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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글렌체크가 여름을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새 멤버 제이보와 함께.

김준원 _ 코트와 팬츠 모두 Valentino Garavani,
레이스업 슈즈 Maison Margiela.
강혁준_ 러플 블라우스와 체크 패턴 팬츠
모두 Lemeteque, 스퀘어 토 더비 슈즈 Ami,
화이트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제이보_ 체크 패턴 재킷 Lemeteque,
블랙 더비슈즈 Ami, 이너 톱, 레더 팬츠,
화이트 양말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밴드에서 제이보가 막내라 그런지 촬영하는 내내 에너지가 넘치더라.
제이보_ MBTI가 I인데 일할 때는 텐션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준원이 형은 알 거다. 이러고 집에 가서 며칠 동안 아무 말도, 아무것도 안 한다.(웃음)

데뷔한 지 벌써 12년 됐던데.
제이보_ 2011년에 데뷔했다. 공식적으로 밴드 합류 소식이 발표되고, 나무위키에 내 이름이 올라갔는 지 확인하려고 검색해봤다. 그러다 데뷔 연도를 봤다. 누가 적는지 진짜 빠르더라.
혁준_ 진짜 신기하다. 읽어보면 어떻게 이것까지 아는지 궁금하다.
제이보_ 형 무대륙 카페에 자주 출몰한다고 적혀 있던데.(웃음)
혁준_ 나 무대륙 좋아하잖아. 근데 그걸 어떻게 안 걸까.

(웃음) 아무튼 ‘데뷔 12년’이란 말을 꺼낸 건 데뷔 12년 만에 2인조에서 3인조 밴드가 됐다는 걸 언급하고 싶었다. 제이보가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준원_ 세 사람이 알고 지낸 지는 7년 정도 됐다. ‘Dive Baby, Dive’와 정규 앨범 활동 때 기타 파트에 손이 부족해 제이보가 객원으로 참여했다. 2년 정도 함께 공연도 했다. 합도 잘 맞고, 팀 분위기도 좋아서 그냥 쭉 같이 가기로 한 거다.
제이보_ 그때는 형들이 45분 공연을 하면 중간에 내가 잠시 들어가 ‘Dive Baby, Dive’ 한 곡 연주하고, 다시 뻘쭘하게 들어가고 그랬다.
준원_ 혁준이랑 둘이 있으면 재미있긴 해도 차분한 분위기다. 제이보는 에너지가 좋아 우리도 덩달아 텐션이 높아진다.

스트라이프 니트 Marni,
러브 레터링 네크리스 Acne Studios,
하트 펜던트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제이보도 솔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나?
제이보_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미팅이 있어 회사를 찾은 날, 준원이 형도 기타 한명이 모자라 회사에 와 있던 상황이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준원이 형의 눈에 띈 거다. 형이 “기타 좀 칠 줄 아냐?”라고 물어서 어느 정도 칠 줄 안다고 했더니 “그럼 너 기타 쳐라”라고 하더라. 장난인 줄 알았는데, 몇 달 뒤 진짜 합주 스케줄을 잡아놨다. 얼떨결에 합류하게 됐다.(웃음)
준원_ 나름대로 충분히 생각하고 제안한 거다.
제이보_ 맞다. 형이 막 지르는 것 같아도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럼, 이제 파트는 어떻게 나뉘나?
준원_ 원래 혁준이가 건반과 베이스를 맡았는데, 이제는 철저히 베이스만 담당한다. 제이보는 건반과 기타, 나는
보컬과 사운드를 얹는 역할을 한다.
제이보_ 혁준이 형이 제일 막중한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 공연에서 형이 진짜 멋있을 거다.

사운드적으로 변화가 있겠다.
준원_ 이전보다는 라이브 밴드 모습을 갖춘 것 같다. 녹음할 때 특별한 걸 막 넣으려고 하기보다, 라이브할 때 모습을 떠올리며 곡을 만든다. 이를테면 이제 혁준이가 베이스에 집중할 수 있으니, 베이스 위주의 곡을 만드는 등 각 파트와 캐릭터를 고려하게 된 거다. 전작에서 라이브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지만, 감상용 앨범이었던 건 사실이다. 이제는 CD나 스트리밍에서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기보다 무대의 현장감을 좀 더 실어보려고 한다.

재킷과 팬츠 모두 Marni,
화이트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얼마 전 새 EP 의 수록곡 ‘Cactus, Cactus’를 선공개했다. 사운드에 집중하지만, 메시지를 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 걸로 안다. 가사가 심오하던데.
준원_ 가사의 한 부분을 직역하면 ‘공기 중에도 물이 이렇게 많은데 왜 호수를 찾으려고 하느냐’가 있다. 선인장은 사막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기 중 수분을 먹고 잘 자란다. 반면, 사막에서 호수는 누가 봐도 탐나는 존재다. 당장 눈앞에 있는 뭔가(호수)를 좇고, 그럴싸해 보이는 것을 손에 쥐어야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걸 비판하기보다는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을 선인장에 비유해 찬양하고 싶었다.

이번에도 가사가 모두 영어던데. 영어 가사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준원_ K팝도 즐겨 듣고, 외주로 K-팝 작업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글렌체크 앨범에서만큼은 다르다. 멋 부리려는 게 아니다. 글렌체크 밴드의 음악은 사람들이 노랫말보다는 사운드에 집중했으면 한다. 그래서 가사도 직접적
으로 귀에 꽂히기보다는 사운드의 한 부분처럼 들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한국인에게 외국어는 한 번 필터링된 느낌이니까.

5월 5일 콘서트 전에 새 EP가 공개되나?
준원_ 거의 마무리 단계다. 데뷔 이후 가장 빠르게 작업한 것 같다. 두 달 정도 걸렸을 거다.

뭔가 꽂힌 게 있었나?
준원_ 영감이란 건 찾는 게 아니라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혁준 _ 거의 접신한 것 같았다. 제이보 우리끼리는 농담으로 귀신 들렸다고 했다. 잠수를 타다가 어느 날 음악을 몇 개 가지고 나타났는데, 뭐지 싶었다.(웃음) ‘그 짧은 시간에 이걸 했다고?’ 깜짝 놀랐다.
준원_ 앨범을 작업할 때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하다. 글렌체크의 앨범은 음악뿐 아니라 폰트, 컬러 팔레트 등 시각적 부분도 정확하게 그림이 그려져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녹음은 금방 하는 편인데, 전체적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다. 앨범의 경우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가 하면, 이번엔 지난 작업으로 노하우가 쌓여서인지 머릿속에 그림이 쫙 펼쳐지더라. 영화 작업과 과정이 비슷한 것 같다.

화이트 레더 재킷과 화이트 레더 팬츠 모두 Maison Margiela,
레드 프린티드 톱, 파이손 프린트 레더 부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P 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나? ‘Cactus, Cactus’를 보면 여름의 바이브를 담았을 것 같은데.
준원_ 앨범 커버나 노래 제목만 보면 표면적으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같고 관능적 내용을 담고 있을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회 비판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많다. 그런 것을 상반된 분위기의 사운드로 표현하고 싶었다.
혁준_ 텍스트나 앨범 커버처럼 시각적 측면뿐 아니라 사운드도 밝고 어렵지 않다. 그런데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 밝지 않고 암울한 면도 있다.

글렌체크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이번 앨범은 어떤가?
혁준_ 내겐 의미 있는 앨범이 될 것 같다. 오래된 팬이라면 알겠지만, 우린 앨범을 낼 때마다 변화를 시도해왔다. 장르의 폭도 넓히려 했고. EP 때는 완전히 바뀌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고, 우리도 그걸 의도했다. 물론 시도와 도전도 좋지만, 이번 앨범은 (장르는 바뀌었어도) 초창기 때 에너지를 담으려 했다. 처음에 가졌던 비전에 10년 동안 쌓은 경험이나 노하우를 더해 만든 앨범이라 우리에겐 더욱 특별하다.

그러면 초창기 글렌체크다움은 뭐라고 생각하나?
준원_ 아무것도 모를 때였다. 사람이든, 음악이든, 인생이든. 당시 만든 노래는 본능에 충실한 느낌이다. 반면 는 스킬적으로든, 음악적으로든 욕심이 있을 때라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그때까지 해온 것과 너무 달라 사람들이 당황할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오히려 그러기를 원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초창기 시절처럼 본능에 충실하고 싶었다. 딱 들었을 때 재미있고, 우리도 연주하면서 신나게 놀고 싶은 노래를 만들려고 했다. 다시 그때의 감성을 찾는 게 좀 힘들긴 했지만.
제이보_ 확실히 초창기 앨범 때의 사운드와 감성이 느껴진다. 합주와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헤드폰을 끼고 글렌체크의 첫 음반부터 제대로 들어봤는데, 진짜 멋있더라. 감탄했다. <Bleach> 앨범도 좋아하는데, <Bleach>와는 또 다른 멋이 있다. 빈티지한 사운드인데, 촌스럽지 않은. 다짜고짜 빈티지 사운드만 가져온 게 아니고, 이번 앨범 색깔에 맞게 잘 풀어낸 것 같아 너무 기대된다. 무엇보다 공연이 진짜 재미있을 것 같다.

강혁준_ 셔츠 Simone Rocha by MUI,
스커트 Jil Sander by MUI, 화이트 스니커즈 Adidas,
화이트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준원_ 재킷과 팬츠 모두 Marni, 핑크 스웨이드 스니커즈 Adidas,
화이트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제이보_ 재킷과 팬츠 모두 Lemeteque, 패턴 타이, 블랙 스니커즈 모두 Gucci, 화이트 양말과 화이트 셔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단독 콘서트 ‘Mind Surfing’을 앞두고 있다. 밴드 구성이 달라졌으니 공연도 더욱 기대된다.
준원 _ 역대급 공연이 되지 않을까. 데뷔 이후 가장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는 공연이다. 제이보_ 이번 공연을 위해 악기나 셋리스트를 완전히 재구성했다. 난 방구석에서 글렌체크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쓸모없어지면 버려질 수 있으니.(웃음)

고민의 결과는? 할 수 있는 걸 찾았나?
제이보_ 찾았다! 혁준이 형이 ‘바바바바’ 하면 내가 ‘아 취취취’ 하는 사운드를 내는 파트가 있다. 고작 20초밖
에 안 되는 부분이지만, 아주 멋있을 거다.
준원_ (웃음) 준비 과정에서 제이보에게 감탄했다. 보통 라이브를 준비하면 원곡 느낌을 어떤 식으로 살릴지 정도만 생각하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로운 파트를 만들어 왔더라. 지금까지 공연에서도 없었고, 음원에도 없던 부분을 가져오니 절로 편곡 아이디어도 생겼다. 그래서 이번에 몇 곡은 아예 원곡과 다른 느낌으로 연주하게 될 것 같다. 공연에서 한 번도 부르지 않은 곡도 있고.

제이보가 아이디어를 낸 곡을 말해줄 수 있나?
준원_ 지금 말하면 재미없을 것 같다.
제이보_ 아까 내가 낸 소리 그대로다. 들으면 바로 알거다. 조명은 디스코.(웃음)

라이브로 처음 선보이는 곡도 있다고 했는데, 셋리스트 구성도 궁금하다.
혁준_ 이번엔 90분 공연이다. 이전까지는 플로가 느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번 공연은 엄청 쫀쫀하게 만들고 싶었다. 글렌체크의 앨범이 워낙 다채롭다 보니 앨범마다 팬층이 다른 편인데, 이번 공연은 어떤 취향을 가진 분도 충분히 만족할 것 같다.

마스크를 벗고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무엇이 가장 그리웠나?
제이보_ 그래도 작년에는 공연을 많이 했다.
준원_ 생각해보니 그 땐 마스크를 썼다. 이번엔 진짜 공연 분위기가 나겠다. 현장 에너지가 많이 그리웠다.
혁준_ 관객들이 잘 놀면 그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우리도 에너지를 얻는다.
제이보_ 백스테이지에서 들리는 함성도 빨리 듣고 싶다.

에디터 이도연 사진 장기평 헤어 박창대 메이크업 이아영 스타일링 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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