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비추는 빛
건축 스튜디오 네리앤후가 중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박물관 취장 뮤지엄 오브 파인 아트 신축 건물을 완성했다.
The Qujiang Museum
of Fine Arts
과거·현재·미래가 연결되는 역사 현장,취장 뮤지엄 오브 파인 아트
중국 건축 신을 견인하는 건축가 린던 네리(Lyndon Neri)와 그의 아내 로사나 후(Rossana Hu). 두 사람이 이끄는 스튜디오 네리앤후(Neri& Hu)가 지난 4월 중국 시안에 위치한 취장 뮤지엄 오브 파인 아트(The Qujiang Museum of Fine Arts) 신축 건물을 완성했다. 천년 고도로 일컫는 시안은 춘추전국시대를 종결한 통일국가 진나라 수도이자 현재 1295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로, 역사적 유물과 유적이 많은 곳이다. 2021년 개관한 취장 뮤지엄 오브 파인 아트 역시 도시의 결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꼽히는데 1만2000m2 규모의 면적을 고대 벽화부터 2700년 된 황금 갑옷까지 다양한 유물로 채웠다. 박물관은 산시성 고고학 연구소와 벽화 보존 및 복원 센터를 함께 건립해 도시를 대표하는 고고학 메카로 발돋움하고자 노력해왔다.
반면, 아직 지역주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보편적 건축 형태로 지은 탓에 박물관과 지하로 연결된 웨스틴 호텔의 투숙객이 길을 잃고 방문하기 일쑤일 정도. 박물관은 네리앤후에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건물을 동쪽에 증축하는 미션을 주었다. 박물관은 “새로 증축하는 공간이 문화, 상업의 역할을 겸하길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네리앤후는 박물관을 위해 ‘랜턴’이라는 콘셉트를 떠올렸는데, 중국 역사와 시안 지역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 역할을 담당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또 어디에서나 한눈에 들어올 만큼 외관이 돋보이도록 하나의 매스(덩어리)를 이루는 모놀리식 건축 형태를 떠올렸다. 대신 패널을 빗살 형태로 설치해 자연광을 최대한 실내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했다.
네리앤후는 먼저 1층에 필로티와 전면 창을 만들어 개방성을 확보했다. 박물관과 연결되는 동시에 여러 숍과 레스토랑이 자리하는 신축 공간의 특성상 주민들의 진입이 용이한 형태여야 하기 때문. 천장 위로는 단단하면서
섬세한 콘크리트를 쌓아 올렸는데 1층과 다른 공간 디자인, 시퀀스를 풀어내기 전 호흡을 고르는 역할을 담당한다. 콘크리트 지면 위를 차지하는 최상층은 테라코타 컬러의 석회석 트래버틴(travertine) 패널을 촘촘히 결합해 원통 건물을 완성했다. 덕분에 신축 건물은 주위 박물관에 둘러싸인듯 아늑한 분위기와 강렬한 존재감을 동시에 드러낸다. 원통 건물의 실내는 패널 사이사이로 스미는 자연광으로 ‘랜턴’처럼 밝게 빛난다. 네리앤후는
석회석 패널과 유리창, 기둥이 자아내는 그리드에도 심혈을 기울였는데, 그리드 사이로 촘촘히 걸러진 빛이 내밀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를 빚어낸다.
반면, 원통 건물 중심부는 앰피시어터(amphitheater)라는 고대 원형극장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되어 있어 극도의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박물관은 이곳을 공연이나 패션쇼 등 다양한 문화 행사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이벤트를 통해 지역 내 여러 커뮤니티와 접점을 넓히고자 한다. 취장 뮤지엄 오브 파인 아트 신축 건물에는 내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네리앤후의 철학이 담겨 있다. 네리앤후는 작업 초기부터 거리와 맞닿은 건물의 연결부를 개방적이되 실내로 진입할수록 공간의 목적,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디자인을 추구해왔다. 이번 신축 건물 역시 진입부터 최상층 앰피시어터에 이르기까지 공간 시퀀스를 뚜렷하게 구성해 방문객에게 큰 감동을 준
다. 앰피시어터에 이르는 순간 마치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네리앤후는 앰피시어터 사이 지하 전시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숨겨두어 자연스레 역사 전시장으로 관람객의 발걸음
을 이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끊임없이 연결되는 역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