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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 Talk with Producer 250

세 잔의 술과 세 가지 이야기.

GUINNESS
첫 경험

기네스 맥주를 좋아한다고 해서 기네스 생맥주가 있는 바를 골랐다. 평소 흑맥주를 선호하나?
원래 맥주를 즐겨 마셨는데, 어느 순간 맥주의 홉 맛이 버거워지고 물리더라. 찝찝한 맛이라고 해야 하나. 요즘은 거꾸로 밀도 높은 묵직한 느낌의 맥주를 자주 마시는데, 맛이 깔끔하다.

크리미한 거품도 좋고.
기네스는 지금 이때가 가장 맛있지 않나. 막 따라서 거품이 풍성할 때.

그 첫 한 모금을 맛보려고 맥주를 따기도 한다. 맥주의 첫 모금처럼 지금도 생생한 첫 경험이 있나?
사운드포지라는 사운드 편집 프로그램을 학창 시절 처음 다운받았다. 냅스터라는 사이트로 불법 음원을 엄청 다운받을 때였다. 거기서 다운받은 닥터 드레의 MR 하나를 드래그해 사운드포지에 처음 딱! 올린 그때. 그 기억이 되게 생생하다. 처음 음악을 눈으로 본 거다. 이전엔 음악은 한 번 흐르고 나면 사라지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음악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토막 내고 재조립해 다른 사운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운드 만드는 맛을 알았겠다.
그렇다. 당시엔 사용하는 방법도 모르고 유튜브도 없었으니, 버튼 하나 단축키 하나 일일이 눌러가며 독학했다. 더듬거리며 밤새워 3분 정도의 짧은 MR 하나를 만들었다. 새벽 5시 정도에 잠깐 쉬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생각했다. 누가 시키거나 돈을 주지 않아도 평생 할 수 있겠다고.

뮤지션으로서 막연한 꿈 같은 것도 있었나?
환상은 있었다. 닥터 드레를 아주 좋아했는데, 투팍이나 스눕 독, 에미넴 등 뛰어난 뮤지션이 모두 그를
존경한다. 그걸 보면서 프로듀서가 최고 자리에 오르면 그야말로 톱 뮤지션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NCT127, 있지, 뉴진스, 이센스 등의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으니 환상만은 아닌 듯하다. 2014년 <ONE NIGHT STAND> 라는 앨범을 발매했는데, 지금은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내렸다. 그러면 <뽕>이 첫 데뷔 앨범이 되는 건가?
난 그렇게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앨범 제목을 따라간 것 같다. 솔직히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았다.이번처럼 소속사와 앨범에 대해 깊이 논의하고 만든 게 아니다. 철저히 혼자 만든 앨범이었다. 자랑스러운 면도 있지만, 부끄럽고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첫 앨범은 커리어의 시작인 만큼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다.

그 앨범을 삭제한 시점은 <뽕>을 준비할 때였나?
맞다. <뽕>을 데뷔작으로 남기고 싶었다.

첫 앨범이 첫 한국대중음악상 수상까지 안겨줬다. 수상 이전에도 국내외 음악업계에서 극찬이 쏟아졌지만, 뭔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음악 마니아만 아는 존재랄까.
음악을 하면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내부나 주위에서 “잘 만들었다”라는 말은 들었지만, 상은 또 다른 의미다. 내 앨범에 어떤 도장을 딱 찍어준 느낌이랄까.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서 2022년 최고 앨범이라는 공식 인증을 받은 셈이니 의미가 크겠다. 이 정도 성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나?
이 앨범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했다. 취향에 맞으면 책장 한구석에 꽂아둔 채 사는 동안 가끔 꺼내 들을 만한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범위가 이렇게 넓어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 앨범 <뽕>은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 의 음악인’, ‘최우수 일렉트로닉-음반’, ‘최우수 일렉트로닉-노래’ 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역사상 일렉트로닉 장르가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한 것은 최초다.

40대에 접어들었다. 새로울 것이 그리 많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앨범을 만들면서 새롭게 경험한 것이 있나?
김수일 선생님(이박사와 함께 작업했던 키보디스트)을 만났을 때다. 하루는 선생님께 평소 사용하는 악기를 갖고 와달라고 부탁드렸는데, 평생 한가지 악기만 사용해서 그걸 가져오셨더라. 연주를 하면 플로피디스크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키보드였다. 혹시 YMCA(이박사의 곡 ‘영맨’)도 있느냐고 물으니 마침 있다면서 플로피디스크를 꺼내더라. 악기에 삽입해 플레이 버튼을 누르니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그 음악을 직접 연주해 데이터에 입력한 사람이, 당시 사용했던 악기를 가지고 눈앞에서 직접 들려주는데, 처음으로 음악이 물리적으로 느껴졌다. 그때 내가 경험한 건 그 악기뿐 아니라 YMCA가 담긴 원본 플로피디스크, 그걸 실제로 연주한 사람, 이 세 가지를 한자리에서 직관한 거다. 소리를 듣는 순간 그 노래를 듣던 시절의 기억까지 플래시백되었다.

GLENMORANGIE SIGNET

이제 <뽕> 앨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어떤 술을 마시고 싶나?
원래 산토리 하이볼을 마시려고 했는데, 이 장소엔 위스키가 더 어울릴 것 같다.

평소 산토리 하이볼을 즐기나?
요즘 오코노미야키와 산토리 하이볼의 조합에 빠졌다. 그런데 위스키도 즐겨 마시니 상관없다.

어떤 위스키를 선호하나?
글렌모렌지를 자주 마시는데, 가볍게 즐기기 좋다. 거슬리는 맛이 없다. 오늘은 바텐더의 추천을 받아봐도 좋겠다.

기네스 다음 잔으로 글렌모렌지 시그넷이 좋을 것 같다며 추천해줬다.
도수는 다르지만 두 술 모두 몰팅한 보리로 만든 거라 비슷한 계열의 초콜릿과 커피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하던데. 마셔본 적 있나? 처음 마셔본다. 좀 전에 촬영하면서 코에 살짝 대봤는데, 풍미가 강하더라. 지금까지 마신 글렌모렌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본인도 <뽕> 앨범으로 새로운 ‘뽕짝’을 경험하게 해주지 않았나. 앨범명인 ‘뽕’과 ‘뽕짝’의 계연성이 궁금하다.
슬픈 음악이 아닌데도 괜히 슬프게 부르면 우린 그걸 ‘뽕기’가 있다고 한다. 한국의 뽕기 있는 발라드나 영화는
슬픔을 되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나. 슬픔이 느껴지지 않을까 봐 쥐어짠 듯 말이다. 이 앨범은 뽕짝의 음악적 형식만 취한 것이 아니라 한국적 정서인 뽕기도 함께 녹였다. 뽕이라는 글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수록곡 중 뽕짝을 가장 잘 드러낸 트랙은 뭔가? ‘뱅버스’인가?
<뽕>이라는 앨범에 한해 뱅버스는 전형적인 타이틀곡이다. 뽕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뽕짝을 기대할 테고, 그걸 가장 잘 드러낸 곡이 ‘뱅버스’다. 뽕짝의 분위기나 템포, 사운드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그럼 뽕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트랙은 뭔가?
‘나는 너를 사랑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다. 원곡인 신중현과 엽전들의 ‘나는 너를 사랑해’는 구슬프기만 한데, 250 버전은 애절하면서도 몽환적이다. 이 곡을 고른 이유가 있나?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문장이 주는 힘이 있지 않나. 예전에 원곡을 샘플링하며 갖고 놀다 가사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 재미 삼아 잘라서 배열을 바꿔봤다. ‘해랑사를 너는나’를 이리저리 자르고 붙여보다 ‘나는 너를 사랑해’인 걸 알았다. ‘아이 러브 유’를 굳이 한국어로 또박또박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적은 건데, 그 텍스트가 주는 무게감이 좋았다.

신중현 외에도 내공 있는 뮤지션이 대거 참여했다. <아기공룡 둘리> 주제가를 부른 오승원, 뽕짝의 대표 격인 이박사, 이박사 음악의 작곡가 김수일,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작사가 양인자, 전자오르간 마스터로 꼽히는 나운도 등. 이분들을 모신 건 머릿속으로 그린 소리가 있었던 건가?
어떤 사운드가 필요해서 그분들을 모시거나 무언가를 요청한 건 아니다. 그때그때 좋아했던 노래나 영감을 준 사운드를 담았다. 나운도 선생님의 경우 연주나 신시사이저 사운드에 대해 조언을 듣고 싶어 찾아갔다. 그런데 선생님이 과거 어떤 분이 가야금 소리를 디자인해 패치로 만들어 배포했다고 하더라.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신스와 가야금 소리를 섞으면 어떨지 호기심이 생겼고, ‘바라보고’ 트랙에서 그 사운드를 구현해본 거다.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4년 정도 걸렸나?
정확히 따지면 거의 7년 걸렸다. 앨범명을 뽕으로 정한 게 2014년이었으니. 그동안 뽕이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앨범을 만드는 데 30대를 다 쏟아부은 것 같다. 내가 30대를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보니 이 앨범 같더라. 그만큼 우울함과 유머러스함을 지니고 살았다.

그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뭔가? 성에 차지 않았나?
사실 이런 앨범에 대한 전례가 없으니 완성의 기준이 없었다. 혼자 방에서 끝도 없이 그 기준을 높이고 있었다. 이후에는 진짜 필요한 소리인지 하나하나 곱씹으며 덜어내는 작업을 했다. 각각의 소리에 고집과 집착이 생겨 과감하게 뺄 수도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객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시간이 필요했다.

뽕에 대한 의심이 드는 순간은 없었나?
‘이게 맞나’ 싶은. 많았다. ‘뽕은 아닌 것 같아’는 말을 소속사에 보내려고 썼다 지웠다를 세 번 정도 했다.

주저하게 만든 건 뭐였나?
뽕짝의 기준이었다. 뽕짝과 뽕짝이 아닌 것 사이의 밸런스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 만들고 보면 그냥 뽕짝 같더라. 반대로 너무 뽕짝이 아니거나.

그러다 정답을 찾았나?
사실 답만 찾으면 뭔가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로지 감과 감각으로 해야 하는 작업이더라. 어느 순간 깨달았다. 뽕짝을 이만큼 오래 들었으면 이젠 내가 어떻게 만들어도 뽕짝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부터는 순수하게 음악에 대한 고민을 했다. 듣고 느낀 것을 어떻게 조립해 원하는 소리로 구현할지. 프로듀서로서 해야 하는 고민 말이다.

앨범의 물꼬를 터준 곡이 있나?
2018년에 발표한 첫 번째 싱글 ‘이창’이다. 이 곡을 앨범의 기준으로 삼고 작업했다. ‘이창’ 이전에 만든 음악은 뽕짝 흉내만 냈지, 멋있는 척 하는 음악이었다. 그런데 이 곡을 만들면서 촌스럽지만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여정이었다. 그간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뽕을 찾아서>도 이 앨범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클럽에서 디제잉하고 K-팝과 힙합 등 소위 요즘 음악만 만들던 250이 카바레와 고속도로 휴게소를 찾아다니는 모습은 진정성 있으면서도 B급 감성이 느껴지더라. 회차를 거듭할수록 표정이 진지해지는 것 같던데.
초반에는 전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촬영하고 있지만 사용할 소스가 없어 남는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실없는 장난도 많이 쳤다. ‘뽕을 찾아서’라는 제목도 재미있어서 붙였지, 내가 정말 뭔가를 찾아다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김수일 선생님을 만나면서 ‘모든 것이 꿈이었네’를 녹음했는데, 이후부터는 내 태도도 달라졌다.

영상에서 나운도 선생님이 앨범을 듣고 “굉장히 새로운 음악이다. 아무도 하지 않는 걸 하고 계시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들었을 때 뽕짝이라고 느꼈으면 하나? 아니면 이전에 없던 장르이길 바라나?
뽕짝이었으면 좋겠다. 이게 뽕짝이 아닐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뽕>은 내 귀를 믿어도 된다는 것을 확인시킨 앨범이다.”

하이브리드 뽕짝인 만큼 뽕짝 밖에서 영감을 얻은 것도 있나?
악기 소리나 편곡 방식, 코드 진행에서 뽕짝이 아닌 것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런데 뽕짝 음악의 형식적 부분을 차용한 것처럼 타 장르의 형식을 따른 건 별로 없다. ‘나는 너를 사랑해’가 트랩 같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로얄 블루’는 어느 정도 트랩의 리듬을 담고 싶었다. 115bpm의 느린 트랩과 뽕짝을 섞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영향을 받은 뮤지션은 없었나?
사카모토 류이치의 영향을 어마어마하게 받았다. 엄밀히 말하면, 도망 다녔다. 앨범을 만들기 시작할 무렵 YMO
(Yellow Magic Orchestra)의 음악은 일부러 피했다. 내가 하고자 했던 무언가를 이미 다 했던 사람들 같았고, 계속 듣다 보면 그들의 음악적 형식이나 방법론을 무의식적으로 흉내 낼 것 같아 좀 무서웠다.

유행하는 소리와 멋있는 소리는 다르다고 말한 인터뷰를 읽었다. 멋있는 소리는 뭔가?
알랭 들롱의 옛 사진을 보면 멋있다고 느끼지 않나. 유행은 아니지만 누구나 멋있다고 느끼는 거. 멋있는 소리라는 게 모두가 공유하는 기준은 아니겠지만, 모두에게 통하지 않더라도 내 취향이 괴상하지 않은 이상 누군가는 좋아해주지 않을까. 그들이 나의 음악적 타깃이라고 생각한다.

사운드를 촘촘히 심어놓은 듯한 <뽕> 앨범은 더 좋은 환경에서 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혹시 추천하는 감상법이 있을까? 생각보다 마스터링에 따라 사운드 차이가 크다. 하이파이 오디오가 있다면 고테쓰 도루(Toru Kotetssu)가 마스터링한 CD로 들을 것을 추천한다. 최근 발매한 LP도 고테쓰 도루가 LP 버전으로 새롭게 마스터링했다. 그의 주특기가 LP 컷인 만큼 LP 사운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 고테쓰 도루가 마스터링한 CD는 특별 한정반이다. 사카모토 류이치, 아무로 나미에, 몬도 그로쏘, 허비 행콕 등 앨범을 마스터링한 세계적 엔지니어다. 스트리밍 음원 전곡 마스터링은 다프트 펑크의 앨범을 마스터링한 프랑스 출신의 ‘CHAB’가 맡았다

KOPKE 20
1982년생 이호형

콥케 20을 고른 걸 보고 녹진한 술을 좋아하나 싶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요즘 혼술할 때 포트와인을 즐겨 마셔서 이걸로 골랐다.

술의 단맛을 즐기는 편인가?
그렇진 않은데, 포트와인은 단맛이 강해서 절제하며 마시게 되는 것도 있다. 타닌이 느껴지는 와인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타닌이 강한 와인을 마시면 다음 날 숙취가 있더라. 그런데 포트와인은 많이 마시고 자도 숙취가 느껴지지 않아 선호한다.

20년을 고른 이유가 있나?
너무 달기만 한 술을 즐기진 않는다. 아직 40년은 안 마셔봤는데, 연식이 올라갈수록 맛이 끈끈해지고 뒤에 오는 풍미가 좋더라. 10년까지만 해도 풍미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느긋하게 앉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음미하기에는 20년이 적당한 것 같다.

음악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꺼내보고 싶다. 어린 시절의 음악은 어떤 기억인가?
중학교 1학년 때 이사를 갔다. 학교는 양재동이었고, 집은 동대문이었다. 등하교 다 합쳐 3시간 정도 되는 텅 빈 시간을 채워주는 건 음악이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계속 머릿속에 뭔가를 그렸던 것 같다. 이를테면, 신해철의 음악을 들을 때면 신해철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상상했다. 영상이 많지 않을 때라 앨범 표지의 이미지가 전부였다. 공상은 지루한 시간을 때우는 방법이었다. 또 강남역에 타워 레코드가 있었는데, 힙합 코너 기둥에 가면 CD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매일 앨범이 바뀌니 매일 찾아가 기둥에 서서 헤드폰을 끼고 새로운 음악을 들었다.

힙합 음악을 즐겨 들었나?
당시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사이프레스 힐, 투팍의 음악이 유행했고, 퍼프 대디. ‘I’ll be Missing You’가 빌보드 1위를 차지할 때였다. 자연스럽게 힙합에 빠졌다.

<뽕> 앨범에도 이호형이라는 사람의 노스탤지어를 담은 걸로 안다.
음악은 그냥 뭔가를 그리워하는 과정이고, 그리움을 담아내는 방식인 것 같다. 나를 그립게 만든 어떤 지점에서 각인된 소리를 녹여내고 싶었고, 그 소 리를 요즘 방식으로 다시 만들고 싶었다. 이 앨범의 화자는 TV 앞에 앉아 만화를 보던 어떤 꼬마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첫 번째 기억이기도 하고. 생방송을 놓치면 다시 보기 힘들던 과거엔 TV가 나의 큰 세상이었 다. <아기공룡 둘리> 주제가를 부른 오승원 선생님의 목소리를 마지막 트 랙 ‘휘날레’에 담은 것도 그 이유였다.

평소 음악 취향도 궁금하다. 촬영장 오는 길엔 뭘 들었나?
차로 이동할 때는 내가 만든 음악을 모니터링하는 편이다. 오늘도 그랬다.

뭔가를 준비 중인가?
다음 앨범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단계에 있다. 사실 앨범 구상은 <뽕>이 나오기 전부터 했다.

다음 앨범은 좀 빨리 나올 것 같나?

<뽕>보다는 짧아야 하지 않을까. 50대 가 되어 “40대를 담아낸 앨범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는 프로듀서로서 내 앨범이 어떤 소리를 내야 하는지 잘 몰랐다. 이제는 최소한 그 정도는 알게 됐다. 그전에는 뭔가를 더 집어넣지 않으면 사람 들이 안 좋아할까 봐 소리를 덜어낼 때 망설였다. <뽕>은 내 귀를 믿어도 된다는 것을 확인시킨 앨범이다.

250의 다음 앨범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부터 삶을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시작될 내 인생.

* 4월 11일 <뽕을 찾아서> 마지막 회를 공개했다. 이 영상 말미에서 1970~1980년 대 미국 문화를 보여주며 다음 앨범 콘셉트와 다큐멘터리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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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도연 사진 송근도 헤어&메이크업 스텔라 심 스타일링 박이화 장소 협조 게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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