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 CLEEF & ARPELS
사색과 미학이 머무는 시간.



지평선 위로 떠오른 금빛 태양을 묘사했다. 시간이 지나며 태양은 서서히 사라지고 달이 떠오른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그 시간의 가치와 깊이를 헤아리는 생각과 감각은 제각각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를 넘어 상상과 이야기를 품는 세계가 된다.
혹자는 반클리프 아펠 워치메이킹을 한 편의 시로 바라본다. 그 시각적 아름다움의 근간에는 철학과 서사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름 4cm 남짓의 작은 다이얼 위에는 사랑과 자연,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다채로운 공예 기법으로 펼쳐진다. 이 장면은 장식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마다 생생한 움직임을 부여받는다. 결국 시계에 담긴 아름다운 형상은 반클리프 아펠의 고유한 예술성과 워치메이킹 기술이 양립한 결과다.
워치스앤원더스 2026에서 반클리프 아펠은 ‘천상의 시(Poetry of the Heavens)’를 테마로 공간을 완성했다. 청량한 여름밤처럼 짙푸른 공간은 무라노 유리로 빚은 별자리 샹들리에와 연못, 유리 잎사귀를 단 나무가 숲을 이루며 몽환적 풍경을 그려냈다. 새롭게 선보인 여섯 점의 시계 역시 하나로 이어졌다. 천문학과 사랑. 보편적이면서도 늘 새로운 이야기는 시간을 바라보는 반클리프 아펠의 미학과 기술을 통해 감상과 사유를 불러일으켰다.
Midnight Jour Nuit Phase de Lune
낮과 밤의 장면을 이토록 입체적이고 동화적으로 해석한 시계가 또 있을까. 워치스앤워더스에서 마주한 수많은 시계 중 ‘미드나잇 데이 앤 나잇 페이즈 드 룬’은 4년이라는 개발 기간이 납득될 만큼 미학과 기술력에서 탄복을 금치 못하게 한 작품이다.
지름 42mm 화이트 골드 미드나잇 케이스에 자리한 블랙 무라노 어벤추린 글라스 다이얼은 광활한 우주처럼 고요히 빛난다. 우주를 유영하며 바라보는 지평선, 그 너머로 해와 달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달에 대한 헌사로 탄생한 이 시계는 두 가지 컴플리케이션을 품는다. 해와 달로 장식한 낮과 밤 디스플레이는 시간의 흐름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문페이즈 컴플리케이션은 달의 위상을 정밀하게 담는다.
미드 나잇 데이 앤 나잇 컬렉션의 핵심인 24시간 회전형 디스크는 낮과 밤의 끊임없는 순환을 실제 움직임으로 구현한다.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하는 2개의 디스크가 이를 실현하는데 첫 번째 디스크는 케이스 하단을 감싸며 태양이 24시간 주기로 달을 좇는 모습을 그리고, 두 번째 디스크는 24시간 16분 26초 주기로 달의 위상을 미묘하게 변화시킨다. 달의 29.5일 공전 주기와 변화가 다이얼 위 미학적으로 재현되는 순간이다. 지평선 아래 숨은 달의 모습은 케이스 측면의 온-디맨드 버튼을 눌러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약 10초간 360도 회전하며 별이 가득한 밤하늘에 달이 떠오르는 장면이 펼쳐진다.
달의 지형을 새긴 케이스 뒷면은 또 다른 시점의 전환을 선사한다. 이는 달에서 바라본 우주 풍광이다. 오실레이팅 웨이트 위 자리한 사파이어 크리스털에는 에나멜 트레이싱 기법으로 지구와 행성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그려진 행성은 크리스털을 장식해 빛을 발하며 우주의 서사를 신비롭게 이어간다.

미드나잇 데이 앤 나잇 페이즈 드 룬 워치.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2개의 디스크가 밤하늘에 뜬 달의 위상을 정밀하게 표현한다.
2 방사형 기요셰 장식을


에나멜 다이얼에 반클리프 아펠의 상징적 피케 모티브를 새기는 과정.
Perlée
매끈한 열매처럼 조롱조롱 맺힌 뻬를리의 영롱함도 시계로 거듭나며 밤하늘의 푸른빛을 머금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깊고 진한 블루 다이얼은 어벤추린 글라스로 완성했다. 광물과 유리를 1200℃에서 녹여 반짝이는 푸른빛을 얻은 소재로, 액체 유리가 단단히 굳기까지는 꼬박 한 달이 걸린다. 완성된 덩어리를 깨뜨리고 얇게 저며 가장 균일하게 빛나는 것만 다이얼 소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다이얼은 중심에서 햇살처럼 퍼져나가는 방사형 기요셰 장식으로 무한한 깊이를 더한다. 케이스를 감싼 화이트 골드 비즈는 손목 위 입체감 있는 실루엣을 완성한다. 더불어 다이얼을 감싼 다이아몬드 플랜지와 도열한 비즈 사이 장식한 다이아몬드 세팅에서 주얼리를 다루는 메종의 능숙함을 엿볼 수 있다. 옷차림과 분위기에 따라 스트랩을 손쉽게 교체 가능해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하기도 좋다.
Midnight Heure d’ici & Heure d’ailleurs
‘이곳의 시간과 다른 곳의 시간(Heure d’ici & Heure d’ailleurs)’. 11시부터 5시 방향을 따라 수놓은 서정적 문구가 말해주듯, ‘미드나잇 에르 디씨 앤 에르 다이에’ 워치는 듀얼 타임 존을 품는다. 상단 창은 현재 위치의 시간을, 하단 창은 다른 타임 존을 가리키는데 2개의 섹터 기어로 연동하며 동기화된다. 분침이 60분 눈금에 도달하는 순간 두 시간 표시 창은 다음 시간으로 경쾌하게 점프하고, 분침은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장인이 만든 에나멜 다이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라 할 만하다. 따뜻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지닌 루비의 붉은색처럼 앰버 브라운 에나멜 다이얼은 빛의 각도에 따라 온기와 서늘한 깊이를 동시에 머금는다. 유리와 에나멜 공예의 장점을 결합한 소재로 균일한 색과 투명도, 높은 강도를 위해 네 번의 소성 과정을 거쳤다. 다이얼에 장식한 상징적 피케 모티브와 방사형 기요셰는 입체감과 빛의 반사성을 극대화하며 색의 미묘한 변화를 더욱 섬세하게 이끌어낸다. 백케이스에는 태양과 대칭을 이루는 달과 별이 자리한다. 듀얼 타임이라는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넘어 시간의 이면과 정반대 시간을 바라보는 반클리프 아펠의 철학이 고스란히 새겨진 장면이다. 이렇듯 우아한 사유와 미학이 담긴 미드나잇 에르 디씨 앤 에르 다이에 워치는 남녀의 손목을 두루 아우른다.

부드러운 아주르 블루 컬러 사파이어가 옐로 골드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점차 커지는 사파이어를 배열해 빈틈없는 세팅을 완성한다.

사파이어를 장식한 초승달 모티브 버클을 누르면 화이트 기요셰 다이얼이 모습을 드러낸다.
Ludo Secret
‘루도 시크릿’ 워치는 1934년에 출시한 루도 브레이슬릿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폴리싱 마감의 옐로 골드 브리케트 링크가 촘촘하고 유연하게 손목을 감싸며 그 자체로 아름다운 주얼리의 형태를 갖춘다. 시간을 확인하는 행위를 조심스러워하던 옛 여인의 매너가 담긴 시계의 구조가 흥미롭다. 초승달을 닮은 대칭 버클을 누르면 굳게 닫힌 문이 열리듯 화이트 기요셰 머더오브펄 다이얼이 모습을 드러낸다. 찰나의 순간 드러나는 12시 방향에 자리한 바게트 컷 사파이어가 우아함의 정점을 찍는다.
이 시계의 또 다른 미학은 선명한 색의 대비에 있다. 호화로운 옐로 골드의 반짝임과 어우러진 사파이어의 푸른빛이 서로를 더욱 아름다워 보이게 한다. 버클 부분을 장식한 사파이어는 1906년 설립부터 프레셔스 스톤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메종의 정체성이 담긴 결과다. 맑고 균일한 블루 컬러와 원석의 순도, 컷의 품질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선별했고 굴곡진 면을 따라 세밀하게 세팅해 더욱 깊고 아름다운 광채를 발산한다.



서로를 응시하는 얼굴은 로즈 컷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
Lady Rencontre Céleste & Lady Retrouvailles Célestes
엑스트라오디너리 다이얼(Extraordinary Dials) 컬렉션은 표현의 경계를 두지 않는다. 이야기를 품은 책이자 무한한 캔버스처럼 다이얼 위에 시적 서사를 펼쳐낸다. 에나멜과 조각, 미니어처 페인팅, 젬 세팅, 스톤 마케트리 등 다채로운 공예 기법으로 탄생한 시계는 생동하는 에너지를 품었다. 올해에도 사랑은 메종에 근원적 영감을 선사한다. 우리에게는 견우와 직녀로 알려진 전설 속 연인 베가와 알타이르 이야기를 두 편의 시계로 정교하게 그려낸 것이다.
‘레이디 렁콩트르 셀레스트’는 쏟아지는 별빛 하늘 아래 두 손을 맞잡은 연인의 모습을 담았다. 로즈 컷 다이아몬드로 정교하게 표현한 얼굴은 서로를 마주하며 애틋한 감정을 전한다. 샹르베와 그리자유 에나멜로 장식한 다이얼은 사파이어 초승달이 더욱 극적인 밤 풍경을 완성한다.
‘레이디 르트루바이 셀레스트’는 더 애틋한 연인의 순간을 포착했다. 닿을 듯 닿지 않는 두 팔 사이, 화이트 골드로 조각한 두 마리 새가 견우와 직녀의 재회를 간절하게 염원하듯 자리한다. 깊고 애달픈 감정은 핑크와 모브 톤으로 다이얼에 번지고, 구름과 직녀의 드레스에 스며든 플리크-아-주르 에나멜 기법은 빛을 투과하며 입체감을 배가한다. 시계 뒷면 역시 사랑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밤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3개의 별 알타이르와 베가, 데네브로 이뤄진 여름의 대삼각형을 새겨 견우와 직녀의 전설을 비밀스레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