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킬라 제대로 즐기는 6가지 꿀팁
테킬라의 신세계.
테킬라가 부상 중이다. 최근 100% 블루 아가베만 사용한 프리미엄 테킬라부터 3년 이상 숙성을 거친 아네호 등급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게다가 테킬라만 취급하는 바(라 알마)까지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웨스턴 바에서 테킬라가 유행했는데, 당시엔 호세 쿠에르보 같은 믹스토(Mixto)에 타바스코 또는 스프라이트를 넣어 마시거나, 샷으로 마신 다음 손등에 레몬즙과 소금을 뿌려 곁들였다. 파티나 클럽에서 취하기 위해 마시는, 한입에 털어 넣던 술로 치부하던 때다. 이젠 테킬라에 대한 대접이 달라지고 있다. ‘화이트 바’ 장동은 바텐더는 “최근 국내에 100% 블루 아가베를 사용한 테킬라가 다양하게 들어오면서 고급 증류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양질의 테킬라는 고급 위스키나 와인처럼 맛과 향을 최대치로 즐길 수 있어야 그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좋은 재료를 가지고 오랜 시간 빚어 만든 술은 천천히 음미해야 하는 법. 그래서 테킬라깨나 마셔봤다는 이들에게 물었다. 한 잔을 마셔도 그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Highball with Orange Peel
1. 하이볼, 위스키 말고 테킬라
일본과 미국에서는 테킬라를 하이볼 베이스로도 많이 활용한다. 일본 출장을 가면 바에서 테킬라 하이볼을 종종 마시는데, 주문할 때 오렌지 껍질을 꼭 곁들여달라고 한다. 테킬라와 탄산수의 비율은 1 대 3이 적당하다. 탄산수는 단맛이 도는 건 피하자. 테킬라 고유의 달콤한 풍미를 해칠뿐더러 하이볼의 정석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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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미만 숙성의 레포사도가 좋다. 클라세 아줄 레포사도는 바닐라, 헤이즐넛, 캐러멜 같은 은은한 단맛이 돌아 기주로 사용하기에 무난하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 니트로 마셔도 좋은 등급이다.
Coconut Powder + Grilled Pineapple
2. 달콤한 디저트에 페어링
한 레스토랑에서 테킬라를 주문했을 때 함께 먹어보라고 권했다. 한국에서 테킬라는 보통 차갑게 칠링해 원샷으로 즐기기 때문에 테킬라가 지닌 열대 과일 풍미, 아가베의 단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데, 파인애플과 함께 천천히 마시며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 파인애플의 주시함이 테킬라의 단맛을 끌어올리며 완벽한 디저트 술로 만들어준다. 캠핑장이라면 파인애플을 숯불에 구워 곁들여보자. 훈연 향이 도는 테킬라와 궁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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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통에 숙성한 레포사도와 아네호 등급이 페어링하기 좋다. 추천하는 돈 훌리오 1942는 100% 아가베를 미국산 오크통에서 최소 2년 이상 숙성시켜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 은은하게 전해지는 바닐라와 초콜릿 향이 달콤한 디저트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Lime Juice + Sangrita
3. 멕시칸 사람들처럼
‘반데라’는 멕시코 국기의 색깔에서 영감을 받은 메뉴인 만큼 상징적인 술이다. 멕시코 현지 바에서 반데라를 주문하면 총 세 잔을 동시에 건네주는데, 각 잔에는 갓 짜낸 라임 주스(녹색), 블랑코 테킬라(흰색), 샹그리타로 채워져 있다. 이 세 잔을 번갈아 마시면서 입안에서 조합을 즐겨야 한다. 마시는 순서는 취향에 맞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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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데라를 한층 고급스럽게 즐기고 싶다면 1800 크리스탈리노를 추천한다. 반데라는 색 조합이 포인트라 투명한 색의 블랑코로 즐기는데, 숙성 과정이 없어 깊고 부드러운 풍미가 적은 편이다. 반면 100% 블루 아가베를 사용한 1800 크리스탈리노는 아메리칸 캐스크와 프렌치 캐스크, 포트와인 캐스크에서 숙성한 다음 여과 작업을 거쳐 수정 같은 투명도를 지니면서도 풍미가 살아 있다.
Sangrita
4. 환상의 체이서, 샹그리타
자극과 자극이 만나면 극락인 건가 싶을 만큼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피곤할 때 마시면 부스터 역할도 해주는 조합. 샷 글라스에 담긴 테킬라와 샹그리타를 차례로 털어 넣으면 폭발적 감칠맛을 즐길 수 있다. 이 조합을 알게 해준 바텐더는 사용하던 특정 토마토 주스가 단종된 이후 더 이상 만들어주지 않지만, 집에서도 쉽게 흉내 낼 수 있다. 일종의 논 알코올 블러디메리로 토마토 주스, 오렌지 주스, 라임 주스, 타바스코, 후추, 소금 등을 조합하면 끝. 취향에 따라 셀러리나 포도 주스를 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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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두라 플라타’처럼 훈연 향이 있는 테킬라와 특히 잘 어울린다.
Orange+ Cinnamon
5. 실패 없는 마리아주, 오렌지와 시나몬
바에 가면 바텐더들이 굿바이 술로 주로 테킬라를 건네는데, 가끔 특별한 조합을 선보이기도 한다. 시나몬과 오렌지를 곁들인 테킬라도 그렇게 해서 알게 됐다. 가끔 테킬라 짝꿍으로 라임이 썩 달갑지 않을 때가 있는데, 찌르는 듯한 산미가 테킬라의 여운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시나몬 파우더를 뿌린 오렌지는 성격이 좋은 편이다. 입안에서 테킬라의 알싸한 풍미와 달콤함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시너지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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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게 즐기기엔 블랑코 등급이 좋다. 그중에서도 볼칸 블랑코를 권한다. 허브와 향신료 아로마를 지닌 저지대 아가베와 프루티하고 플로럴한 풍미의 고지대 아가베를 각각 이중 증류해 만들어 은은한 자몽과 약간의 풍미가 결합되어 있다.
Only Tequila
6. 좋은 술은 심플하게
다른 증류주의 원재료(보리, 쌀, 밀, 포도, 사과 등)는 1년 동안 자란 재료를 사용하지만, 테킬라는 멕시코 지역에서 자라는 최소 6~8년 된 최고급 블루 아가베를 발효 증류해서 생산하기 때문에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프리미엄 테킬라를 마실 때는 맛과 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가장 간단하면서 좋은 방법은 위스키 테이스팅처럼 노징 글라스(nosing glass)에 테킬라를 따른 후 색과 향, 맛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다. 이때 물을 조금 넣으면 맛과 향이 더 풍부해진다. 더 부드럽게 즐기고 싶다면 온더록스로 마셔보자. 잔에 양질의 얼음(좋은 물을 사용한 단단하고 투명한 얼음)을 넣고 테킬라를 따른 후 잘 저어 마시거나, 기호에 맞게 레몬이나 라임즙을 조금 넣으면 한층 상큼하게 즐길 수 있다.
도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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