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3’은 뭐가 돼도 될 게임?
<오징어 게임> 시즌 3의 공개일은 6월로 결정이 났다. 어떤 결말이든 수많은 말이 쏟아질 것은 자명하다.
<오징어 게임> 시즌 2 공개 이후, 유의미한 수치와 는 별개로 호불호가 팽팽히 나뉘고 있다. 그렇다면 극명하게 나뉘는 반응이 시즌 2의 화제성을 깎아 먹는 요인이 될까? 시즌 3는 외면 받을까? 단언컨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폭발적 반응을 부르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비용을 지불하는 건 감상 이후 내뱉을 반응의 권한까지 구매하는 것과 같다. 시즌 2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구독한 이들 대부분 시즌 3가 공개되면 기꺼이 그 권한을 갖고자 할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진짜 결말, 시즌 3는 올해 공개될 예정이다. 과연 누가 우승할 것인가? 게임은 계속 될 수 있을까? 예측할 수 없는 결말에 관한 힌트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시즌 1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실패자로 전락한 이들이 456억 원이라는 일확천금을 걸고 벌이는 진짜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죽느냐, 이기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이겨서 끝까지 살아남으면 456억 원을 갖는다. 하지만 455명은 끝내 죽는다. 점차 고도화되는 빈부격차를 야기하는 자본주의의 불평등 문제를 냉혹하고 비정한 승패의 게임에 비유하는, 말 그대로 ‘오징어 게임’이었다.
비유는 현실을 환기 시키기도 하지만 적정한 거리를 벌리기도 한다. 시즌 1에서 벌어지는 잔인무도한 피범벅은 시청자를 둘러싼 현실을 떠올리게 만들 뿐 위협하지는 않는다. 장르적 리얼리티를 구축하는 동시에 오락적 완충제 역할을 하며 잔인한 게임에 안전하게 몰두하도록 돕는다. 덕분에 시즌 1은 각광받는 ‘길티 플레저’가 됐다. 극 안에서 목숨을 걸고 절박하게 핥아야 했던 달고나 뽑기 게임을 현실에서는 즐겁게 따라 한다. <오징어 게임>의 주요한 성공 요인이란 이런 것이다. 자본주의의 비정함에 관한 은유는 ‘길티’의 의식보다는 ‘플레저’의 욕구를 합리화하는, 극단적 오락성을 죄책감 없이 안전하게 탐닉하도록 매어주는 안전띠 같은 것이었다.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건 기대감도 대체로 이런 것이었을 테다. ‘길티’로부터 자유롭게 탐닉할 수 있는 새롭고 잔인한 ‘플레저’를 얼마나 마련했을 까. 그런데 시즌 2는 시즌 1과 조금 다른 양상으로 나아간다. 생각보다 불편하다. 시즌 2에서는 매 게 임 계속 진행할 것인지 묻는 투표를 벌인다.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지 판단하는 건 자유지만, 대신 다수결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 건 현대 민주주의에 관한 은유다. 자본주의로 심화 되는 불평등을 견제하지 못하고 그것을 자유로운 경쟁으로 방관하는 현대 민주주의의 딜레마, 즉 신 자유주의가 도래한 아이러니를 은유 하는 것만 같다. 목숨을 부지할 수 있도록 게임을 멈출 기회를 주지만 참가자 다수는 목숨을 걸고 한 번 더 게임에 임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 2는 시즌 1에 비해 좀 더 뾰족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이다.
시즌 1의 성기훈은 승리한 루저였다. 그리고 시즌 2에서는 메시아가 되려 한다. 비장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 계획이 성사되기란 쉽지 않다. 세상은 정의를 존중하지만 무능은 혐오한다. 실패한 정의는 무능한 호소로 전락한다. 시즌 3에서 성기훈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것이다. 그렇기에 프론트맨(이병헌)의 알 수 없는 속마음이 관건이다. 시즌 2의 묘미는 성기훈이 아니라 속을 알 수 없는 프론트맨에게 있었다. 그만큼 시즌 3에서도 프론트맨은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성기훈 앞에서 갈등하는 것인지, 그저 성기훈을 조롱하는 것인지. 메시아의 운명이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몸과 피를 봉헌하는 것이다. 그만큼 시즌 3는 생각 이상으로 극적인 결말로 나아갈 것만 같다. 그것이 환영받는 결과가 될지도, 이 모든 뇌피셜이 오답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 결말을 둘러싸고 수많은 말이 쏟아질 거라는 사실. 이미 뭐가 돼도 될 게임이다.
민용준 영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 그리고 작가. 13인 의 감독 인터뷰집 <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 화.>와 에세이집 <가을이 오면 떨어질 말들>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