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노블레스가 선정한 2025 올해의 위스키 10
2025년 위스키 신은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높은 파고 속에서도 또렷한 존재감을 새긴 위스키와 그 흐름을 기록했다.

TOP 10
2025년 위스키 시장은 약세라지만, 역설적으로 신제품 론칭이 유난히 풍성했던 해다. 위스키 칼럼니스트 조나 플리커와 <맨 노블레스>가 엄선한 올해의 위스키 10병.
Jonah Flicker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위스키 칼럼니스트. 현재 롭 리포트(Robb Report)에서 신제품과 희귀 위스키를 소개하는 정기 칼럼을 연재 중이다.

· 2025 REMUS GATSBY RESERVE ·
인디애나의 MGP(위스키 원액을 생산해 여러 브랜드에 공급하는 회사)는 여러 브랜드에 양질의 위스키를 공급하지만, 그중에서도 자사 레이블인 로스 앤 스큅(Ross & Squibb)을 통해 선보이는 제품의 완성도가 높다. 대표적 예로는 매년 출시하는 레무스 개츠비 리저브가 있다. 스파이시한 풍미를 더하기 위해 하이 라이 매시빌로 만들었으며, 15년 숙성 후 51.4% ABV의 캐스크 스트렝스로 병입했다. 15년은 버번치고 꽤 긴 숙성 기간이지만 이 위스키는 그 나이를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바닐라, 메이플, 초콜릿, 허니, 블랙페퍼와 함께 오크의 기분 좋은 존재감이 균형감 있게 펼쳐진다.

· MICHTER’S BARREL STRENGTH RYE ·
믹터스의 배럴 스트렝스 라이 위스키는 흥미롭게도 그리 세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평균 약 55.25%로 병입해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로는 비교적 온화한 편이다. 덕분에 풍부한 오크, 다크 초콜릿, 그리고 스파이스 향과 맛이 그대로 살아난다.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맨해튼 같은 클래식 칵테일에 사용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진한 풍미를 유지하는 균형감 있는 캐스크 스트렝스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 WILD TURKEY MASTER’S KEEP BEACON ·
와일드 터키의 한정판 에디션 시리즈 ‘마스터스 킵’의 피날레 버전이다. 마스터 디스틸러 에디 러셀이 아들 브루스와 함께 만든 블렌드로, 10년과 16년 숙성 버번을 섞어 59%로 병입했다. 이는 마스터스 킵 시리즈 중 가장 높은 도수다. 바닐라, 건포도, 무화과, 스파이스 풍미에 열대 과일 향을 더해 풍성한 맛을 완성한다. 와일드 터키의 대표작 101이 클래식의 정수를 보여준다면, 비컨은 그 정점을 한 단계 끌어올린 버번이라 할 수 있다.

· THE GLENDRONACH 30YEAR OLD ·
셰리 캐스크 숙성 위스키 중에서도 맥캘란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글렌드로낙 30년은 최고 선택지다. 거의 모든 위스키를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하는 것으로 유명한 글렌드로낙이 올해 가을 초 장기 숙성 싱글 몰트 2종을 선보였다. 30년과 40년이다. 40년도 물론 훌륭하지만 진정한 완성도와 밸런스로는 30년산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드로 히메네스, 올로로소, 그리고 디스틸러리 최초로 아몬틸라도 셰리 캐스크 조합으로 완성했다. 초콜릿, 시나몬, 오렌지 마멀레이드, 바닐라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글렌드로낙 특유의 관능적 셰리 풍미를 한층 깊고 우아하게 완성한다.

· BUSHMILLS 26YEAR OLD CRYSTAL MALT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는 스코틀랜드가 아닌 북아일랜드에 있다. 1608년에 세운 부시밀스 증류소다. 대중적으로 블렌디드 위스키로 알려져 있지만 한때는 싱글 몰트만 생산했으며 훌륭한 연산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싱글 몰트를 스코틀랜드의 전유물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부시밀스는 아일랜드도 그에 견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왔다. 최근 출시한 26년 크리스털 몰트 한정판은 캐러멜과 초콜릿 향을 이끌어내기 위해 특별히 로스팅한 보리를 사용해 만들었다. 입안에서 그 풍미가 선명히 드러난다. 캐러멜, 다크 초콜릿, 과일, 그리고 바닐라가 어우러지며 아일랜드 싱글 몰트의 우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THE GLEN GRANT 30YEAR OLD ·
스페이사이드의 명문 증류소 글렌 그란트는 지난해 봄 ‘글라스하우스 컬렉션’에 새로운 걸작을 추가했다. 21년, 25년과 함께 선보인 30년 싱글 몰트다. 미국산 버번 캐스크와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한 후 두 원액을 정교하게 블렌딩해 알코올 도수 48%로 병입했다. 고연산 위스키가 항상 좋은 건 아니지만, 이 병만큼은 숙성 시간을 맛으로 증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안에서는 오크, 핵과류, 허니, 바닐라, 시트러스 향이 조화를 이루고 열대 과일과 은은한 스파이스가 긴 여운을 남긴다. 장인의 인내와 시간이 빚어낸 ‘숙성의 미학’을 가장 고요하고 품격 있게 보여주는 싱글 몰트다.

· NIKKA FROM THE BARREL EXTRA MARRIAGE ·
지난 10여 년간 일본 위스키는 특히 연산 표기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희소성이 커졌다. 그런 가운데 닛카는 창의적 논에이지 블렌딩으로 공백을 메워왔다. 대표적 예가 ‘닛카 프롬 더 배럴’이다. 지난 11월 새롭게 출시한 ‘엑스트리 마리아쥬’는 블렌딩의 정수를 집약한 새로운 버전으로, 일본 외 지역에서 증류한 원액을 포함한 ‘월드 블렌드’ 제품이다. 100가지가 넘는 서로 다른 위스키 원액을 조합해 기존 제품보다 두 배 더 긴 시간 동안 ‘메링(marrying)’ 과정을 거친다. 풍미는 복합적이면서도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우드와 커스터드, 잘 익은 체리, 밀크 초콜릿이 어우러지고, 부드러운 질감 속에서 닛카 특유의 정제된 블렌딩 미학이 드러난다. 일본 위스키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담아낸 ‘진화의 증거’라 할 만하다.

· GLENMORANGIE A TALE OF SPICES ·
하이랜드의 대표 증류소인 글렌모렌지는 다양한 캐스크 숙성과 실험적 시도로 유명하다. 수석 디스틸러 빌 럼스덴이 야심 차게 선보인 ‘이야기’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 ‘향신료 이야기’는 네 가지 캐스크를 거쳤다. 뉴 차드 오크, 페드로 히메네스 셰리, 쉐이브드 & 토스티드 레드 와인, 그리고 증류소 최초로 시도한 모로코산 레드 와인 캐스크다. 복합적인 숙성은 위스키에 부드러운 타닌감과 따뜻한 스파이스, 건과일의 깊은 단맛, 그리고 은은한 향미를 부여했다. ‘향신료의 서사’를 한 병에 품은 듯한 이 싱글 몰트는 글렌모렌지가 왜 하이랜드 혁신의 상징인지를 증명한다.

· BARTON 1792 COGNAC CASK FINISH ·
캐스크 피니시 버번을 좋아한다면 바튼 1792를 반드시 시도해보길. 켄터키의 명문 증류소 버팔로 트레이스의
자매 증류소인 바튼에서 생산한 이 위스키는 브랜드의 핵심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한 첫 번째 캐스크 피니시 에디션이다. 하이 라이 버번으로, 새로 그을린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한 뒤 프렌치 오크 코냑 캐스크에서 약 6개월간 추가 숙성했다. 특히 증류소 창고 최상층에서 피니시를 거쳐 열기와 공기의 순환을 통해 맛의 농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47.5% 알코올 도수 덕분에 열감이 온몸에 퍼지며, 시나몬과 베리, 다크 초콜릿, 그리고 오크의 풍미가 어우러진다. 단맛과 구조감이 균형을 이루는 정교한 피니시 버번이다.

· BOOKER’S THE RESERVES 2025 ·
짐 빔의 대표적 캐스크 스트렝스 버번이자 아메리칸 위스키 중에서도 손꼽히는 배럴 프루프 버번인 부커스의
스페셜 버전이다. 이번이 두 번째 ‘리저브스’ 에디션으로 기존 부커스(6~7년 숙성)보다 더 긴 8년 이상 숙성을 거쳐 61.65%로 병입했다. 주목할 점은 부커스 최초의 캐스크 피니시 버전이자 짐 빔 역사상 처음으로 테킬라 배럴에서 피니시한 위스키라는 것이다. 바닐라, 너트, 메이플의 풍미 속에 아가베의 단내와 스파이시한 여운이 깃들어 있다.
THE SECRET ROOMS
위스키 탐험가를 위한 은밀한 공간.





Ardbeg House
2025년 3월, 싱글 몰트위스키 브랜드 아드벡의 세계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몰입형 공간이 탄생했다. 증류소가 자리한 포트 엘런 끝자락에 위치한 럭셔리 부티크 호텔 ‘아드벡 하우스’로, 12개 객실과 스위트, 레스토랑, 아일라 바를 갖췄다. 지역 장인과 스코틀랜드 예술가 20여 명의 작품, 아일라와 아드벡의 유산을 기발하게 풀어낸 오브제 등으로 공간을 채운 점도 돋보인다. 레스토랑과 바에서는 스코틀랜드 제철 요리와 아드벡 위스키의 독창적 페어링을 선보인다. 그리고 매일 오후 18시15분(아드벡의 창립 연도 1815년을 상징)에는 투숙객을 위한 ‘위스키 아워’가 열리는데, 이곳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아일라이 바에서만 마실 수 있는 ‘배저 주스(Badger Juice, 비밀 레시피로 만든 스몰 배치 위스키)’로 건배를 나눈 뒤 호텔이 보유한 500여 종의 위스키 컬렉션 중 일부를 시음할 수 있다. 숙박객을 위한 전용 프로그램으로는 프라이빗 증류소 투어, 아일라 야생 풍경 탐험 등이 마련돼 있다.
ADD 18 Charlotte Street, Port Ellen, Isle of Islay, Argyll & Bute, PA42 7DF, Scotland


트.


Chivas Brothers’ The Vault
최상위 VIP 고객을 위해 설계된 시바스 브라더스의 ‘더 볼트’는 희귀 위스키 구매를 넘어 초개인화 경험을 전달한다. 그 중심에는 방문자의 숨은 취향까지 발견하도록 돕는 후각의 방 ‘올팩토리 룸(Olfactory Room)’이 있다. 방문자는 이곳에서 블렌딩 디렉터 샌디 히슬롭과 캐스크 전문가 케빈 밤포스의 프라이빗 안내를 받으며 글렌리벳, 스트라스틸라, 로얄 살루트 등 시바스 브라더스가 보유한 12개 증류소의 240가지 방대한 샘플을 탐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여정 뒤에는 전문가들이 수백만 개의 캐스크 중 지금이 완벽한 숙성의 순간이라고 판단한 14개의 진귀한 캐스크만 모아둔 공간에 다다른다. 방문객은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최종 캐스크를 직접 고를 수 있고, 선택한 캐스크는 그 고객만을 위해 병입된다. 그 자리에서 바로 병입하지 않아도 된다. 최대 4년 동안 캐스크를 더 볼트에 보관할 수 있고, 병입 시기도 선택 가능하다.
ADD Kilmalid, Stirling Road, Dumbarton, G82 2SS, Scotland




Johnnie Walker Vault
200여 년간 이어온 조니워커의 블렌딩 미학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에든버러 프린세스 스트리트 지하에 자리한 이 비밀스러운 공간에서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블렌딩 여정이 시작된다. 마스터 블렌더 에마 워커가 방문객과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며 취향과 감각을 세밀하게 파악한 뒤, 그에 맞춘 비스포크 블렌드를 직접 조율한다. 그녀는 디아지오가 보유한 30개 증류소, 1000만 개가 넘는 캐스크에서 엄선한 샘플을 활용하는데, 볼트에는 3년에서 56년까지 숙성 연령이 다양한 500여 종의 희귀 샘플이 갖춰져 있다. 고스트 증류소 포트 엘런과 브로라의 귀한 원액도 포함한다. 완성된 위스키는 바카라 크리스털 디캔터에 담아 제공하며, 레시피는 볼트 아카이브에 영구 보관한다. 개인 맞춤 블렌드 프로그램은 패키지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가격에 따라 제공하는 혜택이 다르다. 최소 5만 파운드(약 9600만 원)부터 시작하며 글렌이글스 호텔 숙박, 디아지오 아카이브 투어, 미쉐린 다이닝 등을 포함한다.
ADD 145 Princes Street, Edinburgh EH2 4BL, Scotland
RARE WHISKY
떠오르는 빈티지 위스키.
글 조나 플리커(Jonah Flicker) | 일러스트 최익견

2025년, 위스키 시장은 다시 한번 변곡점에 들어섰다. 글로벌 주류 기업은 판매 부진 속에 직원 감축, 증류소의 일시적 가동 중단, 자산 매각 등 대대적 구조 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소비 패턴의 변화가 있다. 건강·사회적 요인으로 음주량이 감소하고 논알코올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위스키 소비가 둔화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정책까지 겹치며 스카치위스키 수입과 글로벌 유통은 큰 타격을 받았다. 이 여파는 대형 기업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디아지오는 미국산 위스키와 일부 스카치 증류소의 생산 중단을 발표했고, 잭 다니엘스의 모기업 브라운포맨 역시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지역 글렌글라소 증류소의 생산을 멈췄다. 반면 산토리는 진 생산을 위한 신규 증류소를 가동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모색하고, 버팔로 트레이스는 생산 설비 확장에 박차를 가하며 거센 파고를 견디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침체인지, 아니면 새로운 ‘뉴노멀’의 시작일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숙성 중인 위스키처럼, 시장의 미래 역시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와 동시에 희귀·고가 위스키 시장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레어 위스키는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대체 투자자산으로 부상했다. 2011~2021년 희귀 위스키 투자 수익률은 428% 급등했으며, 특히 2025년은 컬렉터에게 ‘기회의 해’로 평가된다. 2021년 급등했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1970~2000년대 빈티지 보틀의 공급이 늘며, 선택지가 오히려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맥캘란, 브로라, 쿠리자와, 보모어, 달모어 등 컬렉터에게 익숙한 브랜드는 여전히 안정적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일부는 한 병에 10만 달러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미국 위스키도 강세다. 믹터스의 25년 숙성 버번과 ‘셀러브레이션 사워 매시’는 경매에서 수만 달러에 거래되며 높은 수집 가치를 입증했다. 파피 밴 윙클도 여전히 컬렉터들이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쟁탈전을 벌이는 대표적 보틀이다. 아드벡은 1975년에 증류된 단일 캐스크 한 병이 약 2000만 달러에 판매되며 스카치 시장의 ‘핫 스폿’으로 부상했다. 일본 위스키 역시 히비키 30년과 40년 등 고숙성 라인을 중심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 경매사도 이러한 흐름을 견인하고 있다. 크리스티는 빈티지 스피릿 전용 섹션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강화했고, ‘나우 앤 덴 테이스팅(Now and Then Tasting)’에서는 1960~1970년대 위스키와 최신 병을 비교 시음하는 기회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소더비는 ‘디스틸러즈 원 오브 원(Distillers’one of One)’ 경매를 통해 스코틀랜드 증류소들이 단 하나뿐인 병을 출품하는 장을 마련했다. 소더비 글로벌 위스키·스피릿 헤드 조니 파울은 “올해 에디션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수많은 브랜드의 기록 경신이다”라고 말하며 시장의 활력을 설명했다.
물론 희귀 위스키 시장 역시 안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매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장기적 관점에서 낙관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로 2024년 1~4월 기준 경매 판매량은 30%, 총낙찰액은 36%, 평균 낙찰 가격은 8% 감소했지만 유찰률은 6.9%까지 증가했다. 이는 투기적 수요가 빠지고 ‘진짜 컬렉터’들이 남는 건강한 조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흔들림 속에서도 시장은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표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나이트 프랭크 럭셔리 투자 인덱스(Knight Frank Luxury Investment Index)에 따르면, 실제로 레어 위스키 1000종을 추적하는 레어 위스키 아펙스 100 지수(Rare Whisky Apex 1000 Index)는 416% 상승했고, 초희귀 싱글 몰트 시장을 보여주는 나이트 프랭크 레어 몰트 인덱스(Knight Frank Rare Malts Index)는 586% 급등했다. 두 지수 모두 장기적으로 일관된 상승 곡선을 그리며 희귀 위스키 시장의 견고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빈티지 위스키를 노려볼 최적의 시기일지도 모른다. 아직 늦지 않았다. 베팅이 손실로 끝날지, 혹은 대박으로 돌아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 빛을 발할 보물을 찾아보길.
ONLY K MARKET

오직 한국을 위한 한정판
한국은 이제 위스키 증류소 본거지에서도 주목하고 연구하는 핵심 시장이다. 오원 장승업이 그린 화조화 ‘노저래안(蘆渚來雁)’을 라벨에 적용한 글렌고인, 마스터 디스틸러 빌리 워커가 한국 방문 후 받은 영감을 토대로 완성한 글렌알라키 단청 에디션 등 잇따라 출시되는 코리아 에디션이 그 증거다. 특히 글렌알라키는 라벨에 단청 문양을 새겨 넣은 것을 넘어 한국 소비자가 가장 사랑하는 올로로소와 PX 셰리 캐스크를 조합해 취향을 정조준했다. 그 밖에 발렌타인 싱글몰트 글렌버기 스몰배치 16년을 한국에 단독 공개하는가 하면, 더 글렌그란트 12년 셰리 캐스크를 세계 최초로 국내에 출시하기까지. 한국 위스키 시장이 맹목적 소비를 넘어 확고한 취향을 지닌 성숙한 시장으로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계를 허무는 캐스크 실험
셰리 캐스크와 버번 캐스크라는 고전 공식의 견고함 위로 다양한 캐스크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실험을 가장 활발하게 주도하는 곳이 스코틀랜드 전통 증류소라는 점에서 당분간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마데이라, 포트 캐스크처럼 셰리 캐스크와 상통하는 주정강화 와인 캐스크조차 파격적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와인, 럼, 칼바도스, 테킬라, 아와모리 캐스크 등 그 영역을 무한히 확장 중이다. 로얄살루트가 26년 아마로네 와인 캐스크 피니시를 출시한 것은 하이엔드 시장 역시 이 흐름에 합류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클래식한 버번 캐스크 위스키를 선보여온 스카치위스키 딘스톤 역시 테킬라 캐스크 피니시라는 이질적 조합을 시도했다. 일각에선 마케팅 전략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이러한 변화의 본질은 원액의 근본적 차별성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K-WHISKY 한국 위스키의 도약
스코틀랜드, 미국, 일본 등 위스키 명국의 제품을 소비하던 한국 시장이 이제는 ‘생산자’로서 세계 위스키 지형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단적으로 한국 최초의 싱글 몰트위스키 기원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9월 영국 국제 와인 & 스피릿 대회(IWSC)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데 이어, 11월 샌프란시스코 세계 주류 경연 대회(SFWSC)에서 베스트 오브 클래스를 수상하며 한국 위스키가 글로벌 기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도약의 흐름에 크래프트브로스도 합류했다. 김창수 위스키 원액과 블렌딩한 제품 제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일본 나가하마 증류소 싱글 몰트위스키 원액을 블렌딩한 협업 제품을 출시하며 아시아 위스키 벨트의 일원으로서 교류하고 있다.

PRIVATE BOTTLE 안목에 베팅하는 프라이빗 보틀
굵직한 이름의 독립 병입자들이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며 희소성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가운데 지금 애호가들 마음의 지분을 무섭게 늘려가는 분야는 단연 프라이빗 보틀이다. 지난해 12월 말, 바 스윙이 200만 원 중·후반 가격에 선보인 스프링뱅크 PB가 3일 만에 완판된 사건이 이를 방증한다. 증류소 원액의 희소성도 한몫했겠지만, PB 소비의 이면에는 바의 이름값, 즉 특정 배럴을 ‘픽’한 그들의 안목에 대한 열렬한 신뢰가 더 크게 자리한다. 과거 일부 리테일러의 전유물로 여기던 프라이빗 보틀이 개별 바, 보틀 숍, 심지어 커뮤니티 단위로 확장되며 출시 소식이 끊이지 않는 이유. 그런 가운데 최근 국내 바 최초로 와일드 터키 프라이빗 보틀을 성사시킨 로스트앤파운드의 행보는 스카치위스키에 다소 편중됐던 PB 시장이 버번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알리는 선언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