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담은 위스키 9
바닷바람에 실려온 잔향.
VOYAGE 파도가 빚은 위스키

JEFFERSON’S OCEAN
위스키 숙성의 한계를 실험하는 데 거침이 없는 제퍼슨 버번은 어둑한 창고가 아닌, 바다 위를 택했다. 제퍼슨 오션은 6~7년간 숙성된 버번을 캐스크째 선적해 다섯 대륙을 거치고 적도를 네 차례 넘는다. 수개월에 걸친 여정 동안 오크통은 기온차에 따라 팽창하고 수축하며 나뭇결 깊숙이 감춰진 풍미를 끌어낸다. 파도에 흔들리고 해풍에 노출된 위스키는 오크와 끊임없이 마찰하며, 토피의 고소함과 바닐라의 단맛, 바싹 구운 나무의 뉘앙스를 쌓아 올린다.
KAIYŌ MIZUNARA SIGNATURE
미즈나라 오크 캐스크에 담겨 3년간 숙성된 원액은 오사카항을 출발해 런던으로 향한다. 약 3개월간 해상에서 숙성되고 영국 리버풀에서 6년간 추가 숙성을 거치면서 캐스크 풍미가 진득하게 배어든다. 미즈나라 특유의 백단 향과 후추, 바닐라 향이 부드럽게 깔리고, 그 위로 바다의 감칠맛이 인상적이다.
ISLAND 섬과 피트

LAPHROAIG 10YO
온몸으로 아일라 위스키임을 웅변한다. 첫 모금에 요오드, 타르, 해조류, 짠맛이 훅 밀려들고, 입안에서 굴리다 보면 피트 사이로 바닐라와 꿀의 달콤함이 스친다.
ARDBEG CORRYVRECKAN
궁극의 아일라 몰트위스키. 바다의 소용돌이처럼 피트 스모크가 휘몰아친다. 아드벡 라인업 중 가장 높은 도수(57.1%)를 자랑하는 코리브레칸은 초콜릿과 에스프레소 풍미로 입안을 가득 채우고, 리무쟁 오크에서 나온 알싸한 숲 내음이 긴 여운을 남긴다.
TALISKER 10YO
스카이섬의 유일한 증류소 탈리스커. 바다를 마주한 구리 파이프 냉각 시스템은 해안 절벽과 광활한 초원, 자욱한 해무 등 스카이섬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피트 스모크와 짠내가 코끝을 찌르고, 후추의 매운맛이 오래도록 입안을 맴돈다.
UNDER THE SURFACE
바다를 품은 재야의 고수

BARRELL SEAGRASS
독특한 캐스크 조합으로 단단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라이 위스키. 마르티니크 럼, 마데이라 와인, 살구 브랜디 캐스크 원액을 블렌딩한 배럴 시그라스는 파인애플·복숭아·멜론의 트로피컬 아로마 위에 허브와 미네랄이 깔려 있다. 한 모금 삼키면 아열대식물이 우거진 낙원에 다다른 듯한 마법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WILDMOOR 30YO RUGGED COAST
러기드 코스트, 그 이름을 빼닮았다. 스코틀랜드 황야의 풍광을 담은 와일드무어 30년은 모닥불을 연상시키는 스모키 향과 바닐라의 단맛, 셰리 스파이스 향이 잘 직조된, 꽉 찬 육각형 위스키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 가문의 야심 찬 역작으로, 60년간 개인 소장용으로 수집한 몰트와 그레인위스키 원액 중 엄선한 ‘에이션트 리저브’ 원액으로 빚었다.
NORTH COAST 북해의 바람을 담은 몰트

GLENGLASSAUGH SANDEND
‘바다 끝 낙원’으로 불리는 샌드엔드 해안에서 영감받아 만든 싱글 몰트위스키.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모래처럼 영롱한 황금빛을 띠며, 50.5도라는 도수가 무색하게 목으로 술술 넘어간다. 버번, 셰리, 만자니야 캐스크를 사용해 파인애플·애플망고·복숭아 등 열대 과일의 새콤달콤함이 침샘을 자극한다. 미네랄 감촉도 입안에서 기분 좋게 너울거린다.
OLD PULTENEY 18YO
하이랜드 최북단 해안 도시 윅에 위치한 풀트니 증류소의 대표작, 아메리칸 오크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한 뒤 스페인산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을 거쳐 단짠의 균형미를 보여준다. 초콜릿과 꿀, 바닐라의 달콤함에 시트러스의 상큼함과 바다 내음이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