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한 레스토랑
오감으로 향유하는 미식.
DÉTENDU
한국에 ‘르 그랑 베푸르’ 같은 공간이 생겼다. 르 그랑 베푸르는 나폴레옹과 조세핀 황후가 데이트했던 자리도 남아 있는,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프랑스 레스토랑이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이곳은 과감하게 콘셉트를 바꿨다. 가격대 높은 코스가 아닌, 부담 없이 단품 요리를 주문할 수 있는 비스트로 스타일을 택한 것. 혁신적 변화는 성공적이었고, 르 그랑 베푸르는 현재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다.
데땅듀는 바로 그런 곳이다. 늘 요리의 다음 신은 무엇일지 생각하는 셰프와 좋은 공간과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컨설팅 에이전시 ‘플라야’ 대표가 손잡고 만들었다. 처음 공간을 꾸릴 때 음식의 장르는 정해두지 않았다고. 두 사람이 추구하는 방향을 나눈 뒤, 셰프가 정통 프렌치를 택했다. 셰프는 파인다이닝이 지속 가능한지 계속 물음표를 던졌고, 세계 다이닝 신 중심인 프랑스가 고민하는 다음 지점이 어디인지 살폈다. 그러다 250년의 역사를 계승하되 현대적으로 공간과 요리를 발전시킨 르 그랑 베푸르를 떠올렸다. 기물은 과거 빈티지나 벨 에포크 시대의 영향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고자 했다. 접시는 아르데코 패턴을 재해석한 에르메스 솔레일 데르메스 컬렉션과 웨지우드의 옐로우리본을, 커틀러리는 양각 디자인을 새긴 크리스토플의 쟈뎅 에덴을 사용했다. 그 외 서빙 피스나 캐비아 스푼은 빈티지 퓌포르카로 구했다. 접시와 커틀러리가 과거 프랑스 어느 가정에서 썼을 법한 모양이라 모던한 인테리어 속에 있으면 더 특색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공간을 구성할 때는 멋진 뷰와 근사한 가구가 있지만, 마치 편안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식탁은 놀의 사리넨 라운드와 오벌 테이블, 의자는 프리츠 한센의 시리즈 7체어를 골랐다. 특별히 라운지체어인 스완 체어의 좌판을 높여 안정감 있는 다이닝용 의자로 제작하기도 했다. 메뉴는 고급 식기를 사용하지만, 핀셋으로 정교하게 가니시를 올린다든지 화려한 플레이팅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정성껏 만든 프렌치 요리를 가능한 한 간결하게 담아낸다. 셰프는 어느 하나만 꼽을 순 없지만, 그래도 추천한다면 ‘로스트 치킨’을 권한다. 닭은 프랑스에서도 요리에 자주 쓰는 재료로, 살과 껍질 사이에 트러 플 무스를 넣어 굽는다. 그 위에 크리미한 모렐 소스를 얹어 먹는 것이 정통 방식이다. 랍스터와 새우 등을 채운 파이 랑구스틴 피티비에는 뜨개질한 듯 정교한 무늬가 특징이며, 비스크 소스와 함께 낸다. 이렇게 탁 트인 뷰에 송아지 웰링턴처럼 정통 프렌치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아직 서울에 없다. 프랑스어로 ‘긴장이 풀린 상태’라는 데땅듀의 의미처럼, 따스한 분위기에 자주 와도 질리지 않는 곳이 되고자 세심하게 공들였다. 게리동 서비스를 시작하는 봄, 더 특별한 뭔가가 준비돼 있다는 가을까지 기대로 가득하다.
-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742, 7층
- @detendu_seoul
AL GATTO VERDE
이탈리아 미식을 세계 중심으로 끌어올린 마시모 보투라는 요리사로서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최고 영예를 안았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 1위와 미쉐린 3스타를 거머쥐었고, 28년 된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는 여전히 반년을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하다. 마시모 보투라라는 이름은 페라리,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람브루스코 와인과 함께 명실공히 모데나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60세인 그는 지금도 모데나에서 전원적 삶을 영위하며 자신만의 미식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모데나 외곽 시골 마을에 알 가토 베르데라는 레스토랑을 새롭게 오픈했다. 그의 아내 라라 길모어와 함께 운영하는 호텔 카사 마리아 루이자에 들어선 공간이다. 카사 마리아 루이자는 버려진 저택을 개조한 호텔로, 포도밭과 들판으로 둘러싸여 목가적 풍경을 자아낸다. 실내에는 아이웨이웨이·산드로 치아 등 거장들의 작품이 가득해 갤러리를 방불케 하며, 200년 수령의 나무로 둘러싸인 수영장, 셰프의 LP 컬렉션으로 채운 청음실, 테니스 코트 등을 갖춰 은밀한 별장으로 휴가를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최근에는 패트릭 뎀시, 아담 드라이버 등 영화 <페라리>에 출연한 배우들이 이곳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 레스토랑 알 가토 베르데는 저택의 안뜰을 복원해 만든 공간으로, 오래된 마구간을 개조했다. 정원은 산드로 키아, 밈모 팔라디노, 짐 다인의 조각상이 우아한 몸짓으로 활기를 더한다. 그 옆에는 1400개의 발사믹 배럴이 쿰쿰한 냄새를 풍기며 숙성 중이다.
실내는 나무와 석재 같은 재료를 녹색과 건초 색조로 마감해 주변 시골 풍경의 녹음을 고스란히 안으로 들였다. 눈에 보이는 것만 자연친화적으로 꾸 민 건 아니다. 영향력 있는 요리사의 위치에 오른 뒤부터 지속 가능 한 요리를 고민하고, 친환경 자선단체 활동을 이어온 그는 이곳 또 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지붕에는 85kW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으며, 마페이 세라믹 타일을 활용해 빗 물을 재활용한다. 장작을 태우는 오븐에도 배기가스를 줄이 는 무공해 탱크를 장착했다. 공간 조명은 디자이너 다비데 그 로피가 맡아 램프를 국자 모양으로 위트있게 디자인했다. 이 외에도 리바1920 테이블, 토넷 의자 등 가구를 고르는 데에 도 심혈을 기울였다. 다이닝 홀 벽에는 개념미술가 마이크 비들로 의 ‘Not Pollock’ 작품이 걸려 있는데, 이곳의 요리 콘셉트 ‘Not Barbecue’는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이름이다. 오스테리 아 프란체스카나, 구찌 오스테리아, 페라리의 레스토랑 카발리뇨 등 그간 보투라의 레스토랑에서 선보인 요리와 완전히 다른 콘셉트로 화덕과 장작 그릴을 사용한 음식을 선보인다. 이를테면 보투라의 시 그너처인 파르미지아노 소스를 바른 토르텔리니를 서빙 직전 장작 오븐에 구워 밤나무 훈연 향을 입히는 식이다. 대표 메뉴로는 이탈리 아 소시지 코테키노에 훈연 향을 더하고 히비스커스꽃으로 만든 붉 은 소스를 곁들이는 ‘코테키노와 용의 피’가 있다.
- 주소 : Stradello Bonaghino, 56, 41126 Modena MO, Italy
- 인스타 : @algattoverdecasamarialuig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