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ociety 안내

<맨 노블레스>가 '디깅 커뮤니티 M.Society'를 시작합니다.
M.Society는 초대코드가 있어야만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세히보기
닫기

이준영의 기억법

넷플릭스 <멜로무비>의 ‘홍시준’으로 분한 이준영, 그가 냉정과 열정을 오가는 시간.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블랙 팬츠, 플라워 패턴 슬리브리스 셔츠,
레더 탱크톱 베스트 모두 Bottega Veneta.

드디어 내일이죠. 넷플릭스 <멜로무비>가 공개되는 날. 홍보 일정 때문에 한창 바쁘겠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근데 곧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할 테니 바빠지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한 달 동안은
여유로웠거든요. 아마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이 누워 있던 시기였을 거예요.(웃음)

SNS를 보니 수염이 길던데, 그냥 잠시 내버려뒀던 거군요. 어쩐지 자유로워 보였어요.
맞습니다.(웃음) 가끔 하루에 두 번 면도할 정도로 수염이 잘 자라는 편이거든요. 조금만 내버려둬도
그렇게 무성하게 자라요.

모처럼 쉬면서 어떤 생각을 했어요?
음, ‘나도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보다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어 기뻤어요. 데뷔하고 나서 지금까지 쭉 달려오기만 했으니까.

스스로를 많이 통제하는 편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냉정한 편이죠. 무엇이든 맡은 일은 100퍼센트 이상 해내고 싶어요. 포부라기보다는 욕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게 나를 움직인다고 믿어요.

그 마음가짐이 잘 안 되는 사람도 많잖아요. ‘유키스’라는 아이돌 그룹 멤버에서 배우로 성장한 데에는 그런 욕심이 중심에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감사합니다.(웃음) 저는 가진 것에 비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늘 과분한 길을 걷고 있죠. 좋은 기회를 얻은 것에 그치지 않고 되도록 길게 이 행복감을 이어가고 싶어요. 음, 그래프로 표현하자면 이 정도(손으로 원만한 곡선을 그리며)? 어릴 때는 큰 성공을 바랐지만, 이제는 ‘팍’ 상승하는 것보다 이렇게 천천히, 큰 변화 없이 올라가면 좋겠어요.

손짓만으로도 현재 속도에 만족하는 게 느껴져요. 당시 성공하고 싶었던, 꿈에 그리던 모습이 있었나요?
사실 그런 건 없어요. 꿈이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거창하고요. 그저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당시에는 단순히 제 꿈만 생각할 수 없는 입장이었거든요.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어야 했고, 그러려면 춤으로
내 영역을 굳혀야 했어요.

어린 나이에도 책임감이 강했군요. 그러고 보니 <멜로무비> 속 ‘홍시준’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보여요. 무명 작곡가로서 불안감, 부담감을 수반하는 인물이죠.
맞아요. 그래서 감정을 이입하기에도 한결 수월했어요. 음악과 성공에 대한 갈망. 저는 그런 것을 느껴봤거든요. 극 중 시준이가 CM송을 제작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 작업은 싫다’, ‘내 음악으로 증명하겠다’고 생각하던 친구가 자존심을 버리고 이 선택을 했을 때 과거 속 내가 떠올랐어요.

<멜로무비>는 작품명처럼 꼭 멜로 이야기만 풀어낼 수 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네요.
그렇죠. 20대 어린 남녀가 성장하면서 느끼는 현실적 고충과 감정을 담고 있어요. 나이 드는 과정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놓치는 것, 그 속에서 고민하고 발견할 수 있는 것. 촬영 내내 스스로 많이 위로받고 반성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예요. 작품을 통해 과거의 나를 객관화할 수 있었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그 감정을 지나고 나니, 주변 사람들이 더 소중해졌어요.

설명한 것처럼 <멜로무비>는 저마다 결핍이 있지만, 꿈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라고 들었어요. 이번 작품을 보고 얻었으면 하는 답 같은 게 있다면요?
음, 사실 정답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뭔가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시기가 왔을 때 또 다른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 작품 같아요. 그게 연애가 됐든, 진로가 됐든 ‘이렇게 또 나아갈 수 있구나’ 하고 편안하게 되뇌어주는. 작품을 보고 그런 감정을 느끼면 더할 나위 없고요.

아이돌을 그만두고 연기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을 때 이준영에게도 그런 고민의 시간이 있었겠죠?
방향성이 확고했기 때문에 고민이 길진 않았어요. 다만 고집하고 다짐한 부분은 있었죠.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 당시만 해도 그런 편견이 있었거든요. 실제로 그 편견을 갖고 저를 평가하는 분도 만나봤고요. 그 부분에서는 매 순간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함께 촬영한 분들에게 “네 덕분에 아이돌 배우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졌다”는 말을 들으면 뿌듯하기도 하고, 큰 동기부여가 됐어요. 먼저 활동하고 있던 (아이돌 출신) 선배들의 마음도 이해됐고요. 그분들 덕에 더 편한 환경에서 도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제 저도 그 길에 동참해야 한다는, 그런 책임감 같은 게 생겼어요. 부족하지만, 후배들이 조금 더 걷기 편하도록 ‘평탄화 작업’에 동참해보고 싶습니다.(웃음)

가장 간절했던 춤을 뒤로하고 연기자의 길을 걸었잖아요. 왜 꼭 연기여야 했는지 궁금했어요.
스스로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동시에 그만큼 가장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역이었어요. 유키스로 활동하며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마다 저만 늦게까지 남는 거예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멤버보다
더 늦게까지 연습하고 오랜 시간 고민했어요. 나중에 대사까지 넣어 연기하게 되면 정말 재미있겠다 싶었죠. 부족함을 채우려는 오기와 야망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아요. 여전히 부족하지만.

‘홍시준’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감정을 이입하기에도 한결 수월했어요.

음악과 성공에 대한 갈망. 저는 그런 것을 느껴봤거든요.

아칸서스 패턴 니트 카디건 Versace.

그래도 이제는 유키스 활동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배우로서 입지가 확고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가장 노력한 부분이 있나요?
어떻게든 대본 속 인물에게 동화되고자 노력해요. 대본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섬세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 생각할 때 꽃미남도 아니기에 차별화된 부분을 찾아야 했어요. 그렇게 찾다 보니 무언가 ‘끊임없이 붙잡고 늘어지는 것’만큼 저를 대표하는 게 없더라고요. 생각해보면, 그건 유키스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넷플릭스 , <마스크걸>에서 보여준 캐릭터는 일상에서 공감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잖아요. 공감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드는 비결 같은 게 있다면요?
뻔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대본 안에 정답이 있다고 믿어요. 특히 지문을 굉장히 유심히 보는 편이에요. 이를테면 ‘커피를 마시다가 멈칫한다’는 지문이 있으면, 그렇게 적힌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그 지문을 따라
가다 보면 작품 속 인물의 마음을 경험하게 되거든요. 그럼에도 상상이 막히면 어떤 의도로 그런 설정을 했는지 감독님께 직접 물어보고요. 그러면서제 나만의 ‘디폴트값’을 찾는 거죠.

악역 아닌 악역의 역할을 수행한 데에는 그런 비결이 있었군요. 두 배역을 보고 이준영이라는 배우를 처음 접한 이가 많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저는 평소 돌아다닐 때도 얼굴을 가리거나, 사람 많은 곳을 피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근데 그 당시에 저를 알아봐주는 분이 꽤 많았어요. ‘피크(peak)’라고 말할 정도로요.(웃음) 정말 감사한 부분이죠.

답변을 듣고 나니 원체 단순하고 털털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실의 이준영은 어떤 성향의 사람인가요? 외로움을 즐기는 편인지, 친구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지.
반반이에요. 제 MBTI 유형이 INTJ거든요. 연락 오는 친구들 있으면 만나고, 그 외 시간에는 혼자 있는 편이에요. 평소에는 낯을 많이 가리고 조용한 편이지만, 마음을 연 사람들에게는 장난도 치고 먼저 말도 많이 걸어요. 요즘 또 (혼자 하는) 문화가 워낙 잘 형성되어 있잖아요.

골드 엠브로이더리 디테일 재킷과 와이드 핏 팬츠, 모피 샌들 모두 Dries Van Noten,
머스탱 GT 차량 Ford.

무언가 끊임없이 붙잡고 늘어지는 것만큼 저를 대표하는 게 없더라고요. 생각해보면, 그건 유키스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포켓몬 고(Poke’mon GO)’처럼요? 지난번 SNS에서 게임하러 다니는 걸 봤어요.
맞습니다. 2016년부터 시작했으니 꽤 오래됐네요. 그 후 잠깐 쉬다가, 작년부터 <24시 헬스클럽> 제작진과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오랜만에 나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내향형 트레이너’입니다.(웃음) 제가 요즘 꾸준히 하는 게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요. 휴식, 포켓몬 고, 춤.

그러고 보니 춤을 즐기는 모습도 여러 번 봤어요. 영역을 바꿨지만, 아직도 놓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스스로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에요. 어떤 감정인지에 따라 다르게 표출되니까. 자아 성찰도 되고, 영감도 많이 받죠. 애초에 연기를 시작한 건 춤에 대한 열망이 식었기 때문은 아니니까, 이걸 버리고 싶진 않았어요. 아, 그리고 목요일마다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팀이 있거든요. 주로 프리스타일, 힙합 장르를 두세 시간 동안 연습해요. 그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면 마음이 참 편안해요. 내가 보지 못한 내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아 감사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연기와 춤 사이에서 교집합을 찾아본다면요?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이 확실해야 한다는 것. 춤이 멜로디나 뒤에 들리는 악기를 표현한다든가 하는 그런 부분이 요구된다면, 연기는 상대 배역의 대사를 들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해봐야 하죠. 방식은 다르지만, 그 표현의 중요성은 비슷하게 느껴져요.

넷플릭스 <멜로무비>부터 곧 공개될 <폭싹 속았수다>, KBS2 <24시 헬스클럽>까지 많은 작품을 앞두고 있는데, 보여줄 게 많은 이 시점에 어떤 기분이 들어요?
이것도 반반이에요.(웃음) 너무 설레고 감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해요. 이 작품들이 이렇게 한 번에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나라는 배우가) 대중 앞에 ‘잊을 만하면 짠 하고 나타나는 그림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이렇게 한 번에 나와 인사드릴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는 마음이 교차해요. 물론 다양한 얼굴로 대중 앞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당연히 감사한 일이죠.

요즘 가장 몰두하거나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군대죠.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이가 말을 해주기 때문에.(웃음)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녀온 뒤 행보나 앞으로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구축해나가야 할까, 이런 고민이 주를 이루죠. 물론 불안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앞으로 계획을 잘 세워야겠다는 마음에 더 바빠지고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삶이라는 게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더라고요. 이어가기만 하면 되는 거죠.

맞아요. 아까 준영 씨가 손으로 그린 그 그래프가 생각나네요.
한 발 한 발 또 에너지를 모아봐야죠.(웃음) 천천히, 큰 변화 없이 올라서기 위해서요.

에디터 박찬 사진 최은미 헤어 강지은 메이크업 김은지 스타일링 전희경 장소 협조 파라다이스 시티 차량 협찬 포드 코리아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