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ociety 안내

<맨 노블레스>가 '디깅 커뮤니티 M.Society'를 시작합니다.
M.Society는 초대코드가 있어야만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자세히보기
닫기

A KEY IDEA

자동차는 크고 복잡하지만, 그 시작은 손안의 작은 열쇠다. 포마웍스는 그 열쇠를 자동차와 사람의 삶을 담는 오브제로 바꾼다.

 포마웍스는 2021년 1월에 설립한 비스포크 키 브랜드다. 자동차 디자이너와 산업 디자이너, 항공우주 엔지니어가 모인 이들의 시작은 지금과 조금 달랐다. 각자 전문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탐구하며 창작의 갈증을 해소해줄 디자인 컨설팅 회사가 출발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CEO 다니엘 채는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꿈꿔온 자동차를 갖게 되는데, 정작 그것을 여는 열쇠는 평범한 플라스틱과 금속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하며 차체 구조부터 문이 닫히는 감각, 시동을 걸 때 들리는 소리 등 자동차를 경험하는 순간을 세심하게 설계해온 그에게 묘한 불균형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자동차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열쇠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포마웍스는 열쇠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하나의 오브제로 바라본다. 자동차의 형태와 역사를 연구하고, 그것을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형태로 다시 빚는다. 그렇게 완성된 열쇠는 자동차를 여는 기능을 넘어 드라이버의 취향과 애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물건이 된다. 포마웍스의 열쇠는 자동차에 보내는 가장 작은 러브 레터다.

마쓰다 RX-7을 디자인한 톰 마타노가 자신이 만든 차에서 영감받은 키 피스 FD를 들고 있다.
(위) 3세대 RX-7(FD3S)의 초기 디자인 및 에어로 테스팅 단계에서 만들어진 클레이 모델. 아직 도장 전으로 골드 소재 표면 그대로다. (아래) 완성 단계에 가까워진 FD3S의 클레이 모델. 최종 실루엣과 곡면을 검토하고 있다 있다.
람보르기니 디아블로를 레스토모드 차량으로 제작하는 에센트리카와 협업한 비스포트 키 피스. 총 19대 한정 제작했다.
랜드로버의 디펜더 키 피스. 나토 밴드를 활용해 브레이슬릿으로 착용했다.

 가치를 여는 열쇠

포마웍스의 슬로건 ‘언록 유어 트레저(Unlock Your Treasure)’에서 보물은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닌 가치다. 낡은 시계엔 이제 곁에 없는 사람과 보낸 시간이 담겨 있고,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은 부모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포마웍스가 만들고 싶은 것도 그런 가치를 지닌 물건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엔지니어링 도면부터 부품, 실내장식, 자동차 역사, 당시의 광고 등 수많은 정보를 닥치는 대로 수집한 뒤 하나씩 덜어낸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실루엣이나 로고를 옮기는 대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구조와 디테일을 이해하고 새로운 형태로 번역하는 것이다. 예로, 클래식 911을 위해 제작한 열쇠는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상징하는 6개의 구멍과 대시보드의 곡선 실루엣을 담았다. 그 형태를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도 매우 섬세하다. 손으로 그린 스케치는 디지털 디자인과 CAD를 거쳐 여러 버전의 3D 프로토타입으로 이어진다. 이후 자체 CNC 가공을 통해 시제품을 만들고, 기능에 관여하는 요소는 반복적으로 테스트해 0.001mm 단위까지 보정한다. 포마웍스에 정밀함은 손에 쥐었을 때의 무게와 균형, 꽂고 돌리는 순간의 감각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조건이다. 이런 태도는 포마웍스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과도 맞닿아 있다. 오늘날에는 미학적으로 훌륭하지만 문화적으로 비어 있는 디자인이 많다. 인터넷에는 무한에 가까운 자료가 있고,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해 없는 레퍼런스는 코스튬에 불과하다. 무엇을 참고했는지, 왜 그것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낼 자격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포마웍스는 자동차를 끝까지 들여다보고, 가장 중요한 가치를 압축한다.

(시계 방향으로)1 1980년대 르망의 반항적 정신과 포르쉐 911의 리어 엔드를 담은 커스텀 카 ‘하프 11’을 위한 비스포크 키 피스. 레이싱카의 폐엔진오일을 봉인한 오일락을 키링으로 달았다. 2 포르쉐 911을 담은 레전드 키 피스. 3 주거용 열쇠로도 활용할 수 있는 키 피스 해븐. 원하는 사진을 넣을 수 있다 

포마웍스 컬렉션

하나의 물건이 완성되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포마웍스는 그 과정을 거쳐 남은 것을 ‘형태’라고 칭한다. ‘Forma’는 라틴어로 형상・윤곽을 뜻하고, ‘Werx’는 현대적이고 기계적인 공방을 의미한다. 두 단어를 결합한 ‘Formawerx’는 리서치와 엔지니어링, 문화, 제작과 실패, 수정이 쌓여 하나의 물건이 되는 과정을 함축한다. 이런 노력 끝에 얻은 포마웍스의 열쇠는 현재 오픈스펙TM(OpenSpecTM), 레전드(Legends), 비스포크(Bespoke), 레지덴셜(Residential) 네 가지 라인업으로 나뉜다. 

오픈스펙TM 자동차가 아닌 시대와 문화에서 출발한다. 바우하우스의 절제된 디자인, 1990년대 일본 자동차의 간결함, 모터스포츠의 경량화처럼 특정 시대와 자동차 문화에서 발견한 요소를 연구해 여러 자동차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키 피스를 만든다. 자신의 자동차와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컬렉션이다.

레전드 하나의 특정 모델을 깊이 파고든다. 자동차 구조와 기능, 정체성을 연구한 뒤 그중 핵심 요소를 추려 새로운 오브제로 번역한다. 클래식 911 키 피스에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상징하는 6개의 구멍과 대시보드의 곡선 구조를 담은 것이 대표적이다.

비스포크 기존 디자인에 담아내기 어려운 특별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코치 빌드 모델이나 극히 희소한 차량을 위해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한 경우 자동차의 역사와 소유자의 맥락까지 살펴 키 피스를 제작한다.

레지덴셜 자동차를 넘어 삶의 공간과 이야기로 영역을 확장한다. 대표적 키 피스인 해븐은 집과 가족, 반려동물처럼 삶의 가치를 담아내는 오브제를 열쇠에 사진으로 넣을 수 있다. 한 사람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키 피스를 제작하는 마스터스펙 프로그램도 있다. 마스터스펙은 ‘이 자동차가 드라이버에게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똑같은 모델을 소유해도 누군가는 20년 동안 수소문한 끝에 차를 갖게 됐을 수도, 또 다른 누군가는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유산일 수도 있다. 포마웍스는 이처럼 자동차를 둘러싼 개인의 역사와 기억 등을 디자인 요소로 삼는다.

열쇠, 그리고 다음 세계

포마웍스가 만드는 열쇠는 자동차만 담지 않는다. 최근 1969년형 포르쉐 912를 소유한 동생을 위해 형이 키 피스를 의뢰한 것이 대표적이다. 형은 동생이 수년에 걸쳐 복원한 자동차를 담아달라고 요청했다. 포마웍스는 이 작업을 통해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확인했다. 그들이 상상하는 다음 장면은 애니메이션과 영화처럼 현실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 하나의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의 아스라다처럼 가상 세계를 실제 오브제로 옮기는 것도 그들이 그리는 가능성 중 하나다. 자동차 회사들이 물리적 열쇠를 없애고 스마트 키를 만드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차에 다가가기만 해도 문이 열리는 방식은 더 편리하고 완벽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거는 행위에는 ‘운전하고 싶다’는 감각을 깨우는 의식이 있다. 포마웍스는 기술의 발전을 거스르거나 과거에 대한 향수를 고집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남는 것이 무엇일지 매일 고민할 뿐이다.

에디터 강승엽 사진 제공 포마웍스
LUXURIOUS BOLDNESS ARCHIVE CHIC BOLDNESS AND 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