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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맛 스톡홀름

창의성에 지속 가능성을 더한 스톡홀름의 맛.

SWEDEN

20년 전, 북유럽 셰프들이 모여 뉴 노르딕 퀴진의 기반을 다지고자 ‘뉴 노르딕 성명서 (New Nordic Manifest)’를 작성한 적이 있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레스토랑 중 한 곳으로 우뚝 선 덴마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노마(Noma)의 초창기 시절이다. 이 성명서를 통해 르네 레드제피를 필두로 셰프들은 북유럽 레스토랑에 고유성을 부여하고, 현재 노르딕 퀴진으로 일컫는 장르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제철 재료를 사용하고, 오래된 조리법을 보존하며 계승하는 정신이다. 그 과정에서 노마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의 1위를 다섯 번이나 차지한 것은 물론, 미쉐린 3스타 자리에 오르며 덴마크 코펜하겐을 명실상부한 노르딕 퀴진의 수도로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덴마크 셰프들에게 다이닝 신의 흐름을 살피기 위해 탐험을 떠난 곳을 묻는다면,그들은 스톡홀름으로 향했던 로맨틱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스톡홀름은 스웨덴의 수도이자 코펜하겐 인구의 두 배인 북유럽 최대 도시다. 북부의 금융 중심지인 동시에 프렌치 퀴진의 영향을 받은 셰프들이 수준 높은 파인다이닝 신을 꾸려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 도시의 다이닝 신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다양성이다. 멋지고 창의적인 요리를 넘어 지속 가능성을 향한 노력이 도시 곳곳에서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지난 몇년간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레스토랑이 크게 늘었으며, 농부와 생산자, 레스토랑의 긴밀한 공동체도 형성되었다.

칵테일 분야에서는 아크바비트(akvavit, 스칸디나비아 전통 증류주) 같은 로컬 스피릿을 사용하고, 현지에서 나지 않는 시트러스 과일을 대체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월드 베스트 바 50에서 49위에 이름을 올린 루쉬스 플라워숍(Lucy’s Flowershop)의 경우 스웨덴 애플 사이더 브랜드 프룩트스테레오(Fruktstereo)로부터 애플 사이더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애플 사이더 비니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식재료 순환에 대한 아이디어는 칵테일 맛에도 긍정적 작용을 한다. 지난해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월드 베스트 바 50 어워드에서 100위 안에 스톡홀름의 바 세 곳(루쉬스 플라워숍, 쇼게트, 뢰다 후세트)이 순위에 올랐다. 스웨덴 같은 작은 나라에서는 상당히 놀라운 결과다.

지속 가능성을 향한 움직임은 비단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스웨덴 레스토랑은 서비스 종사자
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를 꼽자면 여성 셰프의 약진이다. 오랫
동안 주방은 남성 중심의 세계였지만, 현재 스톡홀름에서는 여성 셰프들이 다방면으로 활약하며 미디어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고 있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엑스테드트(Ekstedt) 헤드 셰프 플로렌시아 아벨라, 미쉐린 그린 스타를 받은 옥센스티에르난 (Oxenstiernan) 셰프 엘비라른드크비스트, 그리고 노르딕 재패니스 레스토랑 타크(Tak)를 이끄는 셰프 프리다 롱에가 대표적이다. 한편, 스톡홀름에서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
르내리는 곳은 단연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프란트센(Frantzén)이다. 스톡홀름의 간판 레스토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셰프 비에른 프란트센은 프란트센을 포함해 싱가포르의 젠(Zén)까지 두 곳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방콕, 런던, 상하이, 두바이 등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명성과 실력을 증명하고있다. 그러니 그의 본거지인 스톡홀름의 프란트센이 미식가에게 여행의 목적지로 꼽히는 것도 당연하다.

스톡홀름을 대표하는 레스토랑 프란트센.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프란트센의 클래식 메뉴 ‘프렌치 토스트’. 바케로세 치즈와 트러플, 100년 된 올드 비네거를 곁들였다.
월드 베스트바 50에서 49위에 이름을 올린루쉬스 플라워숍.
월드 베스트바 50에서 49위에 이름을 올린루쉬스 플라워숍.

스톡홀름의 다이닝 신을 견인하는
여성 셰프 레스토랑

1. 엑스테드트 Ekstedt

스칸디나비안 조리법을 계승하는 엑스테드트. 이곳의 유일한 연료는 화덕과 장작 오븐이다.
스칸디나비안 조리법을 계승하는 엑스테드트. 이곳의 유일한 연료는 화덕과 장작 오븐이다.

고대 스칸디나비안 조리법을 부활시키겠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한 곳. 이곳의 유일한 연료는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서 자라는 나무다. 화덕과 장작 오븐만을 사용해 모든 코스를 완성하는 것. 지역의 재료를 활용하는데, 건초를 태
워 조리한 송아지 췌장, 주니어 나무로 훈제한 강꼬치고기, 훈연한 본 매로를 곁들인 순록고기 등이 대표적이다.
비건 코스도 가능하다.

Instagram @ekstedtrestaurant

2. 옥센스티에르난 Oxenstiernan

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스톡홀름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는 장소이자 휴식처 역할을 하는 곳. 요리는 엄격하게
계절을 따르는데, 봄여름에는 허브·파 등 향신채를, 가을에는 과일·버섯을, 겨울에는 뿌리채소 등을 주재료로 쓴다. 모두 지역 농부에게 수급하거나 야생에서 채집한 식재료로,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Instagram @restaurangoxenstiernan

3. 타크 Tak

도심이 한눈에 보이는 루프톱 레스토랑 & 바, 다이닝 중심의 이자카야 공간, 칵테일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는 리빙 룸 등 다양한 옵션의 공간을 제공한다. 북유럽 재료를 사용한 스시, 데마키 등 전형적인 일본 요리부터 철판구이, 셰프가 재해석한 타파스 요리와 오마카세 등 공간에 따라 여러 형태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Instagram @tak_stockholm

HIDDEN GEM

스톡홀름을 찾은 미식가들은 프란트센을 방문한 다음 인근 레스토랑을 투어처럼 돌기도 한다. 프란트센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셰프 사위안 이삭손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노우르(Nour)가 대표적이다. 미쉐린 스타,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처럼 랭킹을 따지지 않아도 미식 여행자를 매료시킬 숨은 보석 같은 곳은 많다.
약 20년 전 파리에서 비스트로노미 신의 선구자 역할을 한 셰프 페트르 닐손의 페트리(Petri)도 좋은 선택지다. 파인다이닝 출신 셰프들이 합심해 만든 트리톤(Triton)도 빼놓을 수 없는데, 지난해 11월에 문을 연 따끈따끈한 신생 레스토랑이다.

1. 노우르 Nour

사위안 이삭손 셰프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노우르. 아시안 터치를 가미한 코스 요리를 선보이다.

계절의 요소를 적극 반영한 현대적 노르딕 퀴진을 선보이는 곳. 사위안 이삭손 셰프의 다국적 경험을 토대로 아시안, 특히 일식의 터치가 느껴지는 4코스와 8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를 두고 북유럽의 권위 있는
<화이트 가이드>에서는 ‘셰프가 예측할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우주로 당신을 초대한다’고 기사를 내기도 했다.

Instagram @restaurantnour

2. 페트리 Petri

페트리는 스웨덴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를 선보인다.
파리 비스트로노미 신의 선구자 역할을 한 페트르 닐손 셰프의 레스토랑 ‘페트리’.

조명부터 테이블웨어, 가구까지 스웨덴 공예가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로컬 집합적 레스토랑. 비가 내린 후 대지의 향기를 뜻하는 페트리쇼르(Petrichor)라는 이름의 테이스팅 코스를 선보인다. 발효한 딸기를 곁들인 오징어, 생순무와 구운 만다린으로 구성한 타르트 등 요리에서 셰프 페트르 닐손의 스웨덴 자연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감각적 접근 방식을 엿볼 수 있다.

Instagram @petrirestaurant

3. 트리톤 Triton

타파스 요리와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신생 레스토랑 트리톤.

올해 오픈한 와인 비스트로 가스트롤로기크(Gastrologik)와 자매 레스토랑인 스페세리에트(Speceriet) 출신 실력파 셰프들이 오픈한 곳. 화이트 와인과 닭 육수로 튀기듯 조리한 생선, 구운 피망과 병아리콩, 라구를 곁들인 스웨덴 새조개 요리 등 와인과 잘 어울리는 타파스 요리가 가득하다. 짧은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재료로 깜짝 메뉴도 선보이니, 인스타그램을 주시할 것.

Instagram @restaurangtriton

안나 노르스트룀 Anna Norström
스웨덴 스톡홀름 기반의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세계 다이닝 신을 주제로 글을 쓰며 미식 관광과 트렌드, 레스토랑 브랜딩과 관련한 강의를 펼치기도 한다.

에디터 이도연 안나 노르스트룀(Anna Norströ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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