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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의 방

채움과 비움이 반복되는 류준열의 방.

1953년 탄생 이후 다이빙 워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모델로 평가받는 피프티 패덤즈.
피프티 패덤즈 데이트 & 세컨즈는 42.3mm 티타늄 케이스에
블루 다이얼, 블루 단방향 사파이어 베젤을 접목했다.
오토매틱 무브먼트 1315를 탑재했으며,
120시간 파워리저브를 보장한다. Blancpain.

촬영이 빨리 끝났어요. 날씨도 좋은데, 덕분에 조기 퇴근하겠어요.
아, 그래요? 그럼, 자주 봬요.(웃음)

사진가로 활동하는 게 피사체가 될 때도 도움이 되나요?
그럼요. 사진을 좋아해서 잡지를 매달 빼놓지 않고 봅니다. 화보 작업을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외계+인> 2부 이후 휴식기인가요?
1년 정도 쉬었어요. 류준열에게 1년은 꽤 긴 시간 아닌가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보통 촬영을 끝내기 무섭게 또 다른 작품에 들어가는데. 이제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야죠.

류준열은 다작 배우로 꼽히잖아요.
그래서 세어봤죠. 10년 가까이 20여 개 작품을 했던데, 이 정도면 전력 질주 아닌가요? 그런 것 같기는 한데, 또 요즘은 제작 기간이 늘어나다 보니 쉼 없이 일해도 1년에 2개 이상의 작품을 개봉하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좀 아쉽긴 해요.

일 욕심이 많군요.
더 열심히 해야죠.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일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요. 쉴 때는 시간을 쪼개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니 오히려 에너지를 소진하는 느낌이죠.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미뤄둔 것을 해야 하는 성격이라.

일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거네요.
그런 셈이죠.

다작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러브콜이 쏟아지기 때문이겠죠?
제안받는 경우도 있지만, 제가 먼저 하고 싶다고 말씀드릴 때도 있어요. 감독님에게 연락해 “요즘 뭐 하시느냐, 저 필요하지 않느냐”고 여쭤봐요.

그렇게 해서 성사된 작품이 있나요?
아직은 없네요.(웃음) 그래도 꾸준히 어필은 합니다.

류준열의 커리어를 이야기할 때 <응답하라 1988>을 빼놓을 수 없죠.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작품이니까. 이를 기점으로 배우 커리어에 가속도가 꽤 붙었죠?
대중이 보기엔 그럴 수도 있을 거예요. 어떤 의미의 가속도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품 수만 따지면 그렇겠죠. 하지만 배우로서, 실력으로 본다면 사실 잘 모르겠어요. 곧 공개될 <더 에이트 쇼>로 속도가 좀 붙으면 좋겠는데. 그런 작품이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100%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극 중 제 모습도 이전보다 나아지지 않았을까 기대해요.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거든요. 특수한 공간에 모여 긴 시간을 촬영하는 건 처음이라 스태프, 배우들 사이가 더 끈끈했던 것 같아요. <더 킹>에 이어 한재림 감독님과 두 번째 작업이라 ‘척하면 척’할 만큼 호흡도 좋았고요. 아마 감독님 특유의 연출과 색깔이 돋보이는 작품이 될 거예요. 필모그래피를 보면 참 다이내믹해요. 캐릭터도, 장르도 딱히 겹치는 게 없더군요.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는 크게 고려하지 않아요. 다만, 장르는 신경 쓰는 편입니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거든요. 아직은 고정된 이미지가 없어서인지, 다행히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들어오고, 여러 감독님이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이 정도 경험을 쌓으면 배우로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지 않나요?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부족한 것 등. 어떤 것 같아요?
가닥이 잡히기보다는 오히려 걱정이 늘었죠. 이제 곧 밑천이 드러나지 않을까. 그걸 아닌 척하면서 잘 숨겨온 것 같거든요.(웃음) 제 깜냥에 비해 너무 무탈하게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그랬다면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었을까요? 솔직히 류준열의 매력이 궁금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촬영장에서 보니 사람들이 류준열을 찾는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겠더군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해요. 그런데 어떤 지점에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스스럼없이 사람들과 소통하며 촬영장 분위기도 편하게 만들고, 포즈도 척척 해내시던데요. 그 덕에 촬영도 빨리 끝났고.
다행이네요. 그런 말을 들으면 감사하면서도 으레 해주는 이야기겠거니 생각해요.(웃음)

그럼 본인이 생각하기에 감독과 작가들이 류준열을 불러주는 이유가 뭘까요?
영업상 비밀이죠.(웃음) 그런데 아마 편안함이 아닐까요? 현장에서 주장을 내세우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좀 불편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모두가 행복한 방향으로 가려고 해요. 큰 소리 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평화주의자입니다.

무던한 성격인가 봐요. 한재림 감독도 과거 인터뷰에서 “실제로 만난 류준열은 무던한 느낌이었고, 눈빛에 야망이 없더라” 하고 말했던데.
아, 그래요? 그런데 저라고 화가 없고, 짜증이 안 날까요? 그럴 때마다저만의 방식으로 해소하니까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해소하는지? 술, 담배, 커피도 안 하던데요.
운동도 하고, 좋은 말을 많이 찾아봐요.

건강한 방식으로 푸는군요.
요즘 SNS나 유튜브에 너무 잘 나와 있잖아요. 이럴 땐 이렇게 하라 같은 글귀들. 그런 걸 보다 보면 ‘아, 내 탓이다’, ‘문제는 내게 있다’고 생각하게 돼요. 그러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요. 당장엔 속으로 삼켜도 언젠가 진심을 알아줄 거라 믿고요. 다 알아주시더라고요.

앞에서 자신의 매력은 편안함이라고 했죠.
그건 겸손한 말인 것 같고. 오늘 촬영하는 모습을 보니 배우로서,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엄청 하는구나 싶었어요. 이것저것 많이 보면서 저만의 색을 찾으려고 해요. 그래서 제 취향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한 것 같고, 제 취향이 아닌 것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요.

하지만 배우는 계속 새로운 환경에 놓이고, 자신의 취향만 고집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시야를 넓히려고 하지만, 제 취향이 있고 없고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취향이 확고한 상태에서 뭔가를 흡수하는 것과 무턱대고 경험하는 건 다르죠. 제 취향에 다른 것을 조금씩 섞어나가다 보면, 그게 나만의 것이 된다고 생각해요.

취향이 어떤가요? 너무 막연한 질문인가요?
안정적이고 무난한 걸 좋아해요. 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죠. 자극적인 건 경계해요. 계속 자극에 노출되다 보면 평범하지만 가치 있는 것에 대해 무뎌지더라고요.

제 방은 딱 하나예요.
이 벽, 저 벽에 제 취향이 붙어 있죠.
그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나가는 게
삶의 숙제가 아닐까요?

평소 옷 입는 스타일을 봐도 그런 것 같아요. 그 취향이 작품을 선택할 때도 적용이 되나요? 과거 작품을 보면 흥미를 유발하는 장르물이 지분을 꽤 차지하던데.
쭉 장르물만 하던 때도 있었어요. 배우로서 아직 배워야 하는 위치고, 많은 걸 체득해야 하니 다양한 걸 시도하면서 시야를 넓히려고 하죠. 그래도 틈틈이 <인간 실격>이나 <리틀 포레스트>같은 잔잔한 작품을 통해 제 취향을 해소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면 작품 복도 많은데, 선배 복도 많아 보여요. 최민식(<침묵>), 송강호(<택시운전사>), 윤여정(<계춘할망>), 전도연(<인간 실격>) 등 대선배들과 함께한 작품이 많아요.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는 아닐 텐데.
좋은 선배들을 꾸준히 만났기에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배우를 꿈꾸기 전부터 활동하셨으니 ‘선배’라는 단어로는다 표현이 안 되는 분들이죠. 어른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다 보니 술자리만 함께해도 배우는 게 참 많아요. 그 존재만으로도 작품을 할 이유가 생기죠.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을 참 많이 배려해주세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류준열도 언젠가 그런 자리에 있겠죠?
불러주셔야 가능하지 않을까요?(웃음) 전 이 일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으니.

만족하면서 열심히 해도 힘 빠지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나요?
권태로운 시기는 딱히 없었어요. 늘 새롭고 재미있어요.

종종 권태로움이 찾아오는 제겐 그 대답이 부럽기도 하네요.
저도 왜 없겠어요. 그런데 찾아야죠. 새로운 걸 계속 찾아야 해요. 타성에 젖을수도 있지만, 흥미로운 걸 찾아 그 감정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해요.

그렇다면 본인을 환기시킨 건 뭐였나요?
사진 작업도 그중 하나예요. 지금도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제인가요?
4월입니다. 그룹전이고, 주제는 ‘달리기’예요.

달리기면 지난해 시카고 마라톤 완주 당시의 사진일까요?
뉴질랜드에서 마라톤 훈련을 할 때 찍은 사진이에요. 그땐 달리기와 셔터로만 하루하루를 채웠거든요. 제가 마라톤에서 킬로수마다 느낀 감정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풀코스 완주 후 달리 보이는 것이 있나요?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긴 했어요. 가까스로 5시간 안에 완주했는데, 옆에서 함께 뛰어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완주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리고 완주를 목표로 한게 아니라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었어요. 결과보다 과정을 더 즐길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바쁜 와중에도 사진전을 꾸준히 열어왔어요. 연기 못지않게 사진에 대한 애정이 커 보여요.
사진전은 제 사진에 관심 있는 분들만 찾아와주시는 자리이기에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 말이 서툴러 인터뷰에서 다 표현하지 못한 것을 사진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 좋고요. 인간은 스스로를 표현하고 설명하려는 본능적 욕구가 있지 않나요? 제겐 그 도구가 사진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좋아해주시면 스타 작가가 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자기만족에 그치겠죠. 그래도 감사하게 찾아주는 분들이 있어 계속 함께 호흡하며 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같아요.

뜬금없지만, 질문 하나 해볼게요. 사진은 찰나를 기록하는 작업이잖아요. 만약 단 한순간만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면?
가장 힘들었던 순간.

굳이 힘든 순간을?
저라는 사람을 만들어준 시간일 것 같아서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언제였나요?
죽기 전에 알 수 있겠죠.(웃음) 지금보다 더 힘든 순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진가, 여행자, 배우, 러너… 류준열에게는 방이 여러개 있는 것 같네요.
제게 방은 딱 하나예요. 다만, 방이 너무 클 뿐.(웃음) 이 벽, 저 벽에 많은 게 붙어 있죠. 제 사진 작업도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결국 하나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아요. 그 하나는 바로 저 자신이겠죠. 결국엔 류준열이라는 사람으로 귀결되는.

지금, 그 방은 어떤 모습인가요?
난장판이죠.(웃음) 지금은 방문을 열고 이것저것 들이는 중인것 같아요. 여기저기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죠. 그것을 차곡차곡 정리해나가는게 삶의 숙제가 아닐까요? 어떤 건 휴지통으로 던져지고, 어떤 건 책장에 꽂히고, 어떤 건 옷장안으로 들어가겠죠. 뭘 취하고 버리느냐는 제 몫이고. 죽기 전에 방을 한 번 싹 둘러보면 그게 진짜 류준열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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