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PLATE
파인다이닝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그 답에 가장 가까운 레스토랑, 알케미스트.
알케미스트는 미쉐린 2스타, 월드베스트 레스토랑 5위(2025년 기준)라는 수식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지난 1월, 세계 정상급 셰프 60명이 이곳에 모였다. 알케미스트 셰프 라스무스 뭉크가 주최한 국제 가스트로노미 행사 ‘컨버전스(Convergence)’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5일 동안 6개 대륙 26개국의 셰프들이 알케미스트에서 함께 요리했고, DR 콘서트홀에서는 미식의 미래를 주제로 한 공개 심포지엄이 열렸다. 알케미스트가 단순한 레스토랑을 넘어 파인다이닝의 다음을 논하는 담론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코펜하겐 외곽 레펜에 자리한 알케미스트는 옛 왕립 덴마크 극장의 무대 세트 제작 창고를 개조해 2019년 문을 열었다. 창문 하나 없는 벽돌 외벽과 높이가 3m에 달하는 수제 청동 문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곳의 메뉴는 코스가 아닌 ‘임프레션(Impression)’으로 구성되며, 손님은 5~6시간에 걸쳐 50여 개 임프레션을 경험한다. 이 공간의 핵심은 지름 18m, 200톤 철골 구조의 돔이다. 거대한 돔 스크린에는 우주가 펼쳐지고 바다가 출렁인다. 때로는 플라스틱 오염과 동물 복지, 장기 기증, 식량 위기 같은 사회문제를 투영한 불편한 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돔의 스크린이 바뀌고, 요리가 나오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퍼포머가 등장한다. 식사라기보다 하나의 연극에 가깝다. 이 세계를 완성하는 것은 셰프만이 아니다. 알케미스트에는 소믈리에와 서버뿐 아니라 VFX(특수효과) 아티스트, 아트 디렉터, 비디오그래퍼, 산업 디자이너, 작곡가, 사운드 엔지니어, 퍼포머, 스크립트 작가가 상주한다. 한 끼 식사를 위해 영화 제작진에 가까운 규모의 팀이 움직이는 것이다.
덴마크 유틀란트의 농가에서 자란 뭉크는 어린 시절 코펜하겐 플라네타리움에서 받은 감각적 충격을 언젠가 재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21세기 미식의 패러다임을 바꾼 페란 아드리아에게서 영향을 받았지만, 기술혁신만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요리를 예술·과학·기술·사회문제를 연결하는 언어로 확장하고자 했고, 그 결과 탄생한 개념이 바로 알케미스트의 ‘홀리스틱 퀴진(Holistic Cuisine)’이다.
레스토랑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파인다이닝은 끊임없이 혁신하며 진화해왔다. 2000년대 엘 불리의 페란 아드리아가 분자 요리로 미식의 문법을 바꿨다면, 2010년대 상하이의 울트라바이 올렛의 폴 페레는 영상과 음악, 향기, 온도를 결합해 식사를 하나의 공연으로 확장했다. 그렇다면 알케미스트는 무엇을 바꾸려 하는가. 뭉크가 주목하는 것은 테크닉도, 공간도 아니다. 인식의 변화다. 과거 몰입형 레스토랑이 ‘풍미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알케미스트는 ‘무엇을 생각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곳에서 기술은 놀라움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다. 공장식 축산과 기후변화, 플라스틱 오염, 식량 위기 같은 동시대 문제를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이를테면, 해양 오염을 주제로 한 임프레션 ‘플라스틱 판타스틱(Plastic Fantastic)’은 생선 껍질의 콜라겐으로 플라스틱을 형상화한 요리다. 손님은 미세 플라스틱을 삼키는 해양 생물의 처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감시 사회를 다룬 ‘1984’에서는 말린 대구 육수로 만든 거대한 눈알 위에 캐비아를 올려 낸다. 파인다이닝이 아름다움과 쾌락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통념을 떠올리면 상당히 도발적인 접근이다. 때로는 이러한 시도가 손님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뭉크는 동물 복지 문제를 다룬 ‘번아웃 치킨(Burnout Chicken)’을 예로 들었다. “손님이 직접 철창에 갇힌 닭발을 꺼내 먹는 연출을 한 코스예요. 한 손님은 격분해 철창을 집어 던지고 ‘레스토랑에 그린피스에 가입하러 온 게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죠. 그런데 그 손님의 부인은 남은 식사를 끝까지 즐겼어요.” 셰프는 그 일화를 담담하게 전하며 덧붙였다. 무관심보다 논쟁이 낫다고.
그의 무대는 알케미스트 안에 머물지 않는다. 자선 주방 ‘정크푸드(JunkFood)’를 통해 하루 1000끼 이상의 무료 식사를 덴마크 전역의 노숙인에게 제공하고, 2023년 설립한 식품 연구소 스포라(Spora)에서는 CO2를 단백질로 전환하는 기술을 비롯한 미래 식량 솔루션을 연구하고 있다. 2027년에는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 퍼스펙티브와 협업해 성층권에서의 다이닝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길거리부터 우주까지, 알케미스트의 관심사는 레스토랑의 경계를 훌쩍 넘어선다. 파인다이닝이 오랫동안 소수만을 위한 공간으로 여겨져왔다면, 알케미스트는 레스토랑의 가능성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장한다. 레스토랑에서 얻은 영향력과 기술을 사회문제 해결에 연결하는 것이다. 뭉크는 인터뷰에서 목표를 단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미식과 요리 혁신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의 사명이다.” 그래서 알케미스트팀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이제 레스토랑은 무엇을 말할 수 있으며, 어디까지 세상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INTERVIEW | Rasmus Munk (알케미스트 셰프)
알케미스트는 2015년에 문을 열었고, 2019년 2.0을 오픈했다. 지금의 콘셉트를 구상하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 있나?
오래전부터 다양한 자선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몇 년 전에는 불우한 가정 출신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기획하는 ‘외스케율(Ønskejul)’이라는 재단을 설립했다. 그 무렵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로 일하면서도, 같은 일을 반복하는 굴레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많은 셰프들과 비슷한 노르딕 파인다이닝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해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식사를 준비하면서 레스토랑에서 요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쪽에는 기술과 완성도를 추구하는 파인다이닝의 세계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음식이 누군가의 일상을 바꾼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때부터 이 두 세계를 결합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셰프 세계에서 가장 큰 영감을 준 두 인물은 토마스 켈러와 페란 아드리아다.
50여 개의 임프레션은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모든 요리는 어떤 식으로든 나를 ‘통과’한다. 특히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요리는 나 자신과 신념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창작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영감은 예술, 연극, 음악, 영화, 뉴스 등 다양한 곳에서 온다. 여행도 큰 원천인데, 알케미스트의 여러 요리는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할 때 맛본 길거리 음식에서 착안한 것들이다.
6시간에 걸친 다이닝은 셰프에게도, 손님에게도 집중력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더불어 다소 불편한 시각적 연출이 손님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은 없었나?
7년 전 처음 오픈했을 때는 돔 프로젝션이 이만큼 과감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손님들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길 원했다. 현재 돔에는 약 20개의 몰입형 유니버스가 있다. 일부는 도발적이고, 일부는 차분하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만약 모든 임프레션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손님들이 자리를 뜰 것이다. 도발과 즐거움이 번갈아 오가도록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약간의 유머도 도움이 된다. 손님들에게 설교하기보다는 대화에 참여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각적으로 강한 연출이 요리의 본질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없었나?
셰프로서 인정하기 쉽지 않지만, 음식보다 시각적인 부분 때문에 방문하는 손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음식과 몰입형 요소가 서로 보완하며 하나의 경험으로 완성된다. 진행하는 연구 중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는지 들려달라.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세테이트 투 푸드(Acetate to Food)’ 컨소시엄이다. CO2를 단백질 공급원으로 전환하는 이 프로젝트는 잠재적으로 10억 명의 연간 단백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카카오를 사용하지 않는 초콜릿 대체품 ‘NOTCH’도 개발했고, 유채씨를 압착해 만든 식물성 단백질도 연구하고 있다.
그간의 활동을 통해 알케미스트의 영향력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입원한 아이들을 위해 아이스크림 바를 만든 적이 있다. 단백질이 강화된 아이스크림에 베리류, 과일, 아이들이 직접 고를 수 있는 다양한 토핑을 준비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그날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의 표정에서 확인했다.
2024년 ‘베스트 셰프 어워즈’에서 세계 최고 셰프 타이틀을 받았다. ‘최고’라는 타이틀은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커리어 초반에는 어워드와 랭킹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도 인정받는 것에 감사하지만, 이 타이틀은 무엇보다 알케미스트팀 전체의 노력에 대한 결과다. 그리고 인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수상이 가져다주는 발언권과 영향력, 그것이 진정으로 중요하다. 더 많은 사람에게 닿고,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CO2를 단백질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매우 기대된다. 최근에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친선 대사로 임명됐는데, 전 세계적 차원의 식량 안보는 내가 앞으로 가장 깊이 관여하고 싶은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