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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빅터 솔로몬

 스포츠와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이너 빅터 솔로몬의 세계. 


긴쓰기 기법으로 재건한 낡고 균열이 간 농구 코트. 머릿속 
스테인드글라스 작업 초기인 2015년에 만든 백보드. 
빅터 솔로몬이 영감받은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작품. 

빅터 솔로몬과 그의 반려견이 ‘Siterally Balling’ 시리즈 소파 체어에 앉아 있다. 

보스턴 출신의 빅터 솔로몬에게 농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캄보디아·유대계 혈통인 그는 어린 시절 어느 공동체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괴리감 속에서 자랐다. 계층과 문화적 경계가 뚜렷했던 도시 안에서 공과 골대 하나로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농구는 그에게 처음으로 공동체 의식을 경험하게 해준 언어였 다. 훗날 그의 작업이 스포츠를 단순한 경기 이상의 문화적 상 징으로 다루게 된 배경 역시 이 기억에서 비롯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비디오카메라로 짧은 영 상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창작에 몰두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로 건너가 영화 제작을 배우며 필름메이커의 길에 들어섰다. 하 지만 많은 인원과 자본, 긴 제작 과정을 필요로 하는 환경 속에 서 갈증을 느꼈고, 자신의 손으로 즉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창작에 대한 욕망이 커져갔다. 전환점은 샌프란시스코의 오래 된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에서 찾아왔다. 중세 시대 교회와 궁전 의 상징이던 화려한 유리공예, 그리고 누구에게나 열린 농구라 는 문화.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세계를 겹쳐서 보는 순 간, 자신만의 언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스테인 드글라스 백보드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농구와 럭셔리, 스트리트 문화와 종교적 공예 사이의 신선한 충돌로 단 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빅터 솔로몬의 세계관은 더욱 분명해졌다. 크리스털과 도 금, 도자기처럼 서로 거리가 먼 재료를 스포츠와 결합하며 새로 운 상징성을 제시한 것.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스포츠를 극도로 화려하고 섬세한 오브제로 변형하는 작업은 동시대 문 화의 욕망을 정확하게 비춘다. 빅터 솔로몬은 스포츠와 예술, 럭셔리와 대중문화를 연결하는 아티스트로 계층, 인종, 배경을 초월해 모두를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하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아트가 삶을 바꿨다. 15년 전쯤 샌프란시스코에 서 필름메이커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머릿속 아이디어를 구현 하려면 너무 많은 사람과 자원이 필요해 답답함을 느꼈다. 샌프 란시스코는 1960년대부터 스테인드글라스 아트가 활발했는 데,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스포츠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을 활용한 농구 백보드를 취미 삼아 만들 었다. 그게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렸는지, 바이럴되면서 지금의 커리어를 갖게 됐다. 


농구공, 스트라이프, 생 로랑 부츠. 빅터 솔로몬이 좋아하는 세 가지. 

 올라푸르 엘리아손을 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 스테인드 글라스 아트를 연마하면서 다른 분야에서 영감을 찾았 는데, 특히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작업물에서 영향을 받 았다. 그가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 작업 과정에서 시도하 는 다양한 방식이 내 정체성을 만지는 과정에 도약의 발 판이 되었다. 예술가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무언가를 수 용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새로운 창작물이 탄생한다고 믿는다. 

전통과 비전통이 섞일 때 흥미를 느낀다. 스포츠에서 용도 와 성능을 위해서만 쓰이던 물건을 그것과 어울리지 않는 재료로 조합해 스포츠라는 맥락을 다차원적으로 풀어낸 다. 크리스털이나 도자기처럼 무겁거나 자칫 깨지기 쉬운 요소를 어떻게 융화하느냐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농구는 특별한 힘을 지녔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보스턴에 서 자랐다. 보스턴은 계층 구조에 따라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는 정서가 있는데, 캄보디아·유대계 혼혈인 나는 마 땅히 어울릴 만한 공동체가 없었다. 하키를 하고 싶었지 만, 장비와 아이스링크 비용이 만만치 않아 농구 코트로 향했다. 농구는 계층, 인종 그 어느 것에 대한 제약 없이 모두가 하나 될 수 있었고, 처음으로 공동체 의식을 느끼 게 했다. 

영감이 필요할 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최대한 마음을 비 우고 방해될 요소를 지운다. 누군가는 계속 조사하거나 다양하게 공부하지만, 나는 정반대로 완전한 진공상태 가 되려고 한다. 그래야 생각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가 장 신선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스포츠는 내게 중요한 예술적 요소다. 스포츠는 규칙이 명 확한 데다 목표도 구체적이다. 누가 이기고 지는지 분명 한 영역이라는 점이 추상적인 예술 세계와 달라서 늘 흥 미롭다. 

가장 기억에 남은 작업은 LA에서 작업한 긴쓰기 코트다. 긴 쓰기는 일본에서 유래한 도자기 수리 기법으로, 깨진 조 각을 밀가루 풀로 붙인 뒤 깨진 선을 따라 금가루나 은가루로 장식하는 공예다. 수년 동안 긴쓰기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 낡고 균열 간 농구 코트를 찾아다니다 마침내 발견했을 때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그림을 실제로 완성했을 때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찾아왔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는 걸 보면 대중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아 만족스럽다. 

스포츠 트로피를 만들 땐 아주 숭고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트로피 제작 의뢰가 점점 늘고 있다. 트로피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기념품이 아니다. 팀과 선수가 동고동락하는 여정이자 땀과 노력으로 맺은 성취를 의미하는 물건이니까. 선수들은 이 순간을 위해 평생을 바쳤고, 영원히 남을 징표를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스스로에게 파텍필립 워치를 선물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거나 중요한 이정표에 도달했을 때 나 자신에게 주는 트로피로 시계를 구매한다. 최근에는 파텍필립 5396 로즈 골드를 선택했다.

체중계 위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아침, 약혼자가 선물해준 체중계에 올라간다. 몸무게뿐 아니라 근육이 얼마나 늘었는지, 지방이 얼마나 줄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몸을 변화시키려고 노력 중인데, 이 정보가 큰 도움이 된다.

매일 생 로랑 부츠를 신는다. 세인트 제임스의 스트라이프 티셔츠도 질리지 않는 아이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고 있다. 편하고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이 오늘 뭐 입을지에 대한 고민을 덜어준다.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스타일의 스트라이프 옷이 여덟, 아홉 벌쯤 있다. 그중 가장 자주 입는 스트라이프옷이 세인트 제임스의 메르디앙이다.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타임리스한 아이템이라 마음에 든다.

나의 단점은 일을 너무 사랑하는 것. 퇴근하고 나서도 프로젝트와 관련한 조사를 하거나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강제로 머리를 비우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현재 LA에 사는데, 이 도시의 큰 장점은 훌륭한 갤러리가 많다는 것이다. 주말마다 전시를 보면서 다른 아티스트는 어떤 작업을 하는지 영감을 얻기도 한다. 하릴없이 돌아다니면서 마음을 열어두는 것이 가장 좋은 휴식 방법이다.

농구 골대를 형상화한 반지.
분절된 곡선 조각이 거울 반사를 통해 하나의 농구공 형태로 완성되는 조형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위해 희생하는 스태프를 위한 ‘Equipment Manager of the Year’ NBA 트로피. 2024-2025 시즌에 만들어졌다.
2024년, 키스와 테일러메이드 협업을 기념해 열린 ‘Kith Invitational’ 골프 토너먼트의 공식 우승 트로피.
NBA 2022-2023 시즌 MVP를 위한 트로피. 이름은 ‘더 마이클 조던 트로피’다.
크리스털로 만든 농구공. 공 속에 마이클 조던의 트레이딩 카드가 들어 있다.

나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은 크리스털로 만든 농구공이다. 농구공을 크리스털로 재편집해 스포츠라는 매개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제시하고자 했다. 실제로 크리스털 볼을 통해 맞은편을 바라보면 시야가 왜곡되어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즐겨 사용하는 앱은 인스타그램이다. 우리는 시각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문화가 어떤 흐름으로 움직이는지 가장 잘 볼 수 있는 창구가 인스타그램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 

항상 구비해두는 바롤로 레드 와인. 

냉장고에는 항상 와인 한두 병을 채워둔다. 매주 금요일 립아이 스테이크를 만드는 나만의 이벤트가 있다. 스테이크 재료는 항상 넉넉히 준비한다. 그리고 이탈리아산 바롤로 드라이 레드 와인을 늘 챙긴다. 쉬는 날 근사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필수품이다.

캘리퍼스는 항상 손 닿는 곳에 있다. 치수를 재고, 제작 파트너들과 소통할 때 꼭 필요하다. 그립감도 묘하게 중독적이라, 작업실이 아닌 곳에도 캘리퍼스를 구비해둔다. 언제 어디서나 사물을 측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준다.

나의 꿈은 올림픽 메달을 만드는 것이다. 올림픽 메달은 개최 도시를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상징이자 시대의 정신과 문화를 담는 수단이다. 언젠가 거기에 내 흔적을 남기고 싶다.

에디터 강승엽 사진 제공 빅터 솔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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