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과 사랑에 빠진 남자들
안경 취향 확고한 13명의 남자들.
QUESTION
- Q1 첫 안경의 기억.
- Q2 안경에 매료된 계기.
- Q3 수집한 안경.
- Q4 요즘 가장 즐겨 쓰는 것.
- Q5 구매한 혹은 예정인 안경.
- Q6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 Q7 안경을 택하는 방식.
- Q8 나의 안경 이상형.
곽윤기 _ 아이스스케이트 선수
A2 조니 뎁이 즐겨 쓴 모스콧 렘토쉬를 알고 난 후. 그의 뚜렷한 얼굴 선과 조화로운 모스콧 렘토쉬가 나 역시 ‘조니 곽’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A3 투 브리지, 톱 브리지, 반무테 등 다양한 안경을 즐겨 쓴다. 최근엔 자크 마리 마지 제피린을 어렵게 구했다. 지드래곤이 쓴 안경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카키 컬러를 쓰며 자칭 곽윤기 안경이라 부른다.
A4 평범함보다는 비범한 매력에 끌리는 편이다. 반면, 멋지게 꾸밀 시간이 비교적 적고 운동 시간이 많다 보니 알렘과 마이키타, 하프만 뉴마이스터 등 개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운동복에도 잘 어울리는 안경을 즐겨 쓴다.
A5 커틀러 앤 그로스의 플랫탑 안경에 푹 빠졌다.
A7 인스타그램 돋보기.
A8 지난 월드컵 때 안경을 쓰고 인터뷰장에 나타난 나의 ‘이강인’.
심준섭 _ 와인 바 오프닝(Opning) 등 요식업 대표
A2 레이밴의 RB5017A, 클럽 마스터 등을 착용하며 안경 디자인, 특히 하금테의 멋을 알게 됐다. 회사에 다니며 가격과 디자인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더라. 그 무렵 백산안경점의 린디-브로우를 인터넷에서 눈으로만 보고 해외 구매 대행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제법 잘 어울리기도 했거니와 안경 품질의 탁월함을 이해하는 계기도 됐다. 이 경험을 통해 잘 만든 안경을 수집하는 데 푹 빠졌다.
A3 60개 정도 갖고 있다. 특정 스타일만 모으지는 않는 편이다. 자크 마리 마지, 크롬하츠, 백산안경은 꾸준히 구입하며 최근엔 팩토리900의 고글 안경을 가장 많이 구입한다. 쓴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안경이다.
A4 운영 중인 와인 바는 미술과 와인을 다루기에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곳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공간임을 드러낼 수 있도록 밝고 경쾌한 옷차림을 즐긴다. 큼직한 후디 스웨트셔츠와 펑퍼짐한 바지, 큰 운동화를 주로 신고 팩토리900의 고글 안경을 매치하는 식이다.
A5 카무플라주 패턴이 재미있는 팩토리900의 안경을 최근 구입했다.
A6 팩토리900의 흰 고글을 쓰고 2022년 아트 부산을 찾았던 기억. 지금만큼 고글 안경이 흔치 않았고, 낯선 형태 때문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안경에 관해 많이 물었다. 부산이라 물안경을 쓰고 왔다는 내 답변이 여러 번 폭소를 터뜨리며 분위기를 유연하게 바꿨다. 이후 이 고글 타입을 ‘물안경’이라 부르며 재미있게 수집하는 중이다.
A7 안경은 얼굴에 밀착하는 물건이다 보니 안경점을 찾아 써보고 쇼핑한다. 라시트포와 오르오르, 백산안경점 등 좋아하는 안경점을 왕왕 방문해 충동구매를 즐기는 편. 렌즈를 맞추고 안경을 찾으러 가면서 또 다음 안경을 구입하는 굴레를 이어간다
A8 영화 <원데이(Oneday)>에서 앤 해서웨이가 쓴 레이밴의 RB3447.
이태형 _ 패션 브랜드 이얼즈어고 대표
A1 군대에서 “너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얼굴 때문인지 좀처럼 티가 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진지해 보이지 않아 억울한 인상을 벗어나고자 안경에서 답을 찾았다. 첫 안경은 2008년쯤 구매한 톰 포드 TF5040. 당시 영화배우부터 패션 스타일리스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썼던 인기 디자인으로 기억한다.
A2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다짐했을 때 훗날 사람들이 동그란 안경에 단정하게 머리를 넘긴 모습으로 날 기억해주길 바랐다. 이후 동그란 안경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고민하지 않고 구입한다.
A3 레스카, 이펙터, 가메만넨, 팩토리900 등 다양한 브랜드의 동그란 안경을 10개 이상 갖고 있다. 브랜드보다는 크기와 디자인을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A4 얇은 것보다 두꺼운 테가 잘 어울린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낙낙한 품의 셔츠와 카디건을 입거나 블레이저에 얇은 타이를 매곤 한다.
A5 빅터앤롤프와 알랭 미끌리 빈티지를 구매했다. 20대 초반 동경하던 패션 잡지에 자주 등장한 안경이다. 요즘엔 당시 갖고 싶던 것을 모으면서 삶에 대한 작은 용기나 동기를 얻는다. 구매를 염두에 둔 것은 1930년대 프랑스 오리지널 빈티지 아세테이트 프레임 안경. 금속 경첩을 적용하기 이전에 만든 안경이라 다소 투박하지만, 그 시대 안에서만 표현해 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A6 새것처럼 윤이 나는 것보다 백화가 나타나고 얼굴에 맞게 자연스레 변형된 안경에 정이 간다. 2014년쯤 즐겨 쓰던 커틀러 앤 그로스 안경을 과음 후 잠시 잃어버린 적이 있다. 택시비와 사례금까지 거의 20만 원을 썼지만, 꼭 되찾고 싶었다. 내 얼굴의 일부라 여길 만큼 각별하기 때문이다.
A8 르코르뷔지에. 정갈한 머리카락, 얼굴 폭보다 좁은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그의 얼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안경 스타일의 접근 방식이다. 얼굴보다 작은 안경에서 냉철함과 고집 같은 것이 느껴진달까.
이광호 _ 예술가
A1 초등학교 4학년 시절, 1980년대 가장 유행하던 느낌의 메탈 프레임 안경.
A2 처음엔 그저 앞을 보기 위한 필수품이었지만, 대학에 입학하며 선호하는 안경 형태가 생겼다. 형태를 좇다 보니 선호하는 브랜드도 정립되더라. 하지만 브랜드를 깊게 파기보다는 얼굴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특정 형태를 고집하게 됐다.
A3 수입 목적은 아니고 다양하게 착용하다 보니 불어난 안경들이다. 커틀러 앤 그로스, 올리버 피플스, 마이키타, 하프만 앤 뉴마이스터, 드폰테인, 린드버그, 아야메, 개럿 라이트 등.
A4 작업하기 편한 차림과 잘 어울리는 드폰테인, 린드버그를 주로 쓴다.
A5 JTO에서 아넬형 안경을 구입했다.
A8 배우 세스 로건을 좋아한다. 특히 그의 인스타그램 속 편한 차림으로 안경을 쓴 채 입에 담배를 물고 도자기 만드는 모습을 좋아한다.
차광호 _ 주얼리 브랜드 불레또(Bulletto)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A2 어릴 때 본 영화 에서 케빈 코스트너가 쓴 안경이 인상 깊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뒤 대학생이 되었고, 당시에 흔치 않던 하금테 안경을 어렵사리 찾아 나의 상징처럼 줄곧 끼고 다녔다.
A3 바슈앤롬 레이밴부터 올리버 골드 스미스, 모스콧 렘토쉬, 타르트 옵티컬, 톰 포드, 장 폴 고티에 등 80여 개의 안경과 선글라스를 갖고 있다.
A4 1950년대 빈티지 타르트 옵티컬의 투 브리지 형태 보잉 뿔테를 자주 쓴다.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독특한 안경 이미지를 나의 인상에 투영하려는 편이다.
A5 올리버 골드 스미스의 뿔테 선글라스. 브랜드의 오랜 역사와 안경 자체의 탁월한 만듦새가 끌린다.
A6 지난해 시력 교정술을 받고 도수 렌즈를 넣은 안경이 무용지물이 될 뻔했다. 수집하는 데 돈을 많이 들인 데다 렌즈 교체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고심했지만, 결국 모든 안경의 렌즈를 바꿨다. 이로써 안경은 내 평생의 취미로 남은 듯하다.
A7 웰메이드 브랜드에 끌린다. 구하기 어려운 희소성 있는 안경을 수집한다.
A8 젊은 시절의 배우 마이클 케인과 제프 골드브럼.
이상훈 _ 사업가
A1 부모님 손에 이끌려 간 동네 안경원에서 시력 교정을 위한 안경을 처음 접했다. 애착보다는 성가시고 불편함이 더 컸던 기억이 난다.
A2 대학생이 되어서야 안경 하나로 인상의 변화를 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쓰는 안경에 따라 지인의 반응도 다채로웠다. 첫눈에 사로잡힌 안경은 디타의 뉴요커. 그 덕분에 나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안경임을 깨닫게 됐다.
A4 주중에는 클래식 슈트를, 주말에는 이탤리언 캐주얼 스타일을 즐겨 착용한다. 시계 외 액세서리를 잘 착용하지 않다 보니 그날 연출하고 싶은 분위기에 맞춰 안경을 고른다. 날렵하고 예리한 인상을 주고 싶은 날에는 텐아이반을 선택하고, 따뜻하고 섬세한 이미지를 드러내고 싶은 날엔 자크 마리 마지의 제피린을 쓴다.
A5 제르놋 린드너 안경을 구입했고, 무척 마음에 든다. 두들겨 만든 은은하고 세밀한 무늬의 실버 프레임으로 노즈 패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클래식함과 절제된 섹시함이 드러나는 안경이다.
A6 안경을 매개로 소중한 인연이 많이 생겼다. 서울부터 부산까지 각지에 흩어져 살지만 ‘선자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함께하며 쇼핑과 사이클링, 골프, 와인, 여행을 즐긴다. 서로에게 선한 자극과 도전을 주는 관계가 됐다.
김찬준 _ 유튜브 ‘런업’ 크리에이터
A1 학업에 열중하며 근시가 됐다. 눈이 작아 보이는 근시 안경을 쓰고 학창 시절을 보낸 셈이다.
A2 이제는 안경의 기능적 역할보다 인상과 분위기에 변화를 주는 패션 아이템으로 여긴다. 캐주얼한 복장과 상반된 클래식한 금테 안경을 조합해 상반된 분위기를 즐기고, 한 끗 차이로 달라지는 전체 룩을 안경으로 완성한다.
A3 자크 마리 마지 하금테 선글라스와 뿔테 안경, 하프만 앤 뉴마이스터 금테 안경과 잠자리 안경. 구찌, 프라다 등 패션 브랜드 선글라스 역시 30여 개 소유하고 있다.
A4 유튜버로서 매일 촬영하다 보니 패션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다. 스트리트 패션을 입은 날엔 클래식한 아이템을 곁들이고, 포멀한 룩을 입은 날엔 아방가르드한 안경을 쓴다. 최근 즐겨 착용하는 것은 자크 마리 마지의 뿔테 안경 줄리엔이다.
A5 루이 비통 매장에서 빨간 선글라스를 써봤는데, 단숨에 기분이 좋아지더라.
A6 최근 레이밴과 메타가 협업한 안경을 구입했다. 카메라가 달린 안경이라 마치 내 눈으로 바라보는 듯 1인칭 시점의 자연스러운 촬영이 가능하다.
A8 케이시 나이스탯의 레이밴.
고훈철 _ 사진가
A1 고3 무렵 처음 안경을 착용했다. 시력이 나빠지는 데도 책을 보거나 운전할 때 외에는 즐겨 쓰지 않았다. 안경 쓴 모습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이유다.
A2 2014년, 레트로킷 대표님께 금자안경 제품을 선물로 받았다. 얼굴에 맞는 안경을 쓰니 잘 맞는 옷을 입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감이 생기더라.
A3 안경을 40개 정도 갖고 있다. 유럽을 돌며 빈티지 안경을 수집하기도 했는데, 멋도 좋지만 수리가 쉽지 않아 사용할 때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빈티지 안경이 꼭 필요한 옷차림이 있다. 그런 날 가끔 찾아쓰며 빈티지 안경으로 재미있게 멋을 낸다.
A4 우직조와 올리버 골드 스미스 안경을 자주 쓴다. 완성된 안경에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게 느껴지는 우직조 안경은 매 시즌 구입하는 브랜드다. 오드리 헵번과 고 다이애나비, 존 레논이 즐겨 쓴 올리버 골드 스미스도 좋아한다. 영국 해러즈백화점에 입점한 최초의 안경 브랜드이자 영국 황실에 납품한 안경이라는 공인된 품질만큼 이야기와 역사가 탄탄한 브랜드다.
A5 울프강 프록쉐의 갈색 뿔테 안경은 보자마자 슈트에 매치한 이미지가 번뜩 그려져 무조건 사야 한다는 생각에 구입했다. 오랜 시간 착용해도 피로감이 덜 느껴지는 안경으로, 트렌디한 스타일을 좇지 않는다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다.
A6 ‘오래 써도 편한 안경을 택해야 한다’는 말은 내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안경도 결국 패션이라 생각하기에 나는 가끔 얼굴을 안경에 맞추기도 한다. 조금 불편해도 거울 앞 모습이 근사하다면 구입한다. 처음의 설렘만큼 자주 손이 가지 않는 안경은 옷을 리폼하듯 렌즈를 교환해 변화를 준다. 노랑과 갈색, 핑크, 레드, 초록 등 틴트 렌즈를 넣거나 변색 렌즈로 안경과 선글라스로 활용한다.
A8 애리스토틀 오나시스. 그가 옷과 안경을 매치하는 방식은 누가 봐도 근사하다.
그라플렉스 _ 예술가
A2 어린 시절 힙합과 스트리트 문화에 빠지면서 슈프림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게 됐다. 슈프림과 오클리가 협업해 탄생한 프로그 스킨이 안경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A4 자크 마리 마지의 티타늄 안경. 생김새가 특이한 데다 착용감도 가볍지만, 특히 다양한 스타일의 옷차림과 호환이 좋다. 평소 편한 옷차림을 즐기는 만큼 룩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안경을 선호한다.
A5 자크 마리 마지의 오묘한 컬러 팔레트와 소재를 높이 평가한다. 한정판으로 제작하기에 똑같은 안경을 쓰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는 것도 좋다.
A8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나 이벤트가 있는 공간에서 대중적으로 비쳐지는 그의 스타일링은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전시회에서 아티스트는 그의 작품과 함께 공간을 전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진우 _ 바이올리니스트
A1 어릴 때부터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았다. 안경 쓰는 친구들의 젠틀하고 스마트한 분위기를 따라 나 역시 무도수 렌즈를 넣은 빨간 안경을 쓰고 다녔다.
A2 안경 하나로 사람의 이미지가 변한다는 것을 직접 써보며 알게 됐다. 어릴 땐 1만~2만 원 안경을 여러 개 구입해 옷 색과 분위기에 맞춰 착용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안경은 이미지 변화를 위한 중요한 도구였다.
A3 젠틀몬스터, 래쉬, 페이크미, 프레임 몬타나 등 품질이 좋은 국산 브랜드부터 르노와 하프만 앤 뉴마이스터, 제르놋 린드너, 린드버그, 가메만넨, 마수나가 같은 기본기가 탄탄한 브랜드, 그리고 크롬하츠, 자크 마리 마지, 까르띠에 등 하이엔드 안경을 갖고 있다. 크라운 판토형 안경을 선호하지만 형태와 소재, 색상을 정하지 않고 직접 써보며 어울리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A4 하프만 앤 뉴마이스터의 골드 컬러 리스팅, 러브레이스 매트 블랙 컬러 그리고 마수나가 Chord C # 100 BK 모델을 데일리로 즐겨 쓴다. 가벼운 무게와 탁월한 착용감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평소 연주복을 가장 오랜 시간 입을 수밖에 없지만, 이외의 시간엔 색감과 소재감이 좋은 캐시미어나 실크를 즐긴다. 마수나가 안경은 귀 팁 부분에 금을 장식해 좋은 소재 옷과 잘 어울린다.
A5 골드 프레임을 구입하고 싶다. 올리버 피플스의 콜리지를 18K 솔리드 골드 모델로 시도해보고 싶다. 기교가 없는 담백한 형태와 어우러진 소재 자체의 고급스러움이 정말 근사하다.
A6 어느 날 안경을 잊은 채 무대에 선 적이 있다. 안경을 쓰는 이라면 공감하겠지만, 그 허전함과 불안함이란! 연주 시작부터 끝까지 안경을 치켜올리는 손짓을 계속 허공에 했던 웃기고도 슬픈 기억이 난다.
A7 골드 컬러가 피부 톤에 잘 어울려 밝은 색상을 선호한다. 얼굴 비율에 이상적인 가로와 세로, 브리지 사이즈도 인지하고 있다. 안경을 고를 때 자신의 얼굴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역시 취향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8 쇼스타코비치와 스트라빈스키 같은 냉철한 이미지의 러시아 작곡가.
김종훈 _ 사업가
A1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형과 누나는 선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나도 그러했는데, 대학생 누나의 검은색 뿔테는 어린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는 눈이 나쁘지 않음에도 어머니를 졸라 누나와 비슷한 동그란 검은색 뿔테 안경을 구입했다.
A2 인간의 이목구비 중 눈이 주는 이미지가 가장 강렬하다고 생각한다. 내 눈은 조금 작고 아래로 처진 편이다. 흐릿한 인상이랄까. 처음 안경을 쓴 후 내게 강한 선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에는 안경까지 나의 눈이라 생각하고, 누구보다 섬세하게 안경을 고른다.
A3 지금까지 수집한 안경은 20개 정도. 하프만 앤뉴마이스터처럼 클래식한 안경부터 떼오, 자크 마리 마지 같은 독특하고 개성 있는 안경을 두루 즐긴다. 톱 브리지, 금속테 등 안경 형태나 소재에 구분 없이 다양하게 수집한다.
A4 사내 분위기가 보수적인 편이라 평소 무채색 옷을 주로 입는다. 유이치 토야마 안경의 클래식한 분위기는 센스 있으면서 단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A5 평소 기성복보다는 비스포크를 즐긴다. 단순함 속에 표현된 여러 가지 패턴을 중시하는데, 최근 구매한 텐아이반 No.3 C8S 모델이 그러했다. 금속테의 차가움과 부드러운 형태를 모두 지닌 모습에서 지킬 앤드 하이드가 생각나는 안경이다.
A6 안경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도원결의한 모임이 있다. 사회에서 새롭게 깊은 관계를 맺거나 ‘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큰 행운이라 여기는 일상 중 하나다.
A8 <해리 포터> 덕후다. 겨울마다 시리즈를 정주행하는데, 매 시리즈 미세하게 바뀌는 그의 안경은 나의 최대 관심사였다. 해리 포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안경과 번개처럼 나 역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자 안경을 수집하고 착용해온 것 같다.
김영태 _ 11번가 패션 MD
A1 고1 때 레이밴 호피 무늬로 안경에 입문했다. 얼굴 위에 올렸을 때 개성을 부여하는 느낌이 좋았다. 무늬가 닳을 정도로 즐겨 쓴 기억도 난다.
A2 영화 <시크릿 위도우>에서 조니 뎁이 착용한 모스콧 렘토쉬 때문에 안경에 빠지게 됐다.
A3 20~30개 갖고 있다. 알랭 미끌리의 은색 테, 떼오의 화이트 뿔테, 백산안경점과 이펙터, 까르띠에의 금테, 레스카의 1980년대 빈티지, 텐아이반의 투명테, 포트 탕헤르의 볼드한 뿔테, 자크 마리 마지의 딜런, 커틀러 앤 그로스의 하금테, 마이키타의 고글 셰이프, 플라토이의 화려한 뿔테 등.
A4 어떤 옷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자크 마리 마지의 딜런을 자주 쓴다. 그 외엔 TPO에 맞춰 안경 브랜드를 선택하는데, 슈트에는 커틀러 앤 그로스를, 클래식한 옷 차림에는 레스카 빈티지를, 동남아 등지를 여행할 때는 주황색 틴티드 렌즈의 포르탕헤르나 텐아이반을 쓴다.
A5 자크 마리 마지의 제피린 위스키 컬러를 구입하고 싶다. 흔히 쓰는 블랙보다 위스키 컬러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A8 어릴 때부터 스타일은 다르지만 카니예 웨스트와 라포 엘칸을 가장 패셔너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즐기는 안경과 옷의 색감 매치를 눈여겨본다.
임주엽 _ Y2K 엔터테인먼트 대표
A1 양쪽 시력이 1.2였던 중학교 2학년 시절. 당시 유행하던 반투명 뿔테에 홀려 시력검사 때 일부러 안 보이는 척하며 0.8 도수에 맞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A2 2000년대 초 배우 류승범을 보고 안경이라는 패션 아이템에 눈을 떴다. 그가 즐겨 쓴 빅터 앤 롤프 70-0020과 오벌 형태 올리버 피플스의 바리스타를 시작으로 남대문 안경점을 제집 드나들 듯 하기 시작했다.
A3 25개 정도 갖고 있다. 크롬하츠와 까르띠에, 이펙터, 자크 듀랑, 샤넬, 알렘, 떼오, 네이티브 선즈, 사와구치 등으로 이 중 이펙터는 3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안경 브랜드다. 뻔하지 않은 안경 디자인은 독특한 나의 취향을 드러낸다.
A4 평소 사람 만날 일이 많다. 블랙 의상을 즐겨 입는데, 예술적 분위기를 드러내고 싶을 땐 이펙터의 레가토와 플랜저를 주로 쓴다. 지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때는 금테만 한 것이 없다. 동그란 프레임의 크롬하츠 시너그램, 에이비에이터 형태의 까르띠에 CTO2310, 림 리스 형태의 알렘 모발론 샴페인을 선택한다.
A5 장 폴 고티에의 오벌 프레임 금테 안경을 구입하고 싶다. 투팍을 헌정하며.
A7 내 스타일과 잘 맞는 단골 안경원이 몇 군데 있다. 이런 곳에서 안경을 써봤을 때 ‘날 데려가줘’라고 속삭이는 듯한 안경을 구입한다.
A8 권지용.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