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는 라스베이거스
NOT YOUR USUAL VEGAS

사막 한가운데 또 다른 세계, ‘에어리어15’
불야성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라스베이거스. 그곳에서 사막을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다. 화려한 불빛 대신 잿빛 사막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라스베이거스의 번화가인 스트립에서 서쪽으로 10분 정도 달리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거대한 회색 박스를 닮은 건물, 세계 최초의 엔터테인먼트 단지 에어리어15다. 단순히 테마파크가 아닌 40개 이상 몰입형 어트랙션이 모인 복합 공간이다. 이곳에 자리한 미오 울프의 오메가 마트는 30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250가지 프로젝트를 쏟아부어, 겉보기엔 평범한 마트지만 자세히 보면 어딘가 어긋나 있다. 타투를 새긴 치킨, 눈알 모양을 형상화한 케이크, 바코드처럼 길게 늘어진 팩 음료 등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물건들이 진열대에 가득하다. 그런데 냉동고 문을 여는 순간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형광빛 실험실과 정체 모를 기계로 가득한 방, 외계 행성을 닮은 평행 차원이 펼쳐지는 것. 냉장고, 창고, 자판기 등 각종 기물과 공간에 비밀 포털이 흩어져 있고, 어느 포털에 접속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이어진다. 정체를 파고들수록 현실로 돌아오는 길과 멀어질 수 있으니 지나친 호기심은 금물이다. 오메가 마트를 무사히 빠져나왔다면 이제 진짜 우주로 갈 차례다. 에어리어15의 두 번째 구역 존 2: 더 터미널즈에는 에미상을 수상한 VR 콘텐츠 제작사 펠릭스 앤 폴 스튜디오가 만든 대형 VR 체험 인터스텔라 아크가 기다리고 있다.

파란 얼굴, 선명한 감각 ‘블루맨 그룹’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공연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존재는 룩소 호텔 & 카지노에서 공연 중인 블루맨 그룹이다. 1991년 뉴욕의 작은 공연장에서 시작된 이 쇼는 지금까지 수천만 명의 관객을 만나며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 성장했다. 무대에 오르는 세 명의 파란 남자는 이름도, 대사도 없다. 표정과 몸짓, 음악만으로 관객을 자신들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공연의 핵심은 정형화된 악기를 거부하는 실험적 사운드 디자인에 있다. 배관 자재인 PVC 파이프를 길이별로 잘라 만든 자체 제작 악기는 음정과 리듬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처럼 작동한다. 여기에 드럼 위로 튀어오르는 형광 페인트, 자외선 조명 아래 빛나는 의상과 소품이 더해지며 무대 자체가 하나의 시각 장치가 된다. 대형 LED 스크린과 실시간 프로젝션 매핑은 블루맨의 움직임과 정교하게 동기화되어 원시적 타악기의 비트와 디지털 영상이 한 무대 위에서 충돌하는 독특한 미장센을 완성한다. 블루맨 그룹의 진짜 매력은 이 모든 기술적 장치가 예측 불가한 즉흥성과 결합한다는 점이다. 산업 자재로 소리를 빚어내는 실험적 연주 방식부터 기술과 인간,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풀어내는 미디어 아트 연
출까지, 매 순간 관객의 예상을 비껴간다.

하늘을 나는 착각, ‘플라이오버’
플라이오버는 비행 시뮬레이션과 초대형 스크린을 결합한 몰입형 어트랙션이다. 핵심은 지름이 18m에 달하는 구형 돔 스크린과 탑승객의 발이 공중에 뜬 채 매달리는 라이드 시스템이다. 좌석 자체가 유압식 모션 플랫폼 위에 설치된 영상에 맞춰 움직이는데, 이 정교한 모션 싱크로 기술 덕분에 시각 정보와 신체 감각이 어긋나지 않고 하나로 맞물린다. 플라이오버의 영상은 일반 카메라가 아닌 6K 이상 초고화질 특수 촬영 장비와 안정화 짐벌로 제작했다. 실제 드론과 헬리콥터로 미국 서부의 협곡, 빙하, 산맥 등을 촬영한 실사 영상은 CG로 제작한 가상 비행과 차원이 다른 현실감을 만들어낸다. 화면이 움직이는 순간 관객은 의자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잊고 실제로 하늘을 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협곡 위를 스쳐 지나고 빙하와 산맥 사이를 가로지르며 도시의 야경 위를 활공하는 동안, 감각은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다.
보이지 않는 손, 정교하게 계산된 ‘에이스케이프 로보틱 마사지’
쿠아 배스 앤 스파의 에이스케이프 로보틱 마사지는 AI 로봇 기술이 몸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마사지를 제공하는 차세대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침대에 누우면 센서가 신체 윤곽과 근육 상태를 스캔하고, 이를 바탕으로 AI가 개인별 마사지 경로를 설계한다. 2개의 로봇 팔은 0.1mm 단위로 압력을 조절하며, 신체가 움직여도 위치를 실시간 추적해 일정한 강도를 유지한다. 압력 또한 태블릿으로 모니터링하며 조절 가능해 숙련된 테라피스트에게 관리받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