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확장하는 향기 10가지
Core Scent

GUERLAIN
L’art & La Matiere Collection Vetiver Fauve 자연의 숨결
겔랑의 라르 & 라 마티에르 컬렉션은 원료의 본질을 탐구해 익숙한 향을 전혀 다른 차원의 감각으로 끌어올린다. 베티베르 포브는 베티베르의 전형적인 우디, 그리너리 구조에서 벗어나 야생의 식물로서 베티베르가 지닌 서사와 유기적 구조를 펼쳐낸다. 녹색 무화과의 쌉싸래함과 향긋한 기운은 베티베르 뿌리의 흙 내음 위로 촉촉한 수분감과 함께 향을 부드럽게 확장하고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파도처럼 시시각각 밀려드는 향의 변주는 초록 에너지가 넘실대는 정글의 중심에 선 듯한 감각을 전하며 베티베르의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MAISON FRANCIS KURKDJIAN PARIS
Baccarat Rouge 540 Extrait de Parfum 농밀한 존재감
시선을 압도하는 붉은 유리 보틀은 향의 농도와 존재감을 각인시키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2017년 첫 출시 이후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바카라 루쥬 540은 엑스트레 드 퍼퓸을 통해 더욱 깊고 크리미한 우디와 앰버 향을 강조한다. 체온에 닿으며 서서히 피어나는 사프란의 질감은 앰버, 머스크와 어우러져 금속성과 달콤함, 미네랄 뉘앙스를 품는 동시에 여느 앰버와는 결이 다른 정교하고 입체적인 향의 질감을 만든다. 단 한 번의 분사만으로 하루 종일 이어지는 풍부한 향의 변주를 경험할 수 있을 만큼 농밀하고 지속적인 향기 역시 오랜 시간 이 향수가 사랑받는 이유다.

FUEGUIA 1833
Muskara Phero J. 가장 사적인 향기
살갗에 향을 얹은 뒤 코를 가까이 댄다. 분사 직후 첫 향은 무향에 가까울 만큼 투명하다. 마치 백지처럼 무스카라 페로 제이는 사람의 체온과 체취에 따라 각자의 향기로 완성된다. 누군가에게는 은은한 파우더 머스크 향이, 또 누군가에게는 농밀한 앰버가 짙게 번진다. 하지만 이 모든 향은 멀리 퍼져나가기보다 가까이 있는 이에게 닿을 듯 말 듯한 체취로 남는다. 타인과 같은 향수를 쓰는 것을 원치 않는 이라면, 이보다 사적이고 흥미로운 선택도 드물 것이다.

ROJA by Perfume Gallery
Elysium Pour Homme EDP 신사의 첫인상
첫 출근, 첫 미팅, 첫 데이트처럼 ‘처음’ 순간을 앞둔 남성에게 건네고 싶은 향. 신선한 라임과 핑크페퍼의 폭발적 에너지는 맑고 고급스러운 첫인상을 투영한다. 프레시 노트로 향의 포문을 열지만, 단순한 가벼움에 머물지 않는 관능과 밀도 역시 이 향수의 빼어난 매력이다. 톱 노트와 베이스 노트에서 드러나는 머스크가 남성적 선과 매력을 강조하고, 낮게 깔린 시더우드가 우직하게 개성과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투명하고 푸른 사각 유리병, 화려한 황금빛 캡의 위용에 담긴 화려함과 정교함까지 동시대 남성을 위한 향기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한다.

MEMO PARIS
Cap Camarat eau de parfum 프로방스 태양의 온기
캡 카마라 오 드 퍼퓸이 그리는 바다는 따뜻하고 포근하다. 향의 주축을 이루는 일랑일랑과 바닐라 앱솔루트, 아라미스 에센스는 하얀 요트 위로 쏟아지는 햇살 아래서 누리는 풍요로운 한때를 떠올리게 한다. 삼박 재스민 밀크와 크리스털라이즈드 바닐라의 부드럽고 달콤한 결은 따뜻한 벤조인, 앰버리한 라다넘과 어우러지며 구어망드 노트를 완성하고, 샌들우드와 파촐리, 머스크가 은은한 반전의 잔향을 남긴다.

SANTA MARIA NOVELLA
Melograno 피렌체의 풍요
이름만으로는 석류의 형질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로는 드라이한 포푸리 결이 먼저 드러난다. 멜로그라노는 이탈리아식 슈트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남자, 단정한 남성의 공간에 배어 있을 법한 스파이시하면서 클래식한 잔향이 일품이다. 르네상스 회화와 건축물에 자주 등장할 만큼 석류는 권위와 번영의 상징으로 해석됐고, 멜로그라노 역시 그 상징성을 닮아 오랜 시간 남성에게 조용하고 은은하게 향의 온기를 전해왔다. 과시하지 않으면서 깊이를 전하고 싶은 남성을 위한, 고전적 매력을 지닌 향기다.

PERFUMER H
Ink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한 향
종이에 적힌 글귀가 읽는 이마다 다르게 해석되듯, 조향에 대한 퍼퓨머 H의 태도와 신념을 머금은 잉크 향 역시 각자 삶 속에 다르게 번져나간다. 이 향은 종이에 서서히 스며들며 농도를 드러내는 잉크의 형질을 후각적으로 풀어낸다. 파피루스와 베티버의 메마른 질감에 엘레미와 프랑킨센스가 투명하고도 정제된 깊이를 더하고, 미묘한 온기를 남기는 로즈 앱솔루트가 부드러운 균형을 이룬다. 차분하고 밀도 있는 잔향은 조용하면서 분명하게 존재감을 남기며 저마다 해석으로 기억되는 향수다.

CALVIN KLEIN
Hair & Body Perfume Mist 두 번째 피부
캘빈 클라인의 헤어 앤 바디 퍼퓸 미스트는 말 그대로 온몸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탄생했다. 상쾌하게 샤워를 마친 후 속옷보다 먼저 피부에 닿는 가장 가벼운 레이어로 ‘세컨드 스킨’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온몸에 듬뿍 뿌린 날에도 피부와 흔들리는 머리카락으로 흩어지는 향기는 그저 가볍고 은은하게 피어난다. 트로피컬한 향조의 실키 코코넛, 복숭아 과즙의 산뜻함을 담은 시어 피치, 깨끗하고 중성적인 이미지의 코튼 머스크, 배와 바닐라의 따뜻하고 달콤한 향이 드러나는 누드 바닐라 등 각각의 향조는 모두 깨끗하고 투명한 이미지를 공유한다. 체취를 부드럽게 가리고 싶은 이, 가볍고 청결한 향을 즐기는 이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OFFICINE UNIVERSELLE BULY
Eau Triple Lichen D’écosse 숲으로 한 걸음
일과 중 문득 마음이 가라앉거나 먹먹한 기분에 휩싸이는 순간,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향이다. 촉촉하게 젖은 이끼와 나무껍질, 흙 내음이 고요한 숲에 들어선 듯 감각을 차분하게 환기한다. 빠르게 휘발하는 알코올 대신 피부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워터 베이스 역시 이 향수의 즐거움 중 하나다. 머리카락과 피부 곳곳에 밴 숲의 잔향은 마치 살 내음처럼 은은하게 남아 있다. 사계절 모두 잘 어울리지만, 자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잦아지는 봄과 여름에 더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향기다.

LBTY
Tudor, liberty maze, adelphi sun 향기로 직조한 문양
1875년 런던에서 시작한 리버티는 오랜 역사와 감각적인 큐레이션으로 사랑받아왔다. 일본과 페르시아, 아르누보, 보태니컬 아트의 미학이 교차하는 리버티의 패턴은 6만여 점에 이른다. 리버티 뷰티는 리버티의 아이코닉한 패턴을 후각적으로 재해석한 프래그런스 브랜드로, 패턴 속 색감과 구조, 공간의 분위기를 향으로 풀어내는 수퍼 니치 퍼퓸 하우스다. 묵직한 유리 보틀을 장식한 화려한 캡은 향을 시각화한 일종의 텍스트이자 정체성이다. 튜더는 영국 리버티 백화점 천장을 장식한 패브릭과 건물의 목재 구조에서 착안한 향이다. 보헤미안적 분위기의 우디 계열로 생강과 육두구, 으깬 주니퍼 베리가 어우러진 상쾌한 톱 노트에 이어 깊고 안정적인 우디 노트가 펼쳐진다. 얼그레이 향이 주축을 이루는 리버티 메이즈는 플로럴과 시트러스의 대비를 통해 영국식 정원을 그려내며 자연의 거친 아름다움을 향으로 담았다. 남다른 개성을 찾는 이들을 위해 탄생한 아델피 선은 햇살 가득한 온실과 초록빛 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톡 쏘는 자몽으로 시작해 시간이 흐를수록 재스민과 수선화가 어우러지며, 우아하고 세련된 향조로 마무리된다. 시각과 후각이 교차하는 리버티 뷰티의 향수를 통해 리버티의 유산을 경험해 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