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바젤 홍콩,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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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이면 전 세계 예술계의 시선이 홍콩으로 향한다. 오는 3월 25일 VIP 프리뷰로 막을 올리는 2026 아트 바젤 홍콩(ABHK)은 41개국 240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아시아 최대 아트 허브의 위상을 다시금 증명한다. 사실, 올해 가장 주목할 지점은 규모보다 ‘변화’다. 올해 아트 바젤 홍콩은 거대한 실험의 장으로 변모하며 ‘에코즈(Echoes)’와 ‘제로 텐(Zero 10)’ 섹터를 신설했다. ‘에코즈’는 최근 5년 이내의 신작을 엄선해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기민하게 포착하며 페어에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한편, 미이애미 비치에 이어 홍콩에도 도입한 ‘제로 텐’은 디지털 아트 플랫폼으로, NFT와 인터랙티브 아트가 기존 미술 생태계와 어떻게 공존하는지 목격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대형 설치미술 섹터 ‘엔카운터스(Encounters)’로, 올해 처음으로 공동 큐레이션을 도입하며 구조적 혁신을 꾀했다. 도쿄 모리 미술관 관장 카타오카 마미를 필두로, M+홍콩의 시각예술 큐레이터 이사벨라 탐, 자카르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큐레이터 알리아 스와스티카, 모리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도쿠야마 히로카즈까지 각기 배경이 다른 4인의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도쿠야마 히로카즈는 이번 협업을 통해 ‘부분의 합보다 위대한 하나’를 목격했다고 말한다. 거대한 설치 작품 사이를 거닐며 우리가 마주하게 될 조화의 에너지는 과연 무엇일까.
INTERVIEW 도쿠야마 히로카즈(엔카운터스 섹터 큐레이터, 모리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아트 바젤 홍콩의 여러 섹션 중 엔카운터스는 페어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나? 페어 부스는 본질적으로 공간의 제약이 많다. 하지만 엔카운터스는 페어라는 맥락 안에서도 미술관에서나 가능한 압도적 경험을 제공한다. 공적・ 사적 공간, 몰입형 경험과 확장된 시선 사이의 대조가 만들어내는 리듬은 관람객이 서로 다른 공간을 넘나들게 한다. 이것이 바로 엔카운터스의 핵심적 역할이다.
2026년 엔카운터스의 테마와 선정 배경에 대해 들려달라. 아시아 우주론의 근간인 ‘오행(五行)’ 즉 나무, 불, 흙, 쇠, 물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수 세기 동안 아시아 철학을 형성해온 이 고대의 지혜는 상호 의존성과 관계, 그리고 다양한 가치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에 주목하게 한다. 관람객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과 연결성을 느꼈으면 한다.
올해 처음으로 ‘4인 공동 큐레이션’ 모델을 도입했는데, 실제 작업 과정은 어떠했나? 카타오카 마미의 리더십 아래 각 큐레이터가 ‘오행’이라는 틀 안에서 아티스트를 제안했고,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각자가 제안한 예술가를 확인하는 과정은 무척 생산적이고 흥미로웠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들을 새로 발견하는 즐거움도 꽤 컸다.
협업으로 얻은 시너지에 대해 더 들어보고 싶다. 공동 큐레이팅을 통해 선택의 폭이 압도적으로 넓어졌다. 큐레이터마다 작가와 맺고 있는 고유한 관계가 있고, 이런 유대감이 큐레이션에 특별한 깊이를 더한다. 각자 경험과 관심사, 관점의 차이가 최종 선정 과정에 긍정적으로 반영되면서, 혼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풍부하고 다층적인 전시가 완성되었다. 협업의 가장 짜릿한 묘미가 바로 이것이다. 새로운 관점과 목소리가 모여 ‘부분의 합’보다 더 위대한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
제한된 수의 작가를 선정하려면 정교한 안목이 필요하다. 작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기준은 무엇이었나? ‘새로움’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대표적 예로, 야스나가 마사오미의 도자 작업이 있다. 도자는 역사가 매우 깊은 소재지만, 그는 유약으로 기물을 만드는 독창적 방식을 통해 공예와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전통 기법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조각적 언어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외에도 크리스틴 선 킴의 광활한 설치, 그리고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히사카도 츠요시의 협업 역시 신선하게 다가왔다.
대형 설치미술에서는 배치와 동선이 관람객의 몰입을 결정짓는다. 이를 위해 설계한 장치가 있나? 호키 노부야의 설치를 주목해주길 바란다. 회화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설치와 조각으로 확장한 그의 작업은 관람객이 작품 사이를 거닐며 다각도로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평면에서 입체로, 벽면에서 공간 전체로 뻗어가는 이러한 공간적 확장이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관람객들이 엔카운터스를 더 깊이 경험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작품을 감상할 때 그것이 ‘오행’ 중 어떤 요소와 조응하는지 유심히 살펴보길 권한다. 각 원소의 의미와 작품의 관계를 반추하며 이동하면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엔카운터스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어떤 인사이트를 얻어가길 바라나? 아시아 철학의 정수다. 작품 자체가 직접적으로 그 철학을 다루지 않더라도, 우리의 큐레이토리얼 프레임워크가 관람객을 그 렌즈 안으로 안내할 것이다. 오행 철학이 상징하는 상호 의존성과 조화의 개념을 되새겼으면 한다. 갈등과 분열, 극심한 혼란에 직면한 오늘날, 이 고대의 지혜는 서로 다른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공존’을 위한 영감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