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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SIBLE PRESE NCE

한 편의 시처럼, 한 폭의 회화처럼. 건축을 사유하는 또 다른 방식.

NAME ARCOSANTI

ARCHITECT PAOLO SOLERI

YEAR 1970~

INSPIRATION LE PETIT PRINCE

윤태훈
사티건축 사무소 설립자이자 대표. ENSA 파리-벨레빌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2006년 유로판(Europan) 8 당선을 계기로 프랑스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이후 프랑스 전역의 공공·주거·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태적 건축과 참여형 디자인을 탐구해오고 있다. 2023년에 완공된 주한 프랑스 대사관 프로젝트를 맡았다.
윤태훈
사티건축 사무소 설립자이자 대표. ENSA 파리-벨레빌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2006년 유로판(Europan) 8 당선을 계기로 프랑스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이후 프랑스 전역의 공공·주거·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태적 건축과 참여형 디자인을 탐구해오고 있다. 2023년에 완공된 주한 프랑스 대사관 프로젝트를 맡았다.

Ce qui embellit le désert, dit le petit prince, c’est qu’il cache un puits quelque part…
사막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_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1943)

미국 여행 중 덴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할 때였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파블로 카스트로와 제니퍼 리가 피닉스를 지나게 되면 꼭 들러보라며 권한 곳이 생각났다.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아르코산티. 사막의 적막과 강렬한 햇빛, 하늘을 향해 열린 공간은 감각적이면서도 어딘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르코산티를 설계한 파올로 솔레리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제자이자 탈리에신 웨스트에서 수학한 건축가다. 그는 1970년 아르코산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건축(architecture)과 생태(ecology)를 결합한 ‘아르콜로지(arcolog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무분별한 도시 확장의 대안으로, 사막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고밀도·보행 중심 공동체를 구상하며 정립한 단어다. 즉 인간과 자연이 새로운 방식으로 공존하는 도시 모델을 실험하고자 한다. 이곳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아르코산티가 미완의 건축에 가깝기 때문이다. 주요 구조물은 프로젝트 초기 10여 년 동안 대부분 완성되었지만, 지금도 누군가의 손길이 조금씩 더해지고 있다. 지난 50여 년간 세계 각지의 건축학도와 자원봉사자, 건축가들이 워크숍에 참여해 건설 과정에 손을 보탰고, 그 집단적 노동의 시간이 공간 곳곳에 축적되어 있다. 완결된 결과물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오랜 시간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실험 자체를 지속하는 셈이다. 건물은 태양의 방향과 자연 환기 시스템, 두꺼운 콘크리트 벽체를 활용해 혹독한 사막 기후에 대응하도록 설계되었고, 빛과 그림자, 열과 바람의 흐름까지 건축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런 풍경 앞에 서 있으면 이곳이 단순한 유토피아적 건축 실험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연스레 <어린 왕자> 속 문장이 입에 맴돈다. “사막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의 우물이 사막에 숨겨진 생명과 가능성의 상징인 것처럼 아르코산티 역시 황량한 애리조나 한복판에 숨겨진 하나의 건축적 오아시스처럼 다가왔다. 붉은 사막에서 이 미완의 건축물은 조용히 생명력을 공급하는 우물처럼 보였고, 어딘가에 또 다른 보물이 숨어 있을 것 같았다.

LOCATION 13555 S Cross L Rd.,Mayer, AZ, USA

김용관
월간 전속 작가로 활동했다. 김찬중, 민성진, 이타미 준 등 한국 대표 건축가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한국 건축 사진 작가 최초로 1999년 AIA 뉴욕건축가협회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삼성 리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 건축 사진 필름 1만여 점을 기증했다.
김용관
월간 전속 작가로 활동했다. 김찬중, 민성진, 이타미 준 등 한국 대표 건축가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한국 건축 사진 작가 최초로 1999년 AIA 뉴욕건축가협회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삼성 리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 건축 사진 필름 1만여 점을 기증했다.

NAME SAYUWON MIRADOURO

ARCHITECT ALVARO SIZA

YEAR 2025

INSPIRATION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많은 비가 내린 뒤, 하늘은 잠시 이 놀라운 광경을 보여주었다. 멀리 대구 팔공산 능선을 따라 펼쳐진 산그리메와 그 사이를 넘실대는 구름. 과거 겸재 정선이 바라보던 풍경이 이렇지 않았을까. 대구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은 팔공산 지맥을 따라 조성된 약 33만578m2 규모의 수목원이다. 승효상, 최욱 등 내로라하는 건축가의 작품이 원 곳곳에 스며들듯 놓여 있다. 그중 소대(巢臺)는 1992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현대 건축의 거장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전망대다. 소나무 숲 사이로 비스듬히 솟아오른 높이 20.5m의 흰 구조물은 자리를 내어준 주변 자연에 고개를 숙이듯 겸손하게 서 있다. 애써 뽐내는 대신 풍경 속에 스며든 그 모습은 건축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좋은 건축은 자연을 압도하거나 가두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자연을 더 깊고 선명하게 바라보도록 이끈다.

LOCATION 대구광역시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 1176

진세인
건축 미디어 채널 ‘공간교과서’를 운영하며 건축과 도시, 공간 문화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고있다. 2023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작가로 선정되고, 2025년 주제전 작가로 참여해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건축 디자이너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진세인
건축 미디어 채널 ‘공간교과서’를 운영하며 건축과 도시, 공간 문화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고있다. 2023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작가로 선정되고, 2025년 주제전 작가로 참여해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건축 디자이너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NAME CHANG UCCHIN MUSEUM OF ART

ARCHITECT CHAE-PEREIRA ARCHITECTS

YEAR 2014

INSPIRATION 장욱진 ‘호작도’

나는 심플하다. 깨끗이 살려고 고집하고 있노라. _ 장욱진(화가)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_ 김종삼(시인)

순백의 장욱진미술관을 마주하자 장욱진 화백이 평생 글과 말에서 거듭한 한 줄이 떠올랐다. “나는 심플하다. 깨끗이 살려고 고집하고 있노라.” 그 고백 위로 김종삼 시인의 <북치는 소년> 첫 구절이 천천히 겹쳐졌다.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군더더기를 덜어낸 자리에 비로소 깊이가 들어찬다는 점에서 시인의 문장과 화가의 화면, 그리고 이 미술관의 흰 벽은 매체만 다를 뿐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미술관은 장흥계곡 골짜기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정면에서 보면 극도로 절제된 백색의 매스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길쭉한 두 덩어리가 사선으로 엇갈리며 장욱진 화백의 〈호작도(虎鵲圖)〉 속 호랑이의 윤곽을 천천히 풀어놓는다. 어떤 좌우대칭도 따르지 않고, 화백의 손이 한 번에 그어 내려간 붓 자국처럼 두 매스는 격자를 비껴 누워 있다. 혼자 빈 전시실에 들어섰을 때, 장욱진이 평생 반복해 그린 ‘집—나무—까치—가족’의 좌우대칭 구도가 이 건축에서는 중정과 방의 배열로 번역되어 있었다. 한 폭의 그림이 입체로 일어나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된 듯한 인상이었다. 공간은 비어 있지만, 가난하지 않다. 비워둔 자리마다 화백이 평생 덜어낸 선이 깃들어 있다. 그림을 보러 들어왔다가 결국 건축을 사유하게 될 것이다.

LOCATION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NAME ST.MATTHÄUS KIRCHE GARATH

ARCHITECT GOTTFRIED BÖHM

YEAR 1962

INSPIRATION 이우환 <양의의 표현>

정이삭
정이삭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연구자다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에서 프로젝트 및 큐레이토리얼 작업을 선보였다. 2025년 젊은건축가상을 비롯해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정이삭
정이삭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연구자다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에서 프로젝트 및 큐레이토리얼 작업을 선보였다. 2025년 젊은건축가상을 비롯해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정이삭
정이삭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연구자다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에서 프로젝트 및 큐레이토리얼 작업을 선보였다. 2025년 젊은건축가상을 비롯해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정이삭
정이삭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연구자다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에서 프로젝트 및 큐레이토리얼 작업을 선보였다. 2025년 젊은건축가상을 비롯해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정이삭
정이삭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연구자다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에서 프로젝트 및 큐레이토리얼 작업을 선보였다. 2025년 젊은건축가상을 비롯해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표현으로서의 침묵 _ 이우환

‘표현으로서의 침묵’. 이우환 작가의 저서 <양의의표현> 중 한 챕터 제목이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마테우스 교회를 다녀온 뒤 사진을 정리하다 그 짧은 문장이 떠올랐다. 마테우스 교회의 큰 특징은 전통적 성당 형식을 과감히 해체했다는 점이다. 일반 교회처럼 긴 축과 대칭 구조를 따르기보다 여러 개 볼륨이 비정형적으로 맞물린 조각 같은 형태를 띤다. 벽과 천장은 노출 콘크리트와 붉은 벽돌을 그대로 드러내며, 높은 천장과 접히듯 꺾이는 구조는 거대한 조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차갑고 단단한 재료와 달리 내부에서는 빛과 그림자, 침묵과 울림이 섬세하게 작동한다. 콘크리트와 페인트, 창과 빛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감정도 의도도 없이, 그저 묵직한 침묵 속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 침묵이 사람의 감각을 깨운다. 자연의 소리와 타인의 기척에 귀가 열리고, 심지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소리까지 떠올리게 된다. 오래된 찬송가의 잔향, 누군가의 낮은 기도, 빛이 벽을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것은 이 교회가 단지 지금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축은 한 건축가의 창조적 행위가 아닌 수많은 시간과 사람의 손길이 켜켜이 쌓여 진화한 공동의 산물이다. 마테우스 교회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성당이지만, 상부에서 빛을 끌어들이는 고측창 방식, 중앙 통로인 네이브 영역의 높은 공간감 등 초기 기독교부터 중세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온 익숙한 형상을 품고 있다. 이전의 성당과 다르지만, 그 일관된 질서와 형상은 방문자로 하여금 ‘지금’뿐 아니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시간 또는 존재와 교감하게 한다. 이 교회에서의 경험 끝에 ‘표현으로서의 침묵’이라는 문장이 떠오른 건 어쩌면 이우환의 작업 역시 그러한 침묵에 가까운 형상이기 때문일 테다. 그의 돌과 철판, 여백과 간격은 어떤 메시지를 직접 설명하기보다 언어가 멈춘 자리에서 천천히 감각을 불러낸다. 좋은 건축 또한 그렇다.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전,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통된 감각에 이미 닿아 있다.

LOCATION Rene-Schickele-Straße 6,

에디터 이도연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