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ociety 안내

<맨 노블레스>가 '디깅 커뮤니티 M.Society'를 시작합니다.
M.Society는 초대코드가 있어야만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세히보기
닫기

2월의 이슈 ‘홀드백 법제화’ ‘논란의 예(Ye)’

그 이면을 꿰뚫는 날 선 통찰.

홀드백 법제화는 극장의 미래가 아니다.

얼마 전 영화 제작・배급, 극장 산업에 종사하는 관계자와 관련 산업 연구자들이 ‘영화 산업 재도약을 위한 홀드백 법제화 토론회’라는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 모였다. ‘홀드백’이란 영화관에서 상영한 작품이 OTT나 VOD 서비스를 비롯한 2차 상영 플랫폼으로 이관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현재 한국 영화 산업의 주요 쟁점으로 홀드백 법제화가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홀드백 법제화가 영화 산업 재도약을 위한 필수 요건일까?

약 3년간 이어진 팬데믹 상황은 영화 산업에 전례 없이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대부분의 화제작은 극장 개봉을 미룬 채 시기를 기다려야 했고, 그중 몇몇 작품은 극장 개봉을 포기한 채 당장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우회해 작품을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팬데믹처럼 논의된 바 없는 새로운 현상이 산업 내에 퍼져간 것이다. 급격하게 성장하던 OTT 시장은 팬데믹 이후 수익 악화를 겪으며 오리지널 프로그램 제작 편수를 줄여나갔다. 또다시 알 수 없는 기로에 놓인 것이다. 이렇듯 전망이 불분명한 시점에서 극장 개봉 영화의 홀드백 법제화가 국내 영화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은 증명할 수 없는 점괘와도 같다. 극장 개봉작이 빠르게 OTT 플랫폼으로 이관되는 상황을 지연시킨다고 해서 극장 관객 수가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친 비약이다. 오히려 극장 내 적자를 만회하는 대안을 파기할 수 있으며, OTT 플랫폼을 비롯한 2차 시장을 지속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

전례 없는 팬데믹으로 인해 내려앉은 극장 분위기가 예년처럼 회복될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이 모든 혼란이 아직 과도기 양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극장도, OTT 플랫폼도 모두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홀드백 법제화는 의외의 자충수가 될지도 모른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개봉 영화가 OTT 서비스로 넘어가는 기간을 제한한다고 해서 관객이 다시 극장에 몰릴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중요한 사실은, 관객이 극장을 찾는 이유다.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는 것, 그곳에서부터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극장의 미래는 결국 그 지점에 있을 것이다.

민용준 프리랜서 영화 저널리스트이자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13인의 영화감독 인터뷰집 <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를 집필했다.

구설수가 돈이 되는 시대

<타임>이 ‘2023년 올해의 인물’로 테일러 스위프트를 선정했다. 그녀의 콘서트 투어가 ‘스위프트 노믹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일으킨 것을 인정한 결과다. 그리고 그 대척점에서 또 다른 열풍을 만든 이가 있으니, 바로 컨트리 가수 모건 월렌이다. ‘라스트 나잇’은 무려 16주나 빌보드 핫 100 1위 자리를 지키며 지난해 최고 히트곡으로 남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테일러 스위프트와 모건 월렌의 역대급 성공이 각각 진보와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의 음악성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특정한 가치를 대변하면서 더욱 폭발적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이처럼 오늘날 자신들의 가치관에 맞는 제품만을 선택하는 소비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물론 그 가치가 사회적으로 올바른 방향성만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카니예 웨스트(이하 예)는 그 방면에서 예시로 들 만한 인물이다. 예는 음악과 패션 전반에 걸쳐 슈퍼스타였지만, 각종 논란으로 인해 한동안 주류 미디어에서 ‘손절당한’ 바 있다. 특히 흑인 노예제를 선택의 문제라고 하거나, 반유대적 발언을 일삼아 극심한 비난을 받았다. 이로 인해 그의 패션 브랜드 이지(Yeezy)가 입은 타격은 심대했다. GAP과의 파트너십 파기에 이어 이지 부스트 신화를 만든 아디다스와 관계마저 파탄 난 것이다. 그랬던 이지가 이번에는 독립 브랜드로 다시 돌아왔다.

예는 자신이 변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렇기에 팬들은 다시 이지를 위해 지갑을 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작부터 극심한 논란에 휩싸이는 상황이다. 성추행 논란이 있었던 도브 차니를 CEO로, 아동 성추문으로 패션계에서 사실상 추방된 고샤 루브친스키를 총괄 디자이너로 각각 영입한 것이다. 사실 논란 그 이상으로 이들의 전적은 매우 화려하다. 도브 차니는 아메리칸 어패럴을 만들고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패션 비즈니스 전문가로, 한때는 대표적 혁신가였다. 고샤 루브친스키 역시 2010년대 스트리트 패션 신의 슈퍼스타로 리복, 카파, 휠라 등 브랜드와 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이들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측에서는 윤리적 이슈가 이들의 성공을 방해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오히려 예가 의도적으로 만든 구설수이며, 그것이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예는 2년 전 발매한 정규 10집 에 동성애 비하 발언과 성폭력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킨 다베이비와 마릴린 맨슨을 참여시킨 바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0점의 평점을 주는 등 혹평이 이어졌지만, 앨범 자체는 대성공을 거뒀다. 기행에 가까운 퍼포먼스에 팬들은 열광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예를 지지했을까? 그의 행보에는 단지 문제아의 돌발 행동을 넘어선 뚜렷한 목적성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예는 인종, 젠더, 정체성 이슈가 ‘정의’라는 명분으로 음악을 제재하는 상황에 대해 늘 반대해왔다. 이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생각했고, 일부러 각종 논란으로 인해 제명된 이들과 협업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관에 따라 선택한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일관성이다. 트랜스젠더 협찬 논란으로 매출 1위 자리를 빼앗긴 버드라이트가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보수 성향의 핵심 고객을 되찾기 위해 입장을 번복했는데, 이는 기존에 불매하던 보수는 물론 진보까지 적으로 돌리는 악수가 된다. 예는 새로운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이 변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그렇기에 팬들은 다시 이지를 위해 지갑을 열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지가 과거처럼 스트리트 패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의 감각이 통하는 한 적어도 열광적 추종자를 거느린 ‘컬트 브랜드’ 정도는 되지 않을까? 예가 모은 정예 멤버들이 ‘악마의 재능’을 다시 한번 증명할 때다.

기묘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해 다루는 콘텐츠 창작자. 매주 2만 명 가까이 받아보는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에서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다양한 IT, 커머스 전문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책 <기묘한 이커 머스 이야기>를 썼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정관우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