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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E MAN SAYS

“우선 나부터 잘 살아야 한다. 내가 행복해야 타인에게도 모범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 양재진이 말하는 좋은 어른.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가치관이 명확한 사람.
그걸 바탕으로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어른 아닐까요.

양재진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작년 여름에 17년 가까이 운영해온 병원을 마무리하고, 10월 말 상담 클리닉을 오픈했어요. 예전에는 입원 치료 위주라 진료가 많진 않았는데, 요즘은 상담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강연도 다니고, 유튜브 콘텐츠도 만들고 있어요. 동생과 함께 ‘양브로의 정신세계’ 채널을 운영하거든요.

새로 오픈한 병원 ‘마인드카페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위치가 특이하던데요.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 지하 1층에 아크앤북이라는 서점이 있어요. 서점 내 마인드카페 상담 센터와 마인드카페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있습니다.

방송 출연도 잦아요.

방송을 한 지는 오래됐어요. 2010년에 <긴급출동 SOS 24>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했고요. 많을 때는 한 번에 대여섯 개 출연한 적도 있어요. 은 5년이나 했죠. 적성에 맞아 계속 하곤 있지만, 요샌 적당히 하고 싶어요.(웃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신과 의사와는 다른 이미지가 있어요. 자기 관리에도 철저하죠?

사실 오랫동안 운동을 못 했어요. 5~6년 정도 엄청 바빴거든요. 그래서인지 번아웃이 왔어요. 스스로도 너무
지쳤다고 느껴서 5년 전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죠.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하려고 해요.

운동은 웨이트를 하는 건지.

PT 받으면서 웨이트도 하고 유산소도 같이 하고 있어요. 원래 전미라씨한테 테니스를 1년 정도 배웠는데, 팬데믹 때 골프를 시작하면서 테니스를 접었어요.

골프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요?

일반적으로 도시 생활에서는 뻥 뚫린 대자연을 느끼기 어렵잖아요. 그것 자체가 좋아요. 첫해는 재미있어서 사계
절 내내 나갔는데, 계절마다 예쁜 건 다 봤어요. 벚꽃이 눈처럼 내리던 광경은 정말 잊을 수가 없고, 단풍으로 붉게 물든 것도 그렇고. 아름다운 자연을 많이 누렸어요. 맨땅을 밟는 것도 좋아해요. 일상에서는 흙이나 풀
을 밟는 게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근데 골프장에 가면 가능하니까.

그 외에도 관리하는 게 있나요?

그루밍이라고 하기는 뭐한데, 성격 자체가 강박적이고 깔끔을 좀 떨어요. 특히 신경 쓰는 건 헤어스타일과 신발이죠.

평소 취미도 궁금하네요.

원래는 레고를 좋아했어요. 지금도 집에 레고 마을이 있어요. 이사 가면서 놓을 곳이 없어 박스에 넣어두긴 했지만. 문제긴 한데, 유튜브도 많이 봐요.(웃음)

‘양브로의 정신세계’에서 스마트폰 중독 사연을 재미있게 봤어요. 알고리즘이 너무 똑똑하죠. 원장님도 예외는 아니군요.

맞아요. 알고리즘이 문제예요. 이미 기계가 인간보다 똑똑해진 것 같아요. 유튜브 콘텐츠 촬영 때문에 뭘 봐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 15분 내외 영상을 몇 번 봤어요. 어느 날 보니까 제가 숏츠만 보고 있는 거예요. 단순하고 짧은 것에 자꾸 익숙해지더라고요. 워낙 영화를 좋아하는데 앞으로 온전히 못 보겠다 싶어 요즘엔 일부러 영화를 챙겨 보려고 합니다.

데님 셔츠와 팬츠 모두
Studio Tomboy Men,
화이트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축약한 영화 콘텐츠가 많은데 그걸 보고 작품을 다 본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사실 감독이 2시간가량 되는 영화에 매초, 매분 의도한 바가 있는데요. 그런 콘텐츠는 스토리 요약 정도죠.

우연히 <카지노> 요약본을 보고 이번에 원작을 봤는데 너무 달라요.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두 담기는 불가능해요. 영화나 드라마라는 게 전체적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순간순간 인상 깊게 박히는 장면과 대사가 있잖아요. 그걸 다 놓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영화를 더 보려고 해요.

<카지노>를 보면서 정신과 의사로서 눈에 들어오는 인물 심리가 있었나요?

어떤 심리를 얘기하기가 모호한 것이, 전형적인 갱스터 무비예요. 최민식 씨가 맡은 차무식 역은 거의 소시오패스에 가깝죠. 확실히 나온 건 아니지만, 시즌 1 마지막 장면에 자신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여버려요. 그런 건 반사회적 인격 장애라고 봐요. 인물 중 나쁘지 않은 캐릭터가 없어요. 그나마 멀쩡한 인물이
임형준 씨가 맡은 영사죠. 하지만 영사마저 친한 선배가 놀러 왔는데, 술집에서 뒷돈이나 받는 인간이에요. 나쁜 인간 군상을 다양하게 그려내 더 재미있어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지 2년 됐어요. 시작할 때 사람들이 채널을 통해 고민을 해소하고 위로받았으면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원하던 방향으로 잘 가고 있나요?

정신과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싶었어요. 우리나라가 아마 OECD 국가 중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가장 심한 나라일 거예요. 그러다보니 정신 질환을 앓는 분들이 불이익을 보는 경우도 많고, 가족들조차 잘못된 상식으로 치료를 반대해 병이 악화되는 경우를 수없이 봤어요. 여론을 바꿔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하자는 목적이 컸어요. 댓글을 거의 챙겨 봐요. 많은 분이 고맙다면서 공감해줘서 보람을 크게 느끼죠.

구독자 ‘양떼’들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구독자들은 알겠지만, 지금도 양떼라고 부르는 걸 어색해해요. 양떼는 따뜻하고 고마운 분들이죠. 초창기에
는 저나 동생의 개인 팬들이 주로 구독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 구독자가 50만 정도 됐어요. 요즘은 강연을 하거나 어디 갈 때 양떼를 꽤 만나요. 음식점에서도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 “저 양떼예요” 하고 말하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과거에 비해 정신 질환이 양지로 나왔어요. 이런 시류에 양브로가 일조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부분에선 자부심을 느껴요. 방송 요청이 오면 대부분 승낙했어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지식을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몇 년하다가 동생도 방송을 하고 함께 유튜브까지 하면서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지금 3040 남성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무엇인가요?

10년 전에 비해 남성 환자 비중이 확 늘었어요. 과거에는 80~90%가 여성 환자였고, 남성은 극히 드물었죠. 남자들은 어지간하면 병원에 잘 안 가는데, 정신과는 더 안 가려고 해요. 기본적으로 자신이 뭔가 힘들거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안 하거든요. 약해 보이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도 있고요. 지금은 30%정도 되는 것 같고, 주로 젊은 분이 많이 찾아와요.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있어서 오기도 하지만, 인생 상담을 위해 찾는 분도 있어요. 40대는 향후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까 하는 고민이 많고요.

나비 프린트 재킷과 팬츠, 첼시 부츠 모두 Cos by Yeboah,
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신적 질환이 없어도 고민 상담을 하러 오는 분이 늘었네요.

남녀를 불문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거나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그동안 바쁘게 살다가 팬데믹 시기 타의에 의해 단절됐잖아요.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나를 돌아볼 시간이 늘어난 거죠. 또 초기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엄청 났거든요. 걸리면 모두 죽는 것처럼 환자 수와 동선을 파악
했고요. 사람이 재미있는 것이,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면 다 죽는다는 건데 죽음에 대한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살아요. 자기 인생에 대해 가장 많이 돌아보는 곳이 장례식장이에요. 타인의 죽음 앞에서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삶을 돌아보게 되거든요. 코로나19가 그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긍정적 현상이죠.

굉장히 좋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건강검진은 정기적으로 받잖아요. 특히 마흔 살이 넘으면 2년에 한 번 꼬박꼬박 받는데, 정신 건강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호기심이나 관심은 많아서 인터넷 또는 앱을 이용해 심리 테스트를 하죠. MBTI에 열광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는 네이버 지식인에 건강 상태를 물어보고 받은 답변으로 건강을 체크하는 꼴이나 다름없어요. 기왕이면 1년이나 2년에 한번, 또는 내가 좀 힘들다고 느낄 때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고 본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것을 추천합니다.

마음을 돌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운동이요. 유튜브 채널에서 생각이 복잡할 때 일단 몸을 움직이라고 하는데, 정말 추천해요. 꼭 PT를 받
거나 특정 운동을 하라는 건 아니에요. 일단 몸을 반복적으로 쓰는 것이 좋아요. 운동할 시간이 없으면 집안일을 추천해요. 머릿속이 복잡할 땐 단순 반복 작업이 최고거든요. 저도 생각이 많을 땐 집안일을 하거나 운동을 해요.

세이브더칠드런에 동생과 함께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한다고요. 정기 기부 약정 협약 때 한 인터뷰도 인상 깊게 봤어요.

강연할 때 자존감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봉사와 기부라고 얘기해요. 사람은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자존감이 가장 많이 올라가거든요. 세이브더 칠드런과 굿네이버스는 코로나19 전에 양재웅 원장과 함께 약정했어요. 한국은 숨어서 하는 선행을 좋아하는데, 내가 한 명이라도 더 기부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면 이런 행위는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아이들에게 손을 한 번이라도 내밀어 따뜻하게 잡아주면 더 올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테니까요.

원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이란 어떤 모습인가요?

tvN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 씨가 맡은 박동훈이나 그 주변에 있는 동네 사람들이 떠올라요. 박동훈은 처음엔 좋은 척하는 어른이었지만, 이지은 씨가 맡은 이지안이란 인물을 통해 좋은 어른으로 거듭나죠. 좋은 어른은 우선 나부터 잘 살아야 해요. 내가 행복해야 타인에게도 모범이 될 수 있거든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가치관이 명확한 사람. 그걸 바탕으로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어른 아닐까요.

에디터 김지수 사진 김참 헤어 & 메이크업 하나 스타일링 김정민,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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