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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VLGARI

불가리는 지평을 넓히기 위해 워치메이킹과 주얼리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형태의 예술’이라는 기준을 새롭게 제시한다.

Octo finissimo 37mm

아이코닉한 워치를 축소한다는 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불가리는 올해 워치스앤원더스에 두 번째 참여하며 새로운 ‘옥토 피니씨모 37mm’를 통해 과제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단순한 축소가 아닌 내부 구조부터 다시 설계하는 방식으로 케이스와 무브먼트, 브레이슬릿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한 결과다. 컬렉션의 연속선 위에 놓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사실상 새로운 모델에 가깝다. 기존 40mm 모델이 초박형 구조를 구현한 기술과 정교한 마감으로 워치메이킹의 정점을 보여줬다면, 새로운 37mm는 성과를 보다 일상에서의 착용 영역으로 확장한다. 지름 37mm라는 변화는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존 구조를 그대로 줄이는 방식으로는 구현할 수 없기에 약 3년에 걸친 개발과 검증 끝에 새로운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칼리버 BVF100이 완성됐다. 세르펜티 라인에서 축적해온 여성용 무브먼트 개발 경험이 더해지며 두께 2.35mm의 초박형 구조에 72시간 파워리저브를 확보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브먼트의 마감 역시 새롭게 정의됐다. 브리지와 메인 플레이트 전면에는 방사형 코트 드 제네브 피니싱을 적용해 중심에서 바깥으로 확장되는 패턴을 구현했다. 직선형 스트라이프보다 가공 난도가 높은 방식으로 빛의 각도에 따라 표면의 깊이가 유기적으로 변화한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연결 방식도 진화했다. 새로운 스크루 고정 구조를 적용해 안정성을 높였고, 브레이슬릿에는 푸시버튼 클래스프를 더해 착용의 편의성을 높였다. 팔각 케이스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각 면의 비율과 연결 각도를 다시금 조율해 더 작은 크기에서도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설계한 점이 핵심이다. 라인업은 네 가지로 구성된다. 두 가지 티타늄 모델과 옐로 골드 모델, 그리고 미닛 리피터 모델이다. 티타늄 모델은 동일한 구조에 서로 다른 표면 처리를 적용해 각기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옐로 골드 모델은 소재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전면에 드러낸다. 미닛 리피터 모델은 샌드블라스트 처리한 티타늄 케이스에 인하우스 칼리버 BVL362를 탑재했다. 측면 슬라이드를 작동하면 시간과 분을 차임으로 전달하며기능 자체가 구조 안에 정교하게 통합되어 있다.

자체 제작한 BVF900 플라잉 투르비용 칼리버로 구동하는 두께 1.85mm의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의 무브먼트.
옥토 피니씨모 역사상 10번째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 기록을 세운 무브먼트는 42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며, 시간당 2만 8800회(4Hz)의 진동수로 작동한다.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플래티넘.

Octo finissimo ultra tourbillon platinum

지난해 불가리는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티타늄으로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했다. 옥토 피니씨모 라인에서만 열 번째에 해당하는 울트라 씬 세계기록이다. 같은 해 GPHG에서 투르비용 워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극도로 얇은 구조에 투르비용을 담아낸 이 모델은 두께라는 물리적 한계를 다시 한 단계 확장한 결과였다. 2026년, 이 시도는 한층 진화한다. 단 10점만 생산되는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플래티넘’은 동일한 초박형 구조를 유지하면서 소재와 마감의 영역을 넓힌다. 케이스는 플래티넘으로 변경됐지만, 두께는 1.85mm로 유지된다. 플래티넘은 18세기 후반 루이 16세의 궁정에서 주목받은 이후 20세기 초 주얼리와 워치메이킹에서 하이엔드를 상징하는 소재로 자리 잡았다. 뛰어난 밀도와 순도로 가공 난도가 높은 이 소재를 같은 두께에 구현하기 위해 케이스 제작 전반에 걸쳐 정밀한 제어와 공정의 재조정이 병행됐다. 이 구조의 중심에는 핸드와인딩 플라잉 투르비용 칼리버 BVF900이 있다. 시간당 2만8800회(4Hz) 진동하며 42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는 초박형 무브먼트로, 처음부터 두께 조건을 전제로 설계됐다. 스켈레톤 처리한 다이얼은 무브먼트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기어 트레인과 투르비용의 움직임이 겹쳐지며 1.85mm라는 수치가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다이얼에는 블루 컬러를 적용해 갈바닉 처리한 메인 플레이트와 스틸 래칫 휠 사이의 균형을 맞췄다. 새틴 브러싱과 폴리싱을 병행한 브레이슬릿은 플래티넘 특유의 텍스처를 강조한다. 투르비용 캐리지와 기어 트레인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재배치됐고, 모든 구성 요소는 두께 기준에 맞춰 재설계됐다. 얇은 구조에 시간의 메커니즘이 층층이 쌓이며 하나의 구조를 완성했다.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플래티넘은 더 얇음을 향한 반복이 아닌 초박형이라는 조건 안에서 가능한 구조의 범위를 다시 정립한 결과다.

옥토 피니씨모 37mm 스케치.
옥토 피니씨모 37mm 스케치.
불가리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브리치오 부오나마싸 스틸글리아니.

Bvlgari watch Creative Director, Fabrizio Buonamassa Stigliani

불가리의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브리치오 부오나마싸 스틸글리아니는 옥토 피니씨모 컬렉션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더 얇은 시계를 향한 실험을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불가리는 시계 제조 분야에서 총 10개의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그에게 중요한 것은 기록 자체가 아닌 그 기록이 만들어지는 방식이었다.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사물을 더욱 명확하게 볼 수 있다.” 그는 옥토 피니씨모를 설명할 때 기술적 성취보다 관찰의 변화를 먼저 언급한다. 축적된 기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올해 워치스앤원더스에서 그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택했다. 스위스 뇌샤텔팀과 함께 집중한 것은 더 얇은 기록을 넘어 새로운 비례와 착용 방식이었다. 옥토 피니씨모는 처음으로 40mm 아래, 37mm 지름으로 확장된 모델을 선보였다. 그는 이를 단순한 사이즈 변화로 보지 않는다. 시장의 요구는 분명하지만, 그에 대한 해법은 축소가 아닌 구조의 재정의였다. “시장의 큰 흐름 중 하나는 더 작은 사이즈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크기를 줄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판단은 케이스 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내부 구조, 기능 배치, 전체 비례 시스템이 동시에 재설정되어야 했다. 그는 이 과정을 ‘새로운 시계를 만드는 일’로 정의한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숫자가 아니라 균형이었다. 다양한 크기를 테스트한 끝에 기능과 구조적 안정성이 동시에 성립하는 지점을 찾아야 했다. “35mm부터 39mm까지 여러 크기를 시험했다. 결국 확인한 것은 하나다. 기능과 구조는 함께 성립해야 한다.” 그에게 옥토 피니씨모는 더 이상 ‘가장 얇은 시계’라는 정의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충분히 축적된 이후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다시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옥토 피니씨모 37mm의 목표는 기록을 다시 쓰는 데 있지 않다. 더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것이다.” 그는 이 모델을 완결로 보지 않는다. 기술적 성취의 종착점이 아니라 축적된 기술이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하나의 국면이다. 결국 그가 말하는 옥토 피니씨모는 고정된 컬렉션이 아닌 조건을 바꾸며 계속 다시금 정의되는 시스템에 가깝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못 형태의 클루 모티브로 강렬한 포인트를 준
투보가스 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
아이코닉한 나선형 구조를 스틸로 재해석해 움직임을 강조한 비제로원 링.
38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0.3캐럿)를 세팅한 스틸 케이스와 옐로 골드 베젤, 말라카이트 스톤 다이얼이 조화를 이루는 세르펜티 투보가스 스터즈 캡슐 컬렉션.

Gold & Steel

‘골드 & 스틸’은 불가리를 대표하는 소재의 조합이자 주얼리와 워치메이킹을 관통하는 제작 방식이다. 산업용 소재로 쓰이는 스틸은 내구성이 높지만, 가공하기 까다로운 금속이다. 메종은 스틸을 골드와 결합하며 서로 다른 물성을 하나의 구조에 공존하는 방식을 확장해왔다. 그리고 올해 워치스앤원더스에서 골드와 스틸의 대비를 통해 주얼리와 워치메이킹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유의 미학을 선보였다. 비제로원 링과 투보가스 네크리스 및 브레이슬릿, 그리고 1970년대 헤리티지 아카이브 주요 작품을 함께 구성해 골드 & 스틸의 전개를 재조명한 것. 이는 새로운 소재의 발견이 아니라 소재를 결합해 형태를 만드는 방식 자체에 주목한 구성이다. 비제로원 링은 상징적 나선 구조를 스틸로 재해석한 모델로, 골드와의 대비를 통해 2밴드와 4밴드 디자인으로 확장된다. 투보가스 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은 유연한 스틸 구조에 골드 스터드를 더해 구조 자체가 장식이 되는 형태로 완성된다. 새로운 세르펜티 투보가스 스터즈 캡슐 컬렉션은 이를 워치로 확장한 사례다. 세르펜티의 뱀 모티브와 투보가스 구조, 스터드 디테일을 결합해 새로운 체계를 구축했다. 골드와 스틸에 다이아몬드와 머더 오브펄, 하드 스톤 다이얼이 더해져 각 모델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형성한다. 세르펜티 투보가스 스터즈 캡슐 컬렉션은 총 네 가지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구성된다. 한 모델은 전체 옐로 골드로 완성됐으며, 나머지 세 모델은 골드와 스틸을 조합했다. 골드와 스틸의 결합은 불가리 디자인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귀금속의 가치와 산업 소재의 강인함이 교차하는 이 방식은 고급스러움과 대담함이 공존하는 메종 특유의 스타일을 만들어왔다. 이번 세르펜티 투보가스 스터즈 캡슐에서도 골드 스터드와 매끈한 스틸 표면이 대비를 이룬다. 네 가지 모델의 다이얼은 카닐리언, 머더오브펄, 소달라이트, 말라카이트로 각각 구성된다.

컬러와 빛, 텍스처, 형태의 조화를 통해 삶의 기쁨을 표현한 세르펜티 에테르나. 총 122개의 젬스톤을 각기 다른 컬러를 기준으로 엄선하고 총 245시간의 개발 과정이 소요되었다.
68개의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옐로 골드 브레이슬릿으로 정제된 세르펜티의 본질을 드러내는 옐로 골드 세르펜티 에테르나.

Serpenti Aeterna

가장 강렬한 아이콘인 세르펜티의 변화 역시 두드러진다. 순수한 형태를 미래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세르펜티 에테르나’는 뱀이라는 구체적 형상 대신 컬러와 빛, 텍스처를 통해 삶의 기쁨을 표현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브리치오는 이를 하나의 캔버스에 비유하며 형상을 재현하기보다 움직임과 긴장만을 남기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한다. 외형은 간결하지만, 내부 구성은 더욱 치밀해졌다. 장인 기술을 바탕으로 완성된 이 모델에는 총 122개의 젬스톤을 사용했다. 루벨라이트, 애미시스트, 토파즈, 에메랄드, 시트린, 사파이어, 탄자나이트, 핑크 및 파라이바 투르말린, 차보라이트, 페리도트까지. 모든 스톤은 컬러 팔레트를 기준으로 엄선했다. 모든 젬스톤은 라운드·브릴리언트·프린세스·페어·오벌 등 다양한 컷과 크기로 가공해 정교하게 세팅했으며, 화이트 다이아몬드는 이를 감싸듯 배치해 컬러 스톤의 깊이를 강조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총 245시간의 개발 과정을 거쳤는데 이 중 185시간은 스톤의 선별과 준비에, 60시간 이상은 세팅에 할애되었다. 옐로 골드 버전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다이아몬드 라인과 골드의 비율이 절제되면서 구조 자체가 더 또렷이 드러난다. 다이얼에는 머더오브펄을 사용해 전체에 미세한 온도 차를 더한다. 세르펜티 에테르나는 형태를 설명하지 않는다. 컬러와 소재의 조합을 통해 동일한 형태 안에서 서로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Datamatrix

불가리는 하이 주얼리 최초의 커넥티드 주얼리 론칭에 이어 시계를 위한 혁신적인 디지털 패스포트를 도입하며 디지털 확장의 다음 단계를 제시한다. 2020년부터 모든 워치 백케이스에 각인해온 산업적 추적을 위한 스캔 가능한 암호화 2D 코드 ‘데이터매트릭스’는 이제 단순한 추적을 넘어 고객과의 새로운 접점으로 기능한다. 각 시계는 고유한 디지털 아이덴티티와 연결되며 제품과 사용자 사이에 직접적 인터페이스를 형성한다. 디지털 패스포트는 제품의 기술 사양과 보증 정보, 진품 인증, 추적 데이터가 하나의 기록으로 통합된다. 불가리 터치 또는 전용 웹을 통해 데이터매트릭스를 스캔하면 별도의 절차 없이 즉시 접속할 수 있으며, 제작 과정과 디자인 배경, 장인 기술에 대한 콘텐츠도 함께 제공한다. 시스템의 기반은 오라 블록체인(Aura Blockchain)이다. 각 시계는 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기록으로 연결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모든 이력을 유지한다. 데이터매트릭스는 추적 도구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고객 경험으로 확장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시계를 디지털 패스포트로 연결해 진품 여부를 보다 간결하게 확인하는 동시에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상호작용을 제공한다.

에디터 한지혜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