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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매스니로부터

정규 앨범 <Dream Box>로 복귀한 팻 매스니. 그와 함께 나눈 진솔한 대담.

제공 사진_팻 매스니

6월 16일, 솔로 기타 연주곡으로 이루어진 정규 앨범 <Dream Box>를 발매할 예정이다. 당신은 이번 앨범에 대해 “의도치 않게 계획하지 않은 목적지에 도착했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아울러 곡을 녹음하기 위해 한 번 이상 연주한 적이 없다고 들었는데, 이번 앨범 제작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즉흥성’이었나?

그렇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퍼포먼스는 모두 ‘발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음조가 맞지 않는 바람에 몇 차례 기술적 문제로 다시 연주하기도 했지만, 음악적 퍼포먼스 자체는 오롯이 그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애초에 그게 목적이기도 했고, 단 한 번뿐인 연주였기에 어떻게 녹음했는지 아예 기억나지 않는 곡도 많다.

많은 곡 중 ‘Ole & Gard’와 ‘From The Mountains’를 먼저 선보인 이유가 궁금하다.

두 곡 모두 상당히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다. 코드 구성 측면에서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축복이라고 해야 할까, 저주라 해야 할까? 내게는 복잡한 것을 듣기 쉽게 다듬는 능력이 있다.

오는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미국 전역-유럽 투어 일정을 소화한다. 투어에는 사이드아이(Side- Eye)프로젝트의 구성 멤버인 키보디스트 크리스 피시먼(Chris Fishman)과 드러머 조 다이슨 (Joe Dyson)이 합류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사실 1년 전쯤부터 키보드는 크리스 피시먼이 담당하고 있다. 몇몇 독자들은 그 이름이 루이스 콜(Louis Cole)과 함께한 작업으로 익숙할 지 모르겠다. 조 다이슨은 이 시대 최고 드러머 중 한 명이다. 이번 라인업은 내가 생각해도 환상적이다.

사이드아이 프로젝트에 대해 추가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 많다. 젊은 뮤지션으로 이루어져서인지 몰라도 라이브 앨범(2021)을 듣다 보면 스윙, 밥(Bop) 어프로치보다는시원시원한 록과 블루스 색채가 강하다. 합주 방식, 사운드 표현 방식에서 과거와 비교할 때 특별한 부분이 있다면?

간판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개념이고, 다른 이름을 쓰는 건 관객의 이해를 돕고 색다른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나는 그 이름이 어떻든 ‘팻 매스니 그룹’이라는 밴드 한 곳에서만 활동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맡은 역할은 밴드 리더로서 곡을 만들어 알맞은 연주자를 찾고, 그 과정에서 나를 포함한 모두가 더 나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이끄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강점을 가장 잘 살리면서도, (그들이) 다소 약한 부분이 있다면 가급적 다른 곡을 쓰도록 노력했다. 그래도 매 순간을 즐기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나는 멤버 모두 색다른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나의 ‘음악적 프리즘’을 제공했다고 믿는다.

당신의 밴드에는 최고 베이스 연주자들이 언제나 그 자리를 메워왔다. 마크 이건(Mark Egan), 스티브 로드비(Steve Rodby), 자코 파스 토리우스(Jaco Pastorius), 찰리 헤이든 (Charlie Haden). 하지만 현재 사이드아이에는 베이스 연주자가 없다. 이런 구성 방식을 갖추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그리고 베이스 구성음을 채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이번 음반에서는 오르간 연주자가 베이스 역할을 맡는 다. 곡 안에 풍부한 역사를 담은 만큼 ‘오르간 트리오’의기본 개념을 현대적으로 도입하고자 했다. 그동안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해왔다. 몇 년 전 ‘오케스트리온’ 기법을 활용해 기타로 꽤 그럴듯한 베이스 라인을 연주한 것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 작업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이 발현되었다. 다양한 종류의 기타, 키보드, 컴퓨터 등 기존 사운드를 활용해 오르간-키보드, 기타, 드럼이라는 구조를 확장해 간다. 지금까지 선보인 최근 작품은 그런 소리 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드러나 있다.

“젊고 뛰어난 후배 연주자들이 나와 작업하며 커리어를 쌓으면 좋겠다. 일종의 ‘통로’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선배 뮤지션으로서 나이에 대해 어떠한 음악적 편견, 고집이 생길 때는 없나?

음악의 가장 멋진 점은 각자 실력만 확실하면 물리적 나이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거다. 나 또한 그 덕을 많이 봤다. 캔자스시티 무대를 헤치고 올라오는 어린 꼬마일 때부터 말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든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 이따금 신예 뮤지션으로부터 내 작품과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을 듣는데, 그럴 때면 종종 집에 불러 함께 연주한다. 대체로 그런 신예들과 함께하면 아주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느낌이 든다. (그들이) 오래된 영역에 발을 디디며 음악적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지켜볼 때도 있다.

지난 3년간 전 세계는 코로나19 때문에 다양한 산업이 정체되었다. 음악 산업과 재즈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 와중에도 당신은 2020년, 2021년 앨범을 연달아 발매하며 ‘다작가’적 면모를 보였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음악 작업 과정, 그 일상적 루틴 을 설명해줄 수 있나?

혼자서든, 수천 명의 관중 앞에서든 음악을 연주하는 건 내게 언제나 특별한 일이다. 사람들이 교회에 대해 갖는 감정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여담이지만, 나는 예배를 드리기 위해 꼭 교회에 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이 항상 거기 있으면 되는 거다. 음악이 소리로서 물리 법칙 아래 존재할 수만 있다면 연주하는 곳이 어디든 상관없다. 혼자 방에 앉아 생각하다 보면 모든 소리가 들리곤 한다. 오랜 시간 많은 공연에서 연주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예전에 미처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음악을 이해하게 될 때도 있다. 어쩌면 공연이 열리지 못한 1년 동안 내게 일어난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이런 깨달음일지도 모른다. 음악을 소리 이상으로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가장 중요한 건 이렇듯 진실을 추구하는 마음과 깨달음의 순간이다.

제공 사진_팻 매스니

투어 중에도 공연이 끝나면 호텔 방에서 연습한다는 말을 들었다. 테크니션의 정점에 선 지금도 발전을 위한 노력은 여전히 즐거운가?

음악을 이해하는 과정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다. 연습 형태일 수도 있지만, 어느 날 길거리를 걷다 얻는 깨달음일 수도 있다. 결국 인식의 문제다. 차도의 소음조차 올바른 방식으로 들으면 하나의 멜로디가 된다.

그간의 정규 음반 중 가장 힘들게 제작한 것을 꼽는다면?

이게 좋은 답변이 될지 모르겠다. 살면서 처음 만든 트랙부터 지금까지 모든 게 하나의 큰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처럼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여러 챕터가 이어지며 긴 스토리를 이어가지만, 개별 조각으로 나눌 수는 없다.

당신의 음악적 스타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요소는 바로 장르적 경계선이 없다는 것이다. 유년기부터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다. 가장 ‘음악적 지향점’이 된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딱히 한 명만 꼽을 수가 없다. 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y)와 마일즈 데이비스는 여전히 내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직접적 멘토를 꼽자면 역시 게리 버튼(Gary Burton)이다.

허비 행콕(Herbie Hancock), 데이비드 보위 (David Bowie) 등 전설적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협업을 했다. 요즘 주의 깊게 보고 있거나 인상 깊게 여기는 뮤지션이 있다면?

최근 들은 곡 중 내 기준에 근접한 뮤지션은 브래드 멜다우(Brad Mehldau)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연도를 꼽는다면 언제인지 궁금하다. 첫 그래미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앨범 를 발매한 1982년인가, 혹은 솔로 프로젝트 앨범 를 발매한 1992년인가?

1998년이다. 첫 아이 니콜라스(Nicolas)가 태어난 해다. 몇 년 뒤에는 제프(Jeff)와 마야(Maya)도 태어났는데, 그 순간 과 비교하면 다른 모든 것은 상대적으로 사소하게 느껴진다.

당신은 스무 차례 그래미상을 받았고, 42개 음반을 발매해 전 세계에서 2000만 장 이상을 판매했다. 10개의 다른 카테고리에서 그래미상을 수상한 유일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당신에게 성공이란 어떤 의미인가?

좋은 뮤지션이 되는 것 외에는 바라는 게 별로 없다. 그 외의 일은 오직 그 목표를 향해가는 단계에서 일어날 뿐이다. 나는 집안 어디든 상이나 트로피를 장식하지 않는다. 대신 앞으로 일어날 일, 현재 집중해야 할 일을 본다. 물론 상을 받거나 명예로운 자리에 올랐을 때 매우 감사한 마음이다.

현재 집중해야 할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언젠가 베이커즈 필드에서 공연할 때 지금껏 했던 모든 연주 중 가장 잘했다는 직감이 들었다. 네 번째 곡에서, 투어 내내 달성하고 싶었던 어떤 연주의 경지를 달성했다는 예감이 든 것이다. 마침내 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 피닉스에서 공연할 때는 전날 베이커즈 필드에서 어떤 연주를 했는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피닉스에 모인 관객에게는 내가 베이커즈 필드에서 무엇을 어떻게 연주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밤 나는 피닉스에 있었고, 네 번째 곡을 다시 연주해야 하고, 제대로 해내길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내 삶은 지금 일어나는 일을 온전히 즐기고 넘어가는 데 집중하며 돌아간다. 지금까지 성취한 모든 게 자랑스러워 겸손해지곤 하지만, 사실 내게 더 어울리는 건 ‘자, 중요한 건 내일이다’ 하고 되뇌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게 유일하게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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