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책방
저마다 자리에서 바다와 이야기를 품은 책방들.
– SEE SEA WITH BOOK –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해운대・광안리와 달리 분위기가 차분한 흰여울문화마을은 해안 절벽 위 근대 피란민의 애환이 담긴 역사를 지녔다. 그 안에 자리한 씨씨윗북은 으늑히 인문학적 감성을 품고 있는 곳. 영문 이름 그대로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용하는 방법도 부담 없다. 1시간・2시간・3시간 입장권 중 하나를 골라 결제하고 들어서면 바로 옆 나란히 운영하는 여울마크에서 웰컴 드링크로 로즈 티를 제공한다. 총 3층과 루프톱으로 이루어진 책방은 층마다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1층은 독서에 집중하도록 경제와 경영을, 고즈넉한 지붕들이 보이는 2층에는 인문・시・에세이를, 마지막으로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3층은 여행 책으로 분야를 나눴다. 꼭대기 층에서는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고, 책도 볼 수 있어 화룡점정이다. 지난해 영도문화 도시센터 주관으로 선보인 ‘미드나잇 북스토어 인 영도’ 심야 서점은 좋은 반응을 얻어 올여름에도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 영도, 씨씨윗북에 가면 1시간이든 3시간이든 잠시 휴대폰 전원을 끄고 책과 바다 그리고 나에게 오롯이 집중해보자.
Add 부산광역시 영도구 흰여울길 99
Instagram @seeseawithbook
– CAFE BLUE BOOK –
양양에 바다만큼 파란 곳이 있다면 바로 이곳일 거다. 파란책방은 <시월애>, <푸른 소금>으로 유명한 이현승 감독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서핑을 좋아해서 강원도에 온 그는 매주 서울과 양양을 오가며 사도삼촌 생활을 하다 지금은 삼도사촌으로 바뀌었다. 양양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효율적이고 편한 도시의 삶이 본질적으로 인간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 약 6년 전 파란책방을 세운 목적은 자기만족도, 수익도 아니다. 파도가 잔잔해 서핑할 수 없는 날 햇살 아래서 책 읽을 때 오는 만족감을 여행객과 주민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1인당 1000원의 이용료만 내면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한 파란책방의 책은 어딘지 색이 바래 있다. 강한 햇살과 해풍 때문인데, 감독은 자연스레 세월이 지나고 누군가의 흔적이 묻은 모습을 그대로 두고자 일부러 커튼을 달지 않았다. 책방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책 한 구절에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바다 한 번 바라보며 자연과 함께 독서를 하는 것. 이현승 감독은 말한다. “단순히 책만 보는 게 아니라 시각과 청각, 후각이 활성화될 때 감각이 깨어나고
창의적 사고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으로 사유하기 바랍니다.”
Add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북분리 2-5
Instagram @blueinu
– IKHIM BOOKS –
글자의 생김새 때문에 ‘책방의 힘’이라고 종종 오해받는 책방익힘. 과일이나 곡식이 햇빛을 받으면 맛있게 익어가듯, 방문하는 이들이 책을 매개로 어울리며 사람답게 익어가길 바라는 뜻을 지닌 서점이다. 문을 연 지 5년째 되어가는 책방익힘은 처음엔 바다 뷰가 인상적인 장목면에 위치했으나, 사람들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하고자 장승포로의 한 골목으로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여행자부터 근처 중학생, 경로당 할머니까지 남녀노소가 편하게 들러 책을 읽고 교류한다. 강원도에서 온 김수현 대표는 비로소 제2의 고향처럼 애틋함을 느낀다고. 그가 책을 주로 관리한다면, 김태원 공동대표는 책방익힘이 ‘책 짝꿍’이라고 생각하는 커피를 도맡는다. 커피를 사러 온 손님에게는 기다리는 동안 잠시라도 책을 구경하라 권하고, 책을 사러 오는 이에게는 커피 한 잔을 건넨다. 독서 모임이나 시 낭독회를 열기도 하는데, 보통 거제의 유명한 작가를 초청하거나 평소 두 대표가 동경하던 작가에게 러브콜을 보내 진행한다. 책방 안쪽 벽면에는 그동안 열린 낭독회를 기록한 포스터
가 여럿 붙어 있다. 책방익힘은 그렇게 오늘도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동네 서점으로, 만남의 장으로, 누구에게나 쉼표 같은 공간으로 존재한다.
Add 경상남도 거제시 장승포로1길 13
Instagram @ikhimbooks
– MOONWOODANG BOOKSHOP –
문우당서림은 1984년 문을 연 속초의 지역 서점이다. 5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해 조금씩 넓히고 다듬으며 현재 모습을 갖추었다. 지역 시인 모임 ‘물소리 시낭송’, 성인 글쓰기 모임을 통해 주민과 어우러져 즐기는 공간에는 종종 군인과 여행객도 찾아든다. 책을 파는 곳보다 글을 만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문우당서림의 바람은 곳곳에서 묻어난다. 먼저 1층 천장에 달린 전등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책방 디렉터가 직접 고른 수많은 책 구절이 적혀 있다. 누구나 책을 보다 콕 박히는 한 문장이 있는 것처럼, 그가 인상 깊게 본 구절을 뽑아 적어둔 것이다. 1층에서는 도서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큐레이션은 비정기적으로 좋은 키워드가 있으면 그때그때 주제를 바꾼다. 양 옆에는 문우당서림 하면 떠오르는 ‘당신의 목소리’를 전시 형식으로 걸어두었다. 당신의 목소리는 ‘나에게 책이란?’과 같은 짧은 질문을 던지는 방명록이자 공간을 대표하는 콘텐츠다. 지난해 말부터는 ‘작가의 방’도 시작했다. 온전히 한 작가의 세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젝트로, 이번에는 김영하 작가의 작품과 이야기로 꾸몄다. 방문한 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곳이 20년 이상 한자리를 묵묵히 지켜왔는지,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Add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 45
Instagram @moonwoodang_book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