치자마자 홍보 활동과 차기작 준비로 바쁠 것 같아요. 중간중간 쉬는 날이 있긴 한데, 오늘처럼 화보를 찍거나 친구들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다 보면 쉬는 날이 별로 없어요. 살짝 쫓기는 듯한 기분이지만, 은근히 그 느낌이 즐거워요. 얼마 전 남미로 팬 미팅 투어를 10일 정도 다녀왔는데, 3월도 벌써 다 끝났네요.
지구 반대편에 다녀왔군요. 어땠어요? 가는 데만 거의 30시간 걸렸어요. 그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주는 게 신기하고, 영광이고, 감사하죠. 종종 해외에 나가면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 새로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연장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잖아요. 남미 사람들은 발 구르기를 해요. 공연장 전체에 그 진동이 울려 퍼지는데 처음엔 ‘이러다 공연장 무너지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이젠 그 소리가 안 나면 되게 서운해요.
열정의 나라답네요. 또 기억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브라질에 진짜 맛있는 햄버거집이 있어요. ‘마데로 버거’라고 브라질 국민 햄버거인데, 같이 먹은 사람들 모두 인생 버거라고 하더군요. 번이 거칠어 보이긴 하지만, 엄청 부드러워요. 연한 바게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패티는 그릴 바비큐 향이 진하게 나고. 침 고이네요. 오늘 한 끼도 안 먹었거든요.
체중 관리를 너무 고되게 하는 거 아니에요? 간식으로 시킨 도넛도 아예 안 먹던데. 요즘 맛있는 것보다 예쁜 거에 맛 들였어요.(웃음) 아무거나 툭 걸쳐도 예쁘게 나오니까 화보 촬영이나 브랜드 행사에 더 자주 참석하고 싶고요. 원래 제게 행복은 먹는 거였거든요. 최근에 그 행복이 만족스러운 모습을 유지하는 걸로 바뀌었어요.
관리해야 하는 직업이니 잘됐네요. 일이 없을 땐 통통한 채로 지내는데, 옷을 더 많이 사게 돼요. 무슨 옷을 입어도 맵시가 안 나니 옷 탓을 하는 거죠. 지금은 아무거나 걸쳐도 마음에 드니 너무 즐거워요.
한번 상상을 해보자고요. 식단 관리와 운동 없이 딱 하루 쉴 수 있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일단 위스키 한잔하고 푹 잘 거예요. 11시쯤 일어나서 웹툰도 보고 게임도 하다가 졸리면 다시 낮잠을 자요. 해가 질 때쯤 일어나서 배달 음식을 느긋하게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게임에 꽤 진심이더군요. 특히 RPG 장르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요.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이 재밌어요. 레벨이 올라갈수록 차림새도 멋있어지고요. 그리고 제가 어떤 능력을 기르느냐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잖아요. 웹툰도 성장과 무협이 섞인 장르를 좋아해요. 제가 출연한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도 웹툰이 원작인데, 비슷한 요소가 있거든요. 이재라는 인물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죽음의 원인을 찾고 살아남는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데, RPG 시뮬레이션과 굉장히 흡사한 내용이죠.
서인국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해요? 결국 누군가와 싸워서 생존해야 하기에 너무 착한 척하는 캐릭터는 선호하지 않아요. 게임 설정상 주인공이니까 선한 존재인 거지, 저와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에겐 제가 나쁜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그저 정의를 위해 앞장서기보다는 시니컬해 보이는 캐릭터를 주로 골라요.
본인과 닮은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네요. 무표정일 땐 되게 다가가기 힘든데, 대화하거나 웃을 땐 곰살맞아 보이거든요. 데뷔 초엔 긴장도 하고 모든 게 어색하니까 표정이 얼어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의도치 않게 오해를 샀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진짜 제 모습이 맞아요. 실제로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리액션을 크게 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예능이 무서워 피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소속사에서 제가 좋아하거나 저랑 잘 어울릴 것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제안해줘요. 데뷔 초 얼어 있던 무표정한 모습은 저를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드러낸 방어막이었던 거죠. 이젠 겁나지 않으니 제가 먼저 곰살맞게 다가갈 수 있고요.
유튜브에서 본 서인국은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나던데요. 순수하게 재미를 느껴서 한 거니까요. 그런데 채널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생기니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 누구도 뭔가를 강요하진 않지만 유튜브 채널을 함께 이끄는 스태프들도 챙겨야 하고, 조회 수 잘 나오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아 유튜브 하는 동료들이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어요.
너무 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하니까 등 떠밀려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종종 친구들이 하는 유튜브에 놀러 가는 건 어때요? 거의 한 번씩 나간 것 같아요. 최근에 조나단 유튜브에서 ‘월간 오빠’라는 콘텐츠를 했어요. 조나단 대신 파트리샤의 오빠 역할을 하는데 조나단이 저를 조종하는 거죠. 너무 재밌어서 기회가 되면 야외에서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타이 Berluti, 브리프케이스 Samsonite.

블랙 레더 재킷 Kim Seoryong,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금도 꿈만 같아요. 다시 도전할 엄두도, 우승할 자신도 없고요. 혈기만 왕성해서 뭔가 굉장한 것을 이루고 싶지만, 내가 택한 이 길이 맞는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심정이었어요. 정말 운이 좋았죠.
낯선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 유튜브도 좋을 것 같은데. 여행은 별로 안 좋아해요. 집이 편하기도 하고,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해외에 나가는 스케줄이 있으니까요. 그럴 때 짬을 내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물안경 하나 챙겨 스노클링도 하고요.
얼굴이 명함인지라 사람 많은 곳이 조심스럽지 않아요? 조심스럽긴 해요.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땐 사람들이 봐온 서인국보다 내추럴한 모습이잖아요. 저를 알아봐주고 반가움을 표하는 마음은 너무 감사한데, 멋진 모습이 아니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자리를 피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내일도 출근!> 촬영으로 박지현 배우를 만났는데, “누가 우리 알아보면 그냥 브이 할까?”라는 거예요. 그래서 “어, 되게 좋은 생각이다” 했는데, 실제로 지나가던 행인이 저희를 알아봐서 브이를 했더니 기분이 홀가분하더라고요.
그분은 <내일도 출근!>을 방영하면 꼭 보겠네요. 실제로 그분이 SNS에 ‘<내일도 출근!>이라는 드라마 꼭 봐야겠다’고 올려서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어요.
제가 느끼기엔 낯선 사람이라도 웃어른한텐 살갑게 대할 것 같아요. 맞아요. 국밥집에 가면 모자를 푹 눌러쓰고 구석에서 먹거든요. 이모가 서빙해주다 깜짝 놀라면 “아, 이모 여기 맛있어서 왔잖아요. 비밀로 해줘야 해요!” 하면서 음료수 서비스를 받기도 하고요. (웃음)
그럴 때 묘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슈퍼스타 K>에서 우승하지 않았다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흘렀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도 꿈만 같아요. 다시 도전할 엄두도, 우승할 자신도 없고요.(웃음) 혈기만 왕성해서 뭔가 굉장한 것을 이루고 싶지만, 내가 택한 이 길이 맞는지 알 수 없는 막막한 심정이었어요. 정말 운이 좋았죠.
운칠기삼이죠.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빛을 보지 못하잖아요. 아무리 준비해도 완벽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대신 스스로에게 떳떳하도록 진심을 다해 노력해야죠. 저는 지금도 노래에 대한 결핍이 있어요. 예전엔 피아노 앞에서 운 적도 많아요. 발성도 안 되고, 목소리도 마음에 안 들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슈퍼스타 K>에서 저보다 테크닉이 우수한데 탈락하는 참가자들을 보면서 ‘왜 내가 붙은 거지?’ 하며 스스로를 부정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저를 지지해주는 시청자가 있고, 저를 발전시키기 위해 도와주는 피디님과 프로듀서가 있는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오히려 기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있는 힘껏 했어요.

데님 팬츠 Levi’s, 프린트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Amiri,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히어로물을 보면 동경의 대상이 있잖아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를 예로 들면, 주인공이 아무 재능도 없는데 히어로가 되고 싶은 마음 하나로 끝까지 노력하는 이야기고요. 그런 요소가 제 마음을 자꾸 움직이게 해요.
배우 서인국도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해내고야 마는 성장 만화 주인공 같은 힘이요. 저를 믿고 자신감을 준 사람들 덕분에 해낸 것 같아요. 조금 간지러운 말인데, 히어로물을 보면 동경하는 대상이 있잖아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를 예로 들면, 주인공이 아무 재능도 없는데 히어로가 되고 싶은 마음 하나로 끝까지 노력하는 이야기고요. 그런 요소가 제 마음을 자꾸 움직이게 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아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해요. ‘난 가수가 꿈이다. 이거 아니면 내가 죽을 것 같다.’ 중학생이 되면서 깨달았죠. 그때부터 양말이랑 휴지로 채운 프링글스 통에 구멍 3개를 내서 미친 듯이 발성 연습을 했어요. 제 동생은 소음에 시달리다 저한테 욕하더니 어느 순간 포기하더군요.(웃음)
서인국의 장점은 용기네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도전할 줄 아는 용기.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잖아요. 그리고 저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가수의 꿈을 이루게 해준 <슈퍼스타 K>도, 배우의 길을 열어준 <사랑비>도, 크게 사랑받은 <응답하라 1997>도 저 혼자 이룬 게 아니거든요.
서인국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요? 일단 일이 좋아요. 이렇게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저를 위해 힘써주는 팀원들 덕분이고요. 그래서 종종 “서인국이라는 캐릭터를 같이 잘 만들어보자”고 말하곤 해요.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우리 팀이 저를 잘 만들어줘서 아직 사람들이 찾아주는 거라고 믿으니까요. 그리고 서인국이라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게 자랑스러우면 좋겠어요.
사소한 원동력은 없어요? 촬영 밥차 중 가장 설레게 하는 메뉴라든가. 있어요. 업계 종사자라면 모를 수 없는 진짜 유명한 닭꼬치 차가 있거든요. 연예인, 촬영 스태프 전부 난리예요. 닭꼬치를 구울 때 앞에서 서성이면 사장님이 정신 사납다고 화부터 내세요.(웃음) 비법은 모르겠지만, 진짜 맛있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서인국은 서인국에게 마음에 드는 가수이자 배우인가요? ‘나,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구나.’ 오늘 이야기하면서 느꼈어요. 모든 게 마음에 들면 그건 제가 아니죠. ‘야 좀 더 잘해보자. 거기서 좀 더 잘했어야지!’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