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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은 그럴 수도 있지

그녀가 자주 되뇌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연기 세계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딥 그린 베스트 셋업 슈트는 Ami.

한 해 한 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나이도 그렇고. 그냥 매일을 충실하고 행복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요.

한 인터뷰에서 연기하거나 누군가를 마주치는 일이 일종의 자극이 된다고 말했어요. 오늘 촬영에서도 어떤 자극이 있었나요?

제가 옷을 굉장히 좋아해요. 오늘 입은 착장 중 실험적인 옷이 몇 개 있었는데, 그런 옷을 입을 때
자신감이 좀 생겨요. 전에는 신체가 드러나면 부끄러웠는데, 이번 촬영에서는 좀 더 당당해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발레하는 게시물이 많던데, 꾸준히 운동해서인지 몸이 탄탄해보여요.

어제 삼겹살만 안 먹었어도.(웃음) 이렇게 배가 드러나는 옷을 입을 줄 몰랐어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요. 어떤 착장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빨간 배경에서 찍은 로라이즈 의상이요. 평소엔 하이웨이스트 스타일을 즐겨 입거든요. 제가 신체 구조상 다리가 길고 허리가 짧은 편인데, 로라이즈 팬츠를 입었을 때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발레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끝내고 시작해서 2~3년쯤 됐어요. 요즘은 주 4회 정도 하고 있어요.

발레를 꾸준히 하는 이유가 있는지.

무엇을 배우든 존경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운동은 몸을 바꾸는 일인 만큼 가르쳐주는 사람
의 몸과 신념을 닮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지금 발레 선생님이 그래요. 그리고 발레복이 너무 예뻐요. 옷장을 열면 두 줄이 발레복이에요.

블랙 재킷과 슬리브리스 원피스, 청키힐 모두 Bottega Veneta.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조연임에도 존재감이 남달랐어요.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해석한 배우의 몫도 크다고 보는데, 사랑받은 이유가 뭘까요?

<재벌집 막내아들>은 시대극이잖아요. 모현민 캐릭터가 사랑받을 수 있던 건 그 시대에 존재하기 어려운 여성상이라 그렇지 않을까요. 물론 그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어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데다 성별을 떠나 적극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인간상을 보면서 많은 분이 대리 만족하지 않았을까요. 저 역시 그랬고요. 배경과 캐릭터에 맞도록 스타일링에도 신경 썼는데, 예쁘게 봐주셔서 뿌듯해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결혼식이랑 신부 대기실 장면. 태어나 처음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날이기도 하고, 그 장면에서 현민의 감정 변
화나 성준과의 관계가 많이 드러났어요. 그때가 ‘혐관(혐오 관계)’ 케미의 시작점이 아니었을까요. 그 덕분에 더 사랑받은 것 같아요.

어떤 악역이라도 정당성 없는 캐릭터는 없다고 말한 인터뷰를 봤어요.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으로 내담자를 존중하는 상담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공감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이해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평소 연기를 떠나 친구들이랑 주변 사람한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그럴 수도 있지’예요. 예를 들어, 누군가 다른 사람을 흉봐도 “그 사람 입장에선 그럴 수 있지. 그냥 넘겨버려”라고 말해요. 사실 어릴 때부터 그런 마인드였어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도 원래 성향이 큰 도움이 됐고, 캐릭터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좀 더 수월했어요.

쿨하네요.

좀 그래요. 뒤끝도 없고.

촬영장은 기다리는 순간이 많죠. 사실 인생도 그렇잖아요. 현장이나 인생에서 어떠한 기회나 순간을 잘 기다리는 방법이 있나요?

취미가 많아요. 주변의 연기하는 친구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해요. 연기적으로 노력하고 고뇌하는 시간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 인생과 행복을 위해 다양한 취미로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고, 기다림을 오히려 즐거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저는 이걸 20대 초반에 느꼈고, 그때부터 다양한 취미에 도전했어요. 그래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힘들어하거나 우울해하지 않고 잘 극복하는 편이에요.

케이프 형태의 컷 아웃 드레스 Valentino.

그러잖아도 다재다능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발레도 하고, 골프도 하고, 베이킹도 하고, 게임도 잘하고.

요즘은 바느질에 관심이 가요. 옷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리폼에 관심이 생겼거든요. 예전엔 낚시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낚시는 하루가 꼬박 필요하죠?

하루 정도가 아니에요. 남해나 제주도로 가야 하니 며칠은 걸리죠.

전문 낚시꾼 같아요.

한창일 때는 정말 진심이었어요. 한 달에 서너 번은 제주도에 갈 정도로.

배우로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뭔가요?

배우한테 가장 중요한 건 자존감이라고 생각해요. 자존감 수치를 스스로 판단할 순 없지만, 저는 자존감
이 높은 편인 것 같아요.

연기 활동에도 도움이 되나요?

너무 중요한 부분이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 기다림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도 있고요. 연기뿐 아니라 오늘 촬영한 화보나 광고, 인터뷰 등 공식 활동에서 자존감이 낮으면 아무래도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감과 자존감은 좀 달라요. 나를 믿으면서 타인의 비판을 비난이 아닌 건강한 방향으로 수용할 줄도 알고. 현장에서 유동적으로 연기를 해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이나 원동력이 아닐까요.

자존감이라는 게 결국 회복 탄력성이라고 봐요. 무너졌을 때 어떻게 다시 치고 올라올 수 있느냐. 대부분 신인 때는 힘든 시절이 있잖아요. 본인이 캐스팅 되지 않은 작품이 공개되면 보면서 연구했다고요.

그럴 때는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아닌 타인이 캐스팅된 작품을 봤을 때 그 친구를 보면 저도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주변 사람과 비교하고 ‘쟤는 저렇게 잘되는데, 나는 왜 안 될까’ 생각하는 순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부러움이 느껴지면 그걸 수긍하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질투하고 오히려 아닌 척하면 더 힘들어지거든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수용하는 게 회복 탄력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화이트 티셔츠와 데님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하이톱 스니커즈 Converse.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할 거라는 말을 했어요. 연기가 왜 그렇게 좋은가요?

너무 재미있어요. 천직이죠. 성격과도 잘 맞고요.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어릴 때 언니나 남동생과 역할극 놀이를 하면서 처음으로 연기를 했거든요. 물론 책임감이나 임하는 자세는 다르지만 저를 촬영해주고, 편집해주고,
예쁘게 꾸며주잖아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데다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감개무량해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평생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요. 근데 또 나중에는 어
떻게 될지 모르죠.(웃음)

사람 마음은 모르는 거니까요. 천직이고 사랑하는 일이지만, 일이기 때문에 연기가 힘들 때도 있죠?

제가 되게 무뎌요. 힘든 걸 잘 못 느껴요. 그래서 아직까지 연기를 하면서 그렇게 고된 적은 없었어요. 항상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인드로 임해서인지 누군가 저를 욕하고 이유 없이 질타해도, 현장 질서가 조금 어긋나고 육체적으로 피로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즐겁기 때문에 그 외적인 힘듦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어요.

‘그럴 수도 있지’라는 정신이 만능이네요.

최고예요. 저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살았는데, 친구가 “근데 너 진짜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 많이 쓰는거 알아?” 하고 말하더군요.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차기작인 영화 <히든 페이스>는 어떤 내용인가요? 맡은 캐릭터도 소개해 주세요.

지휘자 성진 앞에 문득 나타난 미스터리한 첼로 연주자 미주라는 캐릭터를 맡았어요. 성진 역은 송승헌 선배님이, 성진의 약혼녀 수연 역은 조여정 선배님이 맡았고요. 주인공 성진이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를 찾다가 충격적 비밀을 알게 되는 스릴러물이고, 원작이 있는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영화를 찍을 때 모든 스태프에게 사랑을 많이 받아서인지 촬영 과정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어요.

스킨톤의 맥시 드레스 Tod’s.

코미디 연기에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제가 연기학원에서 처음 맡은 것이 코미디 독백이었어요. 그때 희열을 느꼈고, 관객이 웃는 모습을 볼 때 정말 행복했거든요. 최근 (조)여정 언니랑 밥을 먹는데, “코미디도 해보고 싶어요. 저 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
은데” 하니 언니가 굉장히 어려운 장르라고 말하더라고요. 자신만의 코미디 호흡이 있는데, 그걸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래요. 평소보다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니 <타임 패러독스>, <몬스터 볼> 등 옛날 영화도 즐겨보더군요.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야?” 하고 묻는다면 단연 “히스 레저!”라고 말할 정도로 좋아해요. 사실 <몬스터 볼>에 히스 레저가 나오는 건 몰랐어요. 거기서 아들 역할로 나오더군요. <히든 페이스>를 찍을 때 김대우 감독님이 추천해주신 작품이에요. <타임 패러독스>는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는데 타임슬립 추천 영화 목록에 있었고요. 그래서 보게 됐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울 소재 재킷, 실크와 울 소재 크롭트 톱,
쇼트 타이츠, 마이크로 미니스커트 모두 Miu Miu,
롱 부츠는 Sergio Rossi.

지금 보려고 저장해둔 영화가 있나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유령>. 우연히 예고편을 봤는데, 기대돼요. 광고 촬영차 미국에 갔을 때 친구들 선물을 사려고 미국 아카데미 뮤지엄에 갔어요. 그때 배우 박규영 언니한테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누구인지 물어봤는데, 토마스 앤더슨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감독님 작품을 조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아 행복하다는 말을 한 적도 있죠. 요즘은 뭘 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

사진 촬영을 할 때. 재밌고 행복해요. 전에 화보나 광고를 찍을 때는 부끄러워 몸이 굳었어요. 그런데 이것도 하나의 작품이자 필모그래피라고 생각하니 근사한 결과물을 위해 함께하는 스타일리스트,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포토그래퍼의 조력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사진 촬영을 해보고 싶어요.

2023년의 시작은 어땠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어땠으면 하나요?

한해 한 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나이도 그렇고. 그냥 매일을 충실하고 행복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런 화보 작업이 많으면 좋겠고요. 일단 작품을 시작하면 최선을 다할 거예요.

에디터 김지수 사진 배준선 헤어 케이트(빗앤붓) 메이크업 최수지(빗앤붓) 스타일링 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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