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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와의 지독한 전쟁

아이유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는 데 실패했다. 선 예매를 할 수 있는 공식 팬클럽 ‘유애나’가 아닌 탓일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사전 예매에 몰린 인파만 해도 이미 공연 전체 수용 인원을 초과했다고 한다. 이런 공연에서 일반 예매에 성공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생각해보면 최근 들어 티케팅에 실패하는 경우가 부쩍 많
아졌다. 작년에도 해리 스타일스, 브루노 마스, 샘 스미스의 공연 예매를 모두 놓쳤다. 나이가 들어 반응 속도가 느려진 탓일까. 콜드플레이, 케이티 페리, U2의 내한 공연 티켓을 척척 골라잡고 의기양양하던 시절은 이제 옛말이 됐다.

그런데 정말 그뿐일까. 좌석 구역도 못 보고 허탈하게 나와 인터넷을 찾아보면 웃돈 얹은 암표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티켓 판매 후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점부터 그렇다. 명백히 되팔기 위해 산 표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실제로 암표 건수는 지난 2년 동안 10배 이상 증가했다. 놀랍게도 현재 국내엔 이러한 온라인 암표 판매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암표 매매에 관한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2항은 오프라인에 한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벌금은 20만 원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암표의 상당수가 자동 반복 입력 프로그램 ‘매크로’를 이용해 구매한 표라는 점이다. 전문 업자들의 매크로 앞에선 젊음도 소용없다. 아무리 손이 빠른 Z세대라도 프로그램을 이기진 못한다. 이 같은 매크로 암표 군단은 팬데믹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동안 공연장을 찾지 못해 억눌린 팬심을 인질로 삼은 셈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에 적극 대응하는 아티스트도 늘고 있다. 암표를 사지 말라고 당부하는 수준은 넘어선 지 오래다. 특히 암표를 신고하는 팬에게 티켓을 선물한 아이유, 암표로 얼룩진 공연을 과감히 취소하고 티켓 구매 방법을 추첨식・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발행 방식으로 바꾼 장범준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물론 NFT 티켓의 효용성에 관해선 아직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NFT 그 자체보다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요한 건 어떻게든 암표상을 몰아내겠다는 아티스트의 의지다.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돈에 눈먼 이에게 밀려나는 걸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업자와 일반 이용자가 겨뤄야 하는 티켓 구매부터
사방에 퍼져 있는 불법 리세일,
사기 티켓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가장 시급한 건 구조적 변화다. 3월부터는 개정 공연법에 따라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 판매 행위가 적발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지만, 실효성 있는 법안인지는 의문이다. 매크로를 이용해 구매한 티켓이란 걸 어떻게 증명할 것이며, 매크로를 이용하지 않은 암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여전히 오프라인의 암표에만 벌금 20만 원을 부과하는 경범죄 처벌법은? 지난해 연말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50년 전 만들어진 암표 법률을 개정해달라는 공개 청원에 나선 바 있다. 최소한 암표를 불법행위로 규정할 법률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해외 사례를 참고해도 좋겠다. 우선 재판매가 없는 나라는 없다. 유명 가수의 공연 티켓은 늘 수요에 비해 부족하고, 어떻게든 공연에 가고 싶어 기웃거리는 팬심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암표 전문 업자가 끼어들 여지를 최소화하자는 거다. 일본은 철저한 본인 확인을 거쳐 내국인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공연을 전 좌석 추첨제로 판매한다. 부득이하게 공연 참석이 어려워진 티켓 구매자를 위해 공식 리세일(resale) 기간을 두기도 한다. 무조건 정가에 재판매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기존 티켓 구매자가 얻는 이득은 전무하다. 티켓
마스터가 패권을 쥐고 있는 서구에서도 공식 리세일을 진행한다. 이 경우 사용자가 임의로 티켓 가격을 설정할 수 있어 터무니없이 높은 재판매 값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공식 플랫폼 안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기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적다. 매크로 구매 티켓에 대한 처벌도 우리의 개정 공연법보다
강력하다. 이들과 비교하면 현재 우리 사정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업자와 일반 이용자가 겨뤄야하는 티켓 구매부터 사방에 퍼져 있는 불법 리세일, 사기 티켓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암 표와의 지독한 전쟁은 언제쯤 끝날까.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 웹진 ‘IZM’ 편집장, MBC FM4U <4시엔 윤도현입니다> 음악 작가를 지냈다. 현재 음악 팟캐스트 ‘뮤직 매거진 뮤브’를 운영 중이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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