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C 시은, 수민, 아이사의 자극을 깨우는 순간
2025년 상반기 컴백을 앞둔 스테이씨 시은, 수민, 아이사를 만났다.

아이사 _ 숄더 패드 디테일 재킷과 크롭트 톱, 버뮤다팬츠, 롱 패딩 부츠 모두 Rick Owens.
시은 _ 시스루 터틀넥 톱과 레더 스커트 모두 Versace, 실버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
한창 준비 중인 앨범의 메시지가 ‘성장’이라고 들었어요. STAYC(스테이씨)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겠죠?
시은 그럼요. 아마 모두 각자 시간을 묵묵히 걸어왔을 거예요. 성장통은 누구나 겪지 않을까요? 차츰 시간이 지나면 내가 몰랐던 것, 부족한 것을 자각하게 되거든요.
본질만 남고 불순물만 떨어져나가는 거군요. 시은 맞아요. 그런 의미로 제게 2024년은 가장 큰 성장통의 해였어요. 나 자신과 많이 싸우고 화해한 시기였고요. 그래도 몰랐던 저를 만나고 나니 앞으로 방향성과 음악적 색깔을 계속 찾아나갈 수 있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찾아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거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수민, 아이사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나요?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거나.
수민 쭉 맡아온 리더 자리를 내려놓던 시기가 생각나요. 아무래도 적지 않은 책임감이 요구되는 자리잖아요. 내려놓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나라는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이후로는 조금 더 자유롭고 마음 편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아이사 저는 제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성격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너무 사람을 좋아해서 요즘은 신중하게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을 길러보고자 노력해요. 마음을 여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많고요. 서두르지 않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얘기할 타이밍이 없었는데, 우리 구면인 거 알아요? 4년 전에 인터뷰했어요. 그래서 ‘성장’이 라는 메시지가 유독 더 와닿는지 모르겠어요. 시은 아, 어쩐지. 그 장소도 기억나요. 4년이나 지났다니, 시간이 참 빠르네요. 첫 싱글 앨범 <SO BAD>로 데뷔하기 직전이었죠.
맞아요. 세 멤버 중 수민 씨가 가장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더 외향적으로 변화했다고 해야 할까요. 확실히 편해 보여요. 수민 정말요? 감사합니다.(웃음) 저 스스로도 많이 놀라곤 해요. 데뷔하고 이렇게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요. 아시겠지만, 제가 수줍음이 많았잖아요. 남한테 말도 잘 못 걸고 대화하는 것도 서툴렀는데, 스테이씨 활동하면서 많이 변했어요. 이제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어색함 없이 잘 말하거든요.

그러니까요. 그간 많은 곡을 실험하고 매번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죠. 멤버들 각자 가장 와닿았던 곡을 한번 꼽아볼까요? 아이사 저는 ‘Stay WITH me’요. 멤버 전원이 작사에 참여한 우리의 첫 팬 송이에요.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했을 때 팬들의 마음에 가장 가까워진 느낌이었어요. 마침내 닿았다, 이런 순간이 그려졌죠.
수민 저는 ‘Teddy Bear’를 꼽을래요. 멜로디도 밝고 에너지 넘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메시지가 정말 좋거든요. 테디 베어는 어릴 때 누구나 가져보았거나 소원했던 소재인데, 그 곰인형처럼 항상 곁에 있겠다는 내용이 뜻깊었어요. 그리고 이 곡의 가사를 처음 받을 당시 프로듀서님이 “무엇보다 우리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던 게 기억나요. 그 말이 좋은 동기부여가 됐어요.
시은 늘 좋은 곡과 함께했지만 역시 ‘SO BAD’만큼 강렬하고 신선한 곡이 없는 것 같아요. 처음 그 곡의 가이드를 들었을 때 우리가 무대에 선 모습이 희미한 불빛처럼 비쳤거든요. 하지만 끊임없이 연습을 하면서 그 불빛이 점점 더 확연해졌죠. 다른 멤버들도 그렇겠지만, 저는 여전히 데뷔곡이 참 좋아요. 속을 들여다보면 데뷔를 준비하던 그때의 우리가 보이는 것 같아서요.
그때의 우리가 보인다는 말, 왠지 아련하게 들리네요. 그러고 보니 처음 ‘SO BAD’를 듣고 나서 왠지 모를 가슴 벅참과 치열함을 느꼈어요. 시은 그렇게 느끼셨다면 감사하죠. 이제 그 곡이 우리의 자부심이 된 것 같아요. 다 같이 버티고 견디면서 뭉쳤던 초심도 잃지 않게 해주고요.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데뷔할 때의 기억은 점점 더 진해지겠죠.
‘SO BAD’가 스테이씨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라면, 작년 첫 정규 앨범 의 ‘Cheeky Icy Thang(치아땡)’은 변곡점 같은 곡이었죠. 수민 기존에 우리가 보여준 무드가 아닌 만큼 놀라는 분이 많았어요. 그간 ‘Teddy Bear’나 ‘Bubble’처럼 에너지 넘치고 경쾌한 곡 위주로 보여줬으니까요. 저 또한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성향이라 부담감이 컸어요. 곡 콘셉트 자체는 좋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더군요.
확실히 ‘키치함을 치키함으로 바꾼다’는 곡 소개처럼 목적성이 뚜렷했어요.
아이사 맞아요.(웃음) 돌이켜보면 변화 자체는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물론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었고요.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하기 위해선 설득력이 필요했고, 고심한 결과 신선한 퍼포먼스가 받쳐져야 그 설득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이를테면 이런 거예요. 안무의 강약 조절이나 그동안 보여주지 않던 세밀한 표정 연기. 한 번이라도 (팬들이) 더 이 곡의 무대와 영상을 볼 수 있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시은 새로운 ‘실험’이었기에 즐거웠던 것 같아요. 당시 첫 정규 앨범인 만큼 그 곡 외에도 다양한 콘셉트의 무대와 곡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워낙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 더 기억에 남았을지도 몰라요. 단순히 표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곡과 콘셉트에 ‘미쳐보는’ 거죠.(웃음) 그리고 그게 가장 ‘스테이씨답다’고 느껴요.

그러고 보니 ‘스테이씨답다’에 대한 각 멤버의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수민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 노래를 들었을 때 “꽉 찬 힘을 받는다”고 말씀해주시는 팬도 있거든요.
아이사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지만, ‘진정성 있게 무대를 대하는 태도’를 꼽고 싶어요. 멤버 여섯 명의 목소리와 퍼포먼스가 확연히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곡을 들어보면 알 수 있어요. 다양한 호흡과 음색이 한데 어우러져 균형을 맞춰요. 그게 참 신기하면서도 강렬하죠.
시은 수민이와 (아)이사 말에 공감해요. 일단 무엇보다 우리가 무대를 통해 진정성 있게 고백하는 모습이 느껴지길 바라요. 워낙 이 세계에 다양한 매력을 갖춘 선후배가 많잖아요. 그 속에서 우리만의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일까 깊이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같은 ‘발랄함’과 ‘에너제틱함’이라도 우리가 보여주는 음악은 타 그룹과 겹치는 지점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모습이 딱 스테이씨다운 색깔 같아요. 그것만큼은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그 색깔을 바탕으로 새롭게 그려내고 싶은 콘셉트나 무드도 있나요?
아이사 저는 특정 계절 곡에 욕심이 나요. 이를테면 청량한 서머 팝이나 연말에 듣기 좋은 캐럴처럼요. 어떤 계절에 내도 좋은 음악을 보여줄 자신감이 있으니 더 보여주고, 더 찾아내고, 더 잘하고 싶은 갈망이 있어요.
시은 개인적으로는 정통 발라드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수민이가 말했던 응원 곡 개념으로 또 다른 팬송이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요.
수민 기회가 된다면 소녀시대 선배님들의 ‘힘 내!(Way To Go)’ 같은 응원 곡을 선보이고 싶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에너지가 우리 강점이기도 하고, 우리 음악을 통해 위로받았다는 말을 자주 듣거든요.

방금 수민 씨가 위로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응원과 위로는 어떻게 보면 다른 개념이잖아요. 팬들이 스테이씨에게 위로받는 이유는 에너지뿐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은 그러니까요. 표현하긴 어렵지만, 저희 음악에 어떤 힘이 있나 봐요. “힘들었는데 스테이씨 곡을 듣고 이겨낼 수 있었다”는 내용의 글을 많이 접했거든요. 면접이든, 시험이든, 건강이든 분명 팬 스스로 노력해서 이룬 성과일텐데 저희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고 말씀해주곤 해요. 정말 감사하면서도 안주하지 않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단독 팬미팅 때 ‘Star’라는 곡을 부른 적이 있어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OST이기도 한데, 저희가 당시 부르는 모습에 울고 있는 팬들을 많이 목격했어요. 그 모습이 마치 하나하나 별처럼 빛나 보이더군요.

저는 그 이유도 궁금해요. 팬들은 콘서트장에서 노래를 들으며 왜 눈물을 흘릴까. 그만큼 와닿았다는 거겠죠?
시은 팬들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저 또한 누군가의 팬으로서 얘기해보자면 알 것도 같아요. ‘멤버들이, 팀이 이만큼 성장했구나’ 하는 자부심, ‘이 친구들과 그때 그 일을 이겨냈는데’ 같은 벅찬 감정도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극의 의미도 있을 거고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팬들의 그런 반응 덕분에 우리도 자극받게 돼요.
좋은 자극이 또 다른 자극을 낳는다, 흥미로운 시선이에요. 또 자극받는 게 있나요?
아이사 좋은 답변이 될지 모르겠지만, 과거와 미래의 나를 비교해보곤 해요. 그러다 보면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이 보이죠. 모니터링하면서 ‘그때는 이런 게 부족했지’, ‘이번 활동에서 이런 걸 준비해볼까?’ 이렇게 대화하다 보면 그게 다음 활동을 위한 자극이 돼요.
수민 저도 그래요. 그래서 자극만큼 중요한 건 끈기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동기부여를 찾아나가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과 고집이 필요하니까요. 앞으로 어떤 우여곡절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끈기를 갖고 찾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곡 녹음이든, 무대든.

준비하고 있는 새 앨범은 어때요?
아이사 아직 발매 기간이 많이 남아 주된 무드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곡을 듣고 ‘내가 스테이씨한테 원했던 게 이거야’ 하는 반응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시은 저도 이 말에 동의해요. 퍼포먼스든, 보컬이든, 사운드든 최대한의 것을 준비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아마 꽉 차 있는 느낌일 거예요.

시은 _ 큐빅 디테일 톱과 레더 스커트 모두 Self-Portrait.
아이사 _ 스카프 디테일의 레더 셔츠 YCH, 레더 스커트 Juun.J.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스테이씨’라는 영화는 어떤 장르라고 생각하나요?
수민 생각해본 적이 없는 질문이네요. 음, 저는 ‘로맨스’요. 장르 자체가 어쨌든 사랑을 말하잖아요. 작품의 서사가 어떻게 흘러가든, 주인공은 누군가를 엄청 뜨겁게 사랑하죠. 우리도 각자 애정하지만, 스윗(SWITH, 스테이씨의 팬덤)에 대한 사랑은 스테이씨의 중심을 여전히 관통하고 있어요.
시은 오, ‘드라마’도 적합해 보여요. 우리네 인생이 다 각각의 드라마니까요. 그만큼 우여곡절도 많지만, 그래서 더 즐거운 스토리가 이어지고 있어요. 절대 공포나 스릴러 장르는 아닙니다.(웃음)
아이사 저도 드라마라는 장르가 와닿네요. 그중에서도 ‘청춘 드라마’. 청춘을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어릴 때부터 함께 붙어 있었기에 이제 버릴 수 없는 추억이 되었어요. 그리고 점점 ‘가족 드라마’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진짜 가족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