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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ING GREEN’ 바텐더가 지구를 지킨다?

과거에는 바텐더를 평가하는 기준이 참신한 레시피나 테크닉에 그쳤다면, 요즘은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바텐딩 문화 전반에 영감을 불어넣는지를 주목하는 추세다.

리틀 레드 도어의 식재료를 책임지는 농장 풍경.
1600kg 이상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아날로그 바 테이블.
홍콩 페니실린 바 전경.
스톡홀름에 위치한 서스테이너블 바 로다 후셋.
힘콕 바에서 직접 제조한 아쿠아비트.
리틀 레드 도어의 식재료를 책임지는 농장 풍경.
테이어의 병입 칵테일.

지난 7월 홍콩에서 열린 ‘2024 아시아 50 베스트 바’(이하 A50B)에서 한국의 제스트(Zest) 바가 2위에 오르고 김도형 바텐더가 ‘바텐더의 바텐더’상을 거머쥐었다. 동료 바텐더들이 주는 상이기에 바텐더로서 더없이 영예로운 상일 터. ‘지속가능성의 챔피언’, ‘한국 바 신의 슈퍼스타’라는 평가를 받은 그는 “전 세계 칵테일 수준은 이제 상향 평준화됐다. 그래서 이야기가 있는 곳을 만들고자 했고, 우리가 전하려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많은 분이 지지해줘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다. 과거에는 바텐더를 평가하는 기준이 참신한 레시피나 테크닉에 그쳤다면, 요즘은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바텐딩 문화 전반에 영감을 불어넣는지를 주목하는 추세다. 리틀 레드 도어(6위), 알키미코(9위), 테이어+엘리먼터리(8위), 힘콕(10위) 등 ‘월드 베스트 바 50’ 상위권 바 대부분이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월드·아시아·라틴 50 베스트 바’가 2018년 ‘서스테이너블 바’상을 신설한 것 역시 지속가능성이 바업계에 큰 화두라는 방증이다.

오이, 앱솔루트 엘릭스, 밀과 딜로 맛을 낸 로다 후셋의 ‘커큠버’ 칵테일.
증류주 탭이 설치된 힘콕의 백 바.
칵테일 제조에 사용되는 페니실린의 발효주.
리틀 레드 도어의 바 스테이션.
테이어 + 엘리먼터리의 미니멀한 바 스테이션.
‘2024 아시아 50 베
스트 바’ 2위에 오른 제스트.

그렇다면 바텐더는 어떤 방법으로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까. 홍콩 페니실린(Penicillin) 오너 바텐더 부부인 아궁·로라 프라보워는 “업계에서 가장 지속 불가능한 요소 중 상당 부분은 주류 제조와 운송에 있다”고 말한다. 진토닉을 만들 때 토닉워터 캔이 쌓이는 것만 떠올려도 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얼음은 친환경 바에서는 가장 골칫거리다. 칵테일의 맛과 질감을 유지하는 데 필수지만, 냉각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 데다 물 낭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위해 페니실린이 고안한 것은 아보카도씨. 인근 멕시코 식당에서 아보카도를 쓰고 남은 씨를 꽝꽝 얼려 일부 칵테일에 사용하고 있다. 이는 칵테일이 물에 희석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한때는 얼음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바도 있었다. 서스테이너블 바의 선구자인 라이언 체티야와다나가 2013년 런던에 오픈한 전설적인 바 화이트 라이언 (White Ryan)이다. 얼음뿐 아니라 과일이나 유제품 등 부패하기 쉬운 재료, 인공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그가 찾은 해답은 병입 칵테일. 천연 재료로 제조한 칵테일을 미리 병에 담아뒀다가 제공함으로써 식재료의 손실과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했다. 또 최적의 온도에서 보관한 다음 서빙하므로 얼음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그의 획기적 아이디어는 업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 , 힘콕, 테이어+엘리먼 터리처럼 RTD(Ready To Drink) 칵테일을 제공하는 바, 칵테일 제조에 필요한 증류주와 비터스, 시럽까지 직접 제조하는 바가 줄줄이 생겨난 것. 제스트(Zest) 역시 농장에서 직접 공수한 식자재로 진을 만들어 쓰고, 토닉워터와 탄산을 직접 제조함으로써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같은 폐기물을 줄인다. 한편, 오슬로에 위치한 힘콕(Himkok)은 바에서 제공하는 증류주의 80% 이상을 직접 제조한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아쿠아비트, 보드카, 진을 제조하는데, 이 증류주는 백바 중심에 설치된 탭을 통해 공급된다.

◇■○의 RTD 칵테일과 칵테일 제조에
사용하는 건조식품.
◇■○의 RTD 칵테일과 칵테일 제조에
사용하는 건조식품.
◇■○의 RTD 칵테일과 칵테일 제조에
사용하는 건조식품.
로다 후셋의 바텐더 햄푸스 툰홀름(Hampus Thunholm).
리틀 레드 도어와 협력한 사과 농가 풍경과 당근 농장.
리틀 레드 도어와 협력한 사과 농가 풍경과 당근 농장.
재오픈을 앞두고 있는 르의 새 인테리어.
페라나칸 문화를 기리기 위해 만든 네이티브의 시그너처 칵테일 ‘페라나칸’.
지속 가능한 바텐딩의 선두 주자이자 바 르의 창립자 맷 와일리.

재료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도 다양하다. 런던의 리틀 레드 도어(Little Red Door)는 ‘팜투테이블’ 개념을 바텐딩에 적용해 ‘팜투글라스(Farm to Glass)’라는 철학을 전면에 내세운다. 현지 생산자와 긴밀하게 협력해 올리브, 호박, 당근, 자두 등 신선한 재료로 독창적 칵테일을 제공하는 것. 논현역 부근의 영동시장 내 자리한 장생건강원은 깻잎, 대추, 도라지 등 대부분 식재료를 시장에서 구하며, 매월 ‘마켓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시장 상인과 함께 스페셜 메뉴를 선보인다. 맷 와일리가 운영하는 르(Re)의 재료 수급 방식도 흥미롭다.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인 메시나 젤라토 (Messina Gelato)에서 버려지는 식재료를 가져다 ‘메시나’라는 칵테일을 제조한다. 테킬라 베이스에 딸기 꼭지와 잎, 판다누스 소르베를 만들고 남은 과육, 초콜릿 템퍼링 기계에서 나오는 초콜릿 조각을 사용해 만든 칵테일이다. 이처럼 효율적인 식재료 사용을 위해 식당이나 음식 메뉴를 겸하는 곳도 있다. 싱가포르 네이티브(Native)의 비제이 무달리어는 “우리는 바와 주방 두 팀 간 시너지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며 “깔라만시 주스를 착즙하고 남은 과육은 태국산 꿀과 함께 30일 동안 발효시켜 벌꿀 술을 만든 뒤 크리미한 참포라도 칵테일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2021년에는 이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자 바 & 레스토랑 콘셉트의 아날로그(Analogue)를 오픈했다. 이 밖에도 직접 농장을 운영하는 바가 있는가 하면, 버려진 우유병이나 플라스틱, 뿌리째 뽑힌 나무, 자연 유래 재료 등으로 실내를 꾸미는 등 바텐더들은 지속가능성을 재료 삼아 다양한 아이디어를 펼쳐 보인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햇빛은 살갗을 뚫을 만큼 따가웠고, 여름비는 심술을 부리듯 제멋대로 뿌려댔다. 지구의 위태로움은 익히 알았지만, 이렇게 고통받다 보니 ‘친환경’이 아닌 ‘필환경’ 시대에 이르렀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들끓는 여름 한가운데서 이 기사를 준비하며 바텐더들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더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_ 맷 와일리
“사람들이 지속 가능한 음식을 택함으로써 미래지향적 활동에 동참하고 있음을 느끼길 바
라며, 그들의 선한 구매력이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 믿는다.” _ 비제이 무달리어

THE
GREEN
COCKTAIL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칵테일의
다양성을 끌어냈다. 미식을 연상
시키는 지속 가능한 칵테일.

Wabi Sabi
불완전한 것을 귀하게 여기는 일본의 문화 ‘와비사비(わび・さび)’에서 영감받아 ‘불완전한’ 부산물을 활용해 만든 칵테일.재료는 시시각각 바뀌는데, 요즘은 캐럽, 사워삽, 직접 만든 말차 하이드로졸을 혼합한 뒤 소렐 잎을 올려낸다. by Analogue
Soursop
구아버, 레몬그라스 진, 임피리컬의 스피리츠 ‘The Plum, I Suppose’, 커스터드 애플로 만든 허니를 혼합한 칵테일. by Analogue
Evergreen Tomato
빨간 토마토의 새콤달콤함, 파란색과 녹색 품종 토마토의 풋내, 그리고 말린 토마토의 농축된 맛까지. 토마토 풍미가 응축된 한 잔. by Little Red Door
Kolagräs
녹색 사과로 만든 주스 ‘해피 사워 믹스’와 앱솔루트 엘릭스, 고품질 크림을 필터링해 만들었다. by Ro‥da Huset
The Messina
아이스크림 가게 ‘메시나 젤라토’에서 버려지는 재료로 만든 칵테일 ‘메시나’. 스트로베리 테킬라, 템퍼링 초콜릿, 핑크 페퍼콘을 사용했다. by Re
One Penicillin, One Tree
화이트 초콜릿 위스키, 절인 딸기, 코코넛 캐피어를 블렌딩하고, 가니시로 버려지는 파파야 씨앗과 껍질을 더했다. 이 칵테일 한 잔이 판매될 때마다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열대우림에 나무를심는다. by Penicillin
Z&T
직접 제조한 진과 토닉으로 만든 시그너처 칵테일. 진은 한라봉, 토종 박하, 참외, 레몬 버베나, 딸기 등 계절마다 과일과 허브를 달리해 직접 증류한다. 계절을 음미하기에 딱 좋은 한 잔이다. by Zest
에디터 이도연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