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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한 안경 이야기

박서보와 류이치 사카모토, 스티브 잡스처럼 얼굴의 일부로 느껴지는 안경이 있다.
멋과 개성을 부여하는 액세서리를 넘어 인물의 캐릭터를 변화시키는 재미있는 안경 이야기.

INSIDER’S INSIGHTS

박서보 화백이 즐겨 쓴 작고 동그란
혼테 안경 Rigards by Reworks 120.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기대주

서정현
프랑스 하우스 브랜드 안네 발렌틴 (Anne et Valentin)의 모더니즘 시리즈다. 이미 미니멀리스트 같은 레이블에서 충분히 어필한 이들의 모더니즘 베이스 디자인은 현재 여러 레이블로 나뉘어 생산되고 있다. 이 다양한 레이블이 유기적으로 통합되며 모더니즘 디자인의 근간이 되는 모듈화, 파츠화, 양산화의 기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절대 권력 같던 빈티지 트렌드의 몰락이 가시화되는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디자인 모드라고 생각한다.

김태균
전 세계 패션 신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브랜드로 키스(Kith)를 꼽을 수 있다. 파리의 키스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토 아이웨어(Sato Eyewear)는 숨은 보석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안경 곳곳에 담긴 세심한 디테일이 무척 아름다웠다고 해야 할까. 사토 아이웨어는 풀 티타늄과 백금 등 귀한 소재로 만든 안경을 선보인다. 개인적으로 림리스 프레임 컬렉션은 거의 모든 모델을 주문할 정도로 좋았다. 이 기대감은 비단 외관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다. 또 다른 이유는 풀 티타늄 프레임 자체가 착용감이 불편할 수 있지만, 사토의 경우 경첩 부분에 유연한 베타 티타늄을 적용해 착용감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또 제품당 400개 한정 수량 제작하는 방식도 매력적이다.

이승우
독일의 베아레아누(Weareannu). 3D 프린팅 기법을 적용한 안경으로 프레임의 독보적 색감과 완벽한 피팅 방식을 보여준다. 기존 안경 브랜드의 한계를 넘어 A4 용지보다 가벼운 느낌의 안경을 선보이는 친환경 브랜드다.

지속 가능성을 바라보는 안경업계의 시선

우루시바타 히로키 (Hiroki Urushibata)
지난해 안경 박람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브랜드로 기억하는 허그 스펙타클(Hug Spectacles)과 프랑스의 오드 에루아르(Aude Herouard) 역시 친환경 브랜드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오랜 기간 애정을 담아 착용할 수 있는 안경을 제작하고 제공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이승우
최근 유럽 브랜드 중에는 소재 수급과 가공, 제품의 전 제조 과정, 패키징 등 소비자 손에 닿기 전 안경이 생산되는 전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다루는 브랜드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해 ‘덜 낭비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베아레아누는 최신식 지능형 제조 방식으로 3D 프린팅을 사용해 제작한다. 보통 단단한 아세테이트 블록을 프레임 형태대로 절단해 부산물을 남기는 생산 방식과 달리 식물 기반 나일론을 사용한 3D 프린팅 제조로 이뤄지는데, 이로써 자재 낭비와 낮은 재고율을 유지해 환경친화적이다.

서정현
폐LP판을 활용해 안경을 생산하는 바이닐라이즈 아이웨어(Vinynylize Eyewear), 재생 아크릴의 활용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커크 앤 커크 안경 업계 역시 지속 가능성에 관한 관심이 지대하다. 마이키타(Mykita)는 환경호르몬을 배제한 친환경 아세테이트 사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다소 중구난방이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점이 아직 부재하기 때문. 안경에 활용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소재가 한정적인 것도 숙제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한 실험 역시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효성그룹에서 폐어망을 활용해 만든 재생성 나일론 셸 같은 것이 대표적 사례. 대기업에서 친환경 소재에 투자하고 개발하는 것과 안경업계에서 이를 실험·활용하고 있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고 생각한다.

밀라노 미도(Mido)와 파리 실모(Silmo), 도쿄 iOFT 등
신 안경 박람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루시바타 히로키
독일의 허그 스펙타클과 프랑스 오드 에루아르라는 브랜드의 발견. 허그 스펙타클은 자크 마리 마지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독일의 정교한 장인정신을 상기시키는 고정밀 공예로 소통하는 브랜드다. 이미 안경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한 겉핥기식이 아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오드 에루아르는 자유로운 프랑스 감성과 전통적 제작 형식을 융합한 브랜드다. 오랜 시간 즐겨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과 품질이 특징이다.

이승우
남부 프랑스 감성을 표방하는 안네 발렌틴, 툴루즈의 유쾌한 두 안경사의 손끝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의 전시 공간은 고유의 예술적 선과 볼륨, 색감이 투사되어 있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차별화한 미감으로 클라이언트를 매혹하는 브랜드다.

김태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보여주는 개성 있는 부스의 잔상이 오래 남았다. 특히 벨기에 브랜드 테오(Theo)와 베를린 브랜드 쿠보라움(Kuboraum)의 부스는 매 시즌 주요 컬렉션에서 연장한 콘셉트로 부스를 선보이는데, 이번에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서정현
도쿄 iOFT에 다녀왔다. 팬데믹 기간에 이어 스태그플레이션이 야기한 대기근에 가까운 불황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발돋움하는 신생, 소호 브랜드의 존재감이 구석구석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을 느꼈다. 기존 대형 브랜드의 퍼포먼스가 다소 진부한, 매너리즘의 산물로 다가오는 요즘이라 역설적으로 신생 브랜드의 약진이 더욱 신선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우스 브랜드를 논할 때 떠오르는 독일과 일본, 프랑스 등
각 나라의 특징은?

김태균
독일은 디자인의 독창성보다 편안한 착용감, 완벽한 세공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가 많다. 대표적으로 iC! 베를린, 마이키타, 하프만 앤 뉴마이스터, 마르쿠스티, 르노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는 다채로운 색감과 유니크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안네 발렌틴이 대표적 브랜드로 사토 아이웨어, 알렘 등 디테일이 매력적인 브랜드 역시 눈여겨보고 있다. 일본은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전 세계 많은 브랜드가 일본 현지 제작을 선호한다.

서정현
국가별 대표 브랜드는 생산국의 특성을 오롯이 담는 경우가 많다. 독일 안경 브랜드는 바우하우스 발상지답게 기능주의와 기계주의, 구조주의를 표방한다. 그런 까닭에 안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꾸밈없이, 다분히 합당한 형태로 되어 있다. 이 점이 안경 본연의 기능적 아름다움과 골계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프랑스 브랜드는 모더니스트의 건축물이나 가구 등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장 프루베의 스탠더드 체어에서 볼 수 있는 소재의 구조적 교합이나 샤를로트 페리앙의 북셸프 같은 구조물의 색감을 안경에 다채롭게 적용한다.

우루시바타 히로키
일본 브랜드는 높은 정밀성과 기술력을 갖춘 동시에 손으로 만든 따뜻함을 지녔다. 옐로우플러스(Yellow Plus)라는 브랜드가 좋은 예로, ‘백 림(back Rim)’이라 불리는 상징적 디테일은 아세테이트 림 뒤에 티타늄판을 덧댄 것이다. 이는 안경의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소재에 절단 및 압축 등 현대적 기술을 적용한 것이지만, 그 존재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스티치를 넣은 안경 케이스에서도 이러한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안경원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김진호
백화점에 입점해 안경원을 운영하며 정성스럽고 편안한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경테 선택, 검안 과정, 안경테와 렌즈의 조합을 결정하는 것 등에서 고객들이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도록 검안사들은 많은 연습과 정보 공유를 한다. 일본 등 선진화한 국가의 안경 검안 시스템 및 장비, 인테리어 역시 늘 관심을 기울인다. 기능성 렌즈에 필요한 정확한 시력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첨단 검안 및 피팅 장비를 빠르게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안경사 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김태균
안경에 관한 풍부한 이야기를 패션과 예술 등 문화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트렁크 쇼를 진행하며 고객에게 브랜드 저마다의 아이덴티티와 스토리를 알리고 풍부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최근 까르띠에 트렁크 쇼는 단순히 안경 컬렉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빈티지 워치 전문 업체인 빈티지아이 콜렉터스 클럽과 협업해 빈티지 까르띠에 워치를 함께 선보였다. 안경에 관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존의 장으로서 마니아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서정현
현재 국내 아이웨어 편집숍 수준은 여느 나라와 비교해도 가히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 패션업계와의 컬래버레이션, 단순한 PB 상품이 아닌 장기적 비전을 지닌 브랜드 론칭, 자체 프로젝트 등. 세계 각지의 안경인을 모아 투어를 다닌다 해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탁월한 수준의 매장이 상당히 많이 포진해 있다. 이태원 블링크와 역삼동 아이캐처, 서울숲 라시트포 등 저마다 개성 있는 안경점을 돌아보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안경,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이승우
얼굴에 변화를 주기 위해 안경을 구입한다면 새로운 스타일을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안네 발렌틴 프레임은 처음에는 색과 형태가 다소 과한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 착용하면 각자 인상과 스타일에 잘 어울리며 주변에서 칭찬과 관심을 얻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안경을 통해 자신만의 만족과 자신감을 얻는 것. 다양한 색과 형태의 안경을 착용하다 보면, 자신에게 잘 어울리고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는 새로운 안경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루시바타 히로키
편견을 피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 내게 어울리는 안경을 찾겠다지만 늘 같은 것을 택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것. 선택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태도는 더 멋진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을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정보 과잉 시대에 실패를 피하기 위해 급급한 것은 아닌지. 실패에서도 배울 점이 있기에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

서정현
얼굴 폭을 많이 벗어나거나 눈이 렌즈 중앙에 오지 않는 안경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능한 한 매장에서 직접 안경을 구입하자. 안경사가 AI처럼 잘 도와줄 것이다. 얼굴 형태에 따라 안경을 선택하는 방법은 간단한 글 몇 줄로 설명하기 어렵다. 인터넷에 떠도는 얼굴형별 안경 선택 가이드 역시 항상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얼굴은 생각보다 다채롭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목구비로 조언하면, 여백이 많은 인상에 선명함을 남기고 싶다면 뿔테를, 세세한 이목구비의 또렷한 인상이라면 메탈테를 고르는 것 정도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김태균
안경은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고 차별화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지향하는 아이 웨어 스타일링의 핵심과 목표는 안경을 통해 완벽한 나를 찾는 것. 고객의 직업적 특성, 성격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딱 맞는 안경을 찾을 수 있도록 추천한다. 맞춤복처럼 잘 어울리고, 고객이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국내외 눈에 띄는 업계 변화

김진호
현재 안경 시장은 커스터마이징과 하이엔드 두 가지 흐름이 공존한다.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사이즈, 칼라, 이너림 추가 그리고 각인 등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또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모든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스타트업 안경원도 등장했다. 3D 프린팅 재질의 고급화가 이뤄지지 않아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앞으로 큰 발전이 예상된다. 하이엔드를 선호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과거 최고급 안경이 40만~50만 원대였다면, 현재는 100만~200만 원을 넘어 1000만 원 가까운 초고가 안경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얼굴에 착용하는 안경은 손목시계보다 더 자주 노출되는 아이템이다. 고급 안경에 대한 수요와 성장은 상대적으로 더뎠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액세서리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며 더 많은 성장과 발전이 예견된다.

이승우
안경 디자인과 콘셉트가 다양해진 만큼 소비층도 세분화됐다. 예로 스포츠 활동 시에는 고글을 착용하고, 비즈니스, 데일리, 포인트 안경 등 착용 목적에 따라 안경을 구입하는 식이다. 2000년대부터 하우스마다 오리지널 디자인을 갖춘 안경 브랜드가 성장했고, 2010년대부터 국내에도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한 제품을 선보인 것이 시장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서정현
아직 국내 안경 시장이 완벽하게 성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다양성이다. 유독 밴드웨건 현상이 심한 국내 소비 성향 덕분에 다양한 디자인, 색감의 안경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넬형과 같이 팔리는 모델에 무수한 브랜드가 매달려 다년간 경쟁한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모든 현상은 성숙한 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과도기적 모습일 것이다.

바잉 시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김태균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 하나는 유통을 기반으로 하는 홀세일 비즈니스고, 또 다른 하나는 안경원을 기준으로 하는 리테일 비즈니스다. 홀세일의 경우 단순히 해당 컬렉션이나 제품을 염두에 두기보다 그 브랜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리테일의 경우 좀 더 마이크로한 접근으로 상상한다. 이를테면 컬렉션의 특정 모델을 보고 떠오르는 고객이 있는지 우선 고려하는 것이다. 고객의 취향과 정보력이 점점 높아지기에 그들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발견하고 선점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루시바타 히로키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서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는 안정적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도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면에서 항상 시장보다 반보 앞서가려 노력한다.

김진호
바잉 시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특별함과 확장성이다. 나란히 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개념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뭔가 새롭고 특이한 구석이 있으면서도 안경을 쓰는 이라면 누구나 쉽게 다가가고 시도해볼 수 있는 디자인과 브랜드를 고려한다. 아무리 특이하고 예술적인 안경 디자인이라도 사용자의 니즈에 부합하지 않으면 바잉에서 제외한다. 일본 안경 브랜드 중에는 예술성과 디자인 감각을 지닌 좋은 안경이 많지만, 특수한 개성 때문에 일본 내수 시장의 성공에 그칠 뿐 더 이상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브랜드가 많다. 그렇기에 특별함, 즉 독창성
만큼 다각화한 소비자의 니즈에 다가갈 수 있는 확장성과 균형성은 중요한 문제다.

이승우
브랜드 고유의 독자적 스토리텔링과 본연의 아이덴티티가 살아 있는 오리지널 디자인, 차별적인 콘셉트, 단단한 기술적 완성도와 휴머니즘.

아넬 프레임 안경의 인기는 계속될까?

우루시바타 히로키
아넬 프레임에 대한 수요는 일본 역시 여전하다.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일 정도. 이 디자인의 안경은 마치 옷장 속 리바이스 501 청바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어떤 상의나 외투를 입어도 잘 어울리는 호환성, 성별과 나이에 국한하지 않는 포용력까지. 분명한 것은 영원한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 디자인이라는 점!

김진호
아넬형이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이 파고들면, 국내 인기 있는 아넬형은 다소 변형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오리지널 사이즈는 44, 46으로 작은 편이나 한국에서는 48, 50 사이즈가 인기 있다. 기본형에 비해 큰 크기가 상당히 인기 있다는 사실은 외국의 동종 업계 사람들도 놀라는 부분 중 하나다. 린드버그의 보스턴 스타일 금속테 모르텐 역시 원래 브리지 사이즈가 짧고 세로가 긴 형태였으나 한국인의 기호에 맞춰 브리지가 길어지고 안구 사이즈 역시 기존 46, 48에서 50, 52로 커졌다. 아넬형과 보스턴형의 한국화한 사이즈는 국내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서 업계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서정현
안경점 주인이라면 아넬 디자인 베이스의 브랜드 바잉은 항시 염두에 둘거다. 그러나 매장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전시하지는 않을 듯하다. 빈티지 복각 인기가 시들해졌다 해도 아메리칸 빈티지 계열은 여전히 사랑받는 디자인이다. 다만 더 이상 트렌디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고로 더 이상 아넬의 아넬에 의한 아넬을 위한 브랜드를 모아 경쟁시킬 이유는 없다.

자크 마리 마지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

우루시바타 히로키
한국에서 자크 마리 마지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들었다. 모든 모델이 한정 생산되는 자크 마리 마지가 희소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감안해도, 여느 국가보다 극심한 품귀 현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명성을 떨치는 브랜드의 비결을 단순히 잘 만든 품질이나 고급스러운 디테일같은 사물적 측면으로만 국한할 수 없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들의 공식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알 수 있듯, 자크 마리 마지는 영화·음악 같은 문화를 기반으로 패션을 기획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제피린, 아키라, 딜런 등 역사적 인물과 사건, 건축물 등에서 착안한 네이밍은 안경 하나에 담긴 사상과 이야기 등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이 무궁한 상상력을 하며 시장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서정현
다국적·다원적 요소를 지닌 브랜드. 프랑스 디자이너가 미국에서 브랜드를 설립했고, 일본에서 생산하는 형태를 고수한다. 인디안과 카우보이, 미국 머슬카의 디테일을 서브컬처로 활용하며, 1940년 무렵 셀룰로이드 생산 공장이 위치한 프랑스 쥐라산맥 인근 오요나 지역의 특산물인 빈티지 프렌치 안경 실루엣을 차용하고 있다. 투박함과 대담함 그리고 원초적 아름다움을 지닌 프레임 실루엣 안에서 안경은 좀 더 정교하게 가공하며 서브컬처 디테일을 수놓는다. 덕분에 완벽에 가까운 하위문화의 상위 호환을 보여주게 되는 것. 이러한 다중적 요소가 하나의 안경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며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관심 없던 이조차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SPECIALISTS

우루시바타 히로키 Hiroki Urushibata
일본 안경 전문 매장 G.B.Gafas와 데코라(Decora)를 운영하며, 25년간 안경사로 활동했다.
이승우
지오코퍼레이션 코리아 대표. 금자 안경과 자크 마리 마지 등 시장을 선도하는 안경 브랜드를 국내에 발 빠르게 소개한다.
김진호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 기업 CEO의 단골 안경점으로 알려진 금강안경 대표. 3대째 가업을 이어왔다
김태균
토탈선글라스와 역삼 아이캐처, 래시 아이웨어의 운영을 총괄하며, 패션 브랜드 에이전시와 홍보대행사를 운영한다.
서정현
서영대학교 안경광학과 디자인 & 마케팅 겸임 교수. 안경 덕후로서 수집가이자 컬럼니스트로 활동한다.

에디터 정유민 사진 김흥수 디지털 에디터 손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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