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주목해야 할 거장들의 건축물
2025년 거장들의 건축물이 대거 베일을 벗는다. 덴마크 오르후스부터 아부다비 사디야트까지,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새롭게 그려나갈 여섯 작품의 면면을 뜯어봤다.

덴마크 항구도시 오르후스에 세계적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들어선다. ‘돔(The Dome)’이라 명명한 이 설치물은 아로스 아르후스 미술관의 새로운 지하 갤러리로, 미술관 앞에 9m 높이의 돔 형태로 짓고 있다. 기존 건물로 입장해 빛으로 가득 찬 지하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지름 40m에 이르는 돔에 다다른다. 내부 전체를 감싸는 LED 컬러 조명과 천장 중앙의 커다란 개구부를 통해 보이는 하늘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관람객을 명상의 시간으로 이끈다. 이 작품은 터렐이 1970년대부터 이어온 설치물 시리즈 ‘스카이 스페이스(Skyspace)’의 일환으로, 전 세계 90여 곳에 설치된 스카이스페이스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스카이스페이스는 천장의 특정 공간에 사각형 또는 원형 구멍을 뚫어 자연광과 하늘의 변화를 내부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실내 공간
과 하늘의 경계가 사라지는 듯한 착시를 경험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처럼 예술과 건축의 융합은 이번 ‘돔’ 프로젝트 이전에도 시도된 바 있다. 2011년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이 미술관 루프톱에 제작한 원형 설치물 ‘유어 레인보 파노라마(Your Rainbow Panorama)’가 대표적 예다. 무지갯빛 유리 패널로 마감한 이 산책로는 다채로운 색감으로 도시 전경을 감상하는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며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UPCOMING EXHIBITION
레베카 매튜스 관장은 “돔 개관과 함께 2025년은 아로스 오르후스 미술관의 166년 역사에서 기념비적 해가 될 것”이라며, 야심 차게 준비한 전시 계획을 공개했다. 바바라 크루거와 안나 보히구이안 등 현대미술 거장의 개인전을 포함해 아이작 줄리앙의 대규모 전시, 파블로 피카소와 호안 미로, 페르낭 레제 등 모더니스트 화가들의 그룹전이 예정되어 있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이끄는 포스터 앤 파트너스의 가장 기대되는 차기작이 아부다비에 있다. 사디야트섬에 자리한 자이드 국립박물관으로, 아랍에미리트(UAE)의 전통적 요소와 첨단 기술을 결합한 설계가 돋보인다. 외관은 UAE의 전통 매사냥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하늘을 향해 비스듬하게 솟은 5개의 강철 구조물은 매 깃털을 형상화한 것으로, 공기 순환을 위해 원통형으로 제작했다. 바람 탑이라 불리는 전통 냉각 시스템 ‘바르질(barjeel)’의 원리를 응용한 것인데, 굴뚝처럼 생긴 구조물을 통해 뜨거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고 불어오는 바람을 내부로 흘려보낸다. 이 외에도 땅 아래 숨겨진 냉각 파이프를 통해 차가운 공기를 박물관 로비로 방출, 냉각 효과를 극대화한다. 주변 자연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설계는 실내에도 이어진다. 로비는 넘실거리는 자연광과 높은 층고로 신성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그늘의 움직임이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하다.
UPCOMING EXHIBITION
6개의 상설 전시관, 1개의 임시 전시 공간, 그리고 야외 갤러리로 구성된 박물관은 30만 년에 걸친 UAE의 역사를 담아냈다. UAE 초대 대통령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나하얀의 개인 소장품을 포함해 고대 유물과 전통 의상, 공예품 등 1000여 점을 전시한다.

GUGGENHEIM ABU DHABI
지금, 아부다비만큼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도시가 있을까. 장 누벨의 루브르 아부다비, 노먼 포스터의 자이드 국립박물관, 그리고 자하 하디드, 안도 다다오, 데이비드 아자예 같은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 모여 있는 아부다비는 건축 기행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도시 전체가 미술관으로 변모하는 가운데 2025년 프랭크 게리가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추가한다. 구겐하임 뉴욕보다 12배 이상 큰 규모로, 전 세계 구겐하임 미술관 중 가장 큰 규모(4만2000m2)를 자랑한다. 외관은 미나렛(이슬람교 사원의 외곽에 설치하는 첨탑)과 돔 등 UAE와 중동 지역의 전통 건축양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사막을 연상시키는 황톳빛 사각 구조물과 9개의 반투명 원뿔 구조물은 설치 방향과 크기를 모두 달리해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탈구조주의 건축의 정수를 보여줄 구겐하임 아부다비. 기능적 공간을 넘어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고, 감각을 깨우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UPCOMING EXHIBITION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남아시아(WANASA) 지역의 예술을 탐미할 수 있는 현대 예술 작품 600점을 소장하며, 15년에 걸쳐 엄선한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관전에 대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FENIX MUSEUM OF MIGRATION
1923년에 지은 로테르담 창고 건물에 거대한 스테인리스스틸 구조물이 세워진다. MAD 건축이 설계를 맡은 이곳은 세계 최초의 이주 박물관으로, 예술·건축·사진 등을 통해 전 세계 이주민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창고 건물 한가운데 우뚝 솟은 나선형 스틸 구조물은 ‘토네이도(Tornado)’라 부르는데, 이는 이주자들의 예상치 못한 여정을 표현한 것이다. 토네이도는 창고 내부를 관통해 1층까지 이어지며, 지붕 위로 드러난 36m 높이의 계단 공간은 로테르담 시내를 360도 뷰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UPCOMING EXHIBITION
2025년 5월 16일 개관하는 박물관은 2개의 기획 전시를 준비했다. <All Directions: Art That Moves You>은 지난 5년간 수집한 작품 150점을 전시하는데 김수자, 프랜시스 알리스, 막스 베크만, 소피 칼, 윌리엄 켄트 리지, 스티브 맥퀸, 빌 비올라, 단 보 등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한편, <Family of Migrants>는 1955년 모마에서 열린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전설적 전시 <Family of Man>을 모티브로 한 사진전이다. 55 개국 136명의 사진작가가 촬영한 194장의 사진을 통 해 19세기 후반부터 현대까지 이주 역사를 조명한다.

나오시마섬이 예술과 건축의 중심지로 명성을 누리게 된 데에는 안도 다다오의 역할이 꽤 컸다. 올봄, 나오시마에 안도 다다오의 열 번째 건축물이 들어선다. 혼무라 지역 근처 언덕에 위치한 나오시마 신미술관(가칭)으로, 면면을 뜯어보면 자연과 건축의 유기적 공존에 대한 깊은 고민을 짐작케 한다.경사진 지붕은 주변 언덕 지형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불에 탄 삼나무를 연상시키는 검은 석고 벽면과 자갈을 쌓아 만든 담장은 주변의 목가적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내부는 지상 1층과 지하 2층, 총 3개 층으로 이루어지는데, 지상에서 지하로 곧게 뻗은 계단 양옆에 4개의 갤러리를 배치했다. 건물의 중심축이 되는 계단 공간은 창을 통해 햇살이 쏟아지도록 설계해 관람객의 몰입감을 더한다. 또 건물 북쪽에 위치한 1층 카페에서는 일본의 지중해라 불리는 세토 내해를 조망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공간에서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나오시마 신미술관. 조용히 사색을 즐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일 것이다.
UPCOMING EXHIBITION
나오시마 신미술관은 팔레 드 도쿄의 수석 큐레이터였던 미키 아키코가 관장직을 맡아 아시아 예술가에 초점을 맞춘 현대미술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개관 전시로 한국의 서도호 작가를 비롯해 무라카미 다카시, 아이다 마코토, 차이궈창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11팀의 작품을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