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좇아 사막에 뿌리내린 건축
별 세는 사막
CRISPY NIGHTS

지구와 우주의 대화
별은 오랜 시간 인간이 탐미해온 존재다. 더 또렷한 별빛을 찾아 도시에서 멀어지고, 맨눈으로 부족해 망원경을 든다. 더 가까이, 더 선명하게 보고 싶은 욕망은 사람들을 사막 한가운데까지 이끈다. 낮과 밤이 만드는 극명한 명암, 땅과 하늘뿐인 풍경은 건축가의 상상력마저 사막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그 상상은 때로 우리가 알던 천문대의 모습을 완전히 뒤집어놓는다. 최근 공개된 범상치 않은 외관의 알울라 마나라(AlUla Manara)가 그렇다. 사우디아라비아 왕립알울라위원회(RCU)가 연 국제 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헤더윅 스튜디오의 프로젝트로, 천문 관광 방문자 센터이자 천문 연구 거점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익히 알고 있던 천문대와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거대한 은색 돔도 없고, 우주기지가 연상되는 매끈한 외관도 아니다. 대신 3개의 관형 구조물이 서로 얽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하늘을 향하고, 알울라의 사암산을 떠올리게 하는 거친 석재가 외벽을 감싼다. 이 기묘한 디자인의 출발점은 우주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소용돌이치는 은하와 천체의 나선에서 모티브를 얻고, 화석과 조개 껍데기에서도 비슷한 곡선과 질서를 발견했다. 우주와 지상에서 되풀이되는 기하학을 건축으로 옮긴 것이다. 미감만 고려한 설계는 아니다. 각 구조물에는 차양을 설치해 낮의 강렬한 햇빛을 피하고, 밤에는 별을 관측하는 데 필요한 어둠을 지킨다. 개폐 가능한 창은 변화가 큰 사막의 기후에 대응하는
동시에 주변 풍경과 하늘을 바라보는 프레임 역할을 한다. 내부에는 전시 공간과 갤러리, 플라네타륨, 레스토랑, 옥상 관측 덱을 비롯해 실제 천문 연구 시설도 들어선다. 기존 천문대에서는 건축물이 망원경을 보호하는 외피에 가깝다면, 마나라에서는 건축 자체가 별을 관측하는 경험의 일부가 된다. “하늘을 향해 뻗으면서도 사막에 단단히 뿌리내린 3개의 망원경 같은 구조물은 지구와 우주의 대화를 구현한 것이다.” 헤더윅 스튜디오 이그제큐티브 파트너 스튜어트 우드의 말처럼, 건축물 사이를 거닐고 고개를 들어 별과 마주하다 보면 그 ‘대화’의 의미를 자연스레 이해하게 될 것이다.



JAMES TURRELL




하늘을 조각하는 건축
알울라의 또 다른 사막, 와디 알판(Wadi AlFann)에서는 제임스 터렐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개의 대형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와 2개의 소형 스카이스페이스를 조성해 개구부 크기와 모양, 시선의 방향에 따라 하나의 하늘을 서로 다르게 경험하게 한다. 빛과 하늘을 오랫동안 작업의 재료로 삼아온 터렐에게 건조한 공기와 짙은 어둠을 품은 사막은 끝없이 펼쳐진 스케치북과 같다. 터렐은 처음 알울라를 찾았을 때 사암 지형이 자신이 오랫동안 작업해 온 애리조나와 놀랄 만큼 닮았다고 말했다. 그곳에는 197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필생의 프로젝트, 로덴 크레이터(Roden Crater)가 있다. 터렐은 애리조나 페인티드 데저트의 사화산을 매입해 화산 전체를 하늘을 바라보는 거대한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그곳의 밤하늘은 정말 어두웠다”고 회상한 그는 로덴 크레이터를 ‘육안 천문대’라고 부른다. 망원경에 의존하지 않고 맨눈으로 하늘과 천체의 움직임을 경험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완공 후 로덴 크레이터는 24개의 관측 공간과 6개의 터널을 갖추게 된다. 터렐은 천문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개구부와 터널 방향을 천체의 움직임에 맞췄다. 사우스스페이스에서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북극성을 향하고, 약 260m 길이의 알파 터널은 거대한 카메라 오브스큐라처럼 태양과 달의 빛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일부 공간은 약 18.6년에 한 번 찾아오는 달의 ‘주요 정지(Major Lunar Standstill)’까지 포착한다. 오늘의 별만을 위한 건축이 아니라 18년 뒤 밤하늘까지 내다본 건축이다. 애리조나에서 알울라까지,
터렐이 오랜 세월 사막에서 탐구해온 것은 공간을 만드는 일을 넘어 하늘을 바라보는 방식을 설계하는 것에 가깝다.

CHARLES ROSS


별을 향한 147계단
건축물 하나를 짓는 데 꼬박 반세기가 걸렸다. 찰스 로스가 1971년에 구상하고 1976년 뉴멕시코 사막에 짓기 시작한 스타 액시스(Star Axis)다. 올해로 착공한 지 50년째. 로스는 2026년 주요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UC 버클리에서 수학과 조각을 공부한 그는 빛과 천체의 움직임을 재료 삼아 이곳을 짓고 있다. 높이 약 40m, 폭 약 320m. 사암과 화강암, 청동, 스테인리스스틸로 구축한 모습은 고대 유적을 연상시키며, 건물의 축과 각도를 결정한 것은 머리 위 별이다. 스타 액시스에서 별을 보는 일은 땅속으로 들어가는 데서 시작한다. 처음엔 산비탈에 계단을 세우려 했지만, 공사를 시작한 뒤 로스는 생각을 바꿨다. 별을 제대로 보려면 오히려 땅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 그렇게 산을 파내 북극성을 향해 오르는 147개 계단‘스타 터널’을 만들었다. 첫 계단에서는 원형 개구부 너머로 동전만 한 밤하늘이 보이고, 한 걸음씩 오를수록 개구부가 커지며 별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약 2만6000년에 걸쳐 조금씩 달라지는 북쪽 밤하늘의 변화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는 천문학자들과 함께 147개 계단의 높이와 각도를 정밀하게 계산해 오를수록 북극성 주변의 더 넓은 하늘이 시야에 들어오도록 설계했다. 마지막 147번째 계단에서는 폭 약 1m의 관측창과 마주한다. 지구의 자전축과 직각을 이루도록 기울어진 창 너머로 북극성이 빽빽한 별의 중심에 자리한다. 복잡한 천문학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저 북극성에서 눈을 떼지 않고 어둠 속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이로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