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아크로 폴리스
건축가 조시 슈바이처는 말했다 “이 집을 떠날 때 사막의 일부를 가져가야 한다.”
아름다운 사막 한가운데, 모뉴먼트 하우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조슈아트리 (Joshua Tree) 지역에는 ‘실험적인’, ‘혁신의 등불’, ‘해체주의’ 등 수식이 붙은 건축물이 있다. 몽환적 자연 풍광 한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블록들. 아파트에 둘러싸여 사는 동시대 사람이라면 탁 트인 고원에 독보적 개성을 뽐내는 모뉴먼트 하우스(The Monument House)를 보고 가슴이 설렐 것이다. 모뉴먼트 하우스는 건축가 조시 슈바이처(Josh Schweitzer)가 1990
년대에 설립한 뒤 개인 별장으로 사용하다 올해 처음으로 미국 임대 전문 회사 홈스테드 모던(Homestead Modern)에 의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됐다.
조시 슈바이처는 모뉴먼트 하우스를 지을 당시 조슈아트리 지역에 오래 머물며 공간의 특성을 건축에 표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조슈아 트리는 고지대인 서쪽 모하비사막과 저지대인 동쪽 콜로라도사막의 경계에 걸쳐 있다. 사막답게 햇살이 풍부하며, 서늘하고 건조한 바람이 분다. 저녁이면 붉은 석양이 강렬한 실루엣을 남긴다. 캔자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슈바이처는 거주지가 대초원의 광대함과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인지 모뉴먼트 하우스는 신비로운 고원에 서 있지만 마치 풍경의 일부 같다.
모뉴먼트 하우스 내부는 침실과 거실, 부엌과 정자가 연결된 L자 형태로 구성된다. 특히 빨간색 블록의 경우 비정형 구멍을 내어 정자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고대 그리스 건축에 매료된 슈바이처는 모뉴먼트 하우스 역시 독립적이고 현대적인 아크로폴리스처럼 만들고자 했다. 건축물의 가장 돋보이는 원색은
조슈아트리 지역의 기후에 기인한다. 사막 기후에서는 건물 색이 쉽게 바래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등 원색을 사용한 것. 이러한 색감은 고대 신전처럼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편, 외벽에는 자유로운 형태의 유리문이 있다. 특히 천장 쪽에 커다란 창을 내 무더운 기후에도 충분한 바람과 자연광이 드나들며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창문은 전혀 다른 두 가지 장면을 연출하는데, 외부에서는 날카로운 비정형으로 미니멀하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지만 내부에선 사막과 고원의 풍경을 담는 예술적 액자가 된다. 이는 실내 인테리어에 아늑한 느낌을 더하며 광야에서 흐르는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내부로 연결되도록 만든다.
캐런 스태비너(Karen Stabiner)는 1990년 7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os Angeles Times)>에 그에 대한 애정을 담아 긴 인터뷰를 남겼다. 조시 슈바이처의 말 중 가장 인상적인 내용을 옮기면, “저는 크고 기념비적인 공간을 좋아해요. 인류의 업적은 정신을 고양시키는 힘이 있어요. 동시에 인류는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우리보다 거대한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잊지 말아야 해요.” 그의 말을 되새기며 모뉴먼트 하우스에서의 하룻밤을 상상해본다. 기이하게 몸을 비틀며 10m 넘게 자라는 조슈아나무, 작열하는 태양, 보랏빛으로 물든 바위 절벽 앞에서 인간은 한낱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에서 인간은 불안하고 공허하겠지만, 그곳엔 길들여지지 않은 고요함이 있다.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그 자체로 완전한 고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