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백성철이 증명할 순간
WHO ARE YOU?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운동에 푹 빠져 있어요. 웨이트, 러닝, 풋살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은 다 하는 것 같아요.
‘몸을 만들겠다’는 목표라도 세운 거예요? 맑고 깨끗한 모습도 좋지만,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좋잖아요.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되지 않아 못 잡으면 아쉽기도 하고요. 기회를 다 잡을 순 없겠지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야죠.
<그대에게 드림> 방영을 앞두고 있죠.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던데, 백성철은 요즘 어떤 장르의 작품에 끌리는지? <그대에게 드림>을 한창 촬영할 때 <바이크 라이더스>라는 영화를 봤어요. 오스틴 버틀러가 여자 주인공을 보고 첫눈에 반하는데, 여자 주인공은 이미 남자친구가 있고요. 버틀러는 ‘나는 그래도 당신이 좋으니 기다리겠다’는 태도를 보이는데,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나는 얼마만큼 용기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여운이 지금까지 남아 있네요.
백성철은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어떨 것 같아요? 저는 버틀러만큼 직진은 못할 것 같아요.(웃음) 영화를 보면 여자 주인공의 집 앞에서 몇 날 며칠을 기다리는데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오는지, 어떻게 자기를 좋아할 거라는 확신을 갖는지 신기해요. 뭔가를 좋아할 때 망설임 없이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그런 태도를 닮고 싶기도 합니다.

데님 팬츠 Kusneuf, 슈즈 Guidi.

데님 팬츠 Kusneuf, 슈즈 Guidi.
유건이 역시 강단 있는 친구예요.
자기만의 옳고 그름이 확실해서
유건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기도 했어요.
‘지금은 단역이지만, 언젠가 주연배우가
되리라’ 하는 마음이 통하기도 했고요.
<그대에게 드림>에서 연기한 ‘심유건’은 어떤 인물이에요? 단역 배우라는 정보뿐이더라고요. 유건이 역시 강단 있는 친구예요. 자기만의 옳고 그름이 확실해서 유건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기도 했어요. 저도 아직 신인이라고 생각하는데, 평소라면 하지 못할 행동을 심유건이라는 탈을 쓰고 할 수 있었죠. ‘지금은 단역이지만 언젠가 주연배우가 되리라’ 하는 마음이 통한 것 같아요. 덕분에 다른 작품에 비해 몸으로 흡수하는 느낌이 진하게 들었어요.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음… 특정 장면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감상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모든 작품을 통해 성장하지만, <그대에게 드림>을 찍으면서 처음으로 여유를 가졌어요. 그동안 감독님이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상대 배우와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 등 빠르게 돌아가는 현장 속도를 따라잡는 데 정신이 팔렸다면, 이번 촬영에서는 함께 만들어가는 기분이 강했거든요. ‘이번 테이크에선 이렇게 해봐야지’, ‘다음 촬영에는 이런 게 필요하겠는데?’처럼 다음에 해야 할 것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눈에 보이기 시작했죠.
유건이라는 인물과 함께해서 더 그렇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앞서 말했듯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친구 같아 죽이 잘 맞았어요. 저는 자존감이 낮은 편이라 뭔가를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그런데 제가 우유부단할수록 유건이 또한 방황의 늪에 빠지니 ‘내가 이끌어야겠다. 그리고 내가 유건이의 고민을 가장 잘 안다’라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어요.

셔츠와 레더 타이 모두 Bottega Veneta, 쇼츠 Maison Margiela,
벨트 Double RL.
평소에 오디션을 볼 때 어떤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다들 눈이 맑다고 해주시는데.(웃음)
왜 웃어요?(웃음) 감사하면서도 쑥스러워서요. 그리고 긴장을 많이 해서 제 모습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못 보여줄 때가 많은데, 그 뚝딱거리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이불킥하는 것처럼 민망해서 괜히 웃음이 나네요.
그 마음도 알 것 같아요. 딱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정말 잘할 자신 있는데, 어떻게 할 수 없는 기분이잖아요. 맞아요. 사실 이기적인 마음이죠. ‘Show and Prove’가 아니라 그저 알아봐주길 바라는 이기심에 가까우니까.
백성철은 누군가와 처음 마주할 때 무엇을 봐요? 특정 부위나 모습을 의식하진 않아요. 추상적일 수 있는데, 처음 보는 순간 느껴지는 촉이란 게 있지 않나요? 찰나에 ‘이 사람은 어떤 성격일 것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라는 느낌.
촉이 예리한 편인가 봐요. 정확하진 않아요. 그런데 첫인상으로 모든 걸 판단할 필요는 없잖아요. 같이 일하고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고요. ‘누굴 예측할 시간에 나부터 잘하자!’ 약간 이런 마인드가 편해요. 나는 언더독이다!(웃음)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편인 것 같네요. 에이, 그렇게 비쳐지는 것도 조금 민망하고요. 얼마 전 봉준호 감독님의 인터뷰를 봤는데, “자기 자신한테 충실한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본인을 만족시키려고 애써보세요. ‘내가 제일 첫 번째 관객이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다’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그 순간, 복잡하던 머릿속이 간단명료해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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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테 사랑받는 건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적어도 스스로에게 떳떳한지는 제가 풀어낼 수 있는 문제고요.
영화제에서 상도 타고 싶고, 유명 감독의 주연배우로 캐스팅도 되고 싶죠.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에게 떳떳한 연기를 하면서
지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갖춰야 할 태도가 뭔지 명확해진 거네요? 남한테 사랑받는 건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적어도 스스로에게 떳떳한지는 제가 풀어낼 수 있는 문제고요. 영화제에서 상도 타고 싶고, 유명 감독의 주연배우로 캐스팅도 되고 싶죠.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에게 떳떳한 연기를 하면서 지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카메라 앞에 서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부터 생긴 거예요? 얼마 전 고향에 내려가 중학교 졸업 앨범을 봤는데, 장래 희망에 모델이랑 배우를 적었더라고요. 그땐 지금보다 내성적이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신기했어요.
순천이 고향이죠?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기분을 아직도 기억해요? 친구들 수능 준비할 때 저는 실기를 보러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어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도 급행과 일반이 있는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급행을 탔는데, 제가 내려야 하는 역을 지나쳐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게 서울의 첫인상이에요.(웃음)
실기 시험은 잘 봤고요? 모델연기예술 계열 시험이었는데, 워킹도 안 배우고 무작정 부딪혔어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덜컥 붙은 거예요. 그렇게 입학식을 치르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죠.
이제는 서울이 익숙하죠? 알면 알수록 더 힘든 것 같은데.(웃음) 아, 오늘 테크노마트에 가서 사진 찍잖아요. 저 영화관 갈 때 항상 거기 가거든요. 그래서 되게 반가웠어요. 10층에서 영화 보고 내려오는 길에 9층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게 소소한 루틴이기도 해요. 구슬아이스크림이랑 소프트아이스크림 섞어서 주는데, 양이 진짜 많아요.
전자 상가 구경도 한 적 있어요? 괜찮은 디지털카메라를 장만하고 싶어 보러 갔는데,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어서 사지는 못했어요.
순천은 자주 가요? 가면 좋은데, 항상 게을러지는 게 문제예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 그늘 아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고요. 서울에 있을 땐 항상 긴장하게 되잖아요. 순천은 그에 비해 조용하고 지루하지만, 늘 같은 자리에서 반겨주는 장소라 마음이 편안해져요. 어릴 때 이불로 만든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안락하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에요.
서울에선 그런 장소 없어요?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집에만 있어도 바쁘거든요.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 먹으면 금방 하루가 가요. 유독 생각이 많은 날에는 가구 위치를 바꿔보기도 하고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나 봐요? 파스타 같은 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잖아요. 김치찌개도 그렇고. 할 수는 있죠. 맛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일 뿐. 요리도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이디라오에 가면 레시피대로 안 먹고 저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봐요.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고민하는 것보다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연기도 비슷한 것 같아요. 지레짐작하기보다 순수한 영혼으로 상대를 받아들여야 솔직한 호흡을 나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평소 불편하거나 어려운 상황이 있더라도 피하지 않고 부딪혀보려 해요. 배우는 세상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직업인데, 늘 예쁘고 행복한 순간만 연기할 순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백성철에게 연기란 무엇인가요? 글쎄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제 인생은 연기를 하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한 후로 습관적으로 주변을 관찰하게 돼요. 지하철을 타면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상상하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 나는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갈까 고민하고요. 연기가 단순히 직업적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이 된 것 같아요.
배우이기 전에 모델이기도 했죠. 모델 일에 대한 그리움은 없어요? 모델 출신 배우 선배가 많잖아요. 배우가 된 후에도 런웨이에 오르고요. 저도 배우로서 좀 더 인지도를 쌓은 뒤 다시 런웨이 서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패션 화보는요? 팬들에게 깜짝 선물로. 아, 생각도 못 했네요. 저야 연락만 주면 늘 열려 있죠. 모델 백성철로 추천 좀 해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