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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황한 조명 속에서 마주한 자동차 5

화려한 조명을 감싼 자동차.

ASTON MARTIN DB12 Volante

애스턴마틴은 이 차를 두고 투어러가 아닌 ‘슈퍼투어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새로운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및 신형 서스펜션은 이상적인 장거리 주행을 구현하지만, 그러면서도 브랜드 본연의 맹렬함은 잃지 않고 계승했다는 의미다. 4.0리터 트윈 터보 V8 엔진과 8단 자동 미션이 합작하는 주행 성능은 최대출력 680마력, 최대토크 81.6kgf·m. 웬만한 스포츠 쿠페의 속도를 웃도는 성능이다. 더욱이 DB12 볼란테와 함께 달릴 때는 하나의 감정으로 정의 내릴 수 없다. 날카로우면서도 완숙하고, 편안하면서도 쾌락의 끝을 지향하는 영민함. 주행 질감은 이렇듯 총체적이다. 실내로 다가서면 현대적이고 우아한 가죽 인테리어가 또 한 번 눈길을 끈다. 고급스러운 선바이저 하나만 봐도 ‘애스턴마틴’이라는 정통성이 주는 하이엔드 자동차 브랜드의 모범 답안, 그리고 과거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어떻게 미래로 나아가는지에 대한 해답을 찬찬히 느끼게 된다.

BMW M440i

엔진 크기, 마력, 토크 같은 제원상 수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주행 질감이 있다. BMW 쿠페에 ‘M’ 이 새겨져 있을 때가 유독 그렇다. 출발하는 순간의 배기음, 갑자기 터질 것 같은 가속력, 순식간에 급속해지는 피돌기. 이 모든 것은 M을 운전할 때만 가능하다. M440i는 그러한 정통적 메시지를 의연하게 계승하면서도, 이제는 고급 세단에 닿을 만큼 안락함까지 균질하게 녹여낸다. 직렬 6기통 가솔린엔진 B58이 자아내는 주행 성능은 최대출력 392마력과 최대토크 51kg·m. B58 엔진 특유의 걸출한 회전 질감 덕분에 꺾이는 각도가 예리할수록 감아 돌리는 맛은 더 경쾌하게 다가온다. 한편 날카로울 것 같은 핸들링도 도심에서는 부드러운 감각으로 변모한다. 스포츠 쿠페 라인을 갖췄지만 시트마다 넉넉한 공간을 자랑하며, 퍼들 램프를 포함한 각 LED 라이트가 한 차원 높은 시인성을 자아낸다.

PORSCHE Taycan Turbo S

타이칸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데뷔한 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났다. 그동안 포르쉐는 타이칸의 잠재력을
기술적 고집으로 새로이 진화시켰다. 이전 대비 최대 802W 높은 출력의 리어 액슬 모터를 장착한 이 차의 최대출력은 775마력(런치 컨트롤 활용 시 952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단 2.4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도로 위 물리법칙을 초월한 것 같은 이상적 속도를 마주할 수 있다. 압도적 주행 성능 이상으로 진일보한 부분은 바로 승차감. 휠 하중을 균형 있게 배분하는 ‘액티브 라이드 서스펜션’이
역동적 제동, 즉각적 가속 시에도 항상 수평을 유지해준다. 노면 충격의 대부분을 말끔하게 흡수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배터리 용량이다. 93.4kWh에서 105kWh로 증가했지만, 배터리 팩 무게는 오히려 9kg 줄었다. 그 덕분에 약점이라고 여기던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425km(국내 인증 기준)로 늘어나 거리 주행도 수월하게 소화한다. 타이칸에 새로 적용된 기술을 모두 쓰기엔 어떤 지면이라도 부족할 것이다. 그 독보적 기술과 감성의 조합은 전에 없이 새롭다.

PEUGEOT 408

408은 푸조에 거는 모든 기대와 기준을 아득히 상회하는 차다. 혁신적 차체 디자인을 접하면 푸조가 으레 지키고 있던 디자인 언어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체감할 수 있다. 촘촘하게 새겨진 사각형 그릴과 사자 송곳니 모양 주간 주행등, 크로스오버임을 나타내는 미래적 패스트백 실루엣과 투톤으로 이루어진 19인치 알루미늄 휠은 푸조가 이룩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1.2리터 가솔린 터보 3기통 엔진이 자아내는 주행 성능은 최대출력 131마력 및 최대토크 23.5kgf·m. 비록 압도적 성능은 아니지만, 푸조 특유의 견고한 하체가 고속도로나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길에서도 부드럽고 정확한 드라이빙을 선사한다. 스포티한 외관과 달리 편의성은 패밀리카로도 손색없을 만큼 준수하다. 비행기 조종석을 모티브로 제작한 아이 콕핏 디자인 좌석 앞에는 널찍한 10인치 아이 커넥트 센터 인포테인먼트가 자리하며, 넉넉한 헤드룸과 트렁크 용량(412리터)은 구매욕을 자극한다. 이 차를 단지 ‘합리적이다’라는 표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MERCEDES-BENZ
E450 4Matic Exclusive

새롭게 돌아온 E-클래스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70여 년간 드림카의 상징이었던 만큼 부드럽게 빚어낸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과 의심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운전석에 앉은 지 30분도 되지 않아 홀연히 사라졌다.
액셀러레이터를 지그시 밟을 때와 아랑곳하지 않고 깊숙이 밟았을 때 요동하는 직렬 6기통 가솔린엔진의 파괴력, 마음껏 몰아붙여도 흔들림 없이 우아한 중심. A필러부터 C필러까지 이어지는 매끄러운 곡선 라인이 ‘0.23’이라는 경이로운 공기저항 계수를 만든 덕분이다. 이렇듯 고급스러운 가속감을 느낄 때 실내는 완벽에 가까운 안락함을 선사한다. 폭넓은 MBUX 슈퍼스크린 위 대시보드에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고고히 새겨져 있다. 차 근처에 장애물이 있거나 차선을 바꿀 때는 붉은색으로 변해 운전자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시대를 아우른 E-클래스의 미학은 2024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에디터 박찬 사진 민성필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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