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 위 존재감을 발하는 자동차 4대
포르쉐 911 타르가, 아우디 RS E-트론 GT, BMW M4 컴페티션, 로터스 에미라 V6 퍼스트 에디션까지.
PORSCHE 911
TARGA 4S
포르쉐 911은 아름다운 차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흉했던 적도, 실망시킨 적도 없다. 그중에서도 타르가 4S는 가장 미학적으로 균형 잡힌 라인을 자랑한다. 원형 LED 헤드라이트를 담은 전면부부터 랩어라운드형 리어윈도를 갖춘 후면부까지 모든 것을 잇는 선을 접하다 보면 포르쉐가 제시하는 미래적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한편 공도 위에서 911이라는 고유명사는 여전히 맹렬한 힘을 발한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독보적 배기음과 함께 격이 다른 쾌감이 찾아온다. 2981cc 6기통 가솔린 트윈 터보엔진이 자아내는 주행 성능은 최대출력 458마력, 최대토크 54.1kg・m, 최고속도는 시속 304km다. 아무도 없는 숲속, 톱을 열고 스포츠-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넘나들다 보면 가장 공격적이면서도 완숙한 주행 감각을 찬찬히 느낄 수 있다. PTM(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PASM(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등 긴 세월 동안 계승한 공학적 산물이 웬만한 도로의 굴곡을 모조리 흡수한다.
AUDI
RS E-TRON GT
전기차를 향한 아우디의 기술적 야망은 내연기관을 전기모터로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디자인의 진보, 성능, 견고함을 넘어 고성능 전기차에서 체험할 수 있는 극상의 감각을 약속한다. 4도어 차량임에도 완만하게 이어진 지붕, 낮은 무게중심점을 강조한 긴 휠베이스(2900mm), 주행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구현되는 리어 윙과 전면부 냉각 공기흡입구는 이 차의 숨은 역동성을 암시한다. 후면부 전체 폭에 걸쳐진 애니메이션 라이트 스트립에는 자사 최초로 후진등과 방향지시등 기능이 동시에 적용됐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디자인을 선도해온 브랜드답게 빛의 각도 및 굴곡이 풍성하고도 획기적이다. 한편 순수 전기 콰트로 사륜구동 시스템이 발하는 다이내믹함은 고성능 전기차로서 새로운 모범 답안을 제시한다. 전후방 액슬에 위치한 전기 구동장치가 발휘하는 주행 성능은 최대출력 598마력, 최대토크 84.7kg・m. 거기에 부스트 모드를 발동하면 최대출력 646마력, 제로백 3.3초의 어마어마한 자동차로 변모한다. 더욱 놀라운 부분은 ‘RS(Racing Sports)’뿐 아니라 ‘GT(Grand Tourer)’라는 이름에도 충실하다는 것이다. 속도와 주행 스타일에 따라 자동으로 차체 높이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아우디 본연의 고급스러운 부드러움을 통해 아스팔트 위 가장 이상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BMW
M4 COMPETITION
BMW에서 ‘M’ 시리즈는 담백한 고유명사다. 오랫동안 지켜온 것,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도 놓치지 않는 것.
최근 부분 변경한 M4에도 그런 진귀한 유전자가 이어진다. 날렵한 핸들링, 걸출한 출력, 완벽한 접지력까지 숙명처럼 고스란히 계승한다. 이전 대비 약 100kg 증량했지만(공차 중량 2070kg) 오히려 운전 감각은 더 홀가분해졌다. 6기통 3.0리터 가솔린 터보엔진과 M 스텝트로닉 스포츠 8단 자동변속기가 자아내는 주행 성능은 최대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66.3kg・m다. 이전보다 20마력 증가한 최대출력 수치다. 거기에 가속페달은 민감하고, 스티어링 휠의 무게는 날렵한 핸들링에 적합하다. 밟으면 밟는 대로 뿜어져 나오는 엔진의 출력과 토크, 빨갛게 변하는 계기반 색, 갑자기 딱딱해지는 서스펜션은 오로지 이 차만이 자아낼 수 있는 서늘한 감각이다. 그렇게 천 지붕을 내리고 질주하다 보면 M4가 얼마나 넓고 다채로운 운전 감각을 포괄하는지 또 한 번 체감하게 된다. 그 어떤 도로에서도 조바심 나지 않고 의연해지는 설득력, 그것이 M 시리즈가 지닌 성정이다.
LOTUS
EMIRA V6 FIRST EDITION
과감한 디자인에 자극적인 배기음, 딱 두 사람만 탈 수 있는 2도어 쿠페, 수동변속기 선택이 가능한 운전 재미까지. 에미라는 지금 가장 본연의 마성을 갖춘 경량 미드십 스포츠카다. 헤드라이트와 범퍼 디자인 등
단종된 에보라(400)와 엘리스(시리즈 3)의 고전적 요소도 충실하게 재현했다. 로터스의 스포츠카인 만큼
최적화된 공기역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상당한 다운포스를 이끌어낸다. 영민하게 빚어낸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을 통해 G미터 및 다운포스 현황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죽으로 마감한 육각형 스티어링 휠을 잡고 나면 6기통 3.5리터 가솔린 슈퍼차지 엔진이 최대출력 405마력, 최대토크 42.8kg・m라는 주행 성능을 증명할 시간이다. 고성능 전기차들이 도래한 시대, 수치상으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체감하는 가속감은 그 위를 훨씬 웃돈다. 치열한 경량화 연구로 빚어낸 공차 중량(1450kg대) 덕분이다. 와인딩 로드에 들어서면 기민함은 배가된다. 약간의 터보 래그가 있긴 하지만, 그 어떤 구간에서도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지 않고 명확한 구동력을 도로 위에 흩뿌린다. ‘로터스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카’ 에미라에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날렵한 흥분감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