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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새로운 언어, ES90을 기록하다

볼보의 새로운 언어, ES90을 기록하다.

프랑스 모나코에서 시승한 플래그십 전기 세단 ES90.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좁은 도로에서도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프랑스 모나코에서 시승한 플래그십 전기 세단 ES90.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좁은 도로에서도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10월 말의 니스. 낮엔 반팔만 입어도 따뜻하지만, 해가 지면 제법 선선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마른 공기와 햇빛이 섞인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공항 유리창을 통과한 빛은 맑았고, 바닥 위에서 잔물결처럼 흔들렸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볼보의 새 차를 처음 마주하기에 이곳만큼 어울리는 무대가 또 있을까.’ 니스는 오래전부터 예술가의 도시였다. 샤갈과 마티스, 르누아르가 사랑한 남프랑스 해안은 빛과 색, 형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볼보의 새로운 플래그십 전기 세단 ES90을 만난다는 건 상징적인 일이다. 볼보가 미래 시대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직접 확인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그 기대감이 이번 여정의 시작점이었다.

정제된 감각으로 설계된 차, ES90

메이번 리비에라(Maybourne Riviera)는 절벽 끝에 걸친 듯한 호텔이었다. 밤이면 모나코의 불빛이 유리창 아래로 부서졌고, 아침이면 같은 풍경이 은빛으로 바뀌었다. 그날 새벽, 해가 수평선 너머로 막 올라올 즈음, ES90 프로덕트 & 커머셜 총괄 프레드릭 린드가 직접 나와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는 새로운 기능을 직접 보여주고 싶다며 ES90의 문을 열었다. 차 안이 고요해지자 비틀스의 ‘Come Together’가 흘러나왔다. 도입부의 저음이 차체를 타고 퍼지며 공간이 하나의 악기처럼 울렸다. 볼보는 이번 모델에 바워스 & 윌킨스의 신형 하이파이 시스템을 탑재했다. 25개의 스피커가 구조에 따라 정밀하게 배치되어 소리가 특정 지점이 아닌 차 전체를 가득 채웠다. ‘Abbey Road Studios’ 모드를 켠 린드는 화면 속 악기 아이콘을 손끝으로 드래그하며 사운드 스테이지를 조율했다. 보컬을 앞으로 당기자 음상이 또렷해졌고, 드럼을 뒤로 밀자 무대가 깊어졌다. 그 순간 실내가 스튜디오의 콘솔 룸처럼 변했다. 음악이 끝나자, 테라스 위로 아침 햇살이 번졌다. 그 앞에 멈춰 선 ES90을 배경으로 모닝 요가 세션이 이어졌다. 엔진 소리 대신 파도와 바람, 그리고 잔잔한 바워스 & 윌킨스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공기를 채웠다. 볼보가 말하는 정숙함은 소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뒤에 남은 가장 순수한 상태처럼 보였다.

메이번 리비에라 호텔에서 마주한 ES90.

오후에는 시승을 시작했다. 메이번 리비에라 호텔에서 생폴드방스까지 약 30km,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좁고 굽이졌다. 가속페달을 밟자 ES90은 지체 없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전기모터의 토크가 발끝에 닿는 즉시 반응했고, 차체의 중심은 한결같이 안정적이었다. 조용하지만 공기가 밀리는 감각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스티어링은 두툼했고, 반응은 정확했다. 속도와 회전 각도에 따라 저항이 달라지는 전자식 스티어링은 굽은 해안길에서도 방향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노면의 요철은 걸러지듯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듯했는데, 이는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을 읽으며 차체 높이를 미세하게 조정했기 때문이다. 커브를 돌 때마다 차체가 매끄럽게 중심을 잡았고, 핸들을 놓는 순간에도 균형이 유지됐다. 차체가 5m에 가까웠지만, 좁은 길에서도 유연하게 움직였다. 가속이 반복되어도 전기차 특유의 멀미감은 없었다. 회생제동과 모터 제어가 정밀하게 맞물리며 속도의 변화가 일정하게 유지됐다. 가속과 감속의 경계가 사라지자, 몸이 받는 압력도 자연스레 균일해졌다. 움직이면서도 정지된 공간에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이었다.

오래된 움직임 속 미래

클래식카 드라이브 세션에서는 전설적 모델 PV544, 아마존, 780 쿠페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엔진은 거칠게 떨렸고, 금속 냄새와 기름 냄새가 공기에 섞였다. 아마존의 뒷좌석에 올라탔다. 느릿한 변속과 노면의 진동, 창문 너머로 스치는 바람까지, 모든 감각이 단순하고 또렷했다. 그러면서도 ‘볼보가 왜 이 차들을 ES90과 함께 세웠을까’ 하는 의문점이 풀렸다. ES90은 그 헤리티지를 가장 현대적으로 계승한 모델이다. 볼보의 미래이자, 언젠가 또 하나의 레거시가 될 차였다.

마지막 날 저녁, 같은 테이블에 앉은 린드에게 질문을 던졌다. “볼보의 과거 키워드는 안전이었고, 이후엔 스칸디나비아식 디자인 철학이었습니다. 그다음은 무엇일까요?” 린드는 잠시 생각하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삶(life). 운전 중에도, 정차 중에도, 차에는 운전자의 하루가 담겨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말은 니스에서의 모든 경험을 정리해주는 문장처럼 들렸다.

SUV가 대세인 시장에서 전기 세단은 여전히 선택의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ES90은 유행보다 더 깊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볼보가 추구하는 건 시간을 대하는 태도였다. 조용함과 효율, 감각의 균형을 통해 현대인의 하루를 다시 설계하는 차. 이번 ES90의 슬로건으로 UX 매니저가 꺼낸 문장 ‘Make invisible visible.’ 그 말은 기술적 포부를 넘어 볼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프레드릭 린드 (ES90 프로덕트 & 커머셜 총괄) Q & A

ES90은 ‘세단도, SUV도 아닌 새로운 클래스’로 소개됐다. 어떤 고객을 염두에 두었나? ‘E’는 Electric, ‘S’는 Sedan을 의미하고, ‘90’은 볼보의 플래그십을 뜻한다. ES90은 세단의 균형 잡힌 비율과 SUV의 실용성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전기 플래그십이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다면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이들을 위한, 도시와 일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잇는 차다.

EX90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한 전기 플래그십이다. ES90의 글로벌 론칭 전략, 그리고 한국 시장의 의미는 무엇인가? ES90은 유럽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유라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미국 출시 계획은 없다. 한국은 기술적 감도와 디자인 완성도를 중시하는 핵심 시장으로, 새로운 전기차 비전을 현실화하는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다.

듀얼 엔비디아 오린 칩셋을 탑재한 두 번째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이다. OTA 업데이트 구조는 어떤 변화를 만들게 될까? ES90에는 듀얼 NVIDIA Orin 칩이 장착되어 차량 주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한다. 운전자의 주행 패턴에 따라 보조 개입 정도를 조정하며, OTA 업데이트를 통해 언제나 최신 알고리즘과 안전 기능을 유지한다. 볼보는 이를 통해 자동차를 ‘완성된 제품’이 아닌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경험’으로 바라본다.

새로운 소비 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볼보는 ES90을 통해 어떤 감성적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ES90은 고요함, 디자인, 기술의 균형을 통해 ‘차가 나를 지켜주는 경험’을 제시한다.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닌, 운전자의 하루를 감싸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볼보가 말하는 프리미엄은 소유 개념이 아니라 운전자가 차 안에서 느끼는 감정적 안정과 신뢰의 순간이다. 그 경험이 ‘볼보다움(Volvo-ness)’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에디터 박찬 사진 제공 볼보 디지털 에디터 함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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