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가구에 조예 깊은 10인이 엄선한 단 하나의 마스터피스
One & Only Design.

EGG CHAIR
Designer Arne Jacobsen(1902~1971)
1958년 코펜하겐 SAS 로열 호텔을 위해 만든 에그 체어.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이 의자는 완벽한 프라이버시와 안락함을 선사한다. 11년 전 프리츠한센 입사 후 첫 컬렉션으로 맞이한 이 의자에는 우리 가족의 추억이 촘촘히 박혀 있다. 남편이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면 늘 이 의자에 앉곤 하는데, 그때마다 남자의 품격을 세워주는 특별한 오라가 느껴진다.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이 위에서 놀며 자랐다. 가족의 추억이 쌓인 이 의자를 언젠가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다. 이야기가 담긴 물건보다 값진 유산은 없을 테니까. by 이수현 덴마크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프리츠한센 한국 지사장.

PH 5
Designer Poul Henningsen(1894~1967)
2026년은 폴 헤닝센이 눈부심 없는 빛을 위해 ‘3단 전등갓 시스템’을 발명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 중심에는 1958년 출시 이후 루이스폴센의 정체성을 대변해온 PH 5가 있다. 또 PH 5는 과거 유산에 머물지 않고 다채로운 컬러 변주를 선보이며 현대적 감각과 끊임없이 호흡해왔다. 디자인과 기능의 균형을 PH 5만큼 완벽하게 구현한 조명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by 전창석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폴센 이사.

MERIBEL CHAIR
Designer Charlotte Perriand(1903~1999)
프랑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샬로트 페리앙이 1930년대 후반 프랑스 메리벨 스키 리조트 프로젝트를 위해 고안한 의자. 알프스 전통 건축의 거친 돌 슬래브(slab)와 나무 보(beam, 梁)에서 영감받아 목가적 스타일과 현대적 모더니즘을 결합했다. 견고한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 프레임에 천연 짚을 손으로 엮어 만든 좌판이 특징이다. 1941년 리조트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1955년 파리의 스테프 시몽 갤러리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by 김진식 디자인 스튜디오 ‘진식 킴’ 대표이자 산업 디자이너. 2021년 <월페이퍼>에서 ‘미래의 크리에이티브 리더’로 선정되었으며, 에르메스와 바카라, 크리스토플 등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바 있다.

THE CHAIR
Designer Hans Wegner(1914~2007)
더 체어는 오래 바라볼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덴마크 디자인의 본질을 담고 있는 의자다.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편안하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했으며, 간결하고 우아한 곡선에서 기품이 배어 나온다. 1960년 미국 TV 대선 토론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앉아 화면을 조용히 압도하던 이 의자의 존재감은 지금까지 내게 각인되어 있다. 권위나 과시가 아닌 ‘신뢰와 침착함’의 상징물로 다가왔고, 그 모습에 매료되어 이 의자를 소장하게 됐다. by 정창화 부산에 위치한 가구 숍 ‘미미화 컬렉션’ 대표. 4층 규모의 쇼룸에서 알바르 알토, 샬로트 페리앙, 한스 베그네르, 아르센 등 미드센추리 디자이너의 가구를 전시·판매한다.

CALVET ARMCHAIR
Designer Antonio Gaudi(1852~1926)
스페인의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의 자택이자 사무실인 라 파브리카를 방문했을 때 처음 본 의자다.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120년 전에 설계한 ‘카사 칼베트’를 위해 디자인한 작품이다. 지금도 스페인 어딘가에서 노인 목수가 손수 깎아 만든다고 들었다. 그 장인이 은퇴하기 전 꼭 주문하고 싶은 로망이 있다.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by 김민재 워싱턴 대학교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후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 최근 생 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와 협업해 주목받았다.

GRAS
Designer Bernard Albin Gras(1886~1943)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고 정의했다. 이런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공장이나 작업실을 위해 설계된 그라스 램프는 그가 예찬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다. 그는 토넷의 벤트우드 암체어와 그라스 램프를 두고 “더 이상 개량할 데 없는 완벽한 물건”이라고 극찬했다. 실제 그의 작업실과 건축물 곳곳에서 이 조명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현재 DCW에서 생산 중이지만, 1920~1930년대 라벨 클라마르(Ravel Clamart)에서 생산된 오리지널 버전에서 그 진가를 엿볼 수 있다. by 박지우 빈티지 가구 숍 ‘오드플랫’ 대표. 임스 체어를 하나둘 수집하면서 숍을 열게 되었고, 직접 수리와 복원 작업을 거친 뒤 판매한다.

BACKWARD SLANT CHAIR 84
Designer Donald Judd(1928~1994)
미니멀리즘의 거장이자 가구 수집가였던 도널드 저드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사용할 가구를 직접 제작했다. 침대부터 벤치, 데스크, 테이블 등 종류도 다양했다. 그의 가구는 재료, 공간, 색을 제외한 모든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고 사물의 본질을 탐구한다. 좌판 아래가 사선으로 기울어진 이 간결한 의자는 공간과 재료의 관계, 질서와 조화를 중시한 그의 미학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by 이아영, 김성민 국내 빈티지 가구 숍의 대들보 격 인 ‘원오디너리맨션’ 대표. 미드센추리 가구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감도 높은 빈티지 가구를 소개한다.

HOW HIGH THE MOON
Designer Kuramata Shiro(1934~1991)
‘의자는 편안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통념을 과감히 깨뜨린 디자인이다. 쿠라마타 시로는 모더니즘 디자인이 추구하던 형태와 기능의 합일에 의문을 던지며, 시적 언어를 입힌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달은 정말 높아’라는 이름만 봐도 짐작 가능하다. 스틸 와이어 메시로 제작한 이 의자는 철망 사이로 빛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매력이 배가된다. 처음 이 작품을 마주했을 때, 가구가 반드시 기능적일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다음 세대에 이 의자를 물려주고 싶은 이유는 명확하다. 기능과 심미성을 넘어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전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용자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by 이시산 석재·금속·목재를 활용해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탐구하는 디자이너. 최근 ‘메종 앤 오브제 2025’에서 라이징 탤런트상을 수상하고, 구찌의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며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ARMCHAIR
Designer Ole Wanscher(1903~1985)
북유럽 디자인의 기틀을 세운 덴마크 건축가 올 벤셔가 1950년대 후반에 발표한 의자로, 클래식과 모던의 절묘한 공존을 보여준다. 이제는 빈티지 마켓에서만 볼 수 있는 희소한 모델이다. 벤셔는 고대 이집트와 중국, 18세기 영국에 이르기까지 고전 가구의 역사를 깊이 연구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기계 생산과 캐비닛 메이커의 정교한 수작업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한 점도 인상적이다. 덴마크의 전설적 캐비닛 메이커 A. J. 이베르센(A. J. Iversen)이 제작한 이 암체어는 올 벤셔의 디자인 철학이 집약된 마스터피스다. by 최근식 스웨덴 예술공예학교 카펠라가르덴을 졸업했으며, 스웨덴의 가구 제작 준장 시험을 통과한 캐비닛 메이커다. 2020년에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LE PETIT SIDEBOARD
Designer Pierre Chapo(1927~1987)
가구의 진정한 가치는 결국 쓰임에 있다. 감상의 대상인 예술이나 조각과 달리 가구의 본질은 우리 삶에서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피에르 샤포의 ‘르 쁘띠 사이드보드’(1967)는 이러한 가구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본래 피에르 샤포는 프랑스 목공예 전통을 계승해 육중하고 견고한 원목의 질감과 복잡한 짜임 구조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가 오직 한 명의 의뢰인을 위해 제작한 이 사이드보드는 묵직한 조형미에서 벗어난, 간결하고 정제된 실루엣이 특징이다. 식물성 태닝 가죽과 유럽산 참나무의 우아한 조화, 그리고 단순함 속에 깃든 완벽한 비율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by 제레미 주 제레미 도현주는 캐나다 토론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JDH 프로젝트 설립자이자 디자이너다. 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전통적 비례와 형태에서 영감받아 가구, 오브제, 그리고 공간을 디자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