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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준의 밀도

배우 위하준은 견고해지고 싶다. 티끌만한 기회도 놓치지 않았던 이유다. 촘촘한 배우가 되기 위해.

다크 블루 피코트와 헨리넥 스웨터,
실크 넥 보, 슬림한 실루엣의 데님 팬츠,
홀스빗 장식 GG 프린트 러버 솔 로퍼 모두 Gucci,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잘하는 걸 넘어
매력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오늘 일정의 막바지네요. 바짝 집중해서 마무리해볼까요?
인터뷰는 뭐 수다 떠는 거죠. 힘들지 않아요.(웃음)

다행이에요. tvN 드라마 <졸업>이 종영했는데, 잘 마무리한 것 같나요?
저희 드라마와 안판석 감독님의 작품은 여러 번 보시는 마니아층이 있더라고요. 위로도 받고 좋은 말도 많이 들은 작품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잘 마쳤습니다.

5년 전 안판석 감독의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손예진 배우의 동생으로 출연했죠. 당시 감독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나 봐요. 이번에 주연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뭐라고 하던가요?
안 그래도 그걸 안 물어봤더라고요.(웃음) 제게서 준호와 비슷한 면모를 알아봐주신 게 아닐까요. 5년동안 쉬지 않고 달렸기에 이런 기회가 온 것 같기도 하고.

첫 TV 드라마 주연작인데, 부담감은 없었나요? 대사량도 꽤 많던데.
맞아요. 국어 강사라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았죠. 그래도 안판석 감독님은 꼭 필요한 요소만 주문하시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하게 두는 편이라 자유롭게 연기했어요. 카메라에 등이 보이든, 동선이 어떻든 개의치 않는데, 그게 더 현실감 있다고 생각하셔서 그런 거겠죠. 함께한 배우들도 너무나 현실감 있게 연기하는 분들이고. 그 덕에 저도 예상치 못한 연기가 나온 적이 꽤 있어요.

잔잔한 멜로물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장면도 있었어요. 배우도 그랬겠죠?
되게 많아요. 15부에서 부원장에게 사이다 같은 말로 쏘아대는 장면이 있어요.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한 명씩 찾아가 말로 막 패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데 묵은 체증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죠.

저는 혜진과 준호가 수업 방식에 대해 핏대를 세우며 싸우는 장면이 그랬어요. 8분가량 몰입감이 상당했어요. 저도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웃음) NG 없이 원 테이크로 찍은 장면이에요. 두 사람이 교육관에 대해 부딪히며 싸우는 부분인데, 작가님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응축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중요했죠. 그래서 (정)려원 누나와 대사만큼은 버튼 누르면 나오듯 외우자고 약속했어요. 한 번 놓치는 순간 감정선이 깨질 테니. 그런데 현장에서 딱 연기를 하는데, 둘 다 감정이 치달아서 놀랐어요. 손발이 떨릴 정도였거든요. 말로 액션 연기를 한 느낌이랄까.(웃음)

쭉 들으니 이번 연기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보여요.
제가 한 연기를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워요. 사실 제 연기를 잘 못 보는 편이라 모니터링을 거의 안해요. 그런데 이번엔 빠지지 않고 다 챙겨 봤어요.

왜 모니터링을 안 했어요?
제 연기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액션 연기는 그나마 괜찮은데, 멜로물이나 생활 연기는 좀 부족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졸업>으로 그게 조금은 깨졌어요.

준호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은데요. 준호가 남몰래 좋아했던 과거 학원 강사(정려원 역)의 영향으로 대기업을 퇴사하고 학원 강사가 되었죠. 무모한 선택이라고 보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누군가에겐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저와 닮은 구석이 있는 부분이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도 무모하게 시작했거든요.

배우라는 직업이요?
맞아요. 완도군 소안도에서 연기하겠다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왔거든요. 기숙사 생활을 할 때라 주말에 배 타고 집에 가서 편지 한 장 남기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어요.(웃음) 더는 미룰 수 없었거든요. 배우를 하고 싶으니 서울로 가겠다는 내용이었는데, 부모님도 제 진심을 느꼈는지 바로 전학 절차를 밟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결국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는데, 수업이 제가 기대한 게 아니라 중퇴한 뒤 군대에 갔고. 저도 고집이 참 대단했던 것 같아요.

차라리 뭣 모를 때 무모할 수 있는 법이잖아요.
맞아요. 무모했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죠.

그런데 왜 그토록 배우가 하고 싶었어요?
모르겠어요. 막연하게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여기까지 온 것도 같고. 실력이 따라주지 않으니까. 표준어 구사가 잘 안 되니 제대로 된 연기는 시작조차 못 하는 거예요. 오기가 발동해서 될 때까지 해보자는 식이었어요. 많이 부족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단역이지만, 첫 작품으로 영화 <차이나타운>에 캐스팅됐을 때 성취감이 컸겠어요. 엄태구 배우(우곤 역)의 아역이었죠? 김혜수, 김고은, 박보검 등 출연진도 화려했잖아요.
바로 그만둘 뻔했죠.(웃음) 너무 얼어붙어서 이게 내 길이 아닌가 고민도 했어요.

설마, 선배 배우들 기에 눌린 건 아니죠?
그런 건 아니지만, 인생 첫 장면을 김혜수 선배와 호흡을 맞췄으니 데뷔 신고식이 강렬하긴 했죠. 또 신기한게 데뷔작의 첫 촬영일이 제 생일이었어요. 그래서 첫 촬영일을 아직도 기억해요. 2014년 8월 5일. 그러고 보니 정확히 10년 됐네요.(웃음)

강박 같은 게 있었죠.
그건 저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강박이었을 거예요

10년 동안 단역부터 차근차근 걸어온 것 같아요. 멜로물의 스윗남뿐 아니라 강렬하고 무심한 얼굴의 캐릭터를 많이 소화했더군요.
제 마스크의 이중성 덕에 연하남도 해보고, 사이코패스나 조폭도 소화하면서 극명하게 다른 캐릭터를 하나씩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전 영화, OTT, TV 드라마, 어디에서도 이질감 없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였어요. 그게 제 경쟁력이라 생각했고요. 그래서 TV 드라마 주연의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어도 좀 돌아가는 길을 택했어요.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작은 역할이라도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했죠. 만약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 인기와 인지도를 좇았다면 <오징어 게임>에 어울리는 연기 톤이나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 선택이 있었기에 대중에게 위하준을 각인시킨 웹드라마 <최악의 악>도 만날 수 있었겠죠?
<최악의 악>은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어요. 한국에서 젊은 남자 배우가 누아르 영화에서 조폭 보스를 연기하는 건 되게 드물거든요. 선배님들이 주로 하시던 역할이죠. 젊은 남자 배우의 로망 같은 캐릭터고. 그때가 서른 초반이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기회가 찾아와준 게 감사하죠.

<최악의 악>에서 기철을 연기할 때 친구들이 “네 같은 거 했네”라고 했다면서요. 평소 과묵하고 마초 기질이 있나 봐요.
좀 과묵한 편이죠. 조용히 듣고 있다가 한마디 툭 던지는. 그런데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외향적이고 장난도 많이 치긴 해요.(웃음)

올해 보여줄 작품이 하나 더 남았어요. <오징어 게임2>에 형사 황준호가 다시 등장하죠?
새로운 인물이 많이 생겨서 저도 기대돼요. 대본만 봐도 정말 흥미로웠거든요. 이번에 캐릭터가 다채롭고 강렬해서 배우분들이 어떻게 연기했을지 궁금하기도 해요.

12월 공개인 만큼 올 한 해 대미를 장식하겠어요. 2024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 것 같나요?
올해는 <오징어 게임2>를 찍다가 <졸업>에 들어갔고, <졸업>을 끝내고도 <오징어 게임2>의 남은 분량을 좀 찍었죠. 그러고 보니 준호라는 이름으로 1년을 산 것 같네요.

같은 이름이지만,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달달한 (이)준호와 강렬한 (황)준호의 삶을 살았네요.
맞아요. 극과 극인 캐릭터라 쉽지 않더라고요. <졸업> 초반에는 촬영감독님에게 “아직 눈이 차가워”라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두 준호가 올해 위하준에게 남긴 게 있다면 뭘까요?
흠, 황준호는 뭐가 있을까요?(웃음) 아, 이 친구의 집념! 사명감, 열정, 집념이 강한 우직한 사람이잖아요.

그럼 이준호는?
준호를 보며 ‘난 아니야’라고 부정했던 못난 모습이 사실 저와 닮은 구석이더라고요. 준호가 금쪽이 같고 미성숙한 면모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성장하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앞으로 살아가는 데 지혜로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준호가 못난 부분이 있었나요?
누구나 부족한 부분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신념이 너무 확고하고 강하면 다른 사람에게 되레 피해를 줄 수 있고,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 같더군요. 저도 그렇게 살던 때가 있었고.

배우를 하겠다던 고3 준호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이제는 배우로서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들어섰나요?
모르겠어요. 과거엔 불안함 때문에 작품을 연이어 했어요. 연기에 공백을 두고 싶지 않았거든요. 강박 같은 게 있었죠. NG 없이, 토씨 하나 틀리지않고 계획한 대로 완벽하게 해내려고 했어요. 그건 저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강박이었을 거예요. 이제는 그런 식으로 연기를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아요. 그렇게 하면 누구의 디렉션도 흡수할 수 없고, 연기 변화도 없거든요. 설령 계획한 대로 완벽하게 해내도 연기 맛이 없어지죠. 최선을 다해 준비하되, 현장에서는 내려놓고 연기하려 해요.

그걸 깨닫게 해준 작품이 있나요?
(이)동욱 형과 함께한 tvN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이하 배앤크)예요.

K 역할을 ‘정의로운 미친놈’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개인적으로 하준 씨는 웃는 모습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배앤크’에서 스윗 버전이 아닌 광기 버전의 미소를 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어요.
처음으로 작품이 끝나는 게 아쉽다고 느끼게 해준 캐릭터예요. 코미디 장르에 처음 도전하는 거였고 광기가 폭발하는 친구라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저 자신도 몰랐던 이상한 ‘똘끼’ 같은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이제 막 몸이 풀린다 싶을 때 끝나버려서 아쉬웠죠.

데뷔 후 처음으로 온전한 휴식기를 가진다고 들었어요. 휴가 계획이 있나요?
생각해보니 맞물려서 작품을 안 한게 이번이 처음이더군요. 하고 싶던 것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격투기 팬이라 요즘은 격투기 수련에 푹 빠져 있어요. 필라테스도 하고. 얼마 전에는 정찬성 선수가 개최한 ZFN에도
다녀왔어요.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건 알았는데, 격투기는 어떤 계기로 빠지게 된 거예요?
군 시절부터 관리하려고 웨이트를 했는데, 어느 순간 의무처럼 꾸역꾸역하고 있더라고요. 좀 즐기면서 운동하려고 수련하게 된 거예요. 오래전부터 격투기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한을 풀었죠. 이젠 웨이
트는 거들떠도 안 봐요.(웃음)

위하준의 수식어로 온갖 ‘섹시’가 다 붙더군요. ‘오징어 섹시’, ‘미스터리 섹시’ 등. <오징어 게임>으로 <피 플(People)>이 뽑은 ‘2021년 가장 섹시한 남자’에 오른 여파죠? 앞으로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요?
음, 연기 섹시?(웃음)

섹시는 절대 못 버리는군요?
그건 버릴 수 없죠. 최고의 칭찬 아닌가요.(웃음) 프로페셔널한 사람, 내공과 깊이가 있는 사람, 잘생긴 외모가 아니어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을 때 그런 말을 하잖아요. 많은 걸 내포하는 단어죠. 잘하는 걸 넘어 매력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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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유민, 이도연 사진 장덕화 헤어 박경희 메이크업 이보련 스타일링 김정미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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