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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에서 건져 올린 유산

리빙 브랜드 빕이 집을 지으면.

빕이 설계한 첫 번째 레지던스. 12명의 소유주가 공동 소유 가능한 휴양 주택이다. 건축가 시구르드 라르센이 설계했으며, 키클라데스제도의 문화와 건축에서 영감받아 만들었다.
빕이 설계한 첫 번째 레지던스. 12명의 소유주가 공동 소유 가능한 휴양 주택이다. 건축가 시구르드 라르센이 설계했으며, 키클라데스제도의 문화와 건축에서 영감받아 만들었다.

빕(Vipp)의 서사는 작은 휴지통에서 비롯했다. 1939년, 금속세 공사 홀게르 닐센(Holger Nielsen)은 미용사인 아내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만들었다. 손을 쓰지 않고 발로 뚜껑을 열 수 있는 ‘페달 빈(Pedal Bin)’이었다. 미용실을 방문한 의사들이 이 견고하고 위생적인 휴지통을 탐내면서 병원에 납품할 기회가 생겼고, 제품은 입소문을 타며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페달 휴지통의 시초가 바로 빕인 셈이다. 이후 필립 스탁, 론 아라드, 랄프 로렌, 데미언 허스트 등 150여 명의 거장이 저마다 시각으로 페달 빈을 재해석했다. 2009년에는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되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모던 디자인의 정수를 80년 넘게 증명해온 영속성이야말로 오늘날 페달 빈이 명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작은 휴지통 하나에 응축된 이 단단한 철학은 이제 ‘사물’을 넘어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5년 12월에는 그리스 에게해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공동 소유 개념의 휴양 저택 ‘키트노스 클리프 하우스’(216m2)를 완공했다. 올해1월 20일에는 오스트리아에 14번째 게스트하우스 ‘몬타폰’을 오픈했다. 2015년부터 이어진 게스트하우스 프로젝트는 덴마크를 시작으로 노르웨이, 프랑스, 이탈리아, 라트비아에 이르기까지 현재 9개국에 자리한다. 빕은 사물을 디자인하던 감각으로 삶의 방식을 설계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그들이 지향해온 스칸디나비아식 삶을 들여다보는 창과 같다. 작은 휴지통이 이만큼 확장될 줄은 생전의 닐센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현재 빕을 이끄는 인물은 닐센의 딸 예테 에겔룬(Jette Egelund)과 손자 카스퍼, 손녀 소피다. 그들은 지금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CEO 카스퍼는 가장 불확실했던 순간이 큰 기회를 열어주었다고 말한다.

Q&A KASPER EGELUND

스웨덴에 위치한 ‘빕 셸터(Vipp Shelter)’가 첫 번째 게스트하우스다. 아이디어의 시작점이 궁금하다. “빕의 제품처럼 정밀하고 기능적인 모듈러 주택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초기 아이디어는 컨테이너에서 꺼내 바로 살 수 있는 ‘플러그 앤 플레이(Plug-and-play, 모듈러 주택)’였다. 제작은 성공했지만, 운송과 규제 등 현실적 장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였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관점을 바꿔 질문했다. “사람들이 직접 와서 이 집을 경험하게 하면 어떨까?” 우리의 첫 번째 게스트하우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고, 시장의 반응은 기대를 뛰어넘었다.

레지던스는 그리스 키트노스섬의 절벽 위 30m 높이에 자리해 에게해의 짙푸른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지금까지 9개국에 14개 공간을 지었다. 장소를 선정할 때 기준이 있나? 지도를 보고, 여행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귀 기울인다. 하지만 마지막엔 ‘바로 여기야!’라는 직관을 따른다. 여러 후보지를 비교하기보다는 한 장소와 사랑에 빠지는 기분에 가깝다. 분위기, 빛, 전망, 혹은 적막함에서 오는 강렬한 직감(gut feeling)에서 확신을 얻는다. 하지만 궁극적 핵심은 건축과 자연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비현실적 장소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 임멜른 호수 근처에 자리한 셸터는 동향이다. 개인적으로 일몰을 좋아하지만, 그곳의 환경이 경이로워 방향은 중요하지 않았다. 실용주의와 로망 사이의 균형을 찾은 게 핵심이었다.

빕의 뿌리는 당신의 할아버지가 개발한 페달 빈이다. 브랜드 철학이 공간 프로젝트에 어떻게 이어지나? 페달 빈은 우리에게 ‘사워도 스타터(sourdough starter, 천연 발효종)’ 같은 존재다. 무엇을 만들든 그 조각이 조금씩이라도 스며야 한다. 소재에 대한 정직함, 내구성, 기능성은 오늘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녹아 있다. 집, 주방, 가구 어디서든 동일한 DNA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철학을 3차원으로 표현한 결과물이 바로 우리가 만든 공간이다.

여느 주택과 달리 ‘빕이기에’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보이느냐뿐 아니라 ‘어떻게 느껴지느냐’를 깊이 고민한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고요함과 따뜻함이 느껴져야 한다. 건축부터 가구, 아주 작은 소품까지 존재의 이유가 다 있다. 협업 파트너를 정할 때도 이러한 가치관과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본다.

최근 그리스에 오픈한 레지던스 ‘키트노스 클리프 하우스’는 게스트하우스와 어떻게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소유권이다. 게스트하우스가 렌털 방식이라면, 레지던스는 여러 사람이 지분을 구매해 공동 소유하는 구조다. 이번 레지던스는 12명의 소유주가 15만 유로를 지급하고 공동 소유하는 방식이다. 또 게스트하우스가 기존 건물을 빕의 세계관에 맞춰 개조하는 방식이라면, 레지던스는 훨씬 포괄적이다. 건축가와 설계부터 함께한다. 키트노스 클리프 하우스는 건축가 시구르드 라르센과 협업했다. 위치, 건축, 인테리어, 그리고 소유자의 경험까지 훨씬 크고 복잡한 작업이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가장 실험적인 시도를 꼽는다면? 태즈메이니아의 ‘빕 터널(Vipp Tunnel)’은 워낙 외진 곳이라 물류 문제로 힘들었다. 그래도 가장 실험적인 시도는 레지던스 프로젝트다. 디자인을 넘어 법적 구조와 공동 소유 모델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개념이기 때문이다. 에게해 30m 절벽 위라는 위치도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공간 프로젝트는 디자인 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내는가? 고객과 훨씬 더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고객은 쇼룸에서 잠깐 보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함께 살아보는 경험을 한다. 경험을 해봐야 물건의 가치를 정의할 수 있다. 패션 브랜드가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런웨이를 활용하듯, 우리는 집을 통해 세계관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 우리의 집은 곧 ‘살아 있는 쇼룸’이다. 이는 투숙객과 소유주들이 빕의 세계관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서로 깊은 이해와 강력한 정서적 연결로 이어진다.

언젠가 도심에도 집을 짓는 날이 올까? 이 프로젝트의 뿌리는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은신처’에 있다. 자연은 우리의 디자인 철학과 잘 어우러지는 고요함과 명료함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절대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강렬한 탈출구 느낌을 줄 수 있다면 도시도 마법 같은 장소가 될 수 있다. 느낌만 통하면 된다.

꿈꾸는 장소가 있나? 물론이다. 세계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싶다. 요즘은 마요르카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미래의 레지던스 부지를 찾고 있다.

87년 역사 속에서 이 공간 프로젝트가 빕의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생각하나? 몇 번의 결정적 변곡점이 있었다. 하나는 2015년 셸터가 판매용 제품이 아닌 ‘경험’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고, 그 결정이 빕의 새로운 장을 여는 기폭제가 되었다. 또 하나는 2011년 주방 가구 시장에 진출했을 때다. 당시 목표는 단순히 주방 가구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페달 빈을 위한 주방’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무모한 시도 같았지만, 2026년 네 번째 주방가구 모델 ‘V2’를 출시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불확실한 순간이 가장 큰 기회가 되었다.

덴마크 티 국립공원의 한복판에 자리한 ‘빕 콜드 하와이’.

VIPP GUEST HOUSE & RESIDENCE

·VIPP TODOS SANTOS(멕시코 – 토도스 산토스)┃바하 캘리포니아 반도의 사막과 해안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야외 경험 중심의 공간.

·VIPP TOWNHOUSE(덴마크 – 코펜하겐)┃코펜하겐 도심의 역사적 건물을 현대적으로 개조한 전형적인 타운하우스.

·VIPP TUNNEL(호주 – 태즈메이니아)┃태즈메이니아의 야생 자연 속에 위치하며, ‘터널’이라는 이름처럼 지형의 흐름을 따라 설계된 독특한 구조가 특징.

·VIPP SHELTER(스웨덴 – 임멜른)┃2015년 공개된 빕의 첫 번째 공간. 호숫가에 위치한 강철 구조의 모듈러 주택.

·VIPP SALACA RIVER(라트비아 – 살라차강)┃라트비아 살라차 강변의 자연 속에 조화롭게 녹아든 통나무집 형태의 은신처.

·VIPP COLD HAWAII(덴마크 – 티스테드)┃덴마크 서해안 서핑 명소 인근의 화이트 톤 목조 주택.

·VIPP FARMHOUSE(덴마크 – 로를란)┃덴마크 시골 농가를 개조해 소박한 정취를 살린 공간.

·VILLA VIPP(이탈리아 – 오스투니)┃이탈리아 풀리아 지역의 올리브 농장에 위치한 현대적인 빌라.

·VIPP PENCIL CASE(덴마크 – 코펜하겐)┃옛 연필 공장이던 건물을 개조한 아늑한 도심형 스튜디오 공간.

·VIPP LOFT(덴마크 – 코펜하겐)┃빕 본사 건물 상층부에 위치한 산업용 디자인 감성의 대형 로프트.

·VIPP CHIMNEY HOUSE(덴마크 – 코펜하겐)┃옛 급수탑의 굴뚝을 보존하며 현대적 주거 공간으로 바꾼 랜드마크적 장소.

·CASA VIPP(안도라 – 에스칼데스)┃피레네산맥에 자리한 1950년대 전통 돌집을 리모델링한 고산 지대의 은신처.

·THE BOLDER(노르웨이 – 리세피오르)┃피오르 절경을 내려다보는 수직 구조의 하이엔드 게스트하우스.

·VIPP MONTAFON(오스트리아 – 가슈룬)┃알프스산맥에 위치한 복층형 숙소로 2026년 1월 정식 오픈.

·KYTHNOS CLIFF HOUSE(그리스 – 키트노스)┃건축가 시구르드 라르센과 협업. 에게해 절벽 위 12인 공동 소유 주택.

에디터 이도연 사진 제공 빕(Vipp)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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