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탈리아·한국 기자가 꼽은 신차 셋
애스턴마틴 밴티지 로드스터부터 마세라티 GT2 스트라달레, 메르세데스-AMG GT 55 4매틱+까지. 독일, 이탈리아, 한국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이 꼽은 신차들을 소개한다.
ASTON MARTIN Vantage Roadster
하늘과 맞닿는 주행의 미학이 있다면, 그중 가장 섬세한 형태는 아마 애스턴마틴 밴티지 로드스터일 것이다. 루프를 걷어낸 차체는 밴티지 로드스터가 지닌 강인함에 해방감을 덧입히며, 바람과 속도가 교차하는 매 순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보는 것만으로 감정을 자극하는 조형미, 손끝에서 반응하는 파워트레인, 그리고 귓가를 스치는 엔진의 맥박까지. 이는 오픈톱 스포츠카가 지녀야 할 이상적인 균형에 가깝다.
보닛 아래에는 4.0리터 V8 트윈 터보엔진이 자리한다. 최대출력 665마력, 최대토크 81.6kg·m의 주행 성능은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뒷바퀴로 전달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6초 만에 도달한다. 가속 성능보다 인상적인 건 속도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무게 배분은 49 대 51. 조금 더 뒤쪽으로 치우친 구성은 코너링에서 앞축을 부드럽게 눌러주고, 가속 시 후륜에 안정감을 실어준다. 차체가 바람을 슬쩍 밀어내듯 낮게 누르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이때 조향감은 마치 손끝이 차체로 이어진 듯한 감각을 준다. 차를 멈추고 마주하는 외관은 가히 예술적이다. 루프를 닫은 상태에서도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실루엣, 지붕이 열리면 오히려 더욱 돋보이는 비율이 그 아름다움을 한층 선명하게 만든다. 새로 설계된 Z-폴드 소프트톱은 단 6.8초 만에 작동하며, 시속 50km에서도 문제없이 여닫을 수 있다. 프리미엄 방음 소재로 완성한 루프의 정숙성도 기대 이상이다.
실내는 장인정신과 최신 기술이 고요하게 공존하는 공간이다. 최고급 가죽과 알칸타라 소재로 이루어진 시트 및 알루미늄 디테일은 촉감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운전자의 시선과 동선을 고려한 배치는 모든 조작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기어 셀렉터 버튼과 스타트 버튼, 주행 모드 다이얼은 손끝이 가장 자연스럽게 닿는 곳에 배치해 조작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준다. 밴티지 로드스터는 감성과 퍼포먼스 사이의 균형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오픈톱 스포츠카다. 자동차를 하나의 작품으로 여기는 애스턴마틴의 신념은 바람과 햇살 속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하르트무트 아담(Hartmut Adam) 독일 모터 전문 저널리스트. <FAT Mobility Report> 편집장이자 ‘올해의 독일 자동차(German Car of the Year)’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SPECIFICATION
구동방식 V8 4.0리터 트윈 터보엔진
최대출력 655마력 최대토크 81.6kg·m
가격 3억2240만 원부터
MASERATI GT2 Stradale
MC20을 기반으로 만든 트랙 전용 모델, GT2에서 파생된 양산형 자동차다. 첫 시즌부터 파나텍 GT2 유럽 시리즈 AM 클래스 우승을 거머쥔 경주차의 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기본 뼈대인 카본 모노코크 섀시와 3.0리터 V6 네튜노 엔진은 그대로지만,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고전적 철학을 바탕으로 보디 디자인을 과감하게 재구성했다. 무게를 줄이되 다운포스는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그 결과는 인상적이다. 앞 펜더와 카본 후드, 디퓨저, 그리고 세 가지 각도로 조절 가능한 거대한 고정식 리어 윙이 새로 설계됐다.
최고속도 280km/h에서 발생하는 다운포스는 무려 500kg. 기본형 MC20이 145kg 수준인 걸 고려하면 수치 하나만으로 도 전혀 다른 차라는 걸 실감케 한다. 건조 중량은 1365kg으로, MC20보다 60kg이나 가볍다. 단조 알루미늄 휠로 19kg, 레이싱용 사벨트 시트로 20kg을 덜어냈다. 무게 배분은 40 대 60으로 후륜에 조금 더 무게를 실었다.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조향계는 주로 세팅 위주로 조정됐고, 엔진과 변속기 역시 하드웨어는 동일하지만 셋업에 변화를 줬다. 8단 듀얼 클러치 트레멕 변속기는 동일한 내부 부품을 탑재했음에도 클러치 반응 속도를 줄여 한층 날카로운 반응을 만든다.
전자제어 시스템도 진화했다. 새롭게 추가한 ‘코르사 에보’ 모드는 트랙션 컨트롤을 4단계로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단, ‘퍼포먼스 팩’을 추가해야 사용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뒤 가장 먼저 접하는 건 실내 소음이다. 방음재를 줄인 덕에 앞 타이어가 노면을 타고 구르는 소리까지 그대로 전해진다. 레이싱카 특유의 거친 분위기가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후에는 스티어링 휠 감각이 감탄을 자아낸다. 생각하는 대로 라인을 그릴 수 있고, 조향하는 손끝을 통해 노면 상태가 서서히 느껴진다. 제로백은 단 2.8초. 코너 진입 시 전륜에 하중을 실어 언더 스티어를 피해야 한다. 반대로 고속 코너에서는 뒤쪽을 짓누르는 강력한 다운포스 덕에 차체가 가라앉는 느낌이 확연히 느껴진다. 롤링은 거의 없다. 파워는 점진적으로 밀어붙인다. 급작스럽게 폭발적인 토크감 대신 매끄럽고 정제된 가속. 그래서 오히려 더 빠르게 느껴지지 않는 역설적인 느낌도 든다.
총평을 하자면, GT2 스트라달레는 거칠게 다루는 야생마가 아니라 정밀 하게 다뤄야 진가를 발휘하는 ‘레이저’ 같은 도구다. 트랙션 컨트롤 4단계 중 후방을 최대 한 자유롭게 풀어주는 단계에서는 드라이버의 섬세한 조작이 필수다. 마지막으로, 브레이크는 강력한 데다 지치지 않으며 세미 슬릭 미쉐린 타이어는 충분히 온도가 올라와야 본격적인 그립을 발휘한다. 이 차는 ‘빠른 차’라기보다는 ‘빠름을 느끼는 법’에 대해 다시금 가르쳐주는 차다.
알레산드로 바이(Alessandro Vai) 이탈리아 모터 전문 저널리스트. <II Sole 24 Ore>, <Motor1 Italia> 등에 모터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SPECIFICATION
구동방식 V6 3.0리터 바이 터보엔진
최대출력 640마력 최대토크 73.4kg·m
가격 4억8360만 원부터
MERCEDES-AMG GT 55 4matic +
10년 만의 귀환이다. 2015년에 출시한 1세대 모델 이후 자취를 감춘 메르세데스-AMG GT가 완전 변경 2세대 모델로 돌아왔다. 긴 보닛과 탄탄한 숄더 라인, 바람을 가르듯 매끄럽게 뻗은 실루엣. 클래식한 AMG의 조형 언어는 그대로지만, 디테일은 훨씬 정교해졌다. 4.0리터 V8 바이 터보엔진이 발휘하는 주행 성능은 최대 출력 476마력, 최대 토크 71.4kg·m. AMG 스피드 시프트 9단 변속기와 맞물려 트랙에서도 민첩하고 단단한 응답성을 뽐낸다. 액티브 롤 컨트롤, 리어 액슬 스티어링, 완전 가변식 사륜 시스템 4MATIC+가 다이내믹함과 안정감 사이의 조화를 이뤄낸다.
지난 5월 28일, 경기도 용인의 AMG 스피드웨이에서 GT 55를 몰고 4.3km 트랙을 세 바퀴 주행하며 그 완벽한 균형미를 접했다. 이 서킷은 완급 조절이 까다로운 급커브로 유명하다. 특히 2개의 급격한 헤어핀 구간은 고성능 쿠페의 섀시와 서스 펜션을 정직하게 시험하는 지점이다. GT 55는 이 곳에서 거침없이 달렸다. 무게중심이 쏠릴 때마다 리어 스티어링이 재빠르게 반응했고, 보디 롤은 액티브 서스펜션이 조용히 제어했다. 코너를 통과한 후 다시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무게감 있는 배기음과 함께 트랙을 밀어내듯 차체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풀 스로틀로 직선을 뚫는 동안 고회전 영역에 가까워질수록 엔진음이 점점 선명해졌다. 2개의 터보차저는 실린더 뱅크 사이에 배치해 응답 속도를 높였고, 반응은 짧고 간결했다. 시프트다운이 걸리는 순간에는 금속이 부딪히는 듯한 충격음이 뒤따라온다. 트랙 안에서 시간을 압축해 가는 듯한 감각이 거세게 느껴진다. 운전자의 몸은 단순해 지고, 차량의 조향 시스템은 더욱 정교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실내는 이전 세대보다 넓어졌다. 접이식 2+2 시트와 최대 675리터까지 확장 가능한 적재 공간은 일상에 여유를 더한다. 11.9 인치 디스플레이와 부메스터 서라운드 시스템, 파노라믹 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 같은 구성은 고성능과 프리미엄이 무리 없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속도는 자극이 아니라 완성된 구조 속에서 연주되는 하나의 리듬처럼 다가온다. 달리는 동안 정밀함, 차분함, 그리고 자신감은 점점 배가된다. GT 55는 강렬한 퍼포먼스를 일상의 안락함 속으로 차츰 스며들게 만든다. 이 조율이야말로 AMG만이 만들 수 있는 퍼포먼스의 깊이다.
박찬 <맨 노블레스> 에디터
SPECIFICATION
구동방식 V8 3.0리터 바이 터보엔진
최대출력 476마력 최대토크 71.4kg·m
가격 2억560만 원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