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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화로운 건축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가 아랍에미리트에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가 공존하는
아브라함 패밀리 하우스를 공개했다. 종교 간 단절과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까?

누구의 편도 적도 아닌 균형, 평화, 공존의 아브라함 패밀리 하우스

태국은 이슬람교도의 테러로 15년간 7000명 이상 죽음으로 내몰렸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계 지역에서는 종교 갈등으로 인한 테러가 점점 빈번하면서 잔혹해지고 있다. 이 외에도 범박하고 이분법적인 판단으로 쉽게 헤아릴 수 없는 첨예한 종교 갈등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아랍에미리트에 이슬람 사원과 유대교 회당, 기독교 교회가 균형 있게 마주한 건축물이 세워졌다는 사실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가나계 영국인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David
Adjaye)가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 설계한 아브라함 패밀리 하우스(The Abrahamic Family House)는 3개의 종교가 균형 있게 모인 성스러운 건축물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각 종교의 신앙심을 기르는 것뿐 아니라 포럼이나 정원에서 종교와 관련한 각종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아브라함 패밀리 하우스의 가장 중추적 기능은 세 종교가 서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인지하고 평화로운 공존에 대해 시사한다는 점이다. 아브라함 패밀리 하우스는 전체적으로 회백색의 기하학적 선과 면으로 이뤄져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신성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의 각 건축물은 서로 조화로워 보이면서도 동일한 부피로 설계됐다. 데이비드 아자예는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종교 공동체의 자
문을 받아 각 종교의 상징과 요구 사항을 건축물에 충실히 반영했다.

먼저 아랍에미리트에서 대부분의 국민이 믿는 이슬람교의 이맘 알타예브 모스크(Imam Al-Tayeb Mosque)는 이슬람 제1의 성지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 메카를 향한다. 모스크의 파사드를 이루는 길쭉한 아치는 이슬람에서 중시하는 숫자를 적용해 7개로 디자인했다. 특히 내부 공간을 압도하는 벽면 장식은 아랍 전통 문양인 마슈비리야(mashrabiya)를 조각한 것으로,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낼 뿐 아니라 빛과 공기가 적절히 드나든다. 교황 프란치스코 교회(His Holiness Francis Church)는 빛을 곧 신성의 상징으로 여기는 기독교의 가치에 따라 태양이 뜨는 방향인 동쪽을 향해 있다. 교회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천장의 장식은 긴 선형의 수백 개 목재를 매달아 신적 구원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듯한 형상으로 표현했다. 한편 예루살렘을 향하고 있는 유대교 시너고그 회당(Moses Ben Maimon Synagogue)은 유대교에서 인간을 상징하는 7과 신을 상징하는 8을 활용해 파사드의 기둥은 땅에 7개의 점이 닿고 건축물 상단에 8개의 점이 닿도록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세 건축물은 포럼과 정원을 통해 유기적으로 하나가 된다. 이 공간의 종교적 의미는 상대적으로 배제했으며, 모든 신도가 모여 도서관과 전시관,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는 장애를 지닌 친형이 학교에서 겪는 불편을 지켜보면서 건축가의 꿈을 키웠다. 낡고 비효율적인 시설을 이용자의 편의에 맞춰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것, 나아가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 우리 삶을 평등한 영역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이 건축이라는 생각에 도달한 것이다. ‘건축은 사회적 행동’이라고 여겨온 그가 이번 아브라함 패밀리 하우스를 통해 “동시대 사람들이 계층적・종교적 차이를 뛰어넘어 미래 세대를 위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명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건축은 종교가 그간의 이기적인 특권과 단절을 내려놓고 인간을 넘어선 우주의 번영을 위해 협동할 수 있을지 예측해보는 상징적 시험대가 되지 않을까? 앞으로 세상이 걱정하는종교가 아닌, 세상을 걱정하는 종교가 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슬람교의 이맘 알타예브 모스크에는 이슬람의 상징적 숫자를 적용한 7개의 매끄럽고 아름다운 기둥이 있다.
이맘 알타예브 모스크의 아랍 전통 문양 마슈비리야로 장식한 입구.
교황 프란치스코 교회의 신도석 위로 구원의 소나기를 형상화한 목재 장식을 달았다.
유대교 시너고그 회당 안에는 한낮엔 태양을, 밤에는 우주를 볼 수 있는 천장으로부터 메시 형태의 천이 드리워져 있다.
유대교 시너고그 회당에 들어가기 전 일종의 의식으로서 손을 씻는 전실.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의 대표적 프로젝트

아이디어 스토어(2005)

런던에서도 빈민층이 많이 사는 타워햄리츠구에 건축한 신개념 도서관으로 주민의 삶에 대대적 변화를 준 프로젝트다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하는 그의 접근법이 잘 드러난다.
현대미술관 덴버(2007)

기존 미술관 건축의 흐름과 달리 땅, 하늘, 건축의 다양한 관계를 활성화한 공간으로 덴버를 설계했다. 특히 지붕창을 통해 건축물의 중심부로 쏟아지는 자연광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국립 흑인 역사 문화 박물관 (2016)

한때 노예 시장이던 해당 지역의 애환을바탕으로 건축물 지하에 역사박물관을 설계해 지역의 역사를 박물관의 토대가되는 핵심으로서 표현했다. 2017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문화 행사로 선정됐다.
에디터 백가경(프리랜서) 사진 제공 아자예 어소시에이트(Adjaye Associ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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