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NBA 등 최근 스포츠 신의 판도를 바꾸는 팀은?
스포츠 신의 판도를 바꾸는 팀.

F1
MCLAREN
FORMULA 1 TEAM
잊혀진 명가의 귀환, 맥라렌
때는 2015년 일본 그랑프리. 페르난도 알론소는 무전기로 “GP2처럼 느껴진다. 너무 창피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한때 포뮬러 1을 대표하던 맥라렌의 몰락은 그 한 마디로 요약됐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팀이 기록한 포디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형편없는 파워 유닛, 완성되지 않은 차체, 패배에 익숙해진 분위기까지. 영광의 시절은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전환점은 2024년이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레드불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고,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컨스트럭터 타이틀을 들어 올린 것이다. 흔히 F1을 돈의 전쟁이라지만, 맥라렌이 증명한 건 결국 ‘사람’이었다. 레드불 출신 에어로다이내미스트 롭 마샬이 합류해 레이싱카의 혁신을 꾀했고, 랜도 노리스와 오스카 피아스트리라는 젊은 듀오는 그 변화를 트랙 위에서 현실로 만들었다. 재정적 안정도 뒷받침했다. 새로운 자본은 최첨단 윈드 터널을 비롯해 연구 인프라를 정비했고, 더 많은 인재가 맥라렌의 부활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CEO 잭 브라운이 있었다. 브라운의 리빌딩 전략은 선수 영입에서 조직 개편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했고, 마침내 팀은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물론 F1의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2026년 이후에도 지금의 영광이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현재 맥라렌은 더 이상 언더독이 아니다. 한 시대를 마감한 팀이 다시 중심으로 돌아왔고, 그 부활의 이야기는 이제 막 새로운 장을 쓰기 시작했다. _ 박종제(모터스포츠 칼럼니스트)
BASEBALL
DETROIT TIGERS
토털 야구로 부활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놀라운 팀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다. 10년 동안 암흑기를 보낸 만년 약체 팀이 지난해 가을야구 진출을 거쳐 올 시즌엔 최강팀으로 올라섰다. 비결은 AJ 힌치 감독의 토털 야구다. 힌치는 ‘피칭 카오스’로 알려진 창의적 마운드 운영을 구사한다. 선발과 불펜의 경계를 허물고, 오프너와 롱 릴리프를 활용해 같은 투수가 상대 타선과 세 번 만나지 않게 하는 전략이다. 요즘 야구에서는 잘 쓰지 않는 체인지업과 낮은 코스 공도 타이거스 투수들은 자주 던진다. 타자마다, 상황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카드를 꺼내면서 상대를 교란하고 약점을 파고든다. 공격에서도 활발한 대타 기용, 플래툰, 멀티 포지션 등 전력을 120% 활용한다. 포수와 중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잭 맥킨스트리는 이런 타이거스 야구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다. 올 시즌 무려 6개 포지션을 소화했고,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 0.800에 가까운 OPS를 기록하며 타이거스 야구에 최적화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릭 스쿠발, 잭 플래허티로 이어지는 선발 원투펀치는 타이거스의 최대 장점이다. 다만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단의 면면은 평범함 그 자체다. 슈퍼스타와는 거리가 먼 선수들로, 자원을 총동원하고 끊임없이 주사위를 던지면서 성적을 낸다. 아직까지는 계속 5나 6이 나오지만, 이 전략이 가을야구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단기전 상대는 다저스나 양키스 같은 슈퍼 팀이다. 가을야구에선 이 팀들도 전력을 쏟아부을 것이다. 타이거스 같은 팀은 작은 전략 미스나 실패도 치명적이다. _ 배지헌(<스포츠춘추> 기자)

BASKETBALL
ATLANTA HAWKS
동부 돌풍을 노리는 애틀랜타 호크스
41-43-41-36-40. 지난 다섯 시즌 애틀랜타 호크스가 거둔 최종 승수다. NBA가 한 시즌에 82경기를 치르니 거의 절반씩 이긴 셈이다. 에이스 트레이 영을 보좌할 자원을 계속 보강했으나 성과가 미진했다. 그래도 지난 시즌에는 희망을 봤다. 기대주 제일런 존슨이 성장하고, 새 식구 다이슨 다니엘스가 활약하면서 새로운 코어를 갖추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영도 부담을 덜고 자신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편 존슨이 어깨 부상으로 41경기만 뛰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그가 빠지면서 팀 전체가 동력을 잃어 완성도가 부족했다. 또 다니엘스라는 수비 유망주가 있음에도 실점 27위에 그쳤는데, 화력(118.2점, 5위)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에 애틀랜타는 ‘트레이 영-제일런 존슨’ 코어를 믿고 한 번 더 전력 보강을 택했다. 마침 보스턴 셀틱스, 인디애나 페이서스 등 라이벌의 주력 선수들이 빠지면서 동부의 경쟁력도 약화됐다. 애틀랜타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겠다는 심산이다. 스트레치 빅맨인 크리스탑스 포르 징기스, 1 대 1 수비 자원인 니켈 알렉산더 워커를 영입하면서 로스터를 강화했다. 로스터에는 1순위 신인 자카리 리사셰(203cm)와 무하메드 게예(211cm) 등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도 남은 만큼 이 팀은 동부 6위 이상으로 도약하기에 충분한 공수 밸런스를 갖췄다. 관건은 부상이다. 존슨, 포르징기스 등의 내구성이 우려된다. 애틀랜타가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기 위해서는 트레이 영에게 편중된 공격을 분산하고, 실점을 더 낮춰야 한다.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력 선수들이 70경기 이상은 족히 뛰어야 할 것이다. _ 손대범(KBS・KBSN 농구 해설위원)
SOCCER
US CREMONESE
생존을 넘어 증명으로
1903년에 창단한 크레모네세는 이탈리아 축구의 긴 역사 속에서 늘 강호들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세리에A보다 한 단계 낮은 세리에B, 혹은 그보다 더 아래 리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지역 팬들에게 사랑받던 팀이었다. 그러나 2022/23시즌, 크레모네세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세리에A 무대에 복귀했다. 당시 그들은 AC 로마와 나폴리 같은 전통 강호를 차례로 꺾으며 코파 이탈리아 준결승까지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리그에서는 강등권 싸움을 피하지 못한 채 다시 2부 무대로 내려와야 했다. 다만 그 한 시즌의 경험은 크레모네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올해 그들은 다시 한번 플레이오프를 거쳐 1부 리그에 복귀했고, 이번에는 생존을 넘어 존재감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내고 있다. 시즌 초반, 크레모네세는 이미 이탈리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증손자 로마노 플로리아니 무솔리니를 임대로 영입해 주목받았고, ‘레스터 동화’의 주인공 제이미 바디를 깜짝 영입했다. 바디의 집념과 결과물은 크레모네세에서 또 다른 동화를 기대하게 한다. 언더독의 이야기는 이미 시작됐다. 창단 최초로 세리에A 개막전에서 사수올로를 3-2로 이겼고, 2라운드에서는 강호 AC밀란을 무려 산시로에서 2-1로 꺾었다.
한편 팀의 실질적 버팀목은 주장 완장을 찬 센터백 페데리코 바스키로토다. 강인한 피지컬과 헌신적 수비로 크레모네세 팬들에게 절대적 신뢰를 얻고 있으며, 때로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 포인트까지 책임지는 ‘양면성의 리더’로 불린다. 이탈리아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다비데 니콜라 감독은 수비에 무게를 두고 역습에 치중하는 전형적인 승격팀의 전술을 구사한다. 강한 정신력과 투쟁심이 빛나지만, 얇은 스쿼드와 공격 패턴의 단조로움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올 시즌 세리에A를 흔들 언더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술의 유연성과 함께 ‘진짜 언더독’ 38세 신입생 바디의 안착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_ 김동환(<풋볼리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