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무더위를 식혀줄 모터사이클 5대
두카티, 할리데이비슨, 혼다, KTM, 스즈키까지. 마주하는 순간, 혈관을 따라 냉기가 스며드는 듯한 실루엣과 숨이 멎을 듯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모터사이클을 소개한다.

HARLEY DAVIDSON Breakout™ 117
크롬의 서늘한 윤기와 유광 스테인리스스틸의 날카로운 텍스처, 그리고 바닥 가까이 낮게 깔린 차체까지. 브레이크아웃 117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길게 뻗은 포크와 풍만한 리어 펜더, 유려한 연료 탱크 라인은 시각적 균형감과 함께 강렬한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시동을 걸면 1923cc 밀워키에이트 117 엔진이 저회전부터 굵직한 토크를 밀어낸다. 진동은 거칠지만 의외로 정제되어 있고, 스로틀을 당길 때마다 고동이 심장처럼 올라온다. 속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기보다는 묵직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지만, 정속 주행에서도 엔진 리듬은 일정하게 이어진다. 라이더는 그 박자에 맞춰 천천히 차량과 동화된다. 하드 테일처럼 보이는 외관과 달리 리어 서스펜션은 차체 아래 숨어 있어 클래식한 실루엣은 그대로 유지한다. 고속에서의 주행 안정성은 더없이 인상적이다. 긴 휠베이스(1695mm)가 흔들림 없는 직진성을 만들어내고, 브레이크 시스템은 리어 중심임에도 전후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다. 이 바이크는 코너보다는 속도와 리듬이 이어지는 도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속도보다는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바이크. 그 감각이 브레이크아웃 117만의 가치를 찬찬히 수식해준다.

SUZUKI Hayabusa
카울에 새겨진 한자 ‘준(隼)’은 송골매를 뜻한다. 초고속에서 낙하하며 목표를 꿰뚫는 사냥꾼처럼 하야부사는 오랜 시간 ‘가장 빠른 양산 바이크’라는 이름에 걸맞은 상징이 되어왔다. 신형 하야부사 역시 그 정신을 잇는다. 날렵하게 다듬은 프런트 페어링과 멀티 LED 헤드라이트, 유려하게 흘러내리는 테일 라인까지 전체적 윤곽이 한층 단단하고 선명해졌다. 기존과 동일한 1340cc 직렬 4기통 엔진은 299km/h의 최고속도를 자랑한다. 변화의 핵심은 주행 감각에 있다. 제로백은 3.2초로 단축됐고, 실사용 영역대인 중·저속 구간에서의 토크가 눈에 띄게 강화됐다. 고회전에서만 빛나던 이전 모델과 달리 이제는 전 구간에서 매끄럽고 일관된 가속을 보여준다. 스로틀 반응은 보다 유연해졌고, 10단계 TCS와 파워 모드, 퀵시프터, 런치 컨트롤 등 전자 장비의 개입은 더욱 직관적이다. 한편 크루즈 컨트롤과 오르막·내리막 제어 시스템, 앞바퀴 리프트 방지, 급제동 시 후미등 자동 점등 등 편의 사양은 전통적 하야부사의 퍼포먼스를 유지한 채 다채로운 주행 조건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브렘보 스틸레마 캘리퍼와 320mm 디스크, 조절식 KYB 도립 포크, 알루미늄 프레임과 7스포크 경량 휠, 그리고 브리지스톤 S22 타이어까지. 하드웨어는 하이퍼 스포츠의 스펙을 온전히 갖췄다. 그 무엇보다 빠르게, 그리고 가장 정교하게. 하야부사는 여전히 ‘얼티밋 스포츠 투어러’라는 수식어에 적합한 존재다.

KTM 1390 Super Duke R
중앙에 자리한 날카로운 헤드라이트와 위협적인 형상의 DRL, 강렬하게 빛나는 오렌지 컬러 외관까지. 1390 Super Duke R은 야수적 감각을 극대화한 네이키드 바이크다. 윙렛이 적용된 새로운 프런트는 고속 주행 시 다운포스를 만들어 앞바퀴 접지력을 제고하고, 넓어진 연료 탱크는 하체 접촉 면을 확보한다. 그 결과 라이더는 더 빠르고 과감하게 코너에 진입할 수 있으며, 원하는 라인으로 정밀하게 바이크를 조종할 수 있다. LC8 V-트윈 엔진이 품어내는 주행 성능은 최대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14.79kg·m. 여기에 201kg의 건조 중량(연료 제외)은 사실상 슈퍼바이크에 가까운 수치다. 특정 페어링 없이 오롯이 몸으로 받는 공기저항, 시트 아래 고동치는 V-트윈 엔진의 리듬, 그리고 코너 진입 직전 타이어와 노면이 나누는 피드백은 네이키드 바이크만의 미덕을 충실히 재현한다. 시트 포지션은 일상과 트랙 주행 두 영역에서 모두 적합한 균형감을 보여준다. 834mm의 시트고는 라이더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며, 무릎과 탱크 사이의 접점은 제동 시 확실한 지지를 제공한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렘보 스틸레마 캘리퍼와 320mm 디스크 조합으로 구성되며, Bosch 9.3 MP 기반의 코너링 ABS와 슈퍼모토 모드가 노면 상황에 따라 제동력을 정밀하게 조율해준다. 그 덕분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차체는 흔들리지 않고, 라이더는 부담 없이 속도를 밀어붙일 수 있다. 페어링이 없기에 가능한 정제된 본성, 그리고 날것의 퍼포먼스. 1390 Super Duke R이 도로 위에서 군림하는 방식이다.


DUCATI Panigale V2 S
파니갈레 V4의 실루엣을 물려받은 V2 S는 전면부에 풀 LED 레드라이트와 수평으로 뻗은 주간주행등(DRL)을 적용해 눈빛부터 강렬함을 자아낸다. 전통적 ‘두카티 레드’의 명도는 살짝 낮아졌지만, 그 질감은 오히려 더욱 짙어졌다. V2라는 표기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두카티가 오랫동안 고수해온 L-트윈, 정확히는 90° V형 2기통 엔진의 철학을 이어가는 기호에 가깝다. 890cc V2 엔진은 최대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9.5kg·m를 발휘한다. 스펙상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이 출력을 짜내는 방식이다. 고회전 영역에서만 존재감을 발휘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속 영역에서도 밀도 있게 토크를 쌓아 올리며 라이더의 리듬에 따라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풀 LED 라이트 유닛과 TFT 계기반, 코너링 ABS와 퀵시프터 등 첨단 장비 또한 눈길을 끌지만, 파니갈레 V2 S의 진가는 여전히 본연의 감각을 잃지 않는 데 있다. 이전 세대 모델보다 라이더의 포지션이 연료 탱크에 더 가까워져, 라이더의 신체적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는 트랙에서 제동 시 라이더가 전륜의 제동력을 보다 잘 느낄 수 있게 하며, 이를 통해 더욱 안정적인 코너 탈출이 가능하다. 이에 미뤄볼 때 파니갈레 V2 S는 새롭게 태어난 모델이 아니다. 두카티가 가장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가치, 가볍고 예민하며 걸출한 주행 감각을 다시 한번 계승한 결과물이다.

HONDA CBR650R E-Clutch
바이크를 운전할 때 출발 전 클러치를 쥐고 놓는 동작은 몸에 밴 의례와도 같았다. 기어를 바꿀 때마다 손과 발이 정교하게 맞물려야 했고, 그 일련의 흐름은 바이크와 라이더 사이 일종의 약속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혼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E-클러치 시스템 기반 스포츠 바이크인 CBR650R E-Clutch는 그 루틴을 생략한다. 출발도, 정지도, 변속도 클러치 없이 가능하다. 레버의 개입이 사라진 만큼 라이더와 바이크가 나누는 대화 밀도는 한층 깊어졌다. 폭발적 직렬 4기통 엔진의 리듬, 스로틀에 반응하는 전자식 개입의 정밀도, 프런트 서스펜션의 움직임과 차체의 무게중심까지 모든 감각이 선명하게 울려 퍼진다. 정제된 외관도 눈에 띈다. 헤드라이트를 중심으로 조율된 숄더 라인, 볼륨감 있는 페어링, 그리고 스모크 타입 윈드스크린까지. 단순한 디자인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CBR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체성의 리터칭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한 ‘혼다 온로드 스포츠’의 정통 라인업이자 ‘누구나 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는 철학을 꾸준히 증명해온 이름, CB. 그 유산 위에 이제는 클러치 없는 스포츠 라이딩이라는 새로운 장이 당도했다.
