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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말 나가십니다

스투시 창업자이자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 숀 스투시가 복귀한다. 1996년 은퇴 이후 첫 공식 선언이다.

전문가들은 그가 돌아온 이유로 쇠퇴하는
스트리트 패션 시장을 꼽는다. 점점 범주가 넓어지면서
각자가 내건 아이콘이 모호해졌고, ‘서브컬처’를 표방하는
많은 브랜드가 인산인해를 이루며 시장을 잠식해나갔다.

스투시 창업자이자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 숀 스투시가 복귀한다. 얼마 전 그는 자신의 SNS에 머디 워터스의 노래 가사를 인용해 ‘젊은 말은 빠르지만, 늙은 말은 두루 살필 줄 안다. 경주에서 이기는 건 젊은 말이지만, 늙은 말은 더 오래 버틴다’며 자신이 몇 가지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1996년 은퇴 이후 첫 공식 선언이다.

스투시는 왜 본인을 ‘늙은 말’로 수식하며 이 신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을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쇠퇴하는 스트리트 패션 시장을 꼽는다. 점점 범주가 넓어지면서 각자가 내건 아이콘이 모호해졌고, ‘서브컬처’를 표방하는 많은 브랜드가 인산인해를 이루며 신선함을 잃었다는 것이다. 또 유머러스한 은유나 패러디 콘텐츠보다는 모방과 복제가 줄을 잇고, 자본의 논리에 침식되어 문화적 맥락마저 사라졌다. 한마디로 제품에 담긴 유의미한 이야깃거리가 사라진 셈이다. 단적인 예로 ‘신흥 강자’라 불리는 코르테이즈조차 패스워드 보안의 웹사이트를 통한 산발적 제품 발매나 비공개 SNS 운영, 상품 교환 캠페인 같은 자극적인 마케팅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을 뿐이다. 또 불가침 성역의 브랜드 ALD조차 ‘1990년대 랄프 로렌의 카피캣’일 뿐이라며 꾸준히 비판받고 있다. 그런데 때마침 문화의 창조자 겸 신의 개척자가 재림한다니, 변곡점이라고 칭할 만하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그의 첫 복귀 프로젝트는 ‘S/DOUBLE’의 부활이다. 호주의 프로 스케이터 피터 힐과 그의 형 스테판 힐이 운영하는 브랜드 글로브가 스투시의 복귀 프로젝트에 동참할 계획이다. 2008년 스스로의 닉네임을 본떠 론칭한 S/DOUBLE은 본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배어든 도시적 맨즈웨어 라인이 특징이었다. 오늘날 에메 레온 도르와 노아의 아이템을 보면 당시 S/DOUBLE이 제작한 컬렉션과 똑 닮은 톤 앤 무드를 지녔다. 그래픽 티셔츠를 비롯해 바시티 재킷과 슈트 등 다채로운 의류로 구성한 캡슐 컬렉션을 보면 시대를 앞선 그만의 통찰력과 아이코닉함이 느껴진다. 많은 스트리트 패션 팬들이 그의 ‘S/DOUBLE 2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1954년생 노익장 숀 스투시는 5년 전 디올에 캘리 서프컬처의 쿨한 바이브를 믹스해 23년 만에 판을 뒤흔들었다. 서브컬처의 뉘앙스를 주입해 신세계를 창조하는 그의 미학은 어느새 스트리트 패션의 본질이자 커뮤니티 팬들이 기대하는 최고 가치가 되었다. 음악, 미술, 도서, 건축 등을 아우르는 그의 농익은 영감과 레이브, 힙합, 서핑, 스케이트 등을 연결하는 컬트 팬 응집력. 이 모든 것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이 필수적으로 터득해야 하는 문화유산이다.

세월이 흐르고 유행은 변화하지만, 숀 스투시의 전례 없던 도전정신은 스트리트 패션 신에 고유한 가치로 남을 것이다. 늙은 말의 질주가 어떤 모습으로 신에 변화를 불러올지 기대하는 바다.

이진우(스눕피)
패션에 관해 글을 쓰는 블로거. 다양한 패션 커머스와 협업하고 웹 미디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에디터 <맨 노블레스> 피처팀 일러스트 최익견 디지털 에디터 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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