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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 VISION

지난 6월 2일, 불가리 워치를 지휘하는 조나단 브린바움과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싸 스틸리아니가 한국을 찾았다.

비즈니스와 미학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두 인물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맞닿은 불가리 워치의 세계,

그리고 새롭게 진화한 옥토 피니씨모 37mm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불가리 워치의 세계관을 관장하는 전략가

조나단 브린바움은 대중 소비재부터 럭셔리 향수와 화장품, 주얼리 및 워치 분야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2015년 LVMH 그룹에 입사하며 불가리 퍼퓸 부문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로 합류한 그는 메종의 정체성을 극대화한 고급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팬데믹 등 시장의 격변기 속에서도 회복과 성장을 일궈내며 2024년 9월 불가리 워치 부문 글로벌 총괄 디렉터로 부임했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는 지난 10년간 10개 이상 세계기록을 달성하며 정통 워치메이커로서 정당성을 확보했습니다.

올해는 세계기록을 넘어 일상에서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37mm 모델을 선보였죠. 옥토 피니씨모의 울트라 씬 기술은 단순히 기록 경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비율, 착용감이라는 불가리 워치 비전을 증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새로운 37mm 모델 역시 그 진화의 정점에 있죠. 우리가 추구하는 혁신은 물리적 두께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동시대의 다양성을 아우르고, 손목 위에서 더 편안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 역시 혁신입니다. 이를 토대로 옥토 고유의 건축적 정체성과 기술적 정교함, 순수한 미학은 지키되 한층 편안한 착용감을 제안하는 거죠. 오늘날 컬렉터들은 트렌드보다 진정성과 분명한 관점에 움직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의 역할 은 새로움만을 좇는 게 아니라 본연의 비전에 충실하며 세계관을 풍부하게 확장하는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혁신과 일관성 사이의 정교한 균형이야말로 지난 10년간 이 컬렉션을 지탱해온 힘입니다.

한국은 클래식을 토대로 정교하게 축소한 소형화 워치,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하이엔드 여성 시계를 환대하는 젠더리스 트렌드가 빠르고 대담하게 실현되는 시장입니다. 총괄 디렉터로서 바라보는 한국 시장만의 특성은 무엇이며, 불가리 내부에서 분석하는 한국 시장의 성공 원인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성숙한 시계 시장입니다. 무엇보다 한국 컬렉터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데 열려 있죠. 디자인과 창의성, 개성을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워치메이킹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높습니다. 전통적성을 구분해 시계를 선택하기보다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시계를 선택하는 흐름 역시 불가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한국에서 불가리가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한 차별성에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대담한 디자인과 로마의 문화,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전문성을 결합하면서도 전통적 시계업계의 문법과 다른 방식으로 이를 풀어내기때문입니다. 섬세한 안목과 뛰어난 미적 감각을 지닌 한국 고객들은 불가리 워치의 미학과 정체성을 높게 평가합니다. 그 지점이 불가리가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방한 일정 동안 당신이 선택한 타임피스는 무엇입니까?

한국에 머무는 동안 옥토 피니씨모 37mm 새틴 폴리시드 모델을 착용했습니다. 이 시계는 현재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이 지향하는 지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입니다. 옥토 피니씨모 특유의 건축적 캐릭터와 기술적 정교함을 유지하면서도 탁월한 착용감과 폭넓은 활용도를 갖췄기 때문이죠. 격식 있는 미팅 자리부터 이동 중, 그리고 일상적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시계입니다.

혁신 과정은 늘 불가능을 향한 도전이 뒤따릅니다. 시계 제작과 관련해 주위의 반대에 부딪혀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시계 제작에서 ‘불가능(impossible)’이라는 말은 종종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답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처음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씬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물리적으로 넘기 어려운 기술적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났어요. 크기가 작아질수록 하나의 부품이 다른 모든 부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결국 단순히 무브먼트를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시계 전체의 구조와 설계를완전히 새롭게 바라봐야 했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느끼는 점은, 이런 도전이 단 한 번의 극적인 돌파구로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진전은 디자이너, 엔지니어, 워치메이커 사이의 긴밀한 협업, 끈질긴 시도, 그리고 당연시해 온 전제를 다시금 묻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최근 선보인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이 좋은 예죠. 두께 1.85mm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구조와 소재, 제작 방식 전반을 전에 없던 수준으로 다시 설계해야 했습니다.

과거 인터뷰를 통해 ‘기능 없이 오직 인간의 감정만 자극하는 향수의 본질’을 시계에 대입하며 하이엔드 시계 역시 기계적 스펙을 넘어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있습니다. 그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지, 더불어 불가리 워치를 관장하는 수장으로서 생각하는 좋은 시계에 대한 정의를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그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기계식 워치는 기능적 관점에서 보면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닙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기계식 워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기계식 워치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 안에서 감정적 연결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향수를 화학식으로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 향이 불러 일으키는 감정, 떠올리게 하는 기억과 감각, 그리고 자신을 표현해주는 방식 때문에 선택하죠. 좋은 시계도 맥락이 이와 비슷합니다. 기술적 완성도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위대한 시계가 탄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인정신과 디자인, 착용감, 감정, 그리고 의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좋은 시계가 되죠. 처음 손목에 올리는 순간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매력을 하나씩 드러내는 시계 말입니다. 결국 오래도록 기억되는 워치는 반드시 가장 복잡한 기능을 지닌 시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시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수많은 타임피스 사이에서 불가리 워치만이 지닌 대체 불가한 가치와 독보적 감각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불가리는 독창적 종합성을 지녔다고 믿고 있어요. 우리는 로마의 메종이자 디자인 메종이며, 주얼리 메종이자 스위스 하이 워치메이킹 매뉴팩처입니다. 이 각각의 차원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 결과 우리는 디자인, 엔지니어링, 인체공학을 서로 분리된 분야로 다루며 시계를 개발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하나의 창의적 대화 안에 공존하죠. 불가리 워치를 차별화하는 점은 그것이 하나의 완전한 오브제로 구상된다는 데 있습니다. 무브먼트, 건축적 구조, 비율, 손목 위에서의 촉각적 경험, 그리고 감정적 영향력은 모두 하나의 비전을 위해 작용합니다.

옥토 피니씨모, 영혼의 설계자

불가리 시계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싸 스틸리아니는 메종의 상징과 철학을 시각화하는 인물이다. 그에게 자동차와 시계는 같은 선상에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사용 방식과 성능을 넘어 꿈과 이야기를 함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목표가 같기 때문이다. 2001년 불가리 입사 이후 2009년 워치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며 옥토 피니씨모를 완성했고, 현재까지 메종의 풍부한 유산과 워치메이킹 기술을 함축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 인터뷰에서 디자이너는 미래의 잠재적 니즈를 예측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옥토 피니씨모를 처음 구상할 때 오랫동안 추구해야 할 가치로 낙점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옥토 피니씨모가 마주할 미래는 결국 우리가 걸어온 본질적 방향성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이어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섬세한 개선을 통해 디자인을 진화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소재를 탐구하는 거죠. 디자이너로서 가장 매료되는 지점이자 중요하게 여기는 도전 역시 바로 그 균형입니다. 최근 제게 진정한 성취는 단순히 새로운 합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티타늄이라는 고전적 소재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정교하게 완성하느냐에 있죠. 익숙한 소재에서 새로운 미학을 이끌어내고 그 과정을 통해 시장에 놀라움을 전파하는 것. 그것이 제가 믿는 옥토 피니씨모의 미래이자 디자인 접근입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옥토 컬렉션은 이제 로마와 제랄드 젠타의 유산을 넘어 고유한 영혼을 지녔다고 선언했습니다. 옥토가 컴플리케이션에 기대지 않고도 스타일의 본질만으로 독자적 정체성을 완성했다고 확신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티타늄 소재의 옥토 피니씨모 아워, 미닛, 세컨즈 모델을 완성했을 때입니다. 이 시계는 오직 옥토 컬렉션의 본질만을 순수하게 드러내기 위해 구상했습니다. 화려하고 복잡한 기능을 걷어내고 일상에서 착용하는 시계가 갖춰야 할 모든 미학적 요소를 밀도 있게 담았습니다. 지극히 정제된 데다 어떤 상황에도 어우러지며, 동시대적 감각을 갖추는 것. 그 자체로 독보적 아름다움을 증명해낼 때 옥토가 비로소 온전히 정체성을 완성했다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3년의 연구 끝에 케이스 지름을 37mm로 줄이는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기술적 성능과 착용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최적의 밸런스를 찾기 위해 어떤 고민을 거쳤나요?

37mm는 기술적 조건과 착용감을 함께 고려할 때 가장 균형 잡힌 선택이었습니다. 이보다 더 작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파워리저브나 무브먼트 구조에서 일정 부분 타협이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그 부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동시에 이 시계가 더 많은 사람의 손목 위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점에서 케이스 지름 37mm는 비율과 착용감, 그리고 범용성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가장 이상적인 사이즈였습니다.

옥토 피니씨모 37mm 옐로 골드 모델은 시각적으로는 극강의 슬림함을 보여주지만, 손에 쥐면 묵직한 밀도감이 반전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브레이슬릿 안쪽까지 금을 채운 것은 옥토 피니씨모의 미학적 완성도를 온전히 지키기 위한 선택입니다. 쉬운 길을 택하기보다 무게가 더해지더라도 처음의 콘셉트를 끝까지 밀고 나가고자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죠. 금의 묵직한 존재감에 대해 고객들 또한 좋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컬렉션을 완성하는 고관여 시계 애호가들에게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를 손목 위에 올린다는 것은 어떤 삶의 태도나 안목을 증명하는 일이 될 수 있을까요?

옥토 피니씨모를 착용하는 사람은 시계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적 완성도와 미학이 만나는 지점을 이해하고,그 조화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죠.

에디터 정유민 사진 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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