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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살 수 있을까?

수면 위로 떠오른 이슈, 그 이면을 꿰뚫는 날 선 통찰.

달에서의 삶이란 극한의 온도를 견뎌내며 날카로운 먼지와 거친 지형, 방사선과 운석을 피해 다니며
수면의 질과 정신 건강을 챙겨야 하는 엄청난 위험의 연속이다.

인류가 지구를 떠나 화성이나 더 먼 우주로 진출하려면 베이스캠프를 어디쯤 만드는 게 좋을까? 바로 ‘달’이다. 최근 나사(NASA, 미 항공우주국)는 달에서 3D 프린팅으로 기지를 짓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오스틴에 본사를 둔 아이콘이라는 3D 프린팅업체와 5700만 달러(약 753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하나씩 추진 중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달 기지는 거주지부터 착륙장, 도로 등 인프라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 달에서 살 수 있을까?이다. 빠르면 2040년경 달에 인류의 기지가 마련된다. 현재 달의 표토부터 암석이나 광물 등 현장 자원을 3D 프린팅 재료로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3D 프린팅을 이용할 수 있다면, 지구에서 달까지 무거운 건축자재와 장비를 운반할 필요 없이 합리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현재 지구 저궤도로 화물을 보내는 데 킬로그램당 약 1만 달러(약 1330만원)의 비용이 든다. 벽돌 몇 장 보내는 데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셈이다.

그런데 과연 ‘공간’만 해결되면 달에서 사는 게 가능할까? 달은 중력이 적고 대기가 희박한 데다 영상 120。C에서 영하 200。C에 이르는 극한의 온도차가 발생하는 곳이다. 로켓 비행과 무중력의 멀미를 견뎌내고 달에 무사히 착륙하더라도 치명적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먼저 달 먼지가 우리를 맞이해준다. 달 표면을 뒤덮은, ‘레골리스’라 불리는 미세한 먼지는 유리 파편처럼 날카롭다.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을 걷는 동안 우주복을 손상시키고 바이저에 긁힌 자국을 내곤 했다. 체내에 들어오면 기관지염이나 암 같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 달 표면에서는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 바다의 파도처럼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달 표면은 지구의 거친 지형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 또 지진이 지속적으로 탐지되고 있어 언제 어디에서 땅이 흔들리고 갈라질지 모른다.

신체와 정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불면증이 사람을 얼마나 괴롭게 만드는지 알게 될 거다. 달에서는 28일에 한 번씩 밤낮이 바뀌기 때문에 수면에 영향을 주고 건강한 생체리듬을 깨뜨릴 수 있다. 무엇보다 방사선이 치명적 문제다. 대기가 없어 태양이 방출하는 지속적인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주비행사들은 우주 공간에서 매시간 약 60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구상보다 약 150배 높은 수치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운석도 위험 요소가 된다. 결국 달에서의 삶이란 극한의 온도를 견뎌내며 날카로운 먼지와 거친 지형, 방사선과 운석을 피해 다니며 수면의 질과 정신 건강을 챙겨야 하는 엄청난 위험의 연속이다.

과연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할 첨단 기지를 지을 수 있을까?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문제들이 기술적으로는 하나씩 해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사(NASA, 미 항공우주국)는 이미 2년 전 지구상에서 3D 프린팅으로 ‘마스 듄 알파(Mars Dune Alpha)라는 화성 모의 기지를 완성했다. 우주비행사를 위한 숙소, 주방, 욕실, 의료 시설, 레크리에이션 공간, 작물 재배 공간 등이 마련된 매우 크고 정교한 기지가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나사의 달 탐사 미션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는 강력한 방사선 차폐 장치가 탑재된 우주선을 시험 가동했다. 달 먼지를 흡입하지 않도록 강력한 필터를 개발하고, 수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조명이 설치된 개별 수면실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그리고 달 표면의 여러 위험 요소를 피하기 위해 지하에 거주지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처럼 나사가 향후 20년 안에 달 기지를 건설하는 게 그리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유럽우주국과 중국도 20~30년후 달 정착을 내다보며 경쟁적으로 우주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모두 달이 아닌 더 먼 우주에 있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왜 달에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는 것이다. 단순한 호기심에서부터 과학적 탐사, 값비싼 달 자원 선점, 포화 상태인 지구의 대안 찾기 등 저마다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달에서의 삶을 꿈꿀 수 있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데니스 웨이틀리에 따르면, 어차피 인생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할 큰 위험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에 가장 먼저 발을 내디딘 우주비행사가 그러했듯, 위험을 극복하는 것은 달 거주자가 되고자 하는 이에게는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살아온 방식대로라면 말이다.

이종림
과학 전문 기자 <과학동아>, <주간동아> 등에 기고 중이다. 청소년 과학서 <노벨상을 꿈꿔라>,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11> 등을 공동 집필했으며, 미국 캠핑 여행기 <그것은 하나의 여행이었다>를 펴냈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손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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