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미식가들이 제안하는 그 도시에서의 24시간
24 HOURS IN THE CITY
#BARCELONA

이경훈(바 십스 바텐더) 레스케이프 서울 호텔의 ‘마크 다모르’에서 시모네 카포랄레와 약 2년간 호흡을 맞추며 경력을 쌓았다. 이후 조선 팰리스 ‘1914 라운지앤바’를 거쳐 현재 바르셀로나의 십스(Sips)에서 벤 리(Ben Lee)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십스는 2023년 ‘월드 베스트 바 50’ 1위에 오른 세계적인 바다.

AM 9:00 LA COVA FUMADA 라 코바 푸마다는 바르셀로나의 동네 맛집이자 노포다. 1944년 마리아 플라와 마지 솔레 부부가 문을 연 작은 선술집으로, 처음에는 인근 노동자들이 찾는 동네 바였다. 지금도 같은 가족이 4대째 운영하며 오래된 대리석 테이블과 작은 주방 등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메뉴는 문어부터 정어리까지 그날 들어 온 신선한 해산물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그중 시그너처 메뉴 ‘라봄바’는 꼭 맛볼 것. 스페인어로 ‘폭탄’을 뜻하는 라 봄바는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타파스 중 하나인데, 이곳이 원조로 알려져 있
다. 으깬 감자 안에 고기를 채워 동그랗게 빚은 뒤 기름에 튀기고, 아이올리나 매콤한 소스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PM 2:00 BRONZO BAR E CUCINA 오후에는 고딕 지구의 카탈루냐 광장으로 넘어가보자. 엘 보른의 좁은 골목을 거닐다 보면 어렵지 않게 브론초 바 에 쿠치나를 만날 수 있다. 과거 염장 생선 가게로 쓰이던 공간을 개조한 이탤리언 레스토랑으로, 직접 만든 생면 파스타와 스톤 오븐에 구운 피체테, 이탈리아 치즈와 샤르퀴트리 등을 선보인다.
PM 6:00 BOADAS COCKTAIL 보아다스 칵테일스는 바르셀로나 바 역사의 시작점이다.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난 미겔 보아다스가 전설적인 바 엘 플로리디타에서 칵테일 기술을 익힌 뒤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1933년에 문을 열었다. 현존하는 바르셀로나의 칵테일 바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90년이 넘은 지금도 작은 삼각형 공간과 클래식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개의 믹싱 글라스 사이로 칵테일을 길게 흘려 보내며 공기를 더하는 ‘스로잉’은 보아다스를 상징하는 기술로,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PM 8:00 PACO MERALGO 파코 메랄고는 에이샴플레에 자리한 타파스 전문 레스토랑으로, 현지인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특히 해산물이 유명한데 제철에 따라 새우와 조개, 오징어는 물론 스페인에서 별미로 꼽히는 에스파르데냐스(espardenyes, 해삼) 같은 재료로 만든 요리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대구 요리와 몬타디토, 크로케타 등 여러 타파스를 주문해 나눠 먹으면 좋다. 매일 공급받는 식재료의 신선도와 크기, 상태를 확인한 뒤 그날의 추천 메뉴를 정하는 원칙도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다.
PM 10:30 TANDEM COCKTAIL BAR 탠덤 칵테일 바에서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1985년 문을 연 이곳은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클래식 칵테일 바 중 하나다. 탠덤을 이끄는 페르니아 형제의 아버지는 보아다스의 오랜 단골이었고, 형제들 역시 어린 시절부터 그를 따라 보아다스를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바의 세계를 접했다. 이후 직접 탠덤을 열어 40여 년간 바르셀로나 클래식 칵테일 문화의 한 축을 지켜왔다. 화려한 장치나 기교보다는 클래식 칵테일의 기본과 서비스에 무게를 두는 곳인 만큼 좋아하는 기주와 맛 등 자신의 취향을 전한 뒤 바텐더의 추천을 받는 것도 좋다. 논알코올 칵테일도 가능하다.
Don’t Miss
COFFEE 바르셀로네타 해변으로 향하기 전 코코 소셜 하우스에 들러보자. 망고와 코코넛 밀크, 말차를 섞은 ‘망고 말차’등 색다른 음료를 맛볼 수 있다. 테이크아웃 후 해변을 거닐며 여유로운 아침 풍경을 즐기는 것도 좋다.
GELATO 에이샴플레를 걷다 달콤한 것이 생각나면 크레메리아 토스카나를 기억해두자. 밀라노 출신 젤라토 장인 안드레아 준톨리가 2004년에 문을 연 곳이다. 특히 과일이 풍성한 계절이라면 소르베를 추천한다.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라사르테의 파올로 카사그란데 셰프가 즐겨 찾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COCKTAIL 십스는 내가 바텐더로 일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두 바텐더가 이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런던 아르테지안의 전성기를 이끈 시모네 카포랄레와 알베르트 아드리아의 레스토랑 그룹 엘바리에서 믹솔로지를 총괄한 마르크 알바레스가 2021년 함께 문을 열었다. 불과 2년 만인 2023년 ‘월드 베스트 바 50’ 1위에 오르며 세계적 칵테일 바로 자리매 김했다. 일반적 바 카운터가 아닌 중앙에 아일랜드 바를 두고 바텐더와 손님이 자유롭게 소통하도록 한 공간도 남다르다. 지금 바르셀로나 칵테일 신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HELSINKI

이태규(플레이버타운 오너 셰프) 시드니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던 이태규 셰프는 퇴근길 차이나타운에서 먹던 음식에 매료돼 홍콩으로 건너가 3년간 중식을 배웠다. 이후 헬싱키로 건너가 직접 차이니스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2020년 초에는 성수동에 ‘플레이버타운’을 오픈해 ‘셰프들의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고, 단골들 사이에 ‘맛동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2024년에는 쉐이크쉑과 협업 메뉴를 출시했다.


AM 08:00 ST. GEORGE BAKERY 하루를 시작할 장소로 세인트 조지 호텔 내 베이커리를 추천한다. 갓 구운 시나몬 롤과 카더몬 번을 주문해볼 것. 핀란드에는 커피와 달콤한 빵을 함께 즐기는 카흐비파우시(kahvipaussi, 커피 브레이크) 문화가 일상적인데, 이때 곁들이는 빵이 코르바푸스티로 불리는 시나몬 번이다. 스웨덴의 카넬불레와 비슷하지만, 핀란드식은 반죽에 카더몬을 넉넉히 넣고 시나몬과 설탕을 채운 뒤 위에 슈거 파우더를 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핀란드 사람들의 일상을 상징하는 한 끼다.

AM 11:00 KAUPPATORI & OLD MARKET HALL 새로운 도시에 가면 현지인의 삶을 가장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시장을 꼭 찾는다. 항구를 따라 걷다 보면 야외 시장인 카우파토리가 나오고, 바로 옆에는 올드 마켓 홀이 자리한다. 1889년에 문을 연, 헬싱키에서 가장 오래된 실내 시장인 올드 마켓 홀은 훈제 연어와 청어, 생선 알, 각종 절임이 많아 헬싱키가 바다와 얼마나 가까운 도시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연어 수프나 오픈 샌드위치를 꼭 맛봐야 한다. 크림과 감자, 딜, 연어처럼 익숙한 재료로 만든 소박한 음식이지만 이런 일상의 맛이야말로 파인다이닝 못지않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PM 3:00 LÖYLY 저녁 식사 전 뢰윌리에서 사우나로 몸과 기분을 환기하는 것도 좋은 여행법이다. 현대건축과 핀란드 전통 사우나 문화를 결합한 이곳에서는 장작 사우나와 증기 사우나를 오가며 땀을 낸 뒤 바로 앞 발트해에 몸을 담가 열기를 식힌다. 단순히 명소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핀란드 사람들이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을 경험할 수 있다. 사우나를 마친 뒤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장작불에 구운 소시지를 곁들여 맥주 한잔하는 것도 이곳의 백미다. 함께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음식도 수준급이라 가볍게 요기하기 좋다.
PM 7:00 RESTAURANT PALACE(OPTION 1) 1952년에 개최한 헬싱키 올림픽을 위해 지은 팰리스 건물 10층에 자리한 이곳은 핀란드의 미식과 감각이 응축된 곳이다.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가 레노베이션한 공간은 부드러운 핑크 톤과 티크목, 짙은 청록색 카펫이 어우러져 웨스 앤더슨의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한다. 창밖으로는 에텔래란타 항구가 펼쳐져 헬싱키의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다. 핀란드 오트 퀴진의 선구자 격인 레스토랑 팰리스는 1987년 핀란드 최초로 미쉐린 스타를 획득했으며, 현재 미쉐린 2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2017년부터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에로 보토넨은 같은 해 요리사들의 올림픽인 보퀴즈 도르에 핀란드 대표로 출전한 셰프다. 다른 레스토랑을 찾을 때면 맛은 물론 서비스의 흐름과 공간, 식기, 소스의 농도, 한 코스에서 다음 코스로 넘어가는 템포까지 살펴보게 되는데, 팰리스에서는 이 모든 요소가 빈틈없이 맞물려 완성도 높은 다이닝 경험을 선사한다.
PM 7:00 RESTAURANT OLO(OPTION 2) 헬싱키 항구와 카우파토리 인근에 자리한 올로는 2011년 처음 미쉐린 스타를 획득했고, 지금은 1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고풍스러운 노란색 타운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면 현지 디자이너 가구로 꾸민 절제된 분위기의 다이닝 룸이 펼쳐진다. 이곳의 요리는 생선과 어란, 뿌리채소, 야생 버섯과 베리 등 핀란드와 북유럽의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전통 식문화를 현대적 조리법과 정교한 플레이팅으로 풀어낸다. 특히 시장과 항구를 둘러본 뒤 이곳을 찾으면 낮 동안 마주한 핀란드의 제철 식재료가 한 접시 요리로 어떻게 변주되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PM 11:00 TEERENPELI 하루의 마지막은 핀란드 위스키로 마무리한다. 테렌펠리는 2002년 라흐티에서 시작한 가족 경영 크래프트 브루어리이자 핀란드 최대 규모의 몰트위스키 증류소다. 2020년과 2024년 ‘올해의 위스키 생산자’에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경험하는 페어링이 인상 깊다. 핀란드 싱글 몰트위스키 3종과 맥주 3종을 한 쌍씩 짝지어 맛보는데, 서로 다른 향과 풍미가 어우러져 풍부한 맛을 만들어낸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만큼 꼭 한번 맛볼 것을 권한다.
Don’t Miss
ATENEUM ART MUSEUM 핀란드 미술을 이해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에게 자연이 풍경을 넘어 삶과 정체성의 일부임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페르디난드 폰 라이트의 ‘The Fighting Capercaillies’처럼 숲과 야생동물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 인상 깊었다. 이곳에서 받은 영감을 플레이버타운의 인테리어에 풀어내기도 했다.
ESPLANADI 에스플라나디 거리를 걷다 보면 레스토랑과 디자인 숍, 오래된 건축물, 바다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딸라나 마리메꼬의 빈티지 식기와 오브제를 찾아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다.
HELSINKI CATHEDRAL 헬싱키 대성당을 둘러본 뒤에는 원로원 광장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마켓에 들러보자. 아침 시간이라면 모닝 커피를, 오후라면 핀란드의 대표 곡물인 호밀로 만든 진을 활용한 칵테일을 맛보는 것도 좋다.
#LIMA

정상(센트럴 총괄 셰프) 2015년 페루 센트럴에 인턴으로 합류했다. 3년 만에 수셰프로 승진한 뒤 해외 프로젝트와 레스토랑 오프닝에 참여하고 연구 개발책임자를 맡으며 경력의 폭을 넓혔으며, 현재 센트럴 총괄 셰프로 활동 중이다. 페루 파인다이닝 문화를 선도해온 센트럴은 2023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 1위에 오른 바 있다.

AM 9:30 DEMO 아침 식사 장소로는 해안 지구 바랑코에 자리한 데모를 추천한다. 이곳을 이끄는 베네수엘라 출신 셰프 후안 루이스 마르티네스는 메리토와 클론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추천 메뉴는 그의 뿌리를 엿볼 수 있는 카차파다. 옥수수로 만든 베네수엘라식 팬케이크에 신선한 치즈를 곁들인 음식으로, 옥수수의 은은한 단맛과 치즈의 짭짤한 풍미가 조화롭다.

PM 12:00 LA MAR CEBICHERÍA 리마에 왔다면 페루를 대표하는 음식인 세비체를 빼놓을 수 없다. 라 마르 세비체리아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셰프 가스톤 아큐리오의 레스토랑으로, 현재는 안토니 셰프가 주방을 맡고 있다. 이곳에서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세비체를 주문해 비교하며 맛볼 것을 권한다. 여기에 해산물을 넣은 페루식 쌀 요리 아로스 콘 마리스코스와 감자를 주재료로 만드는 전통 음식 카우사를 곁들여 여럿이 나눠 먹는 것도 좋다. 디저트로는 피카로네스를 추천한다. 호박과 고구마를 넣은 반죽을 발효시켜 튀긴 뒤 시럽을 곁들이는 페루 전통 디저트다. 모양은 도넛 같지만, 쫄깃한 식감에 달콤함이 어우러져 호떡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PM 4:00 CICLOS 페루는 태평양 연안의 해안 지대부터 해발 수천 미터의 안데스 산맥, 동쪽의 아마존 열대우림까지 지역에 따라 지형과 고도, 기후가 크게 달라 다채로운 원두가 생산된다. 카하마르카와 쿠스코 등 주요 산지에서는 게이샤 품종도 재배된다. 그 다양성을 경험하기 좋은 곳이 시클로스 카페다. 커피 감별사이자 로스터인 펠리페 알리아가가 페루 각지의 생산자에게서 엄선한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선보인다. 한 잔의 커피를 통해 산지와 미세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 페루 커피의 개성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원두 고유의 풍미를 보다 선명하게 느끼고 싶다면 필터 커피로 마셔보길.


PM 7:30 KJOLLE 오너 셰프 피아 레옹은 리마를 세계적 미식 도시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센트럴 창립자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스의 아내이자 오랜 동료다. 2010년 센트럴에 합류해 헤드 셰프를 맡았고, 2018년 레스토랑 코예를 오픈했다. 2021년에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이 선정하는 ‘세계 최고 여성 셰프’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코예에서는 페루의 생물다양성을 한 끼의 식사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대표 메뉴 ‘무초스 투베르쿨로스’는 유카와 올루코, 사차파파 등 페루에서 자라는 다양한 뿌리채소를 한 접시에 담아 각기 다른 맛과 질감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아마존의 차라피타 고추를 곁들인 랍스터, 카카오와 코포아수 등 테오브로마 계열의 열매를 활용한 디저트처럼 페루 각지의 식재료가 코스 곳곳에 등장한다. 무엇보다 페루의 식재료를 다루면서도 피아만의 색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레스토랑을 추천하는 이유다.

PM 10:30 LADY BEE 리마에서의 마지막 한잔은 바랑코의 레이디 비가 좋겠다. 바 디렉터 알론소 팔로미노와 셰프 가브리엘라 레온, 바 매니저 알레한드라 레온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젊고 감각적인 시선으로 페루의 풍토와 식문화를 칵테일로 풀어내는 방식이 흥미롭다. 페루 각지의 생산자와 긴밀하게 교류하며 안데스의 뿌리채소부터 아마존의 과일, 태평양 연안의 해산물까지 다채로운 식재료를 칵테일에 끌어들인다. 대표적인 ‘오카마슈아’는 쿠스코에서 재배한 붉은 오카와 마슈아로 만든 증류주에 절인 뿌리채소를 곁들이고, ‘트리 십스 마티니’에는 올리브와 해조류, 푸노산 송어 캐비아 등을 더하는 식이다. 레이디 비는 2025년 ‘월드 베스트 바 50’ 13위에 오르는가 하면, 같은 해 ‘믹터스 아트 오브 호스피탤리티 어워드’를 수상할 만큼 세심한 서비스로도 인정받았다.
Don’t Miss
BARRANCO 도시가 완전히 깨어나기 전, 바랑코의 말레콘을 따라 광활한 태평양을 바라보며 달려보길. 내가 특히 좋아하는 리마의 아침 풍경이다. 운동을 마친 뒤에는 발길 닿는 대로 카페에 들어가 아침을 먹어도 좋다. 바랑코에는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 바, 아티스트의 공간이 촘촘히 자리해 있다. 10년 넘게 리마에서 살았지만, 걸을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HOTEL 숙소로는 바랑코의 부티크 호텔 카사 리퍼블리카를 추천한다. 20세기 초 바랑코는 리마 상류층이 즐겨 찾던 해변 휴양지였고, 당시 지은 저택은 오늘날까지 이 지역 특유의 건축 풍경을 이룬다. 1915년에 지은 저택을 개조한 카사 리퍼블리카 역시 그 흔적을 간직한 곳이다.

CERAMICA 세라믹 아틀리에도 방문해보자. 눌 랩은 내 친구이기도 한 아티스트 세르지오가 운영하는 곳으로, 흔히 떠올리는 전통적 페루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현대적 세라믹을 만날 수 있다. 미라플로레스의 카사 데 라 세라미카도 추천한다. 글로리아와 마틴 부부가 함께 꾸려가는 작은 작업실로, 아기자기한 형태에 투박하고 자연스러운 질감이 어우러진 세라믹을 만든다. 이곳의 또 다른 식구인 반려견 블루를 만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LARCOMAR 해 질 무렵 찾기 좋은 곳은 미라플로레스의 라르코마르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절벽에 자리해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주변 상점을 둘러보며 기념품을 쇼핑하기에도 좋다. 페루의 대표 요리를 하나 더 맛보고 싶다면 탄타에서 로모 살타도를 주문해볼 것. 소고기와 양파, 토마토 등을 센 불에 볶아 감자튀김과 함께 내는 요리로, 중국 이민자의 조리법이 페루 식문화와 만나 발전한 치파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해가 진 뒤 바랑코로 돌아갈 때는 말레콘을 따라 걸어보자. 건물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는 해안 풍경은 아침과는 또 다른 리마의 매력을 보여준다.
#MEXICO CITY

진우범(몰리노 프로젝트 대표) 에스콘디도, 엘몰리노, 라까예, 페스카데리아를 이끄는 오너 셰프. 멕시코 요리를 익히기 위해 2017년 현지로 건너가 르코르동 블뢰에서 수학하고,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푸욜에서 경험을 쌓았다. 귀국 후 스트리트 타코부터 파인다이닝까지 멕시칸 퀴진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2025년 에스콘디도로 아시아 멕시칸 레스토랑 최초의 미쉐린 1스타를 획득했다.
AM 8:00 LA CASA DE TOÑO 타코벨과 치폴레가 미국식 멕시칸 프랜차이즈라면, 라 카사 데 토뇨는 멕시코식 프랜차이즈라 할 만하다. 전날 밤 메스칼로 밤을 불태웠다면 포솔레 한 그릇으로 하루를 시작해봐도 좋겠다. 옥수수 알갱이와 돼지고기를 푹 끓인 국물에 양상추와 래디시, 양파, 라임 등을 취향껏 곁들이는데, 해장하기에 제격이다. 일행이 있다면 포솔레와 과카몰레, 플라우타스 데 바르바코아를 한꺼번에 주문해보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조합이다. 참고로, 다른 메뉴는 생각보다 호불호가갈릴 수 있다. 향신료나 향채보다는 옥수수 반죽 특유의 맛과 질감, 익숙지 않은 고기 조리법 때문일 수 있다.
PM 12:00 LOS SOPES DE LA OBRERA 개인적으로 맛있게 먹은 길거리 타코집이다. 타코 외 마사(옥수수 반죽)를 활용한 음식을 다양하게 경험하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소페는 꼭 맛볼 것. 멕시코의 대표적 안토히토 중 하나로, 도톰하게 빚은 마사를 구운 뒤 콩과 고기, 치즈, 살사 등을 얹어 먹는다. 얇은 토르티야와 달리 반죽의 존재감이 뚜렷해 옥수수 본연의 맛과 질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번화가가 아닌 주거 지역에 자리해 멕시코시티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PM 3:00 EXPENDIO DE MAÍZ 로마 노르테의 길가에 자리한 엑스펜디오 데 마이스는 간판도, 메뉴판도 없는 데다 공용 테이블도 단 4개뿐이다. 주문도 따로 할 필요 없다. 자리에 앉으면 그날 준비한 음식을 차례로 내주고, 배가 부르면 그만 먹겠다고 하면 된다. 미쉐린 1스타를 받은 곳이지만, 일반적 파인다이닝을 기대하고 방문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대신 옥수수 반죽과 빈 퓌레, 살사처럼 투박하고 토속적인 맛에서 이곳만의 매력을 엿볼 수 있다. 재래종 옥수수를 직접 닉스타말화(옥수수를 석회수에 삶아 불리는 전통 가공법)한 뒤 갈아 마사로 만들고, 이를 이용해 토르티야와 소페, 우아라체 등을 즉석에서 구워 제철 식재료와 다양한 소스를 곁들인다. 맛으로만 본다면 멕시코 음식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PM 6:00 PUJOL 엔리케 올베라 셰프가 2000년 문을 연 푸욜은 모던 멕시칸 퀴진에 불을 지핀 레스토랑이다. 예전에는 컨템퍼러리한 해석에 무게를 뒀다면, 내가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는 멕시코의 전통과 각 지역의 음식을 한층 깊이 탐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타코를 맛보고 싶다면 ‘타코 오마카세’를, 현지 퀴진을 폭넓게 접하고 싶다면 ‘테이스팅 메뉴’ 코스를 추천한다. 수많은 멕시칸 파인다이닝을 경험했지만, 개인적으로 최고 경험을 꼽으라면 결국 푸욜로 돌아오게 된다. 미쉐린 2스타라는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나를 포함해 많은 요리사가 배우고 성장한 곳으로, 이곳을 거쳐간 이들이 세계 각지에서 저마다 방식으로 그 맥을 잇고 있다. 즉, 오늘날 멕시코 미식 문화에 큰 영향력을 끼친 곳이다.

PM 9:00 TICUCHI 엔리케 올베라가 처음 푸욜을 연 폴랑코 지역의 공간을 메스칼 바로 탈바꿈한 곳이다. 티쿠치는 믹스텍어(멕시코 남부 원주민 언어)로 ‘박쥐’를 뜻하는데, 내부가 동굴을 연상시킬 만큼 어두침침한 가운데 촛불과 조명으로 공간을 은은하게 밝힌다. 예전에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최근 방문했을 때는 활기가 넘쳐 보였다.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아가베 증류주다. 메스칼을 중심으로 테킬라와 바카노라, 소톨 등을 폭넓게 갖췄으며, 메스칼의 본고장 오악사카 스타일 음식도 곁들일 수 있다.
PM 10:30 EL VILSITO 낮에는 자동차 정비소로 사용하고, 밤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타케리아로 변신한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타코 중 하나인 알 파스토르로 이름난 곳이다. 커다란 트롬포에 겹겹이 쌓은 돼지고기를 불에 돌려 구운 뒤 얇게 저며 토르티야에 올리고 양파와 고수, 파인애플을 곁들인다. 인근에는 수아데로와 트리파(곱창) 타코로 유명한 타코스 토니도 있다. 멕시코시티를 대표하는 타케리아를 경험하고 싶다면 함께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오랜 역사나 명성을 지닌 타코집은 맛의 편차가 느껴질 때도 있는데, 이 두 곳은 언제 찾아도 맛이 안정적이다. 2차로 바에 가기 전 들르기에도 좋다.
Don’t Miss
MARKET 멕시코시티의 진정한 풍미는 시장에 있다. 매주 일요일이면 멕시코시티 북부 산 펠리페 데 헤수스 지역에 거대한 장이 열린다. 라틴아메리카 최대 규모의 일요장으로 손꼽히는 티앙기스 데 산 펠리페 데 헤수스다. 특히 가족 단위로 나와 직접 만든 음식을 파는 노점이 곳곳에 늘어서 있어 눈에 들어오는 메뉴를 하나씩 맛보는 재미가 있다. 평일 오전에는 멕시코 전역의 식재료가 모이는 센트랄 데 아바스토를 찾아가볼 만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도매시장으로 과일과 채소, 육류, 건고추와 향신료 등 온갖 식재료를 구경할 수 있다. 곳곳의 타케리아를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한데, 특히 카르니타스 엘 체란의 카르니타스는 꼭 맛볼 것. 다만 워낙 넓은 데다 치안에 신경 써야 하는 만큼 멕시코시티를 처음 찾는다면 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